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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퇴근길 대로변에 옛날 신한은행 자리로 모 증권사가 이사를 해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나가는 길에 늘 용변... 어흠! 을 보면서 스쳐가는 곳이기도 한데 늘 조용하고 사람이 왔다갔다 하질 않아 마음에 들어하기도 한다. 눈치 안 보고 화장실 이용하는 입장에선 그 적막함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하지만 어제는 그 풍경이 대단히 달랐다.
논두렁에 쭈그리고 앉은 농부 아저씨들의 굵은 이마 주름을 그대로 복사해온 사람들이, 그 쭈그리고 앉은 자세마저 복사해가지고 와선, 줄담배를 피워물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둥글게 등을 구부리고 앉은 모습만 보자면 가운데 모닥불 하나 피워놓으면 딱일 듯한 분위기였지만 담배를 쥔 손가락이 위아래로 정신 없이 떨고 있는 걸 봐선 사실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증권으로 돈 벌어먹고 사는 사람 입장에선 어제는 대단히 힘든 하루였을 거다.
그치만 가난한 소시민의 어제는 언제나처럼 똑같았다.

TV를 틀어놓았더니 억센 동치미 맛의 [평양 뉘우스]만 나오길래 케이블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사과 한알을 저녁밥 대신 먹었다. 마침 개국 기념이라고 생방송으로 가수가 나와 노래도 불렀다. 덕분에 좋아하는 SVU 드라마가 결방처리되어 거실에서 후퇴, 컴퓨터를 틀어 E메일을 확인한 뒤,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광골의 꿈]은 잠시 치우고 슈카와 미나토의 [꽃밥]을 읽었다. 덤으로 [블러드 얼론] 2권도 읽었다.

무덤덤함을 넘어 범죄 수준이라고 해도 하는 수 없다.
죽으면 죽는 거지.
머리 나쁜 인간들 몇 명 때문에 내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건 용서하고 싶지 않아.
그치만 스탠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기 전, 그 [몇 명의 머리 나쁜 인간들]이 결국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흔들어 놓을 거라는 건 쉽게 상상해볼 수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더 나빠졌고...
참담한 무기력증을 느끼며 소등, 취침, 꿈나라로 Go~를 외쳤다.

Posted by 미야

2006/10/10 12:51 2006/10/1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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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두 사람의 대사를 읽어보자.

[하지만 이 예금 인출 전표는 어딜 봐도 제대로 된 것 같구먼. 도장도 이렇게 잘 찍혀 있지 않는가. 찾고자 하는 2천만원 금액도 정확하게 적혀져 있네.]
[하지만 그 전표에는 예금주의 이름으로 홍길동이 적혀 있다네. 고길동도, 박길동도 아닐세. 사람 웃기려고 한 농담 치곤 재미 없지 않나.]

이 대사를 일본인이 들었다면 상황이 이해가 갈까?
아니라고 본다. 우선 이 대사를 이해하려면

- 홍길동은 옛날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지만 대한민국의 문서 서식의 예제에 흔하게 나타나는 이름이기도 하다 - 라는 걸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일본인이나 독일인, 네덜란드인이 홍길동 이야기를 꿰차고 있다고 보기엔 어려우므로 위의 두 사람의 대사엔 필시 주석이 붙어야 한다.

[광골]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식이다.
반혼법은 그렇다치고, 고야산의 스님이라던가,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라던가, 다케미나카타, 신무월(神無月) 같은 걸 한국인이 줄줄 꿰차고 있을 리가 없잖는가! (버럭)
주석을 읽어도 이해는 가지 않고, 본편의 줄거리와는 별도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접수는 사실상 난해함을 넘어 세키구치가 동경하는 [저 세상]이다...;;

10월 2일에 책을 빠르게 받아보고 좋아라 날뛰던 것도 잠시, 읽다가 졸다가 하면서 어렵게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우부메의 여름]이나 [망량의 상자]가 그랬던 것처럼 삼세판 반복해서 읽으면 머리에 접수가 될 거라고 소박한 꿈을 꾸어본다.

아울러 교고쿠도는 책을 사러 출타하여 상권엔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
200페이지 가까이 넘겼는데도 여전히 도입부라는 이 미치는 상황... 을 가까스로 넘겼더니만 이번엔 우리의 신주님은 다케미나카타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혼을 빼먹고 계신다.
에잇. 레이지로 탐정 나으리처럼 [온카메군 출진~] 을 외치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눕고 싶을 지경.



PS :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을 적으면 안될 것도 같지만... 에라, 난 모른다. 하여 적는다. 여하간 내가 아는 한 반혼술에는 여러 재료가 필요하지만 대표적인 것으로 비상과 별꽃잎, 그리고 젖이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무려 젖인 것이다!) 우리의 신주님은 그걸 어디서 구했다고 했을꼬? 수중엔 없는데 일단 얼굴에 철판 깔고 [내 손에 재료가 있소이다] 라고 했을까? 아니면 내가 알고 있는게 틀린 걸까.

Posted by 미야

2006/10/09 10:57 2006/10/0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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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igy 2006/10/09 12:35 # M/D Reply Permalink

    아앗, 한동안 신간 소식 챙기는 것을 잊고 있었는데 나왔군요!
    올려주신 그대로라면.. 아이고, 오랜 만에 책 읽다 잠들 것 같아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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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하루가 비었어?

철썩같이 토요일이라 믿었는데 오늘이 일요일이었다고 한다. 교회 가는 것도 까먹고 넋 놓고 있었다. 까딱하면 내일 출근도 안 하고 빈둥거렸을 뻔했다.
아니, 하루가 어디로 도망갔지?
- 행방불명 24시
적고 보니 무슨 드라마 제목 같군.

연휴 내내 L&O-SVU 드라마를 보면서 지냈더니 시간 관념까지 뒤틀렸다.
다리에 쥐 나도록 모니터 앞에 앉아 5기랑 1기만 겨우 끝낸 상황...
아이스-T (투투올라) 아저씨가 2기부터 나와서 얼라리요~ 하고 좋아했는데 자막이 없당. ^^;; 닥터 황은 몇 시즌부터 나오셨을까나.


요즘 본인의 정신을 까먹고 있는 SVU - 로 앤 오더의 스핀오프 시리즈를 잠시 소개하자면...
드라마 맨 처음의 소개는 이렇게 시작한다.

- 형법 체계에 있어 성폭력 범죄는 특히 극악한 범죄로 간주된다. 뉴욕 시에서는 이 사악한 중죄의 수사를 전담하기 위해 정예 수사요원들로 이루어진 성범죄 전담반(SVU)을 구성하였다. 이것은 그들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다수의 에피소드는 강간, 납치 및 아동 폭력 등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간혹 내용이 너무나 끔찍해서 이런 세상에선 살 수 없다고 좌절까지 할 지경이다. 세상엔 아이들 뺨을 치즈 강판으로 밀어버리는 여자가 있고, 달리는 뉴욕 지하철 안에서 여자를 대놓고 강간하는 놈도 있고, 자신의 남편과 아이를 도끼로 내리찍은 국제 전범을 칼로 난도질하여 복수하는 피해자도 있다. 사는 건 전쟁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내일 출근하기 싫어진다... 음, 24시간이 어디로 갔나. 오늘이 토요일이고, 내일이 일요일이면 좋잖아. 어휴.

Posted by 미야

2006/10/08 21:55 2006/10/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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