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술회전과 백귀야행의 설정을 대충 가져와서 붙인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


수업이 시작된 지가 얼마인데 이게 무슨 짓이냐며 한문과목 선생님이 불호령을 쳤다.
빗자루를 끼워 넣어 열리지 않게 된 문을 힘을 주어 흔들면서 (한바탕 발로 차고 싶은 눈치였으나 폭력교사라는 오명이 두려웠는지 그러지는 않았다) 열어, 열어, 외쳤다.
연락을 받고 다른 반 수업에 들어갔던 1학년 2반 담임이 풍선처럼 부푼 배를 출렁이며 부리나케 달려왔다. 과체중인데다 평소 운동부족이었던 만큼 달리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그래도 요시다 에이스케는 최선을 다해 한문 교사의 부름에 응했다. 교무부장인데다 학교 이사장과 인맥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자의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건 제가 묻고 싶은데요, 요시다 선생. 도대체 1학년 2반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이제 교실 문을 두드리며 열어, 열어, 외치는 사람은 두 명으로 늘었다.

반 아이들에게 애원의 눈빛을 받고 있는 반장 하시모토 리코는 겉으로는 매우 침착해 보였다.
겉으로 봐서 그렇다는 얘기고 실은 진작부터 머리가 꼬여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오늘은 무슨 요일이었더라, 오늘 저녁 반찬은 뭘 만들까. 최근 아이스하키 선수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2004년 1월부터 시작해서 이미 종영했는데 어머니 몰래 재방송을 챙겨보는 중이다. 기무라 타쿠야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하지만 아이스하키 골키퍼 포지션 역을 맡은 사카구치 켄지가 아무래도 취향인지라 기무라 타쿠야가 동생처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적에 흐믓한 엄마 미소를 지으면서 – 이게 아니다.

학교 설립 시절부터 카제야마 중학교에서는 자질구레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었다. 계단에서 구르거나, 창문에서 추락하거나, 거울이 깨져 파편에 다치거나, 승용차가 역주행하여 교문을 들이받는 식으로 말이다.
터가 안 좋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은 오래전 일가족 살인사건이 있었던 곳에 왜 학교를 짓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며 수군거렸다.
그래도 심각할 정도의 중상을 입는 경우는 없었기에 처음에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편이었다.
애들은 늘 다치기 마련이다, 부주의하게 굴어서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 거다, 그 어느 누구도 끓는 솥에 들어간 개구리처럼 삶아지고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손목이 절단된 학생이 나왔을 적에야 대단히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80년대 초반의 일이었다.

남들 알아차릴까 쉬쉬해가며 학교 윗선에서 용하다는 점술사를 불러 곳곳에 부적을 붙이게 했다.
화장실에서 남학생이 목을 매어 자살했다. 유서에는 뱀이 싫다고 적혀 있었다. 1985년.
곱절의 부적을 구입하여 다시 붙였다.
여학생이 옥상에 추락했다. 검은 옷을 입은 누군가가 등을 떠밀었다고 목격자가 증언했다. 1986년.
부적을 전부 떼어내고 건물을 현대화 한다는 이유로 밝게 페인트칠을 하여 손봤다.
장난을 치다 볼펜이 눈에 박혀 실명하는 사고 발생. 1987년.
교직원들이 이나리 신사를 찾아가 무사안전을 기원하였다.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하여 미술실이 검게 불탔다. 1988년.
같은 해 수학여행 중 교통사고로 2학년 4반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멀미를 일으킨 학생이 속이 불편하다며 호소하다 입으로 뱀을 토해 운전자가 놀라 벌어진 교통사고였다. 사람이 뱀을 토할 리가 만무한 관계로 일종의 괴담으로 치부되었다.
영험하다고 알려진 무당을 불렀다. 무당은 자신의 영력으로 귀신을 쫓았다고 주장하고 소정의 사례금을 받아갔다.
1989년에는 학교에서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영력이 강한 사람을 불러 효과를 봤다고 칭찬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정작 그 영험하다는 무당은 그해 7월에 죽었다. 사고사였다. 술에 취한 상태로 전구를 교체하겠다며 의자에 올라갔다가 발을 헛디뎌 떨어졌는데 테이블 모서리에 머리를 박아 그 충격으로 목뼈가 부러졌다.
이상한 점은 무당의 목에 띠 모양의 붉은 자국이 남았다는 거였다. 그래서 전구를 교체하러 의자에 올라갔을 적에 누군가 올가미 같은 도구로 목을 위로 잡아당겨 균형을 잃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천장에는 아무런 도구의 흔적이 없었고, 주변에선 끈이나 밧줄 같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피해자를 의자에서 떨어뜨리려면 굳이 올가미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팔로 밀기만 해도 충분했다.
추리소설에서 나올 법한 일은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는다고 여긴 경찰은 불운한 사고였던 걸로 마무리했다.

학생들이 콧쿠리님을 모시게 된 건 대략 그 즈음의 일로, 전통 하오리 차림새의 한 나이 지긋한 남자가 3학년 학생회장에게 액(厄)을 피하라며 가르쳐준 방법이라고 했다.
그때에는 콧쿠리님이라고 부르지 않았고, 에둘러 손님이라고 불렀다.

➀ 한 학년에 한 명씩 손님을 정한다.
① 손님이 반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면 결코 대답하지 말 것.
② 대화 금지.
③ 손님이 주는 물건을 한 손으로 받지 말 것. 공손히 두 손으로 받되 집에 가져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④ 손님의 몸을 상하게 하지 말 것. 때리거나, 밀치거나, 꼬집어서는 결코 안 된다.
➄ 손님이 주번활동이나 체육대회 같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지 말 것.
➅ 9월 14일에 손님은 집으로 돌아간다. 이후부터 연말까지 손님 모시기를 하지 않도록 한다.

부적을 붙이는 것보다 효과가 좋아서 1991년부터 몇 년간 기억에 남을 법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1997년, 손님으로 모셔지던 학생이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전학을 갔고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낀 학생들의 반발로 손님 모시기를 중단했다.

1999년, 태풍 바람에 건물 외벽이 뜯겨져 나갔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통행인이 쏟아지는 파편에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자연재해로 벌어진 안타까운 사고라고 여길 법도 하겠지만 사고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학교 수위가 주변을 덮은 검은 뱀 무리를 증언하면서 오컬트적 현상이 아니었겠느냐 소문이 돌았다.
뱀을 목격했다는 수위는 해고되었다.

콧쿠리님 모시기가 학생들 사이로 재차 등장한 건 조금 더 뒤의 일이다.
왜 하필 손님을 콧쿠리님으로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코쿠리(※こくり 끄덕끄덕)로 부른 걸 다음 학년이 콧쿠리로 오해했다는 말도 있다. 
이때 날짜의 의미를 아무도 몰랐기에 9월 14일에 손님이 돌아간다는 부분이 빠지게 되었다.
놀랍게도 모시기 행위에 동조하는 교사가 나오면서 콧쿠리님에게 과제도 내어주지 않는 경우까지 생겼다.
소문에 불과했지만 공부도 하지 말라면서 시험 문제를 몰래 보여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진짜였다면 화가 날 일이다. 그래도 역대 콧쿠리님들이 죄다 공부를 못했으니 그렇게 신빙성 높은 이야기는 아니다. 현 2학년의 콧쿠리님도 성적은 바닥권이다.

「앙화가 내릴 거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하시모토는 앙화가 뭔지도 몰랐다. 그런 단어는 처음 접했다.
「콧쿠리님을 모셔. 너희도 다치거나 죽는 건 싫잖아?」
처음 그 말을 했던 사람은, 아마도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그게 누구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비밀... 손가락을 세워 입에 대고 들릴 듯 말 듯 소곤거렸다.
「입학식 날 나타나지 않았던 학생이 콧쿠리님이다.」
1학년들끼리 정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스가와라 미즈키를 콧쿠리님으로 지목했다.

그 사람.
누구였지? 정말로 선생님? 모른다, 그런 사람. 남자. 꽃망울이 올라온 벚나무 아래에서... 머리가 아팠다.
귀신에게 홀렸던 거였나. 목소리와 체격이 기억났다. 그런데 얼굴은 온통 백지다. 눈도 없고 코와 입이 없었다. 달걀이었다.
장례식에 다녀오기라도 한 것처럼 옷을 차려 입었다. 분위기 탓에 절간의 향 냄새가 날 거라 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그 남자에게선 고급스런 화장수 냄새가 흐릿하게 났다. 백단목이라고 하는 것의 향기였다.

「1학년에게 암시 걸지 마세요, 삼촌.」
옆에서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 건 2학년의 콧쿠리님이다.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어, 진짜. 집에나 가라고. 빨리 가라고. 리쓰 할아버지가 집에서 기다리잖아.」
「밀지 마. 그리고 나는 네 삼촌이 아니야, 하나에.」
「입에 찰딱 붙어서 그런 걸 어쩌라고. 빨리 가, 망할 할저씨야.」
「할저씨?」
「할아버지와 아저씨의 합성어야. 호적 나이는 60대고 몸은 40대니 딱 맞는 표현이네.」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언제부터인가 친구인 이시즈미 루미가 하시모토 리코와 손깍지를 끼고 있었다.
리코는 기를 써가며 울음을 참고 있었다.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유치원 시절부터 가까이에서 보아왔다. 친구의 눈은 수도꼭지가 열리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시모토 리코는 깍지 낀 손에 힘을 주고 이를 악물었다.
침착하자. 이 상황은 정리될 수 있다. 혼란된 세상에 고요를 가져다주는 것은 질서다.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게 좋겠어. 피 묻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상의만이라도 바꿔 입자. 남학생들은 전원 고개 돌려.』
『밖에서 선생님들이 난리야, 반장!』
『침착해. 문은 아직 열지 말고 일단 담임에게 전화를 해서 여기에 다친 학생이 있으니 병원 응급차부터 보내달라고 해. 문을 걸어 잠군 까닭은 때린 사람이 선생님어서 그렇다고 하고. 얼굴을 맞았다고 써.』
『반장. 나, 종례시간 끝나면 학원에 가야 하는데. 늦으면 엄마에게 혼 나.』
『와타나베. 이 마당에 진짜 이러기냐?!』
짐짓 손목에 찬 카시오 전자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오후 3시 12분.

Posted by 미야

2021/03/23 10:30 2021/03/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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