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술회전과 백귀야행의 설정을 대충 가져와서 붙인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


체술을 사용해 학교 2층 유리창에 발 하나를 걸쳤을 적에 게토 스구루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이러다 나까지 패널티를 받게 생겼잖아.」
올라가다 말고 화단 아래로 다시 뚝 떨어져 부랴부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형식과 절차를 중요시하는 윗분 어르신들은「선 지랄, 후 보고」방식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핸드폰 버튼 위로 게토 스구루의 손가락이 빠르게 종횡무진 움직였다.

《센다이 오사다미야반초 소재 카제야마 중학교 저주 발생. 현 4급 추정, 특급으로 전환 가능성 높음. 교사와 학생 목격자 다수. 인명피해 가능성을 고려하여 긴급 개입 전개. 서포터 요청.》
이 문자를 보고 다들 어이없어하지 않으려나... 오만상을 쓴 채 혀를 찼다.
4급에서 특급까지 에스컬레이터가 가능하다는 말은 내일 낮 최고기온이 18도에서 182도까지 올라가갈 거라고 예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외계행성 날씨다. 보조감독들은 거기는 지구가 아닌 거냐며 헛웃음을 터뜨릴 거다.

나중을 생각하지 않는 고죠 사토루는 이번에도 앞뒤 가리지 않고 보았다.
일직선으로 진격, 주력을 잔뜩 그러쥔 채 바닥에 점점이 떨어진 핏방울을 일종의 활주로 조명등으로 삼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출혈은 정맥피야. 튄 모양으로 보아 높은 위치에서 떨어졌고. 머리를 다쳤거나 코피를 흘렸군.」
미술실 입구 앞에서 허리를 구부정히 하고 서있던 사내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고죠 사토루의 기척을 알아차리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남자의 눈은 흰자위가 없이 전부 검었다.
남자가 헤에, 하고 입술을 바짝 끌어당겨 미소를 지었다.
웃는 것과 동시에 노림을 지나쳐 옆으로 빠르게 움직여 공격을 피했다.
「얼굴이 멀쩡해. 피는 저 놈이 흘린 건 아니네.」
가볍게 바닥으로 착지한 고죠는 물 흐르는 동작으로 손칼을 만들어 남자의 복부 오른쪽의 윗부분, 횡격막 아랫부분을 향해 깊숙이 찔러 넣었다. 중요한 인체장기 중 하나인 간이 자리한 곳으로 여기로 카운터가 들어가면 누구든지 충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된다.

『망할 자식아! 빙의자잖아! 주저사도 아니고! 주령은 더더욱 아니라고!』
계단 말고 벽을 타고 교실 2층까지 올라온 게토 스구루는 일반인을 줘패는 광경을 목격하고 악을 써댔다.
기운으로 봤을 적에 상대는 일반인이다. 뭔가에 씌인 건 확실하나 어쨌거나 일반인이었다.
교사일까? 그럴 것 같았다. 남자는 구두가 아니고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가 아닌 외부인이었다면 그것과 다른 종류의 신발을 신었을 거다.

혀로 아랫입술을 핥은 고죠 사토루가 투덜거렸다.
『잘 알고 있으니까 상냥하게 대하고 있는 거잖아, 스구루.』
주저사였으면 단숨에 팔과 다리를 꽈배기처럼 비틀어 몸뚱이에서 뜯어냈다. 진짜 신경 써서 살살 해줬다.
『어디가 상냥하다는 거야! 고죠! 그 정도면 대형트럭에 치이는 것과 마찬가지란 말이다!』
『그게 아니라 지나치게 봐준 것 같은데? 그다지 타격이 안 들어갔어.』
『그건 네 기준에서지!』
남자의 복부가 안으로 움푹 들어갔다. 지방으로 가득 찬 똥배를 감추기 위해 힘껏 숨을 들이마셨을 리 없으니 방금 전 외력을 받아 물리적인 변형이 일어났다는 얘기다. 갈비뼈로 보호받지 못하는 위치를 골라 아주 제대로 쳤다. 내부 장기가 제 위치에서 이탈해서 복막 안에서 엉망으로 꼬였을 터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여파는 있었다.
남자가 입을 벌리고 길이가 1미터가 넘지 않는 뱀 한 마리를 주룩 토했다.
눈이 퇴화하고 없는 뱀이었다. 아니, 뱀처럼 보이는 다른 무언가였다. 복도 바닥에 닿은 그것은 검게 부스러지더니 기분 나쁜 얼룩을 남기고 거품으로 녹아버렸다.
그런데 몸속에 들어가 있던 건 그 뱀 한 마리만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임신 8주차에 곱창 냄새를 맡았다며 요란하게 구역질을 시작했다. 그러더니 헐떡이며 눈먼 뱀 한 마리를 다시 꿀렁꿀렁 뱉어냈다.

뱃속에 들어있던 걸 게워냈어도 정신이 바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주술사인가.》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며 남자가 말했다. 남자라고 하기엔 목소리가 묘하게 높은 느낌이었다.
《성가신 것들... 이번에도 소원을 비려는 게냐?》

고죠 사토루는 일행인 게토 스구루를 돌아보며「쟤가 방금 지금 이상한 말을 했어」표정을 지었다.
소원이라니?
고개를 옆으로 기우뚱하고 질문했다.
『소원을 왜 빌어? 세계평화, 기아구제, 썩은 귤 박멸, 이런 걸 빌면 들어줄 수는 있고?』
《이번에는 그걸 소원으로 비려는 게냐?》
『아니, 들어줄 수는 있는 거냐고. 의심부터 해서 미안한데... 저기, 능력 있으시냐고요.』
목소리가 대답했다.
《합당하고 걸 맞는 대가가 주어진다면.》
『어머나. 설마, 돈을 받는 거야? 그래서 어떤 소원까지 가능한데? 듣자하니 저번에도 주술사가 소원을 빈 눈치인데 그건 제대로 들어줬어?』
남자의 검은자위가 물에 탄 잉크처럼 빙글빙글 녹으며 회전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보고 싶다고 소원했지. 빈사의 몸으로 구르는 주제에 애처로웠다. 그래서 보고 싶어하던 여자의 머리를 잘라 가져다가 안겨주었다. 아내의 머리를 넘겨주며 네 소원은 이제 이루어졌노라 말해주었더니 절망하다 그 즉시 심장이 멎더군. 대가를 가져가기도 전에 죽어버려서 난감했다.》
『호오.』

도발이다.
...... 그런데 진짜 도발일까?
부러 화를 돋우기 위해 꾸며서 말한 눈치가 아니다.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의 덩어리로부터 기인한 주령이라면 과장하여 떠보 듯 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것은 기만이라기 보다 날 것에 가까웠다.
대화가 가능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대화가 되지 않는다.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부인을 보고 싶어 하던 남자에게 잘린 여자의 머리를 가져다주고 얼굴을 보아라, 라고 한다. 문제는 저게 진심이라는 거다. 애처로워 그 바람을 들어주었다고 말한다.
『성격 나쁘네.』
하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게 성격이 좋지 않다.
손뼉을 짝 치면서 양손주먹을 쥐었다. 결(結).
전신이 밧줄에 세게 조이는 모양새가 되어 짜부라졌다. 중력가속장치에 억압된 전투기 비행사가 느끼는 압력으로 몸을 압박한다. 압박을 견디지 못하면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이때 부러진 뼈의 단면이 폐를 찌르는 일이 없도록 정당히 눌러주는 게 포인트다.
고죠 사토루는 성격이 나빠 일부러 갈비뼈를 부러뜨리곤 한다. 중력의 세 배 정도로 다리미질을 하면 아주 깔끔하게 부러진다.

『너희들 뭐야! 지금 뭐하고 있어! 어디서 굴러온 불량배가... 아앗, 다나베 선생!!』
츄리닝을 입은 것으로 보아 체육교사로 추청 되는 이와 야구부 유니폼을 입은 학생이 야구배트로 무장하고 달려오다가 쓰러진 남자와 고죠 일행을 보고 기함했다.
「망했네. 이걸로 페널티 확정이다.」
게토 스구루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경찰 불러!』
저도 부르고 싶습니다, 경찰.
한숨을 푹 내쉬며 엄지손가락으로 체육교사와 야구부 유니폼의 이마 한 가운데를 지긋이 눌러줬다. 침(寢).
야구배트가 속절없이 굴러가고 두 사람이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학생들과 교사들 전부를 하나하나 기절시킬 수는 없다고.』
『불이야, 소리 질러. 스구루. 건물 밖으로 내보내려면 그게 최고다.』
결로 몸이 묶인 사내를 발로 툭툭 차며 고죠 사토루가 말했다.
성가시다. 빙의를 제대로 풀려면 이쪽으로 별개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주술사가 필요하다.
여드름이나 치약처럼 짜서 나오면 참 좋으련만.

『꺄아악!』
윗층에서 누군가 비명을 질러댔다.
천장을 지긋이 쳐다보면 고죠 사토루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짜증을 부렸다.
『젠장. 하나가 아니라 여러 마리야?』
아 몰랑.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 전부를 결로 묶어버릴까. 한 학급에 서른 명이라고 치면 셋 곱하기 서른 곱하기... 600명 정도 되겠네.
두 팔을 크게 벌렸다가 파리를 잡는다는 식으로 박수를...
게토 스구루가 재빨리 고죠의 두 손바닥 사이로 제 것을 끼워 넣었다.
『될 거 같냐! 페널티! 한 달 내내 빗자루 들고 2천만㎡ 부지를 청소하고 싶어?! 머리 깎고 중이 되라면 어쩔 거야!』
『반성문 정도 쓰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반성문 길이가 도합 10미터가 넘어가야 할 텐데 쓰고 싶어? 고죠.』
『어... 아뇨.』
절대로 사양이라며 고죠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작가가 고죠 사토루를 봉인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핵 폭탄을 던지면 전쟁이 끝나잖아요. 등장인물이 굴러야 하는데 구를 일이 없어지는 겁니다. 원펀맨이 되지 않도록 고죠 사토루를 분배하는 게 어렵군요. 다음부터는 이이지마 하나에가 무진장 구를 예정입니다.

Posted by 미야

2021/03/22 11:40 2021/03/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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