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춰한 사진이니까 클릭하진 말자.
아무튼 퇴근해서 방에 들어가면 허물 벗어던지듯 옷 벗고 무기력증에 사로잡혀 손가락 까딱 안 하는 입장에서 뭔가 모를 깨달음을 주었다고 할까. 물건이 많으면 풍요로운 것이 아니고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버린다 - 확실히 그런 것 같다. 설득력이 있다 - 정리가 되지 않은 방구석에서 마음만 심란할소냐, 몸도 아프다.
그간 물건이 넘쳐나면 플라스틱 박스(...)를 샀는데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이제는 쓰지 않는 물건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뭘 버릴 건데?
책은 못 버린다! 여기서부터 딱 막힌다.
취미생활에 맞춰 구입하게 된 물품들이 한 두개도 아니고...
실바니안 패밀리 인형들에, 비즈공예에 꽂혔을 적에 산 장신구가 두 박스. (마른세수를 한다)
다 굳었을 것 같은 매니큐어도 50개는 될 거 같고...
책은 세어보지 않았으나 300~400권은 넘을 것 같다.
그나마 만화책은 진작에 대량정리를 끝마쳤기에 망정이지. 으아아아아아...
신지 않는 양말이 무더기로 발굴되었다. 겨울용 롱 스타킹들이다. 혹독하게 굶어서 다이어트 했을 시절에 산 물건들로 당시에 다리를 드러내놓고 다녔다. 세상에... 내가 치마를 입은 적이 있었어!!!
옷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나처럼 초고도 비만인 사람은 옷에 집착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물건의 가짓수는 얼마나 되는 걸까.
숨막힐 정도로 많았다.
학교 다니던 시절에 쓰던 물감과 붓이 아직도 있다. 나는 미련이 많은 사람이다.
버려야겠... 생각했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버릴 수 있겠는가?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대답했다.
결국 나는 물건 다이어트를 할 수 없었다.
흔한 볼펜 하나 버릴 수가 없다. 아까웠다.
코팅한 만화 캐릭터도 나에게는 여전히 보물이다.
누군가에게는 재활용 쓰레기인 만화잡지들도 베란다 어딘가에서 빛 바랜 상태로 썩어가고 있다.
버릴 수 있는가? 나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젠 재생할 방법이 없는 카세트 테이프도 있었다. 캬라안이 지휘한 클래식 교향곡들이다.
버릴 수 있는가? 전혀. 반대로 테이프 재생기를 찾고 있다. 잘 찾아보면 테이프를 틀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전부를 끌어안고.
그리하여 지쳐버린 몸으로 침대에 눕는다.
그래도 뭔가를 버리긴 버려야할텐데.
흘깃 보니 쓰레기통이 많이 찼다.
좋았어.
이런 식으로 시작해보는 거지 뭐.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