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redemption 11

※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슈카와 미나토의《꽃밥》에서 일본어 주문 및 일부 모티브를 빌려왔습니다. 작가의 일자무식으로 엉터리의 극치를 달린다 해도 웃으면서 넘겨주세요. 주의사항, 일부 표현이 과격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자동차에 올라타자마자 문 닫을 짬도 없이 열쇠를 꽂아넣고 시동부터 걸었다.
이대로 그냥 보낸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들입다 달려나온 체스터가 커다란 돌을 들어 앞 유리창을 찍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무려 세 번씩이나 내리쳤다.
자잘하게 부서진 안전 유리의 파편이 운전석으로 고스란히 쏟아져 내렸다.
딘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는 순간이었다. 팔을 교차시켜 깨진 부스러기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면서 절망의 고함을 내질렀다.
『캭, 저놈의 미친 새끼!! 나의 귀여운 베이비에게 무슨 짓을?!』
『딘! 그러고 있지 말고 뒤로 빼!』
그렇지만 후진 기어를 넣기도 전에 운전석 문이 벌컥 열렸다.
아차 싶은 순간에 남자의 팔뚝이 딘을 붙잡아 바깥으로 내동댕이쳤다. 던지기만 했던가. 묵직한 체중이 곧바로 어깨를 찍어눌렀다. 무릎이 꺾이면서 그대로 미끌어졌다. 재빠르게 등짝으로 올라탄 체스터가 고개를 들지 못하게끔 딘의 머리를 세게 눌렀다. 바닥에 닿아 납작하게 짓눌린 코가 비명을 질러대는 가운데 입안으로 쓴 맛의 흙이 가득 차올랐다.

꼴불견.
화도 나거니와 창피해서 미칠 지경이다. 남자에게 깔려 강제로 흙을 씹어대고 있다니.
확실히 오늘의 그의 운세는 대흉이다.

『당장 딘을 놔줘~!!』
형이 넘어지자마자 급 흥분한 샘이 성경책을 왼손에 쥔 채로 조수석에서 튕겨나왔다. 이성을 잃은 곰은 흉기나 마찬가지인 앞발을 들어 사냥꾼의 머리를 쳤다. 덕분에 딘이 야금야금 먹어치워야 할 흙의 량은 두 배로 증가했다. 킹콩 두 마리가 사이좋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위로 올라가 미녀의 소유권을 두고 각자의 가슴을 치며 으르렁대고 있음이다. 그다지 튼튼하게 만들어지지 못한 짝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철근 휘어지는 소리를 내며 두꺼운 벽돌 파편을 380미터 상공 위로 마구 뿌려댔다. 쉽게 말하자면 누굴 압사시킬 일 있느냐며 손바닥으로 땅바닥을 마구 두드렸다는 얘기다. 성인 남자를 둘씩이나 등허리에 태우고 말타기 놀이를 하라는 건 체격적으로 무리한 주문이었다.
제발 흙은 그만 먹자. 완전히 깔린 상태에서 딘은 사람 살리라고 아우성을 쳤다.

『딘! 땅에서 헤엄은 그만 치고 일어나!』
머리 꼭대기 부근에서 샘이 야단을 치며 악귀처럼 고함을 질러댔다.
오오, 내가 당장 하고 싶은 것이 바로 그거였단다, 동생아.
기왕이면 넘어진 형을 일으켜 세워주고 친절하게 옷에 묻은 흙을 털어주면 안 되겠니.
『으악!』
미안하다, 샘. 보아하니 내가 욕심을 과하게 부렸구나. 소리로 보자면 체스터에게 역습당했군.
호흡곤란에 빠진 딘은 축 늘어져 손톱으로 흙을 파는 동작을 멈추었다.

꽉 쥔 주먹이 오른뺨을 향해 돌진했다. 눈앞에서 불이 번쩍이는 건 둘째다. 샘은 고무 풍선이 쾅 하고 터졌다는 착각에 빠져 잠시 비틀거렸다. 여기에 사정 봐주지 않고 두 번째 주먹이 정통으로 코와 입술 부위를 후려쳤다. 시야가 화~하게 변해간다 싶었는데 돌연 장면이 바뀌어 안전띠도 매지 않은 채 수직으로 똑바로 낙하하는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관광객이 되어버렸다. 아래를 내려봐도 바닥이 안 보이고, 위를 올려다봐도 하늘이 안 보인다. 밑도 끝도 없는 새까만 정경에 어랍쇼 하면서 고개를 똑바로 했다. 그러자 재차 날아오는 커다란 주먹이 보였다. 펀치는 정확히 샘의 눈두덩이로 와서 작렬했다.
『아윽!』
눈알이 타들어가다 못해 터지는 줄 알았다. 그 감각이 어찌나 끔찍스럽던지 신음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성경책을 여전히 손에 쥔 상황에서 샘은 그대로 뻗어버렸다.
《이대로 영원토록 수치를 입을 순 없다. 자! 명예를 회복할 시간이다. 돌려다오.》
피투성이가 된 체스터의 손이 의기양양하게 성경책을 잡았다.
의식의 끈이 절반은 끊어진 상황에서도 샘은「이걸 놓았다간 나중에 딘에게 살해당할 거야」라고 생각했다. 살해만 당할까. 딘의 성격 같아선 무연고자의 비석 아래로 탐탁치 않은 동생을 생으로 파묻어버릴 것이다. 실제로 머리 위로 삽질한 흙이 마구 끼얹져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존재할 리 없는 벌레들이「맛있는 식사~♡」합창하며 피부 위를 스멀스멀 기어갔다. 그러자 초조해졌다. 흙은 흙으로, 먼지는 먼지로 아멘 송구가 외쳐지기 전에 달아나자. 샘은 죽을 힘을 다해 벌떡 일어나 - 사실은 엉금엉금 기다시피 해서 체스터로부터 떨어졌다. 그래봤자 발목에 힘이 빠지면서 얼마 걷지도 앉아 도로 주저앉았지만, 성경책을 무슨 부적인양 가슴에 껴안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늘로부터 굵은 바람이 불어닥쳤다. 커다란 비행기가 저공으로 날아다닐 적에나 부는 그런 바람이었다.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어서 손으로 허공을 할퀴었다.
진흙투성이의 군복을 입은 어연 일본인 청년이 바람을 등지고 서서 그런 샘을 똑바로 서서 내려다 보았다.
나이는 기껏해야 스무살 전반. 새카맣게 탄 뺨으로 피 섞인 검댕이 소복히 내려앉았다.
처음 대하는 낯선 눈동자가 억제된 분노를 발산하며 샘을 고스란히 휘어잡았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의 통곡.
허무하게 살육당하는 생물들의 비명.
기괴한 울음 소리를 내며 풀들이 엎드렸다.

《나의 이름은 시게타 히토시. 54연대 청풍부대 소속 일등병이다.》
이것은 환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이 지나쳐 구역질나는 폭약과 기름 냄새를 고스란히 맡을 수 있었다. 샘은 뒷걸음치며 자기가 머리를 맞아도 단단히 맞은 모양이라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고는 지금의 이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다.
공포에 질린 샘은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이름을 목 놓아 부르기 시작했다.
『딘~! 디인~!! 어딨어, 딘!』
꼭꼭 숨어 있지만 말고 빨리 나와라. 특유의 시건방진 미소를 지으며「이 머저리 동생놈아, 여기서 또 청승이냐」이러면서 야단을 쳐주었음 좋겠다. 밟아도 좋고, 머리를 쥐어박아도 좋다. 그저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되었다. 샘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형의 뾰족뾰족한 고슴도치 머리를 찾았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맨날 보스인 척하는 키 작은 참견쟁이가 도무지 나타날 생각을 하질 않았다.
입안이 말라갔다. 맥박이 미친 듯이 뛰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그를 에워싼 나무들이 여름의 폭풍처럼 우람해졌다. 끈적거리는 공기와 커다란 풀들이 생소하다. 덥다. 한 겨울의 라스베가스의 공기가 아니다. 땀으로 옷이 젖었다.

《스테이플러 상병! 스테이플러 상병! 뭘 하고 있나!》
주변으로 확 하고 엄청난 열기가 치솟았다. 엉겹결에 손을 들어 코 주변을 막았다. 나무가 타고, 기름이 타고, 생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 생전 못 맡아본 악취였다. 토기가 올라오면서 골이 흔들렸다. 그것은 단순히 누린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돌아보지 말고 참호를 불질러버렷! 명령이다! 확인할 것 없이 모조리 불질러버렷!》
깊게 판 땅바닥 아래로 석탄이 되어버린 사람의 팔뚝이 보였다. 뜨거운 불길에 바싹 구워진 피부는 전자렌지에 넣고 너무 데운 소시지처럼 세로로 튿어졌다. 길게 벌려진 살갗으로 빨갛고도 누런 진물이 흘러내렸다. 검게 변한 손들이 수초처럼 흔들렸다. 열기에 오그라든 손가락에서 샘은 살려달라는 애원을 들었다. 그것이 너무나 시끄러워서 샘은 두 귀를 틀어막았다.

퍼부어지는 검은 기름이 다시 물처럼 흐르면서 짧고도 강렬한 불꽃을 일으켰다. 착란을 일으킬 정도의 빛이 두 눈을 아프게 만들었다. 끔찍스러워 이를 악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그래봤자 이미 사방이 시체다. 주인을 잃은 군화가 떨어져 있다. 잘려진 발목을 담고 있는 채다. 그 옆으로 흉강이 벌려진 사내가 하늘을 향해 드러누웠다. 움직임을 잃은 심장과 쪼그라진 폐가 열려진 갈비뼈 틈새로 모습을 드러냈다. 폭발과 함께 튕겨나간 위장과 내장은 이미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휘어진 군번표가 깨끗하게 잘려나간 귓불과 같이 하여 발에 밟혔다.

『제발 그만해!』
두통이 더욱 심해졌다. 머리가 쪼개질 것처럼 아파왔다.
《명령이다. 진격을. 남동부 비행기지를 함락하라!》
근방으로 폭발음이 들려왔다. 굵은 바람이 다시금 불어닥쳤다.
『딘?! 제발! 어딨어, 어딨냐고! 왜 날 도와주러 오지 않는 거야! 난 여깄어! 딘~!!』

슬로우 모션으로 한 무더기의 군인들이 뛰어갔다.
오늘은 서른 아홉의 동료가 죽었다. 어제는 마흔 다섯의 전우가 죽었다. 그렇다면 내일 모레는?
이제 그들은 겨우 구릉 하나를 넘었을 뿐이다. 교전은 사흘 밤낮동안 계속되었다.
《진격하라~!!》
뛰는 사람들로 인해 땅이 흔들렸다. 강한 기름 냄새가 다시금 코를 찔렀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샘은 구르고, 미끌어지고, 손바닥으로 땅을 짚으면서 어떻게든 움직이기 시작했다.
《토마스 스테이플러 상병! 이 머저리야! 진격하라는 명령이 들리지 않는가!》
관목들이 그의 얼굴을 할퀴고 때렸다. 서쪽, 동쪽, 남쪽. 방향을 잃고 같은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어디로 가면 좋을지를 판단할 수 없었다.
누군가 팔을 뻗어 그를 잡으려 했다. 그것이 좋지 않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샘은 손길에 닿지 않기 위해 옆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서둘러 어깨를 돌린 탓에 균형을 잃고 곧장 넘어졌다. 두꺼운 잡초가 쿠션 역할을 해주었음에도 한바탕 미끄러진 등가죽이 타는 듯이 아파왔다.

『아!』
일어나기 위해 손을 뻗어 나뭇가지를 잡았다.
아니, 그것은 사람의 뼈. 살과 가죽을 고스란히 간직한 뼈. 부패하기 시작한 죽음. 노출된 피는 이미 말라붙어 있었다.
『딘~!! 어딨냐고~!! 왜 날 데리러 오지 않는 거야~!! 딘!』
샘은 목놓아 형을 찾으며 잡았던 뼈를 도로 놓아버렸다.

다리를 저는 못 생긴 늙은 노파가 쉰 목소리로 낄낄거리며 조롱의 웃음을 터뜨렸다.
오쿠림바!
그녀는 손으로 생명의 실을 끊는 흉기를 쥐고 있다.

호오, 호오, 반딧불의 호흡, 반딧불의 호흡.
이쿠마츠노, 치토세모모토세, 헤니켄토.
찰나와 백년의 시간, 인형을 토닥토닥 흔들어, 그 심지를, 뼈를 튕겨내어.
소리를 내어, 호오, 호오, 생명으로부터 혼을 내친다.
나의 이름으로 된 주문을 외워라, 명을 끊는 나의 주문을 읽어라.

아케쿠레노, 요모츠히라노사카, 고가네모네노.
히토시키리, 아시타노핫코쓰, 타노만토, 유쿠스.

노파의 얼굴은 다시금 변형되어 동양인 청년의 것으로 바뀌었다.
화염에 그슬려 새카맣게 변한 동료를 품에 안고 시게타는 외쳤다.
《오쿠림바의 주문을! 우리에게 명예를! 포로로 잡힐 순 없다! 숭고한 죽음을 내려줘!》
샘은 필사적으로 거부의 뜻을 보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숭고한 삶은 있지만 숭고한 죽음이라는 건 없어. 죽음은 그저 죽음일 뿐이야.』
순간 청년은 교활한 미소를 띄고 턱을 치켜 올렸다.
《죽음은 그저 죽음일 뿐이라고? 그대의 전우의 끔찍스런 죽음을 생생히 목격하고도 같은 소리가 그 입에서 나오는지 어디 두고 보자.》

시게타 히토시가 손가락을 들어 머리 위를 가리켰다.
포탄에 맞고 튕겨올랐는지 높은 나뭇가지 위로 팔과 다리가 부러진 남자가 걸려 있다.
가로로 길게 갈라진 배에서 내장이 흘러내렸다. 핏덩이에서 구역질나는 냄새가 났다.
아직 식지 않은 뜨거운 살점이 주룩 하고 샘의 뺨으로 떨어졌다.
『아아앗?!』
초점을 잃은 녹색의 눈동자가 자신의 것과 너무도 닮아 기가 막혔다.
몸이 빳빳하게 굳어왔다. 그게 누구인지를 깨달은 샘은 입을 틀어막고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이건 거짓말이야~!!』

나무에 불이 붙었다. 숲이 탄다, 사람이 탄다. 생명이 탄다.
딘의 몸으로도 불이 붙었다.
하늘이 벌겋다.
아니, 벌겋게 달아오른 것은 샘의 눈.

속이 메스껍다.
엄마가, 제시카가, 아빠가... 그리고 딘마저 그를 떠났다.
이 넓은 세상에 나만 하나 남아서.
혼자가 되어버려서.
그럴 바엔 차라리.

『딘... 언제까지고 지켜준다고 했으면서... 거짓말쟁이.』
폭주하던 샘의 심장이 결국 견디지 못하고 벌컥 뒤틀리며 동작을 중지했다.
쿵 하고 대자로 쓰러진 샘의 콧구멍으로 차가운 흙덩이가 파고들었다.

Posted by 미야

2007/01/27 23:34 2007/01/2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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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림베리 2008/12/26 18:39 # M/D Reply Permalink

    아우~ 정말 샘은 왜이렇게 여자같은지..마지막에 딘을 외치는 모습에 bitch란 말이 절로 튀어나왔습니다~ㅋㅋㅋ 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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