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예뻐서 충동구매한 책이다. (<- 결코 권장할 수 없는 태도입니다) 예전에도 간혹 타이틀만 보고 CD를 구입하곤 후회했는데 앗싸와 크헉의 확률은 각각 50대 50이다.

싼게 비지떡이다. 5만엔 이하로 싸구려 방을 구했더니 벽장속에 귀신이 산다. 하지만 쌀떡 같은 얼굴에다 쿨피스를 허겁지겁 먹어대고, 참치 마요네즈 주먹밥을 두 개나 입에다 꾸셔넣고, 그 많고 많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서 남자와 여자가 하악거리는 걸 보고 싶다고 말하는 걸 봐선 귀여운 것도 같다.


쓰치노나카(땅굴 세계)에서 온, 메이지 39년생. 사망시 열 네살.
벌거벗은 남자의 사타구니를 빤히 쳐다보고, 지금은 헤이세이 치세라는 말에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사옵니다> 사극체로 대답하는 유령. 흣. 같이 놀기 딱이구먼.

그런데 이 책, 단편집이었냐?! 단편집이었냐아아아~!!

흥이 올라온다 싶더니 - 끝 - 소리를 내서 허탈해졌다. 표지 말고 더 중요한 다른 걸 살펴봐야 한다는 교훈이 코 끝에 걸렸다. 모두 9개의 단편으로 구성이 되어있고 각각의 이야기는 연결되지 않는다. 책 뒷장에선 이 책의 분류를 펑키 호러로 묘사하고 있는데 유령이 나온다고 대뜸 호러라고 얘기하면 안 되니까 출판사의 포장에 속지 말도록 하자.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어두운 나무 그늘> 편과 <어머니의 러시아 스프> 편이었다. 특히 스프 이야기 강추.

" 이 집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단다. 여기서 쭈욱 살자꾸나. 우리 둘이서 - "
둘이서 - 그 말을 내뱉기 무섭게 어머니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술 마신 것을 후회하듯 컵을 식탁 저편으로 밀어내고 고쳐 말했습니다.
" 셋이서. "


두 사람이 한 의자에 앉아 있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키 포인트.
정말이지 오랜만에 뒷골 땡겼다.

Posted by 미야

2007/10/04 14:10 2007/10/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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