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repentance 03

※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아쉽게도 얄리꼴리 분위기는 일절 없을 예정입니다. 사실 전 형을 쪽쪽 빠는 동생이라던가, 꼭 안아줄게 브라더엔 적응 못 하고 있습니다.(아는 사람은 다 아네. 이건 순 공갈) 그쪽으로 미친 듯이 인터넷을 뒤지는 주제에 할 말이 아닌 것 같긴 합니다만... 항상 딘이 깔리는 팬픽만 눈에 띄어서 그런지 반항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내 로망은 딘이 새미를 덮치는 거란 말이닷! 누가 좀 써줘어어~!! 같이 달려요오~!! ※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였음 오죽 좋으랴만.
실제로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가르친 것들은「즐거운 인생」과는 관계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어둠이 무섭다고 울먹였더니 묵직하게 생긴 권총을 터억 던져주던 아버지다. 그것도 겨우 아홉 살의 철 모르는 꼬맹이에게 말이다.
그 일로부터 시작하여 아버지 존은 미행하는 방법, 미행당하지 않는 방법, 위장술에 잠입술, 유치장에서 멋지게 탈출하는 방법까지 골고루 전수했다. 여기가 이라크입니까, 아님 아프가니스탄입니까? 남들이 보면 범죄자 더하기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리스트 양성 교육이다. 제3자가 아닌, 아들인 샘이 보기에도 그렇다. 아버지가 그들에게 주입시킨 것은「악당 만들기」가 맞았다.

그 첫째.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앞장서서 걷는 딘도 쓸데 없는 동작은 일절 하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았고, 안절부절해 하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매건 이모를 만나러 이 못난 조카 놈이 라스베가스에서 잠시 들렸습니다」라는 투다. 그의 목표는 행여라도 나중에 경찰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 수색을 벌이더라도「수상한 사람이요? 음... 있었나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답변을 듣게끔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법한 짙은 선글래스의 착용은 피했으며, 시선을 정면에 두고 똑바로 걸었다.「난 지금부터 나쁜 짓을 할 거들랑요」라고는 그 어느 누구도 생각할 수 없게끔 말이다. 형의 뒤를 따라가던 샘도 걷는 보폭을 일정하게 하며 편안한 태도로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표정도 느긋해서 때늦은 점심으로 먹을 던킨 도넛츠와 커피를 주문할 손님처럼 보였다. 이러니 품이 넉넉한 점퍼 속으로 한 자루의 숏건을 감추고 있을 거라고는 감히 상상 못할 것이다. 아울러 호주머니 속으로 암염을 꽉꽉 채운 산탄 총알이 그득이라는 것도 모를 것이다.

『집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딘이 짤막하게 수신호하며 자갈이 깔린 진입로를 벗어났다.
여기서 착한 아들들이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교훈 그 두 번째.
신중함과 신속함을 반반씩 배분시켜라.
그 신속함을 위해 샘은 자물쇠 따는 도구를 꺼내들었고, 그 신중함을 위해 딘은 거실 유리창 쪽으로 가까이 접근했다. 인기척이 나면 딘은 주먹쥔 손을 엉덩이로 돌릴 것이다. 아무도 없으면? 샘은 형의 고갯짓에 차고 뒤쪽으로 해서 건물을 반 바퀴 돌았다. 경찰 기록에 의하면 브리튼은 혼자 살던 남성이었다. 자살로 판명된 지금,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안방에 흰 백합꽃을 장식할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뒷 마당은 텅 비어 있었다. 몇 개의 망가진 화분이 볼썽사납게 굴러다니는게 전부, 빨래 널이대나 야외용 휴식 의자, 청소용 갈퀴 같은 생활 소도구는 진작에 싹 치워진 상태였다.
샘은 계단 두 개를 딛고 올라가 뒷문 너머를 힐끔거렸다.
가리개가 내려진 상태에서 뒷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울타리 너머에서 딘이 작게 기침을 했다.
한 번의 기침은 괜찮다는 뜻.
두 번의 어흠 소리는 물러서라는 신호다.
딘은 딱 한 번만 콜록거렸다.
샘은 형이 보내는 오케이 싸인에 맞춰 좀도둑이 애용해 마지 않을 작은 철사 조각을 잠금 장치 속으로 살그머니 밀어 넣었다.
칼칵 소리가 들리면서 손잡이가 돌아갔다.

남의 집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코를 킁킁대는 일이다. 인기척을 느끼려면 이러는게 최고다. 감각이 남들의 곱절로 민감한 샘은 냄새를 잘 맡는 편이다. 정확하게는 사람의 체취가 아니라 음식 냄새나 구두 깔창의 악취 같은 종류였지만... 요컨대 사람은 생활하면서 여러 종류의 냄새를 피워대는 법이다. 커피도 끓일 것이고, 향긋한 화장품도 바를 것이고, 구운 생선 위로 레몬 즙을 뿌리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제법 오랜 시간동안 그 장소에 고스란히 남아「사람」을 설명하기에 이른다. 신발 냄새가 있으면 그걸 신고 걸어다니는 사람이 있다. 단순한 공식이다.

샘은 만일에 대비해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복도 쪽으로 향했다. 숨을 들이켜 냄새를 맡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눈으로 보는 걸 중요시 하는 딘은 축농증 환자처럼 굴고 있는 동생의 행동이 쓸데 없는 짓이라 폄하했다. 하지만 희미한 여성용 코롱 냄새에 반응, 부리나케 뒤돌아 나갈 채비를 하는 걸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유추하여 내릴 수 있는 결론, 딘도 전자 콧구멍이다.

『아냐, 딘. 집 전체가 조용한 걸로 봐선 아무도 없는게 맞아.』
뒷문을 조용히 닫으라고 손짓하며 샘이 작게 말했다.
『이걸 봐. 안에도 텅 비었네. 거실에 가구가 거의 없어.』
카펫도 치워졌다. 소파는커녕 텔레비전도 없다. 샘은 가까운 전등 스위치 쪽으로 가서 버튼을 꾹꾹 눌러봤다. 전구를 빼놓은 탓인지 불이 들어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흥 소리를 내며 버려진 것으로밖엔 안 보이는 2단 책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책장엔 가게 상표 명이 들어간 싸구려 장식 액자 하나와 오래되어 곰팡내 줄줄 나는 소설책 몇 권이 남아 있었다.
딘이 그 중에서 한 권을 집어들었다.
『로버트 제임스 윌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취향이 좀 그렇네.』
프리 마켓에 내다 팔려고 해봤자 도저히 가져 갈 사람이 나올 것 같지 않아 그냥 내버려 둔 모양이다. 흥미를 잃은 딘은 꺼낸 책을 던지다시피 해서 제자리에 끼워 넣었다.
그 왼편으로는 전화기가 놓여졌을 협탁이 하나, 다용도 서랍장이 하나 더 있었다. 서랍장의 손잡이는 일부가 망가져 있었다. 덜렁거리는 모습으로 봐선 고쳐서 쓰기엔 이미 늦은 것으로 보였다.
혹시나 싶어 맨 위에 있는 서랍을 열어봤다. 텅 비어 있다.
딘은 이마를 만지며 얼굴을 찡그렸다. 이건 흡사 약탈자가 괜찮은 건 죄다 털어간 형상이었다.
낡은 액자를 탁 소리내어 치며 혀를 끌끌 찼다.

『심하다, 심해. 이렇게까지 빨리 정리되는 거 본 적 있냐, 샘.』
『어... 그러니까 이혼한 전처와 사이가 무척 나빴나 보지.』
『그러게. 이건 정리가 아니라 아예 말살 수준이네. 부엌도 봤냐? 무지 썰렁하더라.』
질렸다며 딘이 한 손으로 짧은 머리를 쓸었다.
『뭐, EMF 미터기*로 여기저기 들쑤시지 않아도 좋으니 우리에겐 좋은 소식일 순 있지만... 이혼한 전처의 짓이라면 정말 무서워. 그치? 그래도 남편이었는데 볼펜 한 자루 안 남기고 그새 모두 치워버렸잖아. 여자는 다 그런 걸까?』
이걸 보라고 - 하면서 딘이 움푹한 자국이 생긴 마루를 향해 팔을 벌렸다. 추정하자면 그쯤해서 소파가 놓여져 있었을 것이다. 네 개의 다리 자국과 너비로 봐선 2인용 소파가 분명해 보였다.

『딘? 부부 사이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했잖아. 속단하긴 아직 이르지. 그러니까 여자에 대한 환상을 깨지는 말자고. 어쨌든 형 말이 맞아. 볼펜 한 자루 안 남았고...』
EMF 미터기로 2단 책장을 쓱 하고 훑은 샘은 다음의 말을 덧붙였다.
『유령이나 초자연적 존재가 개입되었다는 흔적도 안 남았어.』

손가락으로 미터기를 톡톡 하고 건드려봤다. 그래봤자 기계는 바늘 겨우 눈금 하나 움직였을 뿐이다. 빨간 불도 안 들어오고 신호음도 안 잡힌다. 이 정도의 수치라면 옆집에서 라디오를 켰다거나 전자렌지를 작동한 수준이다. 이상 징후는 없다고 봐도 옳다. 샘은 수색 반경을 넓혀 거실의 반대편까지 쭉 걸어갔다. 자살을 했든, 사고로 죽었든, 그 원인이 유령 때문이라면 이 정도의 반응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조용한 기계를 벽에다 문지르듯 가까이 가져갔다. 그러자 바늘이 살짝 튀고 멈췄다. 샘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이번엔 천장 쪽을 향해 미터기를 들이댔다. 아까보다는 계측 바늘이 움직이는 범위가 조금 더 크다. 하지만 그뿐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흘끔 쳐다본 뒤, 샘은 머뭇거리며 운을 떼었다.
『딘, 방금 말이지. 나... 불편한 생각 한 가지가 떠올랐는데 말이야...』
『불편해? 그럼 싫어. 난 안 들을 거야. 그러니까 말 하지 마.』
딘은 귀를 막는 시늉을 했다.
『형!』
흉악 범죄자인양 인상이 팍 찌그러진 동생의 표정을 보고 딘은 금방 태도를 바꿨다.
『알았어, 새미. 형이 잘못했어. 마음을 활짝 열고 무슨 말이든 다 들어줄게. 그러니 말해봐.』
『38달러 주고 딘의 이름으로 포르노 사이트에 가입했어.』
『새미! 너!』
『농담이야.』
농담이라면서 워째 농담 같지 않잖아. 딘은 눈을 야렸다.
『알았어. 가입했다 이거지. 그럼 접속 패스워드를 나에게도 가르쳐 주는 거다?』
『딘!』
『얼쑤? 왜 이래. 농담이라며.』

이야기가 자꾸 삼천포로 빠진다. 샘은 가볍게 헛기침하고 원래의 출발점으로 힘겹게 다시 돌아왔다.
『기억 나? 형. 로스엔젤레스 가와사키 맨션 사건...』
『아, 그거...「주온*」말이냐.』
김 빠졌다는 투로 딘은 대꾸했다.
6개월 전쯤인가, 잘 알지도 못하는 일본 공포 영화 제목을 따라「주온」이라 부르는 그 일은 재미 일본인 2세인 가와사키 씨가 윈체스터 가의 형제들에게 의뢰한 사건이다. 샤워기를 틀었더니 뻘건 피가 섞여 나오더라 해서 대 소동이 벌어졌다. 피의 샤워에 당한 주민은 모두 셋. 경찰이 당도하여 곳곳을 수색했음에도 피, 내지는 시체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이 잡듯이 뒤지기가 귀찮아진 로스엔젤레스 경찰은 그래서 주민들이 녹슨 물에 엉뚱한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킨게 분명하다고 판단, 집주인에게 배관의 전면 보수를 명령했다. 당연히 피 맛을 본(?) 피해자들은 반발했다. 자신들을 녹물과 핏물을 구분도 못 하는 바보로 몰았다며 가와사키 씨는 입에 거품을 물어댔다. 그리곤 어떻게 알았던지 딘의 핸드폰 번호를 마구 눌러댔다.

『결국은 핏물이 맞았지.』
『응, 토끼였지.』
『계약 만기일이 다가온 세입자가 보증금을 낮춰보려고 수작을 부린 거였지.』
『지금 생각해봐도 옥상 급수탑에 설치한 토끼 핏물 주입기는 획기적이었어. 정교한 타이머까지 달렸잖아.』
『UCLA를 졸업한 사람이었으니까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겠지.』
『아냐. 대학 졸업장과는 상관이 없어, 딘. 대학에선 그런 거 만드는 법은 안 가르치거든.』
『그렇지. 토끼를 도살하는 법도 안 가르쳤을 것이고...』
『그렇게나 귀여운 놈들의 목을 치다니. 싹수가 누런 놈이었어.』
『쳇! 엉덩이를 잔뜩 패줬어야 했는데.』
『실제로 눈물 쏙 빠지게 잔뜩 패주곤 뭔 소리야, 형. 어쨌거나 말인데...』

샘은 정색하며 호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었다.
『이 사건도 그때와 비슷한 거 아닐까.』
『어... 잠깐만. 그러니까 뭐시다냐...』
『부동산 매매 가격을 깎으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겠어.』
맘에 드는 집이 매물로 올라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격이 쎄다.
귀신 붙었대요, 귀신.
그래서 음흉한 소문을 뿌려댄다.
잘만 하면 절반의 가격으로 흥정을 붙일 수 있다. 아자.

『소위 말하는 소문의 경제학이라는 거지. 총기 사고가 발생한 집은 매매시 12% 정도 가격의 손해를 봤다는 통계도 있거든. 그러니까 뭣 같은 사이트에 사진을 올려놓고 미국의 흉가 어쩌고 하면서 루머를 퍼뜨리는 거야. 얘기야 멋대로 지어낼 수 있는 것이고, 나중에 누가 뭐라고 항의하면 사이트를 닫고 그대로 튀는 거지.』
『흐음. 그러니까 샘, 너의 말은 즉...』
『알짤 없이 사기일 수 있다는 거야, 형.』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딘은 동생의 주장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그 첫 번째. 딘은 손가락 하나를 접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애들이 장난삼아 만든 사이트를 부동산 매매업자가 과연 얼마나 들여다 보겠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고작해야 호기심 천국 수준의 웹 페이지 때문에 집 값이 과연 떨어질까. 연구를 해봐야 알겠지만 딘은 그럴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고 여겼다. 직접적으로 샤워기에서 핏물이 떨어졌다면야 또 모른다. 그치만 이건 영 아니다.
아울러 두 번째. 손가락 하나를 더 접었다.
『사이트에 그 집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올라간 건 2004년이었어, 샘. 이미지 파일이 올라간 날짜가 정확하게 2004년 10월 17일이야. 네 의견대로라면 누군가의 의한「집값 떨어뜨리기 대작전」은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얘기인데... 그 사기꾼이 3년 전부터 포기 안 하고 꾸준히 그래왔다는 건 참 징글징글한 일이지 않겠냐.』
『그치만... 부동산 투자는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일이고...』
『늙어서 죽을 일 있냐. 됐어, 됐어. 얘기는 이제 끝.』

그 이야긴 나중으로 미루자고 손짓하며 딘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1층은 대략적으로 살펴봤다. 그렇다면 2층은? 딘은 위를 쳐다보며 난간을 잡았다.
그렇게 다리 하나를 계단에 척 올려놓으려던 찰나.
벌컥- 하고 현관이 열리면서 예고도 없이 커다란 황색 코트를 입은 중년의 여자가 들이닥쳤다.
『어머머! 누구세요?!』
여자가 딘과 샘을 발견하고 자지러졌다.
마찬가지로 윈체스터 가의 형제도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잔향으로 남은 코롱의 주인공이다!
딘과 샘은 동시에 그렇게 생각하며 식은 땀을 흘렸다.

Posted by 미야

2006/12/04 12:30 2006/12/0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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