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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단은 생존신고

오늘 사무실 온도는 35.8도.
에어컨이 뭐더라... 먹는 거던가. 우적우적.
머리가 전혀 돌아가지 않습니다. 글자 읽는 것도 못해요.
기마슈 경감 시리즈 새 책이 나왔는데 사놓고 읽지를 못하고 있삼!!!
머리속에서 나이트윙과 레드후드가 수박바 하나씩 물고 흐느적거리고 있음... 영혼이 탈락한다는 건 이런 거겠지.
오늘이 제일 더운 것처럼 느껴지네요. 도대체 가을은 언제 오는가.

Posted by 미야

2016/08/22 15:06 2016/08/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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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심하게 먹음

마음 먹기에 따라 불조차 시원.... 할 것 같냐~!!!

사무실 실내 온도가 31도입니다.
에어컨은 장식이고요, 선풍기 틀어놓으면 따뜻한 바람이 나옵니다. 그래서 더 죽을 것 같네요.
이 상황에선 머리가 안 돌아갑니다. 아무 생각 안 납니다.
어제가 입추였다면서요. 농담이겠지.

Posted by 미야

2016/08/08 09:34 2016/08/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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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심각한 상황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고 물어본다. 이른바 육하원칙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리처드 D, 앤더슨은 많이 달랐다.

『좋아.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한 번 말해봐. 예를 들자면... 1번, 싱크대 배관이 꽉 막혔다. 2번, 침실 유리창으로 물이 샌다. 3번, 흰개미가 마룻바닥을 먹어치우고 있다.』
이어지는 보기를 다 듣지 않고 딕 그레이슨은 최악의 상황을 거론했다.
『토네이도에 휘말려 건물 자체가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허어... 토네이도.』

그것만으로 전부 알아들은 눈치다.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꼬치꼬치 캐묻는 일 없이 그저 잘 알겠다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벌어졌던 일 전부를 설명하기가 난감했던 딕 입장에선 숨통 트이는 일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저 남자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세상에, 지붕이 무너졌다는 비유만 듣고 상황의 심각함을 사람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느냔 말이다. 게다가 그의 직업은 경찰관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울해지는 감수성 풍부한 세탁소 사장님이 결코 아니라는 말씀, 이건 아니다 싶은 나머지 입술에 침을 축이고 더 설명하려 했다.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됐거든?』
한마디로 말해 앤더슨은 예의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개차반이었다.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를 처음부터 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고함과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주택가는 언제나처럼 조용했다.
순찰차는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상황이었는데 심지어 마이클은 차문을 제대로 닫지도 않았다.
신음하며 위를 올려다보니 아파트 4층으로 불이 훤히 들어와 있었다.
당연히 그럴 법했지만 딕 그레이슨은 한 가지 우려할 법한 점을 상기해냈다.
「시아라.」
승강기에 올라갔을 적에 버튼에 붉은 손자국이 찍혀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지라 하느님 맙소사 신음하며 소매로 자국을 문질러 닦았다. 죽었다 되살아났다고 해도 상처가 아물었을 리 없으니 출혈은 여전한 모양이었다. 승강기 내부만 그런 것이 아니라 4층 복도에도 손가락 모양대로 다섯 개의 줄이 그어져 있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벽에 손을 짚었던 것 같다. 아침에 아파트 주민들이 일어나 저 핏자국을 발견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는 게 두려워졌다. 점점이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은「코피가 나서 그랬습니다」변명하기엔 양도 많았다.

어느새 그의 걸음걸이가 신중해졌다.
순찰차도 제대로 잠지 않았는데 자기 집 현관문 단속을 제대로 했을 리 없다. 5cm 정도 틈이 벌어져 있었다.
그대로 박차고 들어가는 대신 반 박자 숨을 내쉬고 가만히 손잡이로 손을 가져갔다.
맨발로 현관 아래 서있던 소녀가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히익 소리를 삼켰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다보는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오른손으로 식칼을 쥐고 있는 채였다.
「시아라. 시아라 맞지?」
소리를 지르지 말라는 의미로 검지를 입술에 가져갔다.
「도와주러 왔어.」

소녀는 큰소리를 내지 않을 만치 영특했다.
대신 빌어먹을 지경으로 자기 고집 또한 강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며 식칼을 양손으로 단단히 잡았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찌를 수 있다며 표정을 아주 독하게 지었다. 얼마나 지독한지 손을 떨지도 않았다.
《여자가 작정하고 무기를 들면 남자보다 더 악독해지는 법이다. 여자라고 봐주면 안 돼. 결심하는 과정이 복잡해서 그렇지 그녀들은 한 번 작정하면 살상을 저지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그리고 그 살상 대상엔 자기 자신까지 포함되어 있지.》
민간인에게 결코 공개되지 않는 전술교본에는 무기를 든 다수의 적이 있을 시 남자보다 여자를 먼저 행동불능 상태로 만들라고 가르친다. 부드럽게 표현해서 행동불능으로 만들라는 것이고, 내포되어진 진짜 의미는 원거리 헤드 샷이다. 아이와 여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던 일반 사회의 암묵적 규칙이 여기서 완전히 뒤집어진다.
《자살 폭탄 조끼를 입고 있는 어린 소녀가 만약 너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온다면 어떻게 하겠나.》
글쎄다. 누가 뭐래도 틀림없는 한 가지는 이것이다.
자신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총을 쓰지 않는다.

쭈그리고 앉는 것으로 눈높이를 낮춘 그는 대화를 시도했다.
아이가 칼을 휘두르면 크게 베일 수 있는 간격이라는 점은 무시했다. 여차하면 알프레드에게 부탁해 꿰매면 된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이클 선배가 많이 다쳐서 돌아왔을 거야.』
찌르겠다는 협박이 통하지 않자 시아라는 당황한 눈치다.
『그는 안에 있니?』
순간적으로 아이의 눈동자가 안쪽을 향했다. 입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훌륭한 대답이었다.
『혹시 그가 너를 다치게 했니?』
시아라의 어깨가 굳었다. 겁을 먹어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다. 마이클 윈저를 내심 보호자로 여기고 있을 아이는 그 질문이 상당히 불쾌했던 것 같다. 소녀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그리고 입을 벌려 F로 시작되는 욕을 퍼부으려고 했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냉장고에서 뭔가를 요란하게 끄집어내어 던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녀는 그 작은 입으로 F*** 단어를 대수롭지 않게 완성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시선이 의미심장하게 서로 얽혀 들어갔다.
시아라는 한층 더 불안해 보였다. 그리고 더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다급하고 간절하기까지 했다.
그제야 딕 그레이슨은 납득했다.
소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든 게 아니었다. 지키고자 할 대상은 따로 있었다.

『저어, 선배에게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안쪽을 손가락질하며 상냥하게 웃었다. 시퍼런 칼에는 일부러 시선을 주지 않았다. 오로지 아이의 눈만 보았다.
『내가 들어가 보면 안 될까.』
『안 돼.』
『왜 안 돼? 내가 마이클을 도우려는 게 시이라는 싫어?』
『싫은 게 아니야.』
소녀가 마른 입술을 핥았다.
『가까이 갈 수가 없어.』
나조차 가까이 갈 수가 없어 - 절망에 가득찬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와장창 소리를 내며 그릇이 바닥을 뒹굴었다.
심각한 싸움의 현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마이클은 코를 킁킁거렸고 밀폐용기 안의 내용물을 씹지도 않은 채 목구멍으로 쑤셔 넣었다. 포크나 스푼을 사용할 여유따윈 없었다. 주먹으로 쥐고 모조리 입안에 털어 넣었다. 조리가 되지 않은 냉동식품 몇 가지도 이미 해치웠다. 포장이 찢긴 잔해물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는데 그중에는 날고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허겁지겁 삼켰으니 역류할 법도 했다. 우웨엑 소리를 내더니 누런 덩어리를 토해냈다.
그것만으로도 비위가 상할 지경인데 그걸 바닥에 손을 짚고 엎드린 자세로 다시 주워 삼켰다.
씹지도 않았다. 그냥 진공청소기마냥 흡입하고 있다는 게 맞았다.

『이쪽으로. 바닥에 그어진 붉은 선 안쪽으로 들어가선 안 돼.』
시아라가 딕의 옷자락을 세게 끌어당겼다.
발아래를 바라보자 정말로 테이프를 붙여서 만든 붉은 선이 보였다.
이게 무슨 선이냐고 물어보자 시아라는「패닉 라인」이라고 대답했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도 정작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는 듯 뺨을 일그러뜨렸다. 그게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워싱턴 조약에 대한 질문을 받은 직후 짓는 표정과 흡사한지라 딕은 더 자세하게 캐묻는 걸 포기했다.

이제 마이클은 구역질나게 느끼한 땅콩버터로 손을 뻗었다.
본인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이마를 찌푸리더니 가볍게 신음했다.
내가 어쩌다 이 지경으로 - 착각이었을 수도 있는데 잠시나마 마이클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땅콩버터를 거꾸로 들어 내용물 전부를 쏟아냈다. 오른손을 포크레인처럼 사용해 그걸 입으로 가져갔다.
우웩 구역질 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그렇게 헐떡이던 것도 잠시, 토사물을 다시 게걸스럽게 주워 먹었다.

Posted by 미야

2016/08/02 16:51 2016/08/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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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문자 2016/12/23 22:53 # M/D Reply Permalink

    dc는 캐릭터만 아는 수준이었는데 미야님 글이 좋아서 여기까지 읽었습니다. 늘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마이클의 정체와 앞으로의 전개가 너무 궁금합니다. 딕이 굉장히 자상한 느낌이라 여심이 설레네요^//^ 뒤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곧 성탄절인데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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