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 : S3E09 시청하고

전 시즌에 걸쳐 딘 윈체스터라는 캐릭터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면, 샘 윈체스터라는 캐릭터는「그만 엉켜부렸어요」가 아닌가 싶다. 바비 아저씨의 말대로 폭풍의 핵이었던 주인공은 언젠가부터 공주님이 되어「매우 훌륭하지만 어디까지나 관상용인 그뉵, 형님 따라 컬이 진 속눈썹, 촉촉이 젖은 눈으로 텔 미, 딘 윈체스터가 오냐오냐 키운 막내, 입맛도 무진장 까다로워요, 삽들고 무덤도 제대로 못 파는」등등의 요란한 수식어가 달라붙었다.


이게 배우의 잘못인가, 아님 제작진의 실수인가. 아님 머리가 나쁜 시청자의 잘못인가. 아자젤이 악마 군대의 지도자로 침 발라 놓은 샘 윈체스터는 정녕 환상인가. 2미터에 육박하는 엄청난 키로 수줍은 소녀와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샘은 참으로 슈퍼내츄럴하다. (좋다는 얘기다)


아무튼 자고 일어나면 맨날 바뀌는, 쥰쥰이 바라보는 샘 윈체스터는 이렇다.

알흠다운 형님은 1년 뒤에 죽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계약을 파기하고 싶지만 크로스로드 데몬은「산통이 깨면 네가 사랑하는 샘은 도로 파리가 꼬이는 시체가 될 거야」라는 단서조항을 붙여놓은 상태로 형제들의 행보는 많이 제한되어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이 와중에 샘은 딘이 없는 1년 뒤를 계산하고 있다 - 딘처럼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 - 정말로 그러한가.


교고쿠도(추젠지 아키히코)는「망량의 상자」편에서 이런 말을 한다.

강한 동경은 대상과의 강한 자기동일화를 촉진한다.


위험한 이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많이 작동하긴 했다. 하지만 샘은 평생 보호를 받고 살아왔고, 누군가 잡아주는 걸 당연시 여겼다. 나는 얘가 감옥에 들어갔을 적에 형과 헤어지면서 지은 표정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혼자 대학에도 다녔으면서, 제시카랑 살림도 차렸으면서, 이놈의 가출 청소년은 여전히 의존적이다. 등 돌리고 형이 가면 머리카락이 마구 서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강제로 형에게서 떼어내지게 생겼으니 문제다.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이미 안드로메다로 진출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샘이 타협을 본 건《딘처럼 되자》가 아니었을까.


네 살 무렵부터 형처럼 되려고 노력했다는 발언은 일단 접자.

딘이 되면 그는 계속해서《샘》을 보호할 수 있다.

보너스로 그는 애착의 대상에서 강제로 분리된 나머지《분노하는 샘》을 속일 수 있다.

딘은 계속 있다. 어디에? 샘이 딘이다.


이런 식의 주체를 객관화하는 작전은 신경정신과에서 행하는 치료 행위이기도 하다. 역할을 바꿔 아들은 아버지가, 아버지는 아들이 되어 연극을 한다. 그렇게 해봄으로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해가고, 이를 극복한다.

그러나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다. 연극이 끝나면 아들은 아버지의 역할에서 다시 아들로 돌아와야 한다. 죽었다 깨어나도 샘은 딘이 될 수 없다. 무대에서 내려온 환자 일부는 잔혹한 현실에 발광한다. 누님은 기대가 크다~♡


최근 스포일러 중에 샘이 변신(응?)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딘처럼 되고자 했던 샘이《그래봤자 나는 샘 윈체스터야》라는 사실 앞에서 무너졌구나 하고 직감했다. 정말이지 누님은 기대가 크다~♡

Posted by 미야

2008/02/02 09:47 2008/02/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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