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일상생활52

※ 으앙, 도넬리~! 원츄.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그나저나 노트북 자판은 치기 어렵다. 델리트 키가 왜 아래로 붙은겨?! 눈으로 보지 않고 F10 키를 누르면 그 자리에 프린트 스크린 키가 있엉! ※


윌리엄 잉그램의 트위터는 그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내용으로 갱신되지 않았다.
수단은 오랫동안 분규에 휩싸였고, 사회 인프라는 사실상 1910년대 이전으로 퇴보한 상태다. 그러니 봉사활동 중인 미국인이 그곳에서 자유롭게 인터넷 회선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귤 까먹으며 빈둥빈둥 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난민캠프로 수인성 전염병이 돌아 숟가락을 뜰 시간도 없다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그 이후로 깜깜무소식이다. 사태는 심각한 듯하다. 마지막으로 작성한 내용은 분위기가 어두워 20세 이상 성인 남자에게 수퍼시리얼을 배급하는 문제를 두고 그쪽 실무자와 한바탕 언쟁을 높였다고 했다. 유니세프 규정은 임신한 여성과 아동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하라 되어 있었지만 문제는 구호단체로부터 배제되어 염소처럼 풀을 뜯어먹고 있는 어른들이었다. 만성 영양부족 탓에 수인성 전염병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었고, 식사를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약을 투여해봤자 효과가 있을 리 만무했다.
《배급을 받기 위해 일부러 임신하려는 여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건강하지 않은 그녀들의 임신은 축복보다는 재앙에 가까워 다수의 태아들은 발달 미숙 상태로 태어난다. 이런 마당에 급성 설사에 대한 의학적 조처를 설명하는 팜플렛을 제작하여 배포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서로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짧막한 글에는 어떠한 감정도 섞여있지 않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걱정되었다. 사람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 앞에선 좌절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좌절은 분노를 낳는다.
한손으로 턱받침을 한 자세로 수심에 잠겼다.

「분노는 사람을 망가뜨리는 법이지.」

부족함 없이 자란 윌리엄이 부모의 이혼 문제를 겪었을 적에 청년은 도박에 빠졌다.
놀란 네이슨이 핀치를 대동하고 라스베가스로 그를 잡으러 갔을 적에 그는 3년간 세탁하지 않은 양말짝의 악취를 풍기며 사막의 퇴락한 거리 한 가운데서 담배 한 개비를 구걸하고 있었다.
이러한 행동을 단순히 젊은 날의 호기라고 치부하기엔 어딘지 구슬펐다.
「맙소사, 윌리엄!」
「애고, 들켰네.」
「우린 네가 이 정도로 빠져들 거라고 생각 못 했어. 왜 이런 거야.」
「글쎄요. 생각만큼 그다지 재미는 없었어요. 헤헤.」
「얼굴이 반쪽이잖아. 당장 네 엄마에게 연락해야겠다.」
「그건 어려울 걸요. 어머니는 지금 나폴리에 계세요. 것보다 배가 고픈데... 저어. 햄버거 하나 사주시지 않을래요? 해롤드 아저씨.」
이후 윌리엄은 의사가 되겠다는 어릴 적 꿈을 잠정적으로 접었다.


그를 친아들처럼 여긴다. 사랑한다. 이렇게까지 방어를 풀고 정을 준 타인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 가족인 건 아니어서 그가 아버지도 아닌 사람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고 순종하길 기대해선 한 된다. 이 경우 기대를 품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내가 돌아오라고 해서 돌아오겠냐고.」
핀치는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렇게 행동하는 건 곤란하다 생각했음에도 이미 시도를 해봤다는 거다. 유산 정리 어쩌고 핑계를 대며, 모호한 표현을 써서, 지나치게 본론을 비켜 말한 탓에 윌리엄의 대답이《그렇담 창고 열쇠를 아저씨에게 보낼게요》가 되어버렸다는게 문제지만... 그 누가 알랴. 어쩌면 속뜻을 훤히 알고도 일부러 동문서답을 했을지도. 윌리엄은 상당히 영특하다.


『주식이 폭락이라도 했답니까, 아님 부채상한 조정이 꼬였답니까. 갑자기 웬 한숨이에요?』
핀치는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성가신 안구건조증이 다시 재발하려 했다.
『그냥 심란해서요, 미스터 리스.』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도넛 하나를 입에 물고 간식으로 우물거리던 리스가 옷깃에 묻은 슈가 파우더를 툭툭 털어냈다.
언뜻 봐선 상당히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면으로 예민한 핀치는 그 속에서 일종의「가식」을 보았다. 그러니까 뭐랄까, 이 모든게 잘 꾸며진 일상극과도 같았다. 그는「도넛을 먹는다」라는 연극 지문을 충실히 이행했고, 마찬가지로 가루가 묻은 옷을 보란 듯이 털었다.
핀치는 뚜껑이 열린 도넛 상자와 설탕 가루가 묻은 리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의문이 든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는 왜 저걸 과시하면서 먹고 있는 거지?」
정확히 꼬집어 말하기 어려웠으나 위화감이 느껴졌다. 뭔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리스가 다시 도넛 하나를 집어 천천히 입에 넣었다.
못난 본능이다. 음식을 먹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반사적으로 입안으로 침이 돌았다.
『그거 맛있나요.』
『쓸데없이 달아요. 기름기도 많고. 것보다 화제를 슬그머니 돌리지 말아요, 핀치.』
『어, 음. 그러니까.』
『무슨 일 있어요?』
빤히 쳐다보는 눈길이 부담스럽다. 그 입가에 설탕가루가 묻지 않았다면 노려보는 무서운 얼굴로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평소 잘 생겼다는 말을 듣고 있어도 총을 늘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사람답게 리스의 인상은 제법 날카로운 편이고, 그런 그가 작정하고 째려보면 닳고 닳은 마피아 조직원들도 움찔하며 자세를 바꾸곤 한다. 그러니 간이 평균 사이즈인 민간인은 오죽하랴. 이런 식으로 서로의 눈이 마주칠 때면 핀치는 두 사람 중 누가 보스인지 헷갈려 할 때가 있다.
『그러지 말고 이걸로 입가를 닦아요, 리스 씨.』
뭐, 아무리 그래도 입에 설탕가루를 달고 있는 사람에게 겁먹어서는 안 될 것이다. 친절하게 티슈박스에서 휴지 한 장을 뽑아 건네면서 손가락으로 턱과 입언저리 부위를 둥글게 한 바퀴 돌려 표적을 그려 보였다. 웃기게도 리스는 어이쿠 소리를 내며 휴지가 아닌 손등으로 얼른 입을 닦았다. 그리고는 더러워진 손등을 핀치가 건넨 휴지로 문질렀다. 참 이상한 사람이다.


『프린터 노즐이 고장났어요.』
『그게 당신을 한숨짓게 만듭니까?』
핀치는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오늘날의 평범한 사무직 직원처럼 인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프린터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드라이버를 사용해 직접 덮개를 열고 문제부분을 찾아내어 수리를 해버리고도 남는다. 그게 귀찮으면 아예 신제품으로 한 대 구입해도 된다. 열 받으면 프린터 생산 공장 자체를 구입해버릴 수도 있다. 이런 마당에 해롤드 핀치라는 사람이 겨우 그깟 프린터 노즐 때문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헤어진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중년의 찌질함을 흉내낼 것 같은가. 리스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핑계가 너무 설득력 없다.
다 듣고 판단하라며 핀치가 쯧쯧 혀를 찼다.
『그리고 제가 구축한 도서관 시스템으로 3회에 걸친 해킹 시도가 있었지요.』
그 말을 들은 리스는 바짝 긴장했다.
『음, 그건 대단히 위협적으로 들리는데요.』
『아직은 괜찮습니다, 미스터 리스. 새로운 방화벽을 구축 중에 있고요. 조만간 완성될 겁니다.』
『그렇다는 건...』
『베어가 900번대 서가에서 용변을 봤어요.』
『어?』
『산책을 가지 않았다고 화를 내고 있는 거예요. 이번 주 산책 담당은 리스 씨잖아요.』
『어어?』
『것보다 존, 서랍장을 전부 열어보며 그 안에 뭐가 들어가 있나 살피는 걸 가지고 무어라 하진 않을게요. 하지만 사탕과 쿠키를 제 동의 없이 임의로 전부 치워버린 건 동의할 수 없군요. 그 마른 과자는 차와 같이 먹는 겁니다. 그리고 치즈와 와인도 전부 사라졌더군요.』
전직 CIA 요원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미리 생각해둔 핑계를 꺼냈다.
『쥐가 나올까봐 미리 청소를 해둔 겁니다. 그리고 과자는 유통기간이 지나가 있었어요.』
『흠.』
『진짜니까 좀 믿어요.』
핀치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와인은? 그것도 유통기한이 지나가 있었답니까?』
그 비싼 걸 세면대에 전부 콸콸 부어버렸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서 거짓말했다.
『미안해요, 핀치. 그건 맛있어 보여서 제가 다 먹어버렸어요.』
『그럴 수가!』
『당신은 원래 술을 안 좋아하잖아요. 그냥 통 크게 술 잘 마시는 사람 줘버렸다고 쳐요.』
그리고는 화해의 제스츄어랍시고 내용물이 절반가량 남은 도넛 상자를 들이밀었다.

Posted by 미야

2013/01/05 12:16 2013/01/0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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