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로만 칼라 덕분에 저는 짐을 신부님으로 착각했습니다. 신부님을 목사님으로 고치려니 예전에 쓴 글까지 모조리 엉겨붙는지라 에라 모르겠다 겔름 누워버렸습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는 아니지만 개종하시라 해야겠습니다. /// ※

 
왜 하필이면 교회인 거지.
딘은 그렇게 생각하며 거친 동작으로 임팔라의 열쇠구멍에서 키를 잡아뺐다.
교회는 진짜 싫다. 체질에 안 맞는다. 코흘리개 시절에 부득이하게 동생과 같이 짐 신부님에게 신세를 졌을 때에도 미사에는 절대로 참석하지 않겠다는 고집스러운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더랬다.
「어린이를 위한 노아의 방주 이야기」내지는「그림으로 보는 산상 설교」같은 책은 읽었다. 그리고 그걸 샘에게 소리내어 읽어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예수님? 하느님? 천사님? 딘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커다란 마리아님 조각 앞에서 예의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리고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목소리로 째리며 속삭였다.
- 당신의 힘은 위대하다면서요. 그런데 어째서 우리 엄마를 도와주지 않았나요.

같은 질문을 짐 신부님에게도 해봤다.
- 천사님은 하느님에게 정리 해고라도 당해서 엄마를 지켜주지 못한 걸까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짐은 이마를 한껏 찌푸렸다. 어쩐지 당혹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정리 해고라는 어려운 말은 어디서 들었니, 딘.」
「센터에 갔을 적에 급식을 타러 온 아저씨에게서 들었어요. 왜요?」
때마침 샘이 콜록거리며 기침을 터뜨려서 다행이었다. 짐은 샘을 위해 어린이용 감기약 시럽을 가져오겠다고 말하며 황급히 자리를 떴고, 나중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노숙자 보호 센터로 달려가 구직 신청서를 작성하는 애매한 사람을 붙잡곤「아이들 앞에서 장기불황, 사장님, 해고 어쩌고 하지 마시오! 그 아이들까지 상처를 받아서야 쓰겠소?!」라고 단단히 못을 박았다. 그리고 엉뚱한 사람들을 나무라는 자신에게 깊은 혐오감을 느꼈다.
아마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짐은 아이들 앞에서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를 꺼렸다. 그것으로도 충분치 않았던지 짐은 사흘간 금식하며 열성으로 기도했다.

그래봤자 딘에겐 상관 없었다. 그에게는 흔들릴 종교적 신념도 없었고 잃어버릴 믿음도 없었다. 오로지 끈적끈적한 콧물을 달고 있는 어린 동생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샘은 아프다며 자지러지게 울어댔고, 열이 났으며, 끝장으로 칭얼거렸다. 독감이 유행인 계절이었다.

『불은 환하게 켜졌는데 무척 조용하네. 그치?』
『응?』
짧았던 상념에서 깨어난 딘은 턱을 적당한 각도로 잡아당겨 무릎 아래서 얼쩡거리고 있을 코흘리개 동생을 찾았다. 그러다 퍼득 깨달았다. 비누 냄새를 풍기는 꼬맹이의 정수리에 코를 묻고 뺨을 비비는 일은 이제 불가능하다. 1989년은 진작에 끝났고, 여섯 살짜리 아기는 어느새 엠파이어스테이츠 빌딩을 한 방에 초토화시키는 멍키 고릴라가 되었다. 네 살 아래의 동생을 쳐다보는데 눈의 높이를 상향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굴욕감 - 동시에 맨손으로 이렇게나 잘 키워냈다는 흐믓함 -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며 딘은 샘이 건낸 짐 꾸러미를 다치지 않은 손으로 받으려 했다.

『형! 안돼. 그거 무거워.』
『앗차!』
비극을 예감한 샘이 재빨리 주의를 주었지만 늦었다. 권총이니 칼이니 하는 쇠붙이들로 가득찬 가방은 대략 9kg에서 11kg 정도였고, 그 정도의 무게를 오로지 한 손으로 감당하려는 건 무리한 욕심이었다. 물건을 잡기 위해 오무린 손바닥이 민망하게끔 가방은 꽈당 소리를 내며 추락했고, 딘은 모두의 눈동자가 자신에게로 쏟아짐에 큰 부담을 느꼈다.
에... 그러니까 말입니다. 인정해야겠군요. 제가 잠시 딴 생각이라는 걸 했습니다.

『이 멍충아!』
뒷통수를 찰싹 때리며 리가 잔소리를 퍼부어댔다.
『재수 달아나게 식사 전에 숟가락 떨어뜨리고 막 그럴래?!』
숟가락이라니. 하하하. 귀에 쏙 들어오는 비유이긴 하다만 어쩐지 듣기 민망한 것도 사실이다. 딘은 어색하게 웃으며 땅바닥에 떨어뜨린 가방을 다시 잡기 위해 허리를 구부렸다. 동시에 두 손을 사용하는 걸 무의식중에 꺼릴 정도로 다친 곳이 그렇게나 아팠던가 싶어 당혹스러웠다. 안 된다. 아픈 건 억지로 참으면 되는 것이고, 모두를 걱정시켜선 곤란하다. 딘은 일부러 씩씩하게 움직였다.
『형... 손 많이 아파?』
『괜찮아, 샘.』
곧 죽어도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며 샘이 이죽거렸다.
『맞아. 천지가 개벽하려면 앞으로 일만 년 정도는 더 참고 기다려야 하지.』
『뭐야, 그 까칠한 반응은.』
『머리로 회충이 들어가서 그래.』
그렇습니까. 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거기 있는 총이나 이리 다오.』
샘은 가면을 뒤집어 쓰기라도 한 것처럼 표정이 없었다. 게다가 이어지는 말투도 정나미가 뚝 떨어질 만큼 건조했다. 하지만 샘은 자신의 속내를 숨기는 일엔 딘보다는 덜 똑똑했고, 그렇기에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이 딘에게 어떻게 보일 거라는 걸 미처 모르는 듯했다.
『산탄총은 관둬, 딘. 가급적 반동이 작은 걸로 잡아.』
『어차피 거기서 거기야. 그리고 다친 건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이야.』
『진짜 못 말린다! 가끔은 사람 말도 좀 듣고 그래.』
『멍멍.』

샘이 걱정하고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걱정하는 건 전적으로 그의 몫.
딘은 땀으로 끈적거리는 손바닥을 바지춤에 재빨리 문질러 닦고는 주변을 살폈다. 교회 주변으로 주차된 승용차가 모두 네 대나 된다. 상주하는 관리인의 차가 한 대, 목사가 운전하고 다니는 승용차가 한 대라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에 의해 나머지 두 대는 불법주차 차량이라는 얘기가 된다. 우와, 도덕과 양심을 강조하는 교회 앞에서 보란 듯이 경범죄를 저질렀다 이거지. 숏건을 든 딘은 감청색의 혼다를 눈여겨 보며 그 앞을 기웃거렸다.
느낌이 안 좋다. 차체는 어중간한 각도로 세워져 있어 마치 도주 중인 강도가 아무렇게나 버리고 달아난 것처럼 보였다. 고개를 들이밀고 차량 내부를 살펴봤다. 못난이들이 스테레오를 강제로 뜯어가진 않았고... 플래쉬로 앞좌석을 흝었다. 구겨진 도넛 포장지와 일회용 종이컵이 굴러다니는게 시야에 들어왔다. 핸들에 손가락 모양으로 설탕 얼룩이 남아 있다. 아무래도 혼다의 주인은 그렇게 깔끔한 성격은 아닌 듯하다.

등뒤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걸 봐, 딘. 무전기가 달려있어.』
『나도 봤네요.』
『경찰일까?』
『그건 아닐 걸. 아마 민간 방범대원일 거야.』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짭새가 안전밸트 미착용으로 딱지 끊는 거 봤니?』
플래쉬가 다시 바닥 한 지점을 비췄고 범칙금 발부 스티커를 본 샘은 짧게 오, 소리를 냈다.
다만 여기서 걱정인 건 민간 방범대원의 신분으론 교통 단속을 피해갈 순 없어도 정식으로 등록된 총은 들고 다닐 거라는 점이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탕탕탕 소리를 떠올린 딘은 이마를 찌푸리며 교회 처마를 쳐다봤다. 날카로운 이빨만 해도 충분히 골치아픈데 그것들이 총까지 탈취했다면 정말 골치아프다.

바로 그때 리가 샘의 어깨를 짧게 쳤다.
『친애하는 예비 범죄자 씨들? 아무리 마음에 들었어도 자동차는 나중에 훔쳐.』
그게 뭔 소리라며 샘이 두 팔을 항의조로 활짝 벌려보였다. 그치만 그녀는 벌써 몸을 돌려 교회 정문으로 연결된 계단을 힘차게 밟고 있었다. 싸한 박하 맛의 공기가 그런 그녀의 주변을 에워쌌다. 딘은 그것이 근육통에 바르는 차가운 맨소래담 연고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헤이!』
『왜.』
『안에 얼마나 있는 거지.』
『알고 싶어?』
『뭐야, 그 얼굴은. 저 안에 각다귀들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면 뒤돌아 줄행랑을 치고 싶을 거라 말하고 싶은 눈치군.』
『자기가 질문하고 자기가 답하면 재밌어?』
비웃음을 닮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교회 문을 열었다.
「주님에게로 향하는 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딘이 바짝 붙어 따라갔다.

맨 처음, 딘은 정육점 뒤에 있는 쓰레기통의 냄새가 난다고 느꼈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코가 거부하는 그런 악취였다. 다음으로 그는 문 위로 적갈색의 - 그리고 끈적거리는 점액질 물질이 사선 모양으로 번져 있는 걸 보았다. 얼룩은 흡사 유치원생 아이가 음악에 춤추며 손바닥으로 아무렇게나 문질러 내린 듯한 형상이었다. 그리고 문 바로 앞으로도 거무스름한 빛깔의 액체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피다 - 상당한 량이다 - 그런데 우습게도 시체는 없다. 그리고 시체를 질질 끌고간 흔적도 없다. 중앙 복도를 따라 방울방울 떨어진 갈색의 얼룩만이 그 자리에서 뭔가가 일을 헤치우고「떠나갔다」라는 걸 알려주었을 뿐이다.
『젠장. 아주 제대로 해놓으셨구먼.』
신성모독의 살인 현장으로 첫 걸음마를 뗀 리는 퉷 소리를 내며 침을 뱉었다. 가까운 곳으로 커피 음료 자판기가 있었고 신자들을 위한 소책자가 진열된 책장이 몇 개 보였다. 낡은 의자도 있었다. 핏자국은 그곳으로까지 마구 이어져 액션 페인팅의 선구자인 잭슨 폴록의 멋진 현대적 그림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바닥과 천장, 그리고 벽까지 오래되어 부식된 철의 냄새를 풍겼다. 그걸 가만히 코로 맡고 있자니 샘은 속이 메슥거렸다.

왼편으로는 성가대 연습실과 화장실이 있었는데 거기는 불이 꺼져 있었다. 리는 계속 가자는 신호를 하며 연습실을 지나쳤다. 하지만 딘은 그 안에 누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스름하게 사람 그림자처럼 생긴 걸 분명 봤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창문을 1cm 가량 열고 기웃거리며 내부를 살폈다. 있다. 누군가 책상에 엎드려 있다. 춘곤증에 못 이겨 잠시 조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였다.
『저건 시체야. 나라면 시간 낭비는 하지 않아.』
돌아보지도 않고 리가 말했다.
딘은 우거지상을 하고 열었던 창문을 다시 닫았다.

예배당 앞에선 두 명의 여자가 똑같은 자세로 문에 기대어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언뜻 봐선 추위를 피해 모닥불을 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편안함과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중 하나는 무릎 아래로 다리가 없었다. 딘이 가만히 쳐다보는 사이에 멍하니 벌려진 입술 틈새로 커다란 붉은 거품이 밀려나왔다. 색색 숨소리가 거칠었다.
샘의 눈이 조금 더 커졌다. 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어내는 감각으로 두 여자의 목을 쳤다. 그 즉시 귀로는 들리지 않을 비명이 천장을 후려쳤다. 그것이 처음 듣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샘은 움찔거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통통 튀며 머리통이 굴러갔고 딘은 문을 가로막고 선 여자들의 몸뚱이를 치웠다.

『저 안은 확실히 다를 거야.』
손잡이를 잡은 채 리가 말했다.
『안전은 보장하지 못 해. 각오는 된 거지?』
딘과 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고 말고. 당신은 뱀퍼이고 우린 헌터야.』
『좋아, 베이비. 그럼 한바탕 날뛰어 보자고.』
리는 두 팔에 힘을 주고 문을 힘껏 밀었다.

Posted by 미야

2007/09/09 21:01 2007/09/09 21:01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552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477 : 1478 : 1479 : 1480 : 1481 : 1482 : 1483 : 1484 : 1485 : ... 1974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21377
Today:
1222
Yesterday:
1861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