청소의 비법이라도 깨우쳐야

청소, 무지하게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체력이 극악이라 걸레질 한 번에 세상이 거꾸로 뒤집히거덩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음에도 그래서 손에 물을 묻히질 않았습니다. 토요일에 감히 외출도 못하고 잠만 잔다는 건 아실 분은 이미 다 아실 터이고... 잠만 잔다는 건 집안 일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순전히 게을러서 그런 것뿐인데 쓸데없이 이유를 달고 있다 -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버스 정거장 하나를 걸으면 열이 나서 학교를 결석했던 체력이니 아주 변명은 아니지요.

그치만 임계점을 돌파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무리 게을러도 시커먼 방구석에서 언제까지 뒹굴지는 않아요.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이 들면 온 집안을 뒤집어 엎습니다.
요즘 딱 그 상황인데요... 늙으신 어무이도 살림은 진작에 포기 상태이셨고, 오빠는「내가 왜?」라는 표정을 하고 있고. 정신을 차리고 보자「피난민 아파트」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새카만 마루, 지저분한 주방, 사방에 널린 잡동사니, 곳곳에 널린 재활용품 쓰레기.
저는 구어어 소리를 지르며 걸레로 닦고, 또 닦고, 다시 닦았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피난민 아파트는 때만 벗었을 뿐, 역시나 잡동사니 왕국이군요. 인터넷으로「수납의 달인」이라는 검색어로 정보를 모으고는 있으나 역시 결론은「부지런한 사람만이 호사를 누릴 수 있다」라는 걸까요.

전문가가 조언하길, 제일 먼저 할 일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과감하게 버리는 거라고 합니다.
10년 전에 녹화했던 슬레이어즈 비디오를 버렸습니다. 음악 테이프도 와르르 쏟아부었고요, 안쓰는 가방이랑 신발도 정리했어요. 50리터 쓰레기봉투를 두 장을 사와서 꽉꽉 채웠어요. 그런데 아직 달라진 건 없어요. 뭐늉. 아직 더 버려야 하늉?
붙박이장을 열어보곤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3초 후 다시 닫음.

상황은 좋지 않아요. 오히려 수납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되고 있고... (버리는게 아니라 반대로 물건을 늘이는 거냐?!) 수납장은 고가라서 잡동사니를 넣어둘 수 있는 등나무 바구니를 인터넷으로 두 개 주문했어요.

늘어놓는 건 아무래도 팔자인가봐요.

Posted by 미야

2008/06/09 10:17 2008/06/0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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