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이 저장각박증에 잘 걸린다. 왜 그럴까.

저장강박증처럼 극단적인 케이스 말고 평범하게 접근하자면,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할 적에 하나가 아닌 1+1 상품 구입을 하게 된다.
단가가 쌀 거라는 착시효과가 있고, 배송료가 저렴할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세트 물건을 사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칫솔은 12개 세트, 비누는 10개 세트. 휴지는 36개 세트.

생필품인 관계로 언젠가는 쓴다. 그런데 지금 내 방에는 세숫비누가 8개가 굴러다닌다. 폼클렌징은 별개다. 사용하지 않는 바디워시는 결국 버렸다. (피부가 약한 편이라 바디워시를 사용하면 가렵다) 옷장 안에 방향제 용도로 구석구석 숨겨둔 비누는 발굴이 시급하다. 빨랫비누도 박스로 구입해서 쓰기 때문에 재고가 제법 된다.
결국 필요 이상으로 구입하여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다.

다이소용 수첩도 몇 개가 나왔다. 이것 또한 2개 세트였다. 개당 천 원이라 필요하다고 사놓고 비닐 포장지도 안 벗겼다.
골치 아픈 건 서랍에 쑤셔박은 믹스커피, 홍차, 티백이다. 유통기한이 2018년까지다. 버려. 지지야, 지지.
옷장을 열어보니 사이즈가 맞지 않는 코트, 올이 풀린 니트, 구멍 난 양말까지 난리다.
언젠가는 입을 수 있겠지 하고 봉투에 넣어둔 브래지어가 보따리로 나왔다.
스포츠 브라는 포장 그대로다. 이젠 머리가 아파온다.
폐경을 했기에 생리대도 정리해야 한다. 제법 비싼 가격을 주고 산 면 생리대가 10개.

물건을 버리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반대다. 아깝다. 본전 생각 난다. 짜증이 난다.
버렸다가 다시 필요해지면 어쩌지 싶은 마음에 불안해지기도 한다.
미니멀리즘 뭐야. 꺼져. 사람이 어떻게 밥그릇 하나만 놓고 사냐.
동시에 침울해진다.

그런데 물건에 대한 지배력 = 체력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어 어떻게든 갯수를 줄이긴 해야 한다.

제일 큰 문제는 2천권이 넘는 소설책들이다... 아놔, 저 라면박스 개봉하기도 무서워 죽겠어. 어쩌지.

Posted by 미야

2023/04/03 15:15 2023/04/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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