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redemption 10

※ 훈남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2005년 9월 13일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하여 미국 기준 목요일 21:00에 2시즌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


딘은 바짝 긴장했다.
오쿠림바의 저주가 이 성경책 속에 숨겨져 있다.
솔직히 말해볼까. 갈라진 제단에서 회색의 재가 쏟아지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표지로 살짝 손을 가져갔다가 뜨거운 불에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다시 떼었다. 다행히 여호와의 불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나무와, 돌과, 흙과, 번제물을 다 태우고 도랑의 물까지 싹싹 핥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책을 상자에서 꺼내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최고 보안 등급의 실험실에서 치명적 바이러스가 든 밀봉 용기를 취급하는 과학자인양 두손으로 조심스럽게 움켜쥐고 숨을 멈추었다.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마음이 불편해서인지 책 한권의 무게가 돌덩이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형의 동작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샘도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되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기껏해야 요양원 말단 직원인 주제에 고성능 폭탄을 제거하는 특수 요원 흉내를 내고 있으니 덩달아 불안해질 법도 하다. 갑자기 딸꾹질이 나올 것 같았다. 배경음으로 째깍째깍 초침 소리가 깔렸다. 빨간 선을 자르면... 베버리는 진저리를 쳤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차가운 물을 마셔야 한다는 의무감이 용솟음쳤다.
『왜 그러시나, 젊은이.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수?』
눈을 동그랗게 뜬 노부인은 블라우스 끝단을 놓았다 잡았다 하면서 딘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의 움직임은 행여 잘못 만지기라도 하는 날엔 단숨에 가루가 되어버리는 오래된 양피지 조각을 다루듯 조심스러웠다.
더티 블론드의 사이비 과학자가 모두의 시선을 받아가며 꾸물꾸물 첫 장을 넘겼다.

창세기 제1장 1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
한참만에 딘이 고개를 들고 바보 천치의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이상 없군요.』
폭발은 없을 거란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딘을 제외하고 모두 합해 세 사람이 휴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잠깐만. 세 사람?
흠칫 놀라 경련을 일으켰다. 어느틈엔가 한 사람이 더 추가되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열 세 번째의 계단을 밟았음을 직감한 딘은 악 소리가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고 샘의 팔목을 붙잡았다.
『샘!』
『아읏!』
꽉 잡힌 팔이 대단히 아팠거니와 성 카틀레야 요양원 수습 직원의 가명은 새까맣게 망각한 채 자신의 본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불러댄 형이 민망스러웠다. 그래서 샘은 짧게 비명을 지르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갑자기 왜 그래?!』
영문이나 알고 보자는 동생을 향해 딘이 턱짓으로 앞을 보라 시늉했다.
소스라치게 놀란 건 딘 뿐만이 아니라 베버리 홀리도 마찬가지였다. 부인은 검정 뿔테 안경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 이게 누구야. 체스터? 체스터 너니?』

형제가 앉은 소파 바로 뒤로 두꺼운 초록색 후드 티를 입은 청년이 고개를 푹 숙이고 서있었다. 나흘은 물 구경을 못한 몰골이다. 샤워는 물론이고 면도도 하지 못했다. 넘어져 길바닥을 뒹굴기라도 했는지 옷이 엉망진창이었다. 바지에 묻은 구정물 얼룩은 채 마르지도 않았다. 덩어리진 머리카락에선 노숙자 특유의 악취가 살짝 풍겼다.
때문에 깐깐한 성품의 노부인은 오랜만에 본 조카를 보고도 좋아하기는커녕, 오히려「이게 웬 날벼락이야」이라며 질겁하곤 자리에서 움직이려 하질 않았다. 코를 쥐고 멀리 도망가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반갑게「어서 오렴~」인사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포옹을 시도하고픈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게 가능하려면 박애주의 정신으로 전신 갑옷을 두른 테레사 수녀여야 할 것이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소매춤에서 더러운 오물이 흘러내렸다. 갈색이었고, 끈끈해 보였다.
예순이 넘은 나이로 허리를 굽혀 바닥 청소를 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베버리는 이 앓는 소리를 냈다.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고모 집에 쳐들어왔다는 건 알고는 있니. 환장하겠네. 체스터!』
소매춤을 걷어올리는 시늉은「이리 와서 한 대 맞자」라는 의미다.
『네 아빠에게 당장 전화해야겠다. 그 꼬락서니는 또 뭐니! 도박장에서 날밤 지새웠니?!』
베버리는 길길이 뛰었다. 그리고 전화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다 도중에 슬그머니 생각을 바꿨다.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어「우리집에서 당장 네 못난 자식놈을 끌고 가거라!」고 호통을 치기 전에 차라리 경찰을 부르는게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것도 나쁜 쪽이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만하면 거리가 제법 가까웠음에도 조카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는 공기 자체가... 뭐랄까, 악독했다. 베버리는 정체불명의 위협을 느꼈다. 십 수년 전에 노상 강도를 만났을 적의 끔찍스런 기억이 고스란히 재생되었다.
『얘야?』

조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맙소사. 베버리는 얼어붙었다.
검은자위는 어디로 도망가고 온통 흰자만 보인다.
뿐만 아니라 오른손으로 번득이는 칼을 들고 있다.

『샘! 이걸 들고 당장 밖으로 나갓!』
럭비공 다루듯 스테이플러의 성경책을 동생에게 집어던진 딘이 뒷문을 향해 손가락질 했다.
『뒤돌아보지 말고 달렷!』
동생에게 그리 명령한 뒤, 소파에서 벌떡 일어선 딘은 스프링처럼 튕겨나가 베버리의 몸을 옆으로 밀쳤다. 간발의 차이로 은색으로 번쩍이는 흉기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웅큼 베어냈다.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며 할머니가 나뒹굴었다. 그래도 도로 일으켜 세울 짬은 없었다.
『아이고, 내 다리가!!』
『움직이지 마요! 그대로 누워 계세요!』
이거 안 좋다. 저치의 칼을 쥔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다. 제대로 훈련을 받은 자세이다. 어설픈 동네 깡패로 취급하고 섣불리 덤볐다간 단박에 동맥이 잘린다.

서둘러 겉옷을 벗어들고 체스터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적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음을 확인하고 도움닫기 했다. 팔꿈치를 휘둘러 상대의 턱을 후려갈겼다. 짜르르 하고 둔탁한 감각이 팔뚝을 타고 올라왔다. 정통으로 먹였다.
『...!』
그래도 체스터는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은 채 딘의 겨드랑이로 손을 찔러 넣었다. 큰일이다 싶어 서둘러 몸을 빼려 했지만 이미 어깨를 꺽는 기술이 들어간 뒤였다. 그렇다면 억지로 뿌리치며 몸을 비트는 것보단 흐름에 맞추어 힘을 빼는 편이 낫다. 잡아 당기면 끌려가고, 오른쪽으로 눕히려 들면 오른쪽으로 눕는다. 그래야 데미지가 적다.
순순히 끌려오는 딘의 움직임에 기술을 간파당했음을 깨달은 체스터는 도중에 자세를 바꿔 주먹으로 딘의 목울대를 정통으로 때리려 했다. 상대를 제압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다. 오로지 죽이기 위한 동작이었다. 일격에 급소를 치려고 하다니, 자칫하다간 목숨이 달아나게 생겼음을 깨달은 딘은 허겁지겁 왼팔을 들어 방어했다. 가드를 올리는 것과 동시에 따악 하고 뼈 부러지는 통증이 엄습했다.

《돌려다오, 병사. 그것은 나의 것이다...》
코앞에서 죽은 사람의 호흡이 확 하고 와닿았다.
그게 견딜 수 없게 싫은지라 딘은 마구 몸서리쳤다.
『이놈이!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찾으러 다녔을 적엔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만!』
《오쿠림바의 주문을... 나에게 명예를 돌려다오.》
『시끄럿! 명예를 아는 자가 다짜고짜 사람을 죽이려 들어?! 그건 파울 플레이야!』
《포로로 잡혀선 안 된다. 군인은 전장에서 명예롭게 죽어야 한다.》
『미쳤어?! 너나 죽어. 새미를 두고 내가 죽을 것 같냐! 그리고 이거 하나 분명히 하자. 우린 병사가 아니라 민간인이다, 임마!』

죽어라 체스터의 손목을 움켜쥐고 젖 먹던 힘을 다해 비틀었다.
『정신 차려, 체스터 스테이플러! 언제까지 유령이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둘 거야!』
정신 확 들게 박치기라도 해줘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으르렁대며 체스터의 얼굴을 손등으로 때렸다.
『네 몸에서 확 내쫒아버려! 사내 자식이 언제까지 질질 끌려다닐 거냐!』
《돌려줘. 오쿠림바의 그것을 다시금 내게로...》
『진짜 징글징글하네!』
《덤벼라, 병사!》

목젖으로 따끔함이 느껴졌다.
따갑다고 생각한 것과 동시에 따뜻한 것이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런다고 겁 먹을 줄 아냐! 화가 치밀어 체중을 실어 체스터를 힘껏 밀어냈다. 그 충격으로 발을 헛디딘 체스터가 껑충 걸음으로 벽쪽으로 물러섰다.

『딘!!』
『얼씨구. 저 바보는 왜 아직도 안 달아나고 있는 거래? 하여간 사람 말을 죽어도 안 들어요!』
동생 목소리에 잠깐 주의를 흐트려뜨렸더니만 곧바로 반격당했다. 눈앞으로 천장이 한 바퀴 빙그르 돌면서 쾅 하고 어깨가 바닥에 닿았다. 죽이는 돌려 메치기다. 눈물이 쏙 우러나면서 노란 별똥별이 피츄피츄 소리를 냈다.
『으윽, 이거 진짜 아프네.』
하지만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쳇! 이 정도로 이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지.』
넘어진 자세 그대로에서 체스터의 종아리를 구둣발로 세게 걷어찼다. 예기치 못한 공격에 체스터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이때다 하고 다시 그의 다리를 걸어 아예 넘어뜨렸다. 커피 테이블 위에 깔아둔 유리판이 깨지면서 볼펜이니 잡지니 하는 것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저주의 욕설을 중얼거리며 욱씬거리는 몸을 추슬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술이 찢어졌는지 짭짤한 맛이 느껴졌다. 바닥에 피가 섞인 타액을 뱉고 엄지손가락으로 코를 튕겼다. 아뵤오~
『옆을 봐!』
동생이 소리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주먹이 날아들었다.
『훈수따윈 집어치워, 새미! 안 봐도 이 형은 알고 있다고!』
무릎을 굽혀 가볍게 피하고 체스터의 옆구리로 크게 한 방 찔러 넣었다.
『끄읍!』
헐떡임이 커지면서 체스터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폐가 오그라들었으니 당분간은 호흡 곤란.
『마무리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리를 90도로 올려 정확히 그의 복부를 가격했다.
꾸룩 소리를 내고 체스터가 무릎을 꿇었다.
『됐다! 지금이야! 달아나자!』

자세한 설명은 생략이다. 샘과 딘은 뒷마당을 향해 눈썹아 휘날려라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스테이플러의 성경책은 가지고 있는 거지? 새미!』
『갖고 있어!』
『임팔라의 키를 줄테니 먼저 가서 시동 걸고 있어!』
『맙소사, 딘. 이 마당에 먼저고 나중이 어딨어?!』
샘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러대며 뒤편을 곁눈질했다.
『벌써 쫓아오고 있단 말이야!』

유령에게 빙의가 된 상태에선 스스로의 의식은 없다. 따라서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고통을 느끼거나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자면 무적의 용사나 마찬가지다. 쓰러진게 언제였다고 곧바로 회복하여 육상 선수 칼 루이스처럼 달려오고 있다. 단, 여전히 눈동자는 뒤로 돌아간 상태이다. 진짜 무섭다.
『돌아보지 말고 뛰어!』
숨을 헐떡거리면서 딘이 샘의 등을 떠밀었다.
체스터와 거리는 겨우 20미터 가량 벌어져 있을 뿐이다.
『샘! 이 곰팅아! 더 빨리 뛰어!』
딘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이미 최고 속도로 뛰고 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샘은 살인 기계 터미네이터에게 쫓김을 당하는 미래의 지도자 동지 존 코너의 기분이 어떠했을 거라는 걸 체득했다.
어떻냐고? 간단하다. 다음의 딱 한 마디로 요약된다.
죽을 맛이다.


※ 엉터리 글쟁이 생활을 하면서 역사상 최고의 오로라 타자치기 속도를 기록했습니다.
후우, 1월 24일 딘 윈체스터의 생일을 축하합... 그런데 왜 글이 이 꼬라지야!
다음 편은 예정대로 주말에 작성하겠습니다. ※

Posted by 미야

2007/01/24 21:01 2007/01/2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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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24 22:04 # M/D Reply Permalink

    헉. 9편 감상을 올리려 했는데 어느새 10편이 올라와 있더군요. 감상은 한번에 몰아서 쓰지 뭐- 라고 생각하며 단숨에 읽었습니다 ㅋㅋ 역시 슈퍼내츄럴의 묘미 중 하나는 형제들의 고생담(;;)일까요. 쫓기면서 열나게 뛰고있는 형제들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는군요. 으하하하- 저도 딘의 생일을 축하하며 오늘 하루는 밤 새며 슈퍼내츄럴을 다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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