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sted at 2007/08/02 00:42
- Filed under 흥미백가
http://gaya.egloos.com/ 가야님 댁에서 가져왔어요 가점방법:
1번부터 15번까지는 선택된 답의 숫자가 그대로 점수.16번은 답에 1/2을 곱한 게 점수다. 1번에서 16번까지만 합계에 들어간다. 나머지 두 문제는 그냥 보너스. 선택지를 어떤것으로 해야할지 애매하다면 적당히 알아서 해결한다. 예를 들어 1번 문제에서 뚝배기 불고기 백반 정도는 혼자 자주 사먹는 경우라면 점수는 3.5점이다.
길어서 접습니다
1. 볼일이 있어서 혼자 돌아다니던 중 출출해졌다. 밥을 먹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안 먹어도 될 것 같기도 한 상황인데. (1) 혼자 밥 먹는 것은 싫다. 친구를 불러내거나 집에 들어갈 때까지 참는다. (2) 읽을 책이 있다면 간단한 음식은 가능. (3) 패스트푸드점까지는 책 없이도 가능. (삼각김밥이면 오케이. 오케이?) (4) 프렌치 레스토랑이나 이탈리언 레스토랑도 혼자 다녀온 적 있다. (5) 뷔페도 가능. (6) 고깃집에서 혼자 구워먹은 적이 있다.
2. 피곤한 하루 끝에 천신만고 집에 돌아왔다. 경악스럽게도 밥이 없다면? (1) 그냥 굶는다. (귀찮게 언제 밥 차려 먹니. 그냥 자면 배고픈 것도 잊을 수 있다) (2) 피자나 짜장면 등 배달음식으로 해결한다. (3) 밥만 해서 밑반찬이나 계란 프라이와 먹는다. (4) 나가서 무언가 사 오거나 사먹는다. (5) 고기나 생선을 구워 밥이랑 먹는다. (6) 두 가지 이상의 야채 손질이 필요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7) 두 가지 이상의 야채 손질이 필요한 요리를 딱 한 끼분만 만들어 먹는다.
3. 고기도 다 고기가 아니다. 나한테 고기는 (1) 안 먹는다. (2) 살코기만 골라 먹는다. (3) 고기는 역시 비계가 좀 섞여야 제맛이다. (4) 내장이나 오돌뼈가 고기보다 맛있다. (5) 생간이나 천엽도 얼마든지. (6) 삼계탕에 들어 있는 흐물흐물한 닭껍질에도 아무 거부감 없음. 고기는 다 좋다.
4. 나한테 생선은 (1) 안 먹는다. (2) 양념구이나 튀김만 먹는다. (3) 생선은 역시 소금구이가 제일이다. (연탄불에 구운 고등어를 먹어보시라~) (4) 잘 끓이기만 한다면 매운탕보다 지리가 낫다. (5) 신선만 하다면야 살보다 내장이 더 맛있지 않나. 이거야 말로 어른의 맛. (6) 국물에 둥둥 떠다니는 생선눈알을 공공장소에서 쪽쪽 빨아먹을 수 있다.
* 궁금해서 사족을 다는 건데 생선눈알도 먹을 수 있는 건가?
5. 날고기에 대한 입장 (1) 안 먹는다. (2) 육회까지는 그럭저럭. (3) 스테이크는 역시 레어. 국내에는 왜 피가 뚝뚝 떨어지게 구워주는 집이 없나 모르겠다. (4) 육사시미라고 혹시 들어 봤는지... (5) 타르타르 스테이크를 즐긴다.
6. 생선회에 관한 자세 (1) 안 먹는다. (2) 생선회는 초장맛. (3) 간장을 살짝만 찍어 먹어야. (4) 신선만 하다면야 그냥 먹는다. (5) ‘노인과 바다’에서 소금이나 라임을 안 가져온 것에 안타까워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그게 왜 필요할까 생각한다.
7. 야채에 대한 예의 (1) 안 먹는다. (2) 고기 먹을 때 상추나 깻잎 두어 장 정도. (3) 매시드 포테이토, 카레에 들어있는 당근, 시금치 나물처럼 익혀서 양념한 것은 먹는다. (4) 샐러드를 비롯 생야채 좋아하지만 드레싱이나 쌈장 등이 없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5) 오이나 상추를 싸먹을 것도 양념도 없이 우적우적 씹어먹는 것은 나의 일상.
8. 안 먹는 식재료는 (1) 열 가지 이상. (2) 다섯 가지 이상. (3) 한두 가지. (4) 없음.
9. 외국에 나가면 (1) 고추장이나 밑반찬을 싸간다. (2) 꼭 한식은 아니라도 하루에 한 끼는 밥을 먹어야지. (3) 고수처럼 특이한 향초만 아니라면 외국음식도 그럭저럭. (4)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외국에서 한식은 안 먹는다.
사실 외국에 나가본 적은 없는데 커틀렛 같은 건 잘 먹으니까 고추장 없어도 큰 걱정은 없을 것 같다. 정 뭐하면 칼로리바란스와 우유만 먹어도 된다. 향신료엔 예민해서 잘 맞지 않을 수도.
10. 나는 다음 경우에 양껏 먹을 수 있다 (전혀 먹지 않는다) (1)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모임. (2) 소개팅 (3) 맞선 (4) 상견례 (5) 본인의 결혼식
11. 나에게 제일 맛있는 밥은 (1) 남이 해 준 밥. (2) 남이 해 준 집밥. (3) 남이 해 준 맛있는 밥. (4) 내가 한 밥
12. 밥이란 (1) 밥. 다른 것으로는 대체할 수 없다. 안남미도 밥 아님. 빵이나 국수는 싫다. (2) 빵과 국수를 좋아하지만 끼니는 아니지. 어디까지나 간식. (3) 일주일 정도는 밥 말고 다른 걸 먹어도 상관없음. (4) 밥, 국수, 빵은 완전히 평등하다.
13. 케이크란 (1) 안 먹는다. (2) 일부러 먹으러 가진 않지만 누가 먹자면 같이 먹어줄 수야 있다. (3) 케이크 뷔페 정보를 수시로 수집한다. (4) 케이크 한 조각이 밥 한 끼보다 비싼 게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5) 환갑이나 돌잔치 케이크를 싸준다면 반색을 한다.
14. 발효식품이란 (1) 안 먹는다. (2) 김치는 먹는다. (3) 프로세스 치즈나 요거트 정도야 좋아함. 하지만 이름이 어려운 치즈는 꾸리꾸리해서 싫다. (4) 명란젓을 비롯 빨갛게 양념한 젓갈은 먹지만 토하젓이나 그밖에 많이 삭힌 젓갈류는 곤란하다. (5) 홍어도 거뜬. 없어서 못 먹는다.
15. 아주아주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데 (1) 아무리 좋아해도 한 끼로 충분. (2) 두 끼나 세 끼까지는 괜찮지 않나. (3) 한 번 열광했다 하면 물릴 때까지 닷새고 열흘이고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4)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도 같은 음식을 네다섯 끼 정도는 계속 먹어도 상관없다.
16. 다음 중 집에서 만들어 본 것은 몇 가지나? 김치, 간장이나 고추장이나 된장, 잼, 치즈, 요거트, 케첩, 마요네즈, 말린 토마토, 야채나 과일칩, 장아찌나 피클, 젓갈, 버터, 아이스크림, 어묵, 족발, 소시지나 햄, 떡, 빵이나 과자나 케이크, 팟이나 완두앙금, 식혜나 수정과, 술, 식초, 도우와 소스를 모두 직접 만든 피자. 생강차나 유자차.
17.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주관식) 3분카레
18. 평생 똑같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무엇으로? (주관식. ‘한정식’처럼 얍삽한 대답 금지) 켈로그 아몬드 시리얼
***
식귀 80점 - 87.5점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은 먹을 것, 그리고 먹을 것, 오직 먹을 것. 하지만 맛없는 걸 먹느니 굶는다. 외식은 가능한 기피. 당장 쓰러져 죽을 것 같아도 밥은 직접 한다.
식신 65점 - 80점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먹을 것. 다른 것에도 정신 팔릴 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역시 먹을 것이 제일. 밥은 혼자 먹는 게 제일 맛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한테 신경 안 쓰고 먹을 것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도락가 50점 - 65점 마음에 맞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것이야말로 제일 큰 낙. 인터넷이나 TV에 나온 맛있는 집에는 꼭 가봐야 직성이 풀린다.
정상인 25점 - 50점 맛있는 음식이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짜장면 한 그릇 사먹자고 차타고 나가는 건 싫다. 주말이면 엉덩이가 급격히 무거워져서 집밥보다는 외식, 외식보다는 배달음식을 선호한다.
의욕상실 15점 - 25점 하루하루 챙겨먹는 것이 스트레스인 당신. 밥 대신 먹는 알약이 나오기만 한다면야 당장 일 년치를 사재기할 것이다. 김밥이나 햄버거, 라면처럼 인터넷을 하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일 좋다.
* 34.5점. 정상이다.
Posted by 미야
2007/08/0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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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at 2007/08/0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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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원고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 관계로 펑크입니다. 이상하게 이번 월말, 월초는 정신을 못 차리게 바쁘군요. 지금이 2시인데 아직 점심도 못 먹었어요. 으게-
* 흐엥, 황박사님 뒷머리 터졌쪄... T_T FBI에서 은퇴한 것도 공격당해서 그런 거라 했는데. 트라우마가 되면 우짤꼬. 책임져라, 엘리엇 아빠! 로앤오더 시리즈는 보고 나서 마음이 불편해질 때가 많다. 악마보다 더 무서운 사람을 봐서 그런가. 소돔에서의 어쩌고 사드의 글과 똑같은 짓을 저지르는 인간이 과연 사람이냐. 양치하고 입안을 헹구고 싶어진다.
* 의사소통이라는 건 내가 말하고, 다시 상대방이 답하는게 원칙인데 요즘엔 <닥치고 들으셈>이 전부인 것 같아 씁쓸하다. 혹시 나도 그러진 않았는가 일단 반성하고... 사람 하나하나가 우주라고 하면 50억이 넘는 우주가 지상에 존재한다. 그 다양함과 풍요로운 가능성의 기적을 인정할 줄 아는 멋진 센스를 보여줬음 하는 바람이다. 외골수가 문제라는 거, 탈레반을 보면 딱 보이잖는가. 네이버 이웃분의 근황글을 읽다 옛날 상처가 뒤집어져서 가슴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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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엉겹결에 팩스 용지를 두손으로 공손히 받아든 딘은 안구 뒤쪽에서부터 머리 전체로 신속히 퍼져나갈 두통이란 이름의 골칫거리를 확신했다. 하얀 건 여백이고 나머지 까만 건 글자다. 아니, 그 이전에 이거... 글자 맞아? 제일 먼저 떠올린 가능성은 자료 전송 중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거였다. 셋팅된 감열지가 구겨졌거나, 전선을 쥐가 이빨로 쏠아대었거나, 아니면 팩스가 삶은 달걀을 잘못 삼키고 딸꾹질을 했다던가, 블라블라. 그러니까 알파벳 A가 Λ처럼 보이게끔 뭉개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ꁂ는 원래 B고, Γ로 보이는 검정의 작대기 선은 C다. 딘은 속눈썹을 빠르게 깜빡꺼리며 눈을 더 가까이 가져갔다. 이건 예전엔 미처 몰랐던 일이다. 글자를 읽는 것만으로도 등이 땀으로 흥건히 젖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음... 딘은 한 가지 가능성을 깨달았다. 어쩌면 거꾸로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추정에 의거하여 슬그머니 방향을 돌려 다시 쥐어보았다. 옳거니, 그럼 옆으로 누운 エ는 H다.
자신의 까막눈은 무시한 채 대신 팩스를 보낸 사람의 특별난 괴발개발을 비난하고 보았다. 『이래선 무슨 내용인지 도저히 못 알아보겠다. 악필도 보통 악필이 아니군.』 『악필? 고문서 필사가 취미인 안젤로 신부님께 그 말을 전해드리면 무어라 하실지 대단히 궁금하군. 노인네가 쇼크로 심장마비를 일으키면 곤란한데... 그거, 루베 문자야. 읽을 줄 모르나?』 딘은 사막의 열기를 식혀주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처럼 경쾌하게 말했다. 『그래! 나도 알고 있었어. 이건 루베 문자지.』 『잘 안다면서 그걸 옆으로 해서 틀리게 들고 있냐?』 리는 그가 글자를 올바른 방향에서 똑바로 볼 수 있도록 종이의 위치를 고쳐주었다. 이런 제기랄, APPLE의 철자를 처음 배우던 시절로 돌아간 딘은 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렸다.
『질문을 하나 할게, 딘. 만약에「당신은 바지를 내리고 도로 한 가운데서 신나게 춤을 추어댈 겁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정말로 춤 추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 것 같아?』 『그야... 지금쯤 라스베가스에서 자기 이름으로 된 쇼를 진행하고 있겠지.』 완전히 정신 나간 대답이었다. 리는 대니 갠슨 극장 무대에서 단체로 바지를 내린 채 마카레나 춤을 추는 관광객들을 상상했던 것 같다. 마이크를 든 사회자가「자! 한 바퀴 신나게 돌아봅시다!」라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크게 흔들릴 하얀 엉덩이의 모습까지 떠올린 그녀는 입가를 가리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웃음의 뒷끝은 그리 개운하지 않았다. 현실은 그렇게 우스꽝스러울 리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뻔하지 않겠는가. 음악이 멈추자마자 제정신으로 돌아온 관광객들은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오른 채 기를 쓰고 쇼의 진행자를 붙잡으려 할 것이다. 난투극을 예감한 그는 마이크를 내던지고 재빨리 달아나려 하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흥분한 군중에게 붙잡힐 거다. 주먹이 날아다니고, 총알이 휘고... 그래서 입가를 가린 손을 도로 아래로 내렸을 때엔 딱딱하고 차가운 것이 머리에 닿았다는 식의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인간은「특별한」존재를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신에게 택함을 입은 우월한 존재로 숭배받는 경우도 없진 않겠으나 일반적으로 별종은 무섭게 박해받는다. 『나와는 다르기 때문에 무서운 거야. 같지 않기 때문에 없애버리고 싶어하지. 외눈박이만 사는 섬에선 두 눈이 멀쩡한 자는 한쪽 눈이 뽑히게 되어 있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도, 동물도 견딜 수가 없는 거야.』 그「특별한 별종」중 하나를 옆구리에 끼고 있는 딘은 애써 평정심을 가장했지만 눈빛이 흐려지는 것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고든에게 붙잡혔을 적에 그가 지껄여대던 말이 떠올랐다.
「루이지애나에서 엑소시즘을 하고 있었네. 10대 소녀였지. 뻔한 일이었어. 급 낮은 악마의 짓이었지. 그런데 그 망할 것이 머리를 흔들면서 다가올 전쟁 이야길 하더군. 처음엔 별로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 그냥 멋대로 떠들어대는 거라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뭔가 거슬리는게 있었어. 그래서 진실을 말하게끔 도구를 갖고 고문해봤네. 덕분에 여자아이는 죽고 말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흥미롭게도 그 악마는 다가올 전쟁에 쓰여질 인간의 병사가 있다는 이야길 털어놓더군. 악마의 편에 서서 싸우는 인간들... 믿겨져? 초능력을 쓰는 놈들이니 정확하게는 인간도 아니겠지만... 하긴 어떤 놈들이 자기 종족을 배신하겠어. 그런데 여기서 가장 재미있는게 뭔지 아는가, 딘 윈체스터. 그 악마가 말하길 내가 그들 중 하나를 알고 있는데 그게 바로 우리의 샘 윈체스터라는 거였다네.」
주먹이 쥐어졌다. 그 망할 것은 - 고든은 샘을 폭탄으로 날려버리려 했다. 그 순한 사슴 같은 녀석을 폭탄으로... 순간 제어가 되지 않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틀려, 틀려, 내 동생은 정상이야. 착하다고! 무지 예쁘고 귀엽단 말이야! 초능력이 있지만, 괴짜이긴 하지만, 사람 속 터지게 만드는 재주꾼이긴 하지만!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야!
리의 표정은 한층 더 으스스해졌다. 『하물며 인간도 그런데 뱀파이어라고 다를까?』 인간이나 괴물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말하며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통칭 오리진이라 불리우는 뱀파이어들은 최초의 뱀파이어인 아세베스와 에티온의 직계라고 믿어지지. 그게 신화이든 전설이든 이들이 매우 특별한 존재인 건 확실해. 하늘을 날거나, 시간을 멈추게 하거나, 축지법을 쓰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아버지들의 아버지이고 어머니들의 어머니야. 그들이 명령을 내리면 싫든 좋든 그 누구도 거스를 수가 없어. 달리는 버스 앞으로 몸을 내던져라 명령하면 그대로 하게 되지.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누가 뭐래도 뛰어내려야 하는 거야.』 딘은 심각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일종의 최면술 같은 건가.』 『마술 박사의 최면술이면 박수 두 번 짝짝 치면 깨어나게. 그보단 훨씬 더 심각하지. 자아라는게 깡그리 묵살되버리니까. 아까 우리를 습격하던 뱀파이어들의 표정 봤지? 뇌가 얼마나 휘저어졌음 그 망할 것들이 자기 팔이 떨어져도 아프다는 감각조차 못 느끼잖아. 나중에 깨어나서「이런 씨팔!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내 팔이 갑자기 어디로 갔지?!」이럴 걸 생각하면 끔찍스럽지 않냐.』 딘은 끝내주게 단 사탕을 한꺼번에 다섯 봉지나 먹어치운 듯한 메스꺼움을 느꼈다. 『그래서 이 소동이 전부 다...』 『맞아.』
이쯤해서 리는 딘이 쥐고 있는 감열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오리진은 돌연변이가 아니라 혈통이야. 그래서 한 가계에서 오리진이 나타나면 그 집안은 지속적인 감시 및 관리를 받게 되고 기록으로 남겨지게 되지. 태어나자마자 죽이거나 그 능력을 신속히 봉인해야 하니까. 즉, 필요에 의해 족보를 가지게 되는 거야. 네가 지금 보고 있는 루베 문자는 기원 전부터 내려온 뱀파이어들의 문자이고, 그건 한 집안의 가계도 사본이야. 설명을 듣고보니 느낌이 딱 오지? 첫 번째 줄이 아버지와 어머니라면, 두 번째 줄은 아들과 딸, 세 번째 줄은 손녀와 손자들, 네 번째 줄이 증손자와 증손녀뻘이 되는 거야. 비유하자면 위로 가면 갈수록 관뚜껑 안에서의 세레나데이고, 아래로 가면 갈수록 슈퍼마켓에 진열된 신선한 등 푸른 생선인 셈이지.』 맨 아랫부분을 보라며 그녀가 눈짓했다. 『그 중에 네가 아는 이름이 하나 보일 거야.』 『설마...』 『응. 그 설마야.』
순간 물이 뚝뚝 떨어지는 젖은 손이 감열지를 잽싸게 채갔다. 『이게 루더의 가계도라고요?』 『샘!』 『이상하네요. 루더에겐 형이 하나만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이걸 보면 하나가 아니라 둘이네요. 그에겐 형제가 둘이예요.』 『샘!!』 샘은 자신의 이름이 왜 반복하여 불리워지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훔쳐온 옷가지와 구두, 장난감을 마당에다 잔뜩 쌓아놓은 개가「내가 뭘 잘못했는데요?」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 같아 딘은 기운이 빠졌다. 이래선 커피 탁자를 거꾸로 뒤엎고도「무슨 문제라도?」반문하는 격이었다. 그는 철부지 대형 강아지의 목걸이를 잡아당겨서 뒷뜰에 단단히 묶어둘 필요성을 느꼈다. 『귀 뒤로 비누 거품이 그대로잖아! 제대로 씻어야지. 거기다 왜 물기도 안 닦고 나온 거니. 너 때문에 바닥이 젖고 있잖아. 맙소사, 걸레... 아니, 그보단 다시 욕실로 들어가야겠다.』
트렁크 팬츠 차림새의 강아지는 불만에 차 컹컹 짖는 소리를 냈다. 『빨리 나오라고 바깥에서 아우성을 칠 때는 언제고! 덕분에 씻는둥 마는둥 했단 말이야!』 『누가 그런 식의 아우성을 쳤다는 거니. 이 형은 제대로 씻으라고 말했어.』 『그게 아니라「서둘지 않으면 엉덩이를 차주겠다」라고 했잖아.』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는 거냐. 아예 각색을 해라.』 어쩐지 약이 바짝 올라 동생의 넓은 등짝을 팡 소리가 나게끔 해서 때렸다. 그리곤 곧 후회했다. 등쪽에도 비누 거품이 남았던지 미끌거리는 것이 손바닥으로 옮겨왔다. 『이걸 봐!』 딘은 너 때문이라며 소란을 피우며 비누가 묻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시끄러! 너희들 나이가 일곱 살이냐?!』 물기로 젖은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은 카펫을 노려보던 리는 이를 악물었다. 『싸우려면 나 죽고 난 뒤에 해! 난 지금 폭발 직전이야. 둘 다 욕실로 들어가!』 아기였던 시절에 메리를 잃은 샘은 엄마에게 야단을 맞은 적이 없다. 하지만 딘은 엄마에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걸 기억했다. 반사적으로 딘은 고개를 움추렸고, 내리꽂는 벼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자 얌전히 바닥을 기었다. 『이 말썽꾸러기!』 엄마의 화장품을 서랍에서 꺼내 몰래 입술에 발라봤을 적에 엄마 메리가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립스틱 맛은 무지 이상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아들을 화난 눈초리로 쳐다봤었다. 딘은 화장대를 어지럽혀 미안하다고 서둘러 사과했지만 메리는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실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 뭐라고 대꾸할 짬이 없던 거였지만 딘은 너무 어려서 그걸 몰랐다.
그가 샘의 팔을 꼭 잡고 욕실로 향했을 적에 샘은 적잖게 놀란 듯 짧게 아 소리를 냈다. 그리고 딘이 문을 잠그지도 않고 옷을 훌렁 벗기 시작하자 더욱 놀라서 앗 소리를 또 냈다. 어디다 시선을 두면 좋을지를 몰라 한참을 난감해하던 샘은 엉거주춤한 동작으로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틀었다. 어쨌거나 곳곳에 남은 샴푸의 거품을 다시 닦아낼 필요성은 있었고, 샘은 형의 나신을 보는게 아버지의 나신을 보는 것처럼 불경스러운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허겁지겁 고개를 숙였고, 다시는 예전처럼 머리를 똑바로 들지 못할 거라는 바보스런 생각이 들었다. 혁대를 끄르고 바지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뺨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샘은 물에 빠져 죽어도 좋다는 기세로 세면대로 아예 얼굴을 박아댔다.
『틀려. 루더에겐 형만 둘이 있었던게 아니야. 기록을 보면 형이 하나고, 누나가 하나야.』 입 밖으로 심장이 튀어나온 샘이 꽥 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벌컥 열어젖힌 문 가장자리에서 리가 이쪽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샤워기를 틀고 있는 딘의 뒷모습에로 꽂혀 있었다. 『무, 무, 무슨...!! 문 닫아요!』 『반응이 그게 뭐니. 어린애들 벗은 몸에 발정할 정도로 난 막 나가지 않았어. 그나저나 얘기를 계속할까.』 이쪽의 동의를 채 구하지도 않고 리는 하던 말을 맘대로 계속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샘을 마치 투명인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취급하곤 활짝 열려진 문에 등을 기댔다.
『열 두 살 위의 형의 이름은 에브. 젱킨스 영감네 일족이 10년에 걸쳐 추적하여 잡아죽인 바로 그 뱀파이어겠군. 그런데 여기에 보면 그 에브 말고 삼 십년 터울의 누나가 하나 더 있는 걸로 나와. 와우, 서른 살이나 위야. 이름은 게지나고 이게 맞다면 그녀가 이 가계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핏줄일 거야. 거기다... 흐음, 이름 위로 봉인을 의미하는 기호가 그려져 있어. 그녀가 바로 너희들을 노리는 뱀파이어고, 오리진이야.』
머리에 비누를 문지르다 말고 딘이 에취 재채기를 터뜨렸다. 총성이라도 들었다며 그 앞에서 샘이 펄쩍 뛰었다. 『정확히「봉인」은 어떤 걸 의미하지?』 리는 머리를 옆으로 기울였다. 『죽이지는 않고 능력을 내지 못 하게끔「처리」를 했다는 의미지.』 『처리라고 하면?』 『글세. 직접 본 적이 없어 무어라 하진 못 하겠군. 말을 하지 못 하게 성대를 잘랐을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협적이다. 그리고 봉인은 완벽하지도 않았다. 딘은 정신이 번쩍 들게 찬물을 틀었다. 순간 멍자국 선명한 가슴이 욱씬거리며 통증을 호소했다.
Posted by 미야
2007/07/29 22:11
2007/07/2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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