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sted at 2007/07/2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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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내린 것처럼 타자를 치며 한창 분위기 타고 있는데 따악 걸렸다. 젠슨, 몸무게 얼마입니까?급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프로필을 뒤져봐도 키와 눈동자 색 이야기만 있을 뿐, 정작 찾고 있는 몸무게 언급은 없었다. 민감한 거니까 그러겠거니 싶었지만 덕분에 중요한 부분에서 중요한 대사를 뜯어 고쳐야 한... 우겍! 싫어! 189cm라면 대략 루카와를 모델로 삼아도 되는 것인지? 그치만 이쪽은 헌터이고 (사실은 배우이고) 한쪽은 고교생 농구선수 (사실은 만화책 등장인물) 다.
자잘한 거에서 막히는게 제일 짜증난다. 대략적인 허수를 적고 딘이 <내가 뚱보로 보여?!> 라고 맞받아치는 걸로 해야 하나. 그치만 분위기상 농담 따먹을 장면이 아니라는게 문제.하느님, 로또 복권 당첨번호를 가르쳐 주시는 김에 젠슨 몸무게 숫자도 꿈으로 보여주세요.살아 생전에 별 소원을 다 빌어본다. * 머리 나쁘면 죽도록 고생. 솔로몬의 작은 열쇠가 레메게톤이고, 레메게톤에서 서술한 것이 게티아 마법이고, 그렇다면 글리모아는 뭐꼬. 여하간 불만인게 이놈들은 히브리어, 라틴어, 헬라어와 콥트어, 그리스어 말고는 학습을 전혀 안 하는 거냐? 인간들도 외국어 배운다고 땀을 빼는데 이래서는 너무 게을러빠진 거 아닌가. 그리스 말로 <목격한 거 안 말해주면 계속 저주할거야, 할멈...> 이라 으름장을 놓던 먼치 형사 생각이 나서 잠시 혈압이 내려갔다. 눈 땡그랗게 변해 <그리스 말을 다 할 줄 알아요? 선배?> 이러던 투투올라는 무지하게 귀여웠지만, 영어로는 저주가 되지 않는다는게 대략난감. 뭐, 어쨌든간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슈(呪)는 이름이라고 아베노세이메이가 그랬지. 에잇, 아밤바다!
Posted by 미야
2007/07/23 22:32
2007/07/2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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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있는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3시즌 시작 전까지「Moon-light rod」편이 끝나야 딱 맞는데 이 속도로 봐선 워째 가능할 것 같지가 않네요. ※
모즈볼리 모텔의 입구를 장식한 깜빡이 색전등을 마침내 찾아냈음에도 샘은 그 안으로의 진입을 망설였다. 당연한 얘기지만「방금 전에 실수로 사슴 열 다섯 마리를 한꺼번에 치어 죽였거든요. 아님 우리가 차로 들이받은게 아프리카 코끼리였을까요?」식의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그걸 고스란히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로 그 점이 문제였다. 어둠이 그럭저럭 그 모습을 감추어주긴 했어도 채 굳지 않은 대량의 피는 녹슨 쇠붙이 냄새를 진하게 풍겨댔다. 누군가 바로 그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익명으로 경찰에 신고할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했고, 그것도 강력 사건으로 신고될 거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지금도 충분히 죽을 맛이다. 이 마당에 뺑소니 혐의로 체포당하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그래서 샘은 모텔에서 한참 떨어진 으슥한 장소로 차를 세웠고, 굵은 한숨과 함께 엔진을 껐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사라지고 암흑이 주위를 포진하자 세 사람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말을 삼갔다. 피곤한 탓도 있었지만 입을 열었다간 뭔 소리가 튀어나올지 그게 무서웠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히스테리를 부리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특히나 딘은 무릎 위로 얌전히 손을 얹은 채 초긴장상태였는데 불결한 피를 뒤집어쓴 옷을 전부 벗어 태웠던 것처럼 더러워진 임팔라 또한 휘발유를 들이붓고 불을 당겨야 한다고 설득하려 할까봐 걱정이 산더미였다. 절대로 안돼, 라이터를 꺼내고 그러기만 해봐, 차라리 날 죽여, 속에서 하고 싶은 말들이 서로 뒤엉켜 아우성을 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겠다며 동생이 조심스럽게 시선을 맞춰오자 딘은 한층 더 긴장하여 좌우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젖은 신문지처럼 빛이 바랜 피부 탓에 콧잔등 위로 뿌려진 자잘한 주근깨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화형식을 하자는 얘기가 나오면 그 즉시 자동차를 끌어안고 알라스카까지 단숨에 도망이라도 갈 태세다. 한숨만 나온다. 그놈의 망할 사랑의 도피행에 자신을 끼워주지 않으리라는 걸 짐작한 샘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갖고 딘을 저주했다.
이 와중에 제일 먼저 운을 뗀 사람은 리였다. 『일단 좀 씻자. 내가 먼저 들어갈테니 5분 뒤에 신호를 보고 따라와. 108호실이다. 제일 가장자리에 있는 방이야. 잔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만약 신호가 없으면...』 『화염병을 던질까요, 아님 기관총이라도 쏠까요.』 차에서 내린 그녀는 유리창에 두 손을 대고 서서 콧방귀부터 뀌었다. 『웃기고 있네. 지금 장난하나. 실력이 쥐뿔인 주제에 날 돕겠다고 참견하며 끼어들기만 해봐. 등껍질이 벗겨지도록 빗자루로 마구 때려줄테다.』 샘은 바보가 된 기분에 고개를 떨궜다. 『그럼 우리더러 어쩌라고요.』 『어쩌긴!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달아나야지! 자, 약속해. 어떻게 한다고?』
단단히 엄포를 놓고 난 뒤에야 리는 셔터가 굳게 내려진 전당포를 가로질러 빠르게 달려갔다. 신중하게 주변을 살핀 뒤, 셔츠를 두손으로 움켜쥐고 자세를 한껏 낮춘 채 울타리를 넘는 모습은 부모 몰래 외출했다 들키기 전에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는 틴 에이저를 많이 닮아 있었다. 복잡하고도 비밀스런 사생활을 즐기는 철부지들이 선호하는 출입구 - 이를테면 사다리가 놓여진 창문을 노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빼면 영락없었다. 불현듯 샘은 그녀의 진짜 나이가 궁금해졌다. 딘과 비슷한 또래일 거라 막연히 짐작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터무니없는 착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록 콘서트와 남자친구, 불법으로 다운로드받은 MP3와 배꼽 피어싱이 관심사의 전부일 소녀들보단 확실히 삭은 외모였지만... 그놈의 두꺼운 화장이 변수였다. 여자들이 눈두덩이에 뭘 바르느냐에 따라 적게는 2년, 많게는 10년까지 자기 나이를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다는 건 가까이에서 제시카를 봐서 잘 알았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는 것과 마찬가지다 - 라고 제시카는 웃으며 말하곤 했다. 실제로 하이힐을 신은 제시카는 원래의 키보다 10cm는 족히 커보였다.
딘이 고개를 길게 빼는 것과 동시에 리가 방문에 열쇠를 꽂았다. 하지만 바로 손잡이를 돌리진 않았다. 허리를 숙여 문 아래틈을 살짝 더듬거렸고, 딘은 그녀가 사전에 그곳에다 얇은 핀을 끼워뒀음을 눈치챘다. 예민한 상황에선 존도 종종 그렇게 하곤 했다. 만약에 핀이 움직였다면 그건 나쁜 소식이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적을 제압할 수 있는 무기를 꺼내드는 것이 현명하다. 아니면 최소한 연막탄 정도는 터뜨려야 했다. 다행히 침입자는 없었던 것 같다. 장치한 핀을 도로 집어들고 안전을 확신한 리는 그제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전등 스위치를 켜자 내려진 커튼 틈새로 환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조금 있다 불은 다시 꺼졌고, 정확히 3초 뒤에 아까의 행동은 실수라는 듯이 도로 환해졌다. 『샘? 신호다. 우리도 들어가자.』 특대형 피자를 주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찌그덩 소리를 내는 자동차 문을 닫았다.
「어떤 의미에선 아빠보다 훨씬 더 대단해」 일주일치 선불을 내고 빌린 모텔방은 후텁지근한 차안에서 곰삭은 페스트푸드의 냄새를 풍겨댔다. 낡은 소파와 커피 얼룩이 남은 카펫, 반액 세일로 팔려고 해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창고에서 썩어나갔을 금속제 책상 같은게 어색하게 제 자리를 지켰다. 성전처럼 우뚝 자리를 지킨 싱글 침대는 그나마 상태가 양호했지만 산더미처럼 벗어던진 옷가지와 읽다 만 프린트물 덕분에 이미 오래 전에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었다. 종이는 침대를 점령하고도 모자라 바닥과 벽면, 그리고 화장대까지 진출해 있었다. 빈 공간이 있다 싶으면 투명 셀로판 테이프로 무질서하게 붙여나간 뉘앙스다. 덕분에 1989년 12월자 미시간주 지역신문에서 오려낸 여교사 베르니카 부르의 납치, 살인사건 기사 옆으로 엉뚱하게 패밀리 레스토랑 전화번호가 붙어 있었다. 다시 그 옆으로는 스페인의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인 후안 마누엘 소아레스 감보아가「엘 문도」의 편집자에게 보낸 협박편지의 사본이 올라가 있었다. 그녀가 무엇을 찾고 있고, 무엇을 알고자 한 것인지는 당사자의 설명이 있지 않는 한 알아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나름대로의 법칙을 갖고 열심히, 열심히, 부지런히, 부지런히 자료들을 벽에 붙여나갔던 존과는 천지차이다.
딘은 심호흡을 한 다음, 거울 옆으로 붙은 사진으로 시선을 주었다. 도저히 진위를 모르겠다. 이 여자는 무슨 목적으로 피렌체의 명소인 베키오 다리를 찍은 관광용 엽서를 붙여놨을까. 『좋은 곳이야. 다리 위로 멋진 보석상이 죽 늘어서 있지. 낮이나 밤이나 금은보석으로 번쩍거린다고. 혹시 가본 적 있어?』 리의 질문에 샘은 눈알을 굴려댔다. 『그럴 리가요. 우리 형은 중증의 비행기 공포증이예요.』 딘이 그 장소가 어딘지를 알아본 건 순전히 사진에 장소의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친절한 설명이 없었다면 그곳이 일본 혼슈의 센다이라고 해도 그런가보다 하고 대충 넘어갔을 것이다. 비행기가 무서워 대단히 미안합니다 - 흥, 소리를 내곤 엽서를 거울에서 떼어내 거꾸로 뒤집었다. 뒷면에는 대단히 훌륭한 필체로 짤막한 안부의 글이 적혀져 있었다. 여자가 아니라 남자의 글씨다. 멋지다는 느낌이었다. 친애하는 리디아님, 이곳에서 본 아르노강의 야경은 당신을 닮아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딘의 눈동자가 글씨를 따라 옆으로 게걸음을 치자 그 즉시 리는 누가 죽었기에 멋대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느냐며 펄쩍 뛰었다. 『뭘 보는 거야! 댁이 지금 구경하고 있는 건 은밀한 사생활이라고!』 성큼 걸음으로 다가와 엽서를 황급히 빼앗은 그녀는 골치 아프다는 투로 욕실을 가리켰다.
『부탁을 드리죠. 엽서엔 관심 꺼주시고 지금부터 샤워를 해주세요. 시간 절약을 위해 가급적 동생분과 같이 들어가 주셨으면 합니다. 사이좋게 서로의 등에다 비누칠을 해주세요.』 『에?!』 『왜 깜짝 놀라는건데. 둘 다 남자잖아. 그리고 형제이고. 뭐가 문제지?』 정말로 의아해하는 리의 태도에 딘은 은밀히 충격받았다. 설마, 다른 사람들에겐 이게 문제가 안 되는 건가. 딘은 침을 꿀꺽 삼키고 목을 움츠렸다. 싱글 침대 2개가 나란히 놓여진 한 방을 쓰며 여행을 다닌게 벌써 2년이다. 상대가 있든 없든 껑충걸음으로 진 바지에 다리를 끼워넣은 것도 여러 번이다. 셔츠를 벗어던진 알몸을 지겨울 정도로 많이 봐왔고... 그래도 같이 목욕까지 한다는 건 상스럽다고 생각한다. 우물거리며 샘을 쳐다봤다. 동생 역시 고양이가 혀를 물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할 말을 잊은 채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포르노 영화 감독이 검정색 속옷만 입은 출연자들을 향해 큐 싸인을 보냈다는 식이었다. 카메라는 돌아가고, 어색해 죽으려는 남자배우는 발기불능에 빠졌다. 『구, 궁금해서 그러는데... 자, 자매들도 같이 샤워하고 그래?』 『글세. 나는 외동딸이라.』 임대한 다기능 복합기에 메시지 알람이 켜진 걸 확인하던 리는 귀찮은 듯이 대꾸하곤 곧 등을 돌렸다. 가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삼파장 전구의 불빛을 받아 갈색의 머리카락이 탈색이 덜 된 백발처럼 보였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여러 단추를 조작했고, 이내 윙 소리를 내며 기계가 예약된 팩스 감열지를 길게 토해내기 시작했다. 토스터기 타이머 조작마저 서툴렀던 존과는 사뭇 대조적었다. 그녀는 다시 띡띡 소리가 나게끔 숫자판을 눌러댔다. 샘은 그 모습이 금고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과 많이 흡사하다고 여겼다. 『뭐 하나, 도련님들. 욕실로 안 가고.』 팩스에서 잠시 눈을 떼고 리가 잔소리를 퍼부어댔다. 『설마, 샴푸로 머리를 감는 법부터 시작해 겨드랑이에 비누칠하는 방법까지 일일이 가르쳐줘야 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수도꼭지에서 물 나오게 하는 것부터 알려줘야 하는 거냐? 그런 거야?』 딘은 가만히 눈짓했고 샘은 알았다며 먼저 욕실로 향했다. 용의주도하게도 샘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욕실 문을 걸어잠궜다.
『와... 저 자식 진짜 냉탱이 없네.』 걸쇠가 돌아가는 찰칵 소리에 리는 이마를 찌푸렸다. 그러나 딘이 그렇게 하라고 무언의 명령을 내렸을 거라는 걸 모르지 않았기에 비난의 화살은 다시 동생으로부터 형에게로 돌아왔다. 『한심해서.』 금속제 테이블에서 포장을 뜯은 담배를 집어든 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모텔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종이 성냥을 찾아 이곳저곳을 뒤졌다. 그러다 퍼득 깨달았다. 보드카를 흠뻑 뒤집어쓴 몸으로 성냥불을 댕겼다간「스턴트맨이나 특수효과 없이 연기하는 리얼한 잔다르크의 최후」가 될 터였다. 쳇, 소리를 내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도로 책상 위로 던져버렸다. 입이 텁텁해 미칠 지경이었으나 목숨을 걸 만큼 못 참을 것도 아니었다. 『아님 나에게 달리 할 말이라도?』 그도 그럴 것이 딘은 지은 죄를 자백하러 온 카톨릭 신자처럼 보였다.
딘은 대답하기를 잠시 미룬 채 욕실에서 물줄기가 터져나오는 기척을 기다렸다. 조금 지나자 쏴 소리가 들려왔고, 바로 지금이야말로 고해성사를 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라는 걸 알았다. 물론 샤워기만 틀어놓고 문짝에다 귀를 바짝 대고 있을 수도 있다. 샘은 의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래서 딘은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췄다. 『나도 헌터야, 리.』 『물론 그러시겠지.』 기껏 분위기를 맞춰줬더니 뚱딴지 같은 소리나 한다며 눈을 부라렸다. 어쨌거나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가망이 없다면 우리 두 사람을 포기해도 원망하지 않아. 그쪽부터 살아남을 궁리를 해.』 『어머~ 그거 엄청 고마우셔라.』 리는 약간 화가 난 눈치였다. 『지금 내 생각을 해주는 거야? 맙소사. 아랫도리가 흠뻑 젖어올 정도로 감동적인데.』 그리고는 음란하게 손으로 사타구니를 꾹 눌렀다. 그 못난 태도에 딘은 손을 들었다. 『장난하는 거 아냐.』 『그럼 그게 진담이었수? 난 농담이라 생각했수. 닥치고 동생이랑 같이 머리나 감으슈.』 『아직 내 이야긴 안 끝났어, 리.』 딘은 더욱 목소리를 작게 했다. 이젠 거의 속삭이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만약 둘 중에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잠깐!』 『나를 포기해.』
진심이다. 때문에 불쾌하다. 리는 거부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팔짱을 꼈다. 목덜미로 기분 나쁜 오한이 달렸다. 리는 얼굴을 찌푸렸다가 다시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어댔다. 『이게 무슨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을까, 아님 버거킹 햄버거를 먹을까 하는 문제인줄 알아?!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는 알고 있는 거냐? 이건 음식을 주문하면서 양파를 빼달라고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듣지 않고 딘이 말했다. 『저 녀석을 구해.』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그는 확고했다. 『내 동생을 구하라고.』 절대로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 같은 그 모습에 리는 걱정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
Posted by 미야
2007/07/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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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두꺼운 닭살을 대패로 밀어버리겠다는 원대한 포부는 어디로 가고「황당한 새벽의 저주」를 쓰고 있습니다. 달달한 설탕이 필요해욤. ※
감미로운 사색에 잠겨 100m 길이의 산책로를 걷는다고 가정해보자. 아직 쪼개어지지 않은 거대한 곤드와나 대륙과 그 넓적한 표피를 감싼 백악기의 바다, 그리고「가짜 공룡」이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키가 15미터에 이르는 아파토사우르가 쿵쿵거리며 발도장을 찍는 광경을 상상하며 즐거운 미소를 지을 수 있다. 기후는 오늘날의 지구보다 습기가 많고 따뜻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조차 젖먹이 어린애의 따스한 체온처럼 느껴진다. 주변을 둘러보면 빌딩만큼 큰 소철과 촉촉이 물기를 머금은 거대 이끼류 뭉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풍요로운 녹색에 눈이 핑핑 돈다. 영원보다도 더 긴 100m다. 이때 낙원에서의 몽환적 산책을 갑자기 방해하며 잔혹한 육식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가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고 해보자. 당신은 크게 놀라 호흡을 멈춘 채 발바닥에 불이라도 붙었다는 식으로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할 것이다.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 같던 100m는 단 13초만에 돌파된다. 날카로운 이빨에서 벗어났음에 감사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던 당신은「그런데 왜 스티븐 스필버그가 찍은 영화의 제목은 백악기 공원이 아니라 쥬라기 공원인 거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래서 만사가 꼼꼼한 그대는 과학을 위해 차를 타고 냉큼 뒤로 돌아가고자 마음을 먹는다. 차 문을 닫고, 안전밸트를 매고, 백미러의 각도를 조정한 뒤, 시동을 거느라 제법 시간이 잡아먹혔지만 자가용으로 운전하며 달리는 100m는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뛰어서 도달한 13초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티.라.노.사.우.루.스. 이름을 발음하는 동안 도로의 끝부분에 이르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운전대를 쥐고 있는 샘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이놈의 공룡 이름을 발음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생각하고 판단해야 했다. 주어진 시간은 대단히 짧고, 바로 그 점이 그를 거의 미치게 만들었다. 「맙소사, 저 종아리 굵은 여자를 보라고! 평범한 아줌마처럼 생겼잖아! 몽유병에 걸려 길가를 어슬렁대는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겠어?! 남편과 싸우고 밤 산책을 나온 거라면 어쩔 거야!」 겉모습이 사람과 똑같이 생긴 괴물을 죽이는 일은 심리적으로 부담이 크다. 그들의 눈빛이, 그리고 표정이 죽이는 일을 방해한다. 거기다 그것들이 인간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뻔하지 않겠는가. 무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백 만번 이상을 주저하게 된다. 샘은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을 죽여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하나같이 모습이 흉측했고, 그 정체가 대단히 수상쩍었고, 무덤가의 썩은 악취를 뿜어댔다. 때문에 샘은 방아쇠를 당기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 주저하게 된다면 그 일은 샘이 아니라 딘이 처리할 일이었다. 그랬다. 딘의 일이었다. 어쩔 줄을 모르고 망설이는 샘을 대신하여 항상 딘이 최후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총성이 들려오는 동안, 샘은 안전한 곳에서 얌전히 귀를 막고 있으면 되었다.
「딘이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했어! 딘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어야 했다고!」 어느새 여자들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와중에 샘은 힘든 일을 전부 형에게 떠밀고자 하는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다. 동시에 그런 자신을 결코 나무라지 않을 딘에게 원망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딘은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괜찮다 말해주며 동생의 경직된 피부를 쓰다듬는다. 마치 연인에게 호소하듯 감정을 실어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그리고 둥글게 뺨을 어루만진다. 맞아. 그건 내가 할 일이야, 샘. 비겁하고, 겁쟁이고, 머리 모양도 형편없고, 옷차림도 엉망인데다, 여자아이들의 인형놀이에서 졸업하지 못한 동생은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수치심이 치솟는다. 「그래. 형이 해야 할 일이야.」
마른 침이 꿀꺽 소리를 내며 넘어갔다. 이대로 자동차 바퀴로 밀어버리라고? 뼈와 근육이 파괴되는 우지끈 소리를 참아내라고? 사람처럼 생긴 몸통을 밟고 넘어갈 적의 덜컹이는 진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라고? 유리창으로 피가 튀고 바퀴 휠에 살점이 들러붙는 걸 당연시 여기고?! 무리다. 샘은 엑셀레이터 패달 위로 올려놓은 다리로 힘을 줄 수 없었다. 격해지는 마음의 동요도 다스릴 수 없었다. 「나는 못해. 나는 할 수 없을 거야. 왜나하면 나는...」 머리털이 곤두섰다. 그제야 샘은 브레이크 페달을 꾹꾹 누르며 도로에서 비켜나려 발버둥치는 자신을 깨달았다. 이대로라면 차는 생울타리를 뚫고 멋지게 도랑을 구를 것이다. 박살나는 베이비를 보고 딘이 덩실덩실 춤추며 좋아라 하겠군. 쓰라린 패배감에 휩싸이며 왼편으로 핸들을 꺾을 적에 든 생각이 바로 그거였다.
『지금 뭐 하려는 거야! 똑바로 돌진하라고 그랬잖아!』 길길이 뛰던 리가 면허증을 반납해야 마땅한 엉터리 운전수를 향해 주먹을 날리려 했다. 『새미!』 그보다 약간 더 빠르게 해서 딘은 앞좌석을 향해 허리를 길게 뻗어 어떻게든 동생을 보조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다지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차속에서, 그것도 뒷자석에 앉은 채 핸들을 잡으려 한다는게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를 그는 진작에 학습했어야 옳았다. 튀어나온 돌이라도 밟았는지 차체가 크게 요동쳤고, 엉거주춤 일어선 상태로 도저히 균형을 잡을 수 없었던 딘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리쪽으로 쓰러졌다. 아니, 쓰러졌다는 표현은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것이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리를 덮쳤다고 봐야 옳다. 그것도 하필이면 저녁을 든든히 먹어치운 남자였다. 쿼터백의 사투를 닮은 터치다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꾸엑!』 순식간에 뒷자석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짜부라진 리는 여백의 공간을 찾아 팔을 더듬거렸다. 차가 다시 한 번 더 위 아래 방향으로 흔들렸고, 딘은 이번엔 반대편으로 날아가 몸을 접었다. 재수가 나빠 손잡이에 뒤통수라도 부딪친 모양이다. 둔기로 머리를 때리는 듯한 퍽 소리가 소름끼쳤다.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딘은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딘!』 샘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핸들을 꽉 잡고 - 그래봤자 임팔라는 신나게 3/4 박자로 왈츠를 추고 있었다 - 뒤를 돌아다보며 자신이 방금 사랑하는 이를 골로 보낸 것이 아닌지를 염려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염불은 나중에 외우고 제발 앞을 봐! 멍청아!』 너무 화가 치민 나머지 리는 샘의 뺨이라도 때리고 싶은 눈치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거나 좋으니 붙잡을 수 있는 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게 상책이었다. 단, 그게 신음하는 딘의 허벅지였다는 점에서 리의 선택은 진짜지 형편없었다. 『조심해!』 경고하는 것과 같이하여 배를 침몰시키는 세이렌들이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몸을 붙여왔다. 하얗게 분칠한 얼굴이 어둠속에서 똑바로 떠올랐다. 어떠한 감정도 실리지 않은 하얀 얼굴의 출현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 샘은 그녀의 다듬어지지 않은 눈썹이 송충이처럼 생겼다는 것과 콧잔등으로 거뭇거뭇한 점이 많이 돋아났다는 것, 그리고 한쪽 뺨에만 음푹 패어진 보조개 자국이 있다는 것까지 전부 알아볼 수 있었다. 젊은 사람이었지만 둥근 턱에 살집이 붙어 원래 나이보다 늙어 보였다. 『온닷!』 개구리가 연못가에서 펄쩍 뛰어오르듯 몸을 날렸다. 그 즉시 쿵, 하고 무거운 충격이 왔다.
『으아아~?! 저 망할 것이 본네트를 찌그러뜨렸어!』 나의 베이비, 나의 베이비 하고 바닥에 처박힌 딘이 흐느껴 울었다. 샘은 그저 눈을 감고 싶었다. 이제 세이렌의 하얀 얼굴은 새빨간 색으로 바뀌었고, 크게 찢겨진 상처 틈새로 오른쪽 안구가 흘러내리려 했다. 아랑곳 없이 여자의 갈색 눈이 샘을 똑바로 응시했다. 하아, 숨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매달려 질질 끌려오면서도 여자는 활짝 열려진 창문으로 자신의 팔을 억지로 끼워넣으려 했고, 그 시도는 거의 성공했다. 피가 스며든 눈이 천천히 깜빡였다. 어둠을 삼킨 짐승의 광채가 번득였다. 동시에 주걱처럼 보이는 손이 샘의 어깨를 향해 돌진해왔다. 여자는 깡통에서 맛있는 사탕을 한줌 꺼내려는 것처럼 손가락을 휘저어 움직였다. 그녀가 샘을 밖으로 꺼내려 한다는 건 누가 봐도 명백했다.
『샘! 고개를 옆으로 돌렷!』 리가 칼을 꺼내들었고, 은색의 흉기가 번개보다 빠르게 가로로 움직였다. 멈추지 않고 이번엔 세로로 다시 그었다. 십자형으로 깊게 베인 자국에서 선혈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사방으로 적갈색의 피를 떨어뜨리며 여자가 큰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상처가 아파서라기보단 윤활류 역할을 하는 피 때문에 더 이상 창문을 붙잡고 달리는 자동차에 매달려 있기가 어려워서인 듯 싶었다. 마침내 미끌- 하고 균형을 잃는다 싶더니 그대로 만세를 부르며 손을 놓았다. 여자의 몸이 창문 아래로 스륵 가라앉았다. 동시에 임팔라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고, 샘은 망할 것의 다리가 자동차 밑으로 단단히 끼었다는 걸 깨달았다.
낭패감으로 속이 울렁거렸다. 텅 빈 쇳덩이가 울리는 듯한 투웅, 투웅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여전히 움직일 수 있는 손으로 여자가 바깥면을 세게 두드려댔다. 기운이 어찌나 대단한지 오래된 장롱이 뒤집어진 듯한 굉장한 소리가 났다. 샘은「제발 떨어져라」주문을 외우며 좌로, 우로 핸들을 돌려댔다. 하지만 이물질이 단단히 틀어박힌 차량의 회전축은 제 기능을 절반 가량 잃었고, 그 증표로 임팔라는 옆으로 길게 미끌어지기 시작했다. 순간 둔중한 울림이 타이어를 삼켰다. 지면과 맞물린 여자의 살덩이의 일부가 반복되는 마찰력을 견디지 못하고 길게 찢어졌다. 신선한 고깃덩이 하나가 도로에 떨어졌다. 정강이 아래 복숭아뼈로는 하얀 구두가 신겨져 있었다. 『망할!』 그러고도 여자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바닥 아래서 퉁퉁 소리가 들려왔다. 샘은 까무라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무리 끈질겨도 그렇지, 몸통이 날아갔음에도 두드리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멍청아! 후진해!』 딘이 갈라진 목소리로 명령했다. 『뭐?!』 『언제까지 저놈의 찌꺼기를 매달고 다닐 수는 없잖아. 밀어서 안 되면 당기는 거다. 후진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샘은 급정거를 했고, 기어를 조작한 뒤, 전속력으로 후진했다. 끼익 소리와 같이하여 마침내 틈새에 낀 굵직한 뭔가가 퉁 하고 빠져나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됐다! 성공이다!』 상향으로 조정된 헤드라이트가 도로 한 가운데를 비췄다. 검은 덩어리가 빛에 반응하여 꿈틀 움직였다. 멍한 눈빛을 띈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분홍 빛깔의 내장이 얼굴에 크리스마스 장식물처럼 걸려 있었다. 그것이 대단히 성가셨던지 별다른 감흥을 못 느끼는 표정으로 오물을 털어냈다. 병든 고양이 같은 나약한 울음 소리를 나지막히 낸 뒤, 둔부마저 잘려나간 여자는 피투성이 손으로 길바닥을 엉금엉금 기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샘이 외쳤다. 『워, 원래 이런 거예요? 저지경이 되고도 막 움직이잖아요!』 『그럴 리가 있겠냐. 뱀파이어라고 무적인 건 아니야. 이건 크게 잘못된 거야!』 리는 후방을 돌아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뿔싸다. 뒤편에선 네 마리의 뱀파이어가 도로를 점거한 채 어딘지 멍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홀리건처럼 두 팔을 흔들며, 그러나 환호하는 소리는 일절 내지 않고, 돌아오는 임팔라를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하나같이 마약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시선에 초점이 없잖아!」 저런 식으로 흐느적거리는 뱀파이어를 본 것이 1966년의 일이라는 걸 떠올렸다. 순간 깨달음의 암흑이 벨벳 커튼처럼 천장에서 내려왔다. 「오리진!」
『아이고, 저게 누구야.』 총을 창틀에 올려놓고 당장에라도 조준 사격에 들어갈 태세를 갖춘 딘이 갑자기 신음소리를 냈다. 무리 중에 아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술집 전언판에「사람을 찾습니다」제목으로 올라갔던, 동그란 얼굴을 한 온순하고 멍청한 인상의 바로 그 남자였다. 『조 와이저잖아!』 표백된 하얀 얼굴엔 감정이라는게 전혀 없었다. 그자가 나플나플 춤추는 듯한 모습으로 덮쳐왔다. 모든게 비현실적이었다. 딘은 혐오스러움을 꾹 참고 조 와이저의 미간을 정확히 노려 방아쇠를 당겼다. 탕 소리와 함께 조 와이저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그러고도 딘은 탄창이 텅 비도록 쏘고 또 쏘았다. 비명은 없었다. 다만 천둥치는 총성만이 메아리쳤다.
Posted by 미야
2007/07/19 01:46
2007/07/1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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