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술회전과 백귀야행의 설정을 대충 가져와서 붙인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
거짓말이다.
게토 스구루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살면서 거짓말쟁이를 하도 많이 봐서 속지 않게 되었다는 건 역시 좀 슬프군.」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맥박, 호흡,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말이 많아진다.
머리나 코를 쓸데없이 만진다. 손짓 발짓이 커진다.
이이지마 하나에는 열이 나는 몸과 짜증이란 감정으로 이를 교묘하게 커버했지만 그래봤자 사과껍질보다 못한 거짓말의 두께였다.
멋대로 들쑤셔봤자 나오는 거 하나 없을 거다. (X)
들쑤시면 내가 곤란해진다. (O)
글쎄다. 그는 뱀 신 마을 관련으로 공식적으로 의뢰를 받은 내용이 없다. 이대로 도쿄로 돌아가 버려도 불이익은 없다. 주술고전 1학년 담임인 야가 마사미치는 고죠 사토루가 대형 사고를 치지 않도록 옆에서 잘 지켜보라고만 했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 요구는 하지 않았다. 따라서 고죠가 건물을 폭삭 주저앉게 만들거나 대형 산불을 내지 않는 이상 딱히 액션을 취할 예정은 없었다.
팔짱을 낀 게토 스구루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서 눈을 감았다.
봉사를 하는 셈치고 오지랖을 부려봤자 결말이 좋은 것도 아니다. 입맛이 쓸 바에야 처음부터 외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학생 토지신? 토지신 없는 동네로 이사를 와 한 자리 단단히 차지하려는가 보지. 단디하게 자신의 신체를 봉인술식으로 억누르는 걸 보아 그럴 배짱도 있어 보이지 않지만 - 신경 쓸 거 없다.
고죠 사토루는 촐랑거리는 겉모습과 다르게 부러 긁어 부스럼을 내고, 종국엔 종기를 짜버려 뿌리까지 뽑아버리는, 그야말로 지나칠 정도로 끝맺음을 내는 타입이지만 게토 스구루는 적당히 요령을 부리는 편이다.
본인은 그걸 중산층 스타일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여 서민출신 주술사는 제출할 보고서에 이이지마 하나에의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쓰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나저나 주인공 인디애나 존스가 황금으로 만든 신상을 비슷한 무게의 모래주머니와 바꿔치기 하던 게 1편이던가, 2편이던가.」
딴생각에 빠졌다.
1편은 언약궤에 대한 이야기였다. 불길에 온몸이 녹아내리던 악당의 절규가 인상적이었다.
그럼 문제의 장면은 2편에서 나왔던가? 비디오 대여점에서 시리즈를 한꺼번에 빌려봐서 내용이 헷갈렸다.
그도 그렇고 구중궁궐 안에서 꽤 엄격하게 자랐을 것 같은 도련님이 할리우드 오락영화를 꿰고 있었다는 점이 의외다. 이이지마 하나에가 언급한, 유물과 모래주머니 바꿔치기 하는 장면이 뭔지 정확히 아는 눈치다.
물론 고죠 사토루는 채찍을 휘두르던 주인공 해리슨 포드가 멋있었다면서 아버지 허리띠를 가져와 흉내를 내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성용 가쿠오비를 채찍처럼 휘두를 수 없다는 건 둘째 치고, 고죠가의 후계자가 미국 배우의 연기를 따라하는 모습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감고 있던 눈을 오른쪽만 슬그머니 떠서 고죠를 쳐다봤다.
『왜 그래, 스구루?』
아니다. 배트맨과 로빈 흉내도 충분히 냈을 것 같다. 게토 스구루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까마귀가 날아오르자 배가 떨어진다더니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언덕 아래 중학교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은 누가 뭐랄 것 없이 동시에 흠칫했다. 아이들끼리 장난을 치며 시시덕거리는 느낌이 아니라 패닉에 빠진 비명이었다.
놀란 이이지마 하나에가 속눈꺼풀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검은 깃털을 닮은 저주가 4층 창문 밖으로 후루룩 날아오르는 중이다. 먼지구덩이 속을 한참동안 굴러다니던 이불을 먼지떨이로 팡팡 두들기고 있는 모양새로 사방으로 휘날렸다.
『저기요, 주술사 분들. 사거리에 머리뼈라도 묻었어?』
『전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충분히 오해받을 만하다. 흉물로 변한 병원 건물이나 일가족이 몰살당한 살인현장에서나 저런 식으로 저주가 휘몰아치는 법이다. 인위적인 부스터, 그러니까 주술적인 도구 없이 저주의 농도가 저 정도로 짙어지긴 어렵다.
악화되는 속도도 비정상적이다. 가늘게 내리던 비가 삽시간에 열대 스콜로 바뀐 식이다. 나풀거리며 날아오르던 저주가 크게 소용돌이치더니 어느새 옥상에서 1층까지 건물 전체를 덕지덕지 덮어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마른벼락까지 치면 원령신 스가와라노 도신(※스가와라 미치자네)의 강림이 될 판이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이지마 하나에는 부리나케 참배 길을 뛰어 내려갔다.
수풀에 감춰져 있던 수십 개의 돌탑에서 검은 기운이 보글보글 끓어올랐다. 처음 보는 광경이기도 하거니와 뜨겁게 가열한 양잿물처럼 부풀었다가 딱 소리를 내며 터지는 모습이 영 심상치가 않았다.
덕분에 참배길이 온통 검게 빛났다.
열이 오른 몸으로 용케 구르지 않아 다행이라 여기며 체육관 뒷길과 연결된 철문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윽 신음하며 얼른 손을 거둬들였다. 불에 달아오른 걸 만진 것도 아닌데 덴 자국이 생겼다.
안전을 도모하라고 본능이 시끄럽게 경종을 울려댔다. 이대로 돌진하는 건 마치 대형 화재현장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니 잘 생각해 보라고 마음의 목소리가 주장했다.
「너는 명줄이 짧을 거란다, 하나에.」
먼 사촌 할아버지 이이지마 리쓰의 목소리도 같이 들렸다. 낙담해하고 슬퍼하며 그는 말했다.
학년이 낮을수록 교실은 높은 층에 자리한다.
계단을 한 번에 두 개씩 밟아 4층까지 진격하고는 때려 부순다는 감각으로 1학년 2반의 교실 문을 열었다.
주먹을 입에 넣어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걸 막고 있던 1학년이 덕분에 놀라 딸꾹질을 터뜨렸다.
어... 그러니까 이름이 전 일본 총리였던 아이다.
『무슨 일이냐, 나카소네!』
반대편에서 왜소한 체격의 남학생이 슬그머니 팔을 들었다. 딸꾹질을 터뜨린 쪽이 아니라 본인이 나카소네라는 뜻이었다.
스가와라 미즈키의 얼굴이 피범벅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출혈량이 상당해보여 유혈사태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단체로 겁을 집어먹을 법도 했다.
급한 마음에 손수건으로 콧구멍을 틀어막았어도 번져나가는 붉은 색의 속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피에 익숙하지 않은 남학생들은 얼굴색이 새파랗게 변해 구역질을 참는 중이었다. 매월 주기적으로 하혈을 하는 여학생들은 그나마 쇠 비린내가 익숙했으나 코피가 터진 대상이 다른 사람이 아닌 콧쿠리님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은 건 마찬가지였다.
이이지마 하나에를 알아본 미즈키가 자신의 몸 상태가 괜찮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덕분에 더 무서워졌다. 대량의 피가 기도를 타고 넘어갔다가 입안으로 역류했었던 것 같다. 치아가 시뻘겋게 얼룩이 져 사람을 날고기로 먹는다던 구울을 연상시켰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다나베 선생님이! 미술실에서 콧쿠리님을 습격했어요!』
반장 하시모토 리코가 앞문을 걸어 잠그면서 다급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대걸레로 무장한 남학생 두 명이 문가에 바짝 붙어 망을 봤다. 둘 중 하나가 요령껏 문틈에 빗자루를 끼워 밖에서 문을 열 수 없도록 만들었다.
『다나베 선생님이 아니야. 그건 앙화야. 미술 선생님은 오늘 출근하지 않으셨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다나베 선생님은 항상 교무실 의자에 트레이드 재킷을 벗어 걸어두잖아. 오늘은 그게 보이지 않았어.』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던 아이들이 그 말을 듣고 숨을 삼켰다.
이때 전 일본 총리와 같은 이름을 가졌다던 학생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재킷을 안 입고 출근하셨을 수도 있잖아. 오늘은 바람막이 점퍼를 입으신 건지도.』
그런 거라고 믿고 싶다 – 사람 아닌 것이 교사의 모습으로 꾸민 채 교내를 돌아다니고 있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어야 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1학년의 콧쿠리님을 먹으려 했잖아.
나카소네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입을 벌리고,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어 고정하고, 빨아마시듯 숨을 후읍 - 그게 인간이야?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