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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8)

겨우 옷만 갈아입고 도서관으로 허겁지겁 돌아온 핀치는 깜짝 놀랐다.
대단히 지친 안색으로 도서관 구석에서 눈을 감고 있는 리스의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신문지 두 서너 장을 바닥에 깔고 - 하느님 맙소사 - 노숙자 시절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 등을 구부린 채 두 팔로 양복 상의를 단단히 끌어안고 있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거라 착각하고 비명을 질러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핀치가 그러지 않은 까닭은 구석으로 얌전히 놓여진 구두의 존재를 재빨리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정글과도 같을 거리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소지품을 훔쳐갈 도둑이 없으므로 - 아니 아니, 지금 밑창 닳은 신발 따위를 쳐다보고 있을 때인가... 핀치는 제자리를 이탈한 심장을 수습했다.

『미스터 리스?』
왜 이 남자는 집에 가서 눕지 않은 걸까. 것보다 차가운 맨 바닥에 신문지가 무슨 소용이라고 - 거의 엎드리다시피 허리를 굽혀 리스의 어깨를 흔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남들에게는 별 것 아닌 동작이지만 예전에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 그의 등뼈는「허리를 구부림 = 유니버셜 발레단이 선보이는 고난이도 동작」임을 일방적으로 주장했고, 그만큼 어려운 동작을 함에 있어서의 합당한 댓가를 요구했다. 다시 말해 탈이 난 근육이 세게 당겨져 눈물이 날 만큼 엄청 아팠다.
『리스.』
그래서 목소리가 갈라졌다.
『존?』

인기척에 반응,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리스는 누운 자세 그대로에서 눈꺼풀만 뻐끔 들어 올렸다.
보아하니 아직까지 스위치가 켜지지 않은 눈치다.
어리둥절해 하는 것도 같고, 아니면 꿈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처럼도 보였다.
계속해서 희망이 없는 어둠 언저리를 헤매면서 사람을 잡아먹는 못된 괴물에게 쫒기는 중인게 분명했다. 영혼을 노리며 배회하는 불길한 그림자의 기운이 느껴졌다. 리스의 눈빛은 혼탁했다.

『일어나요. 이런 곳에서 자면 안 돼요.』
일부러 큰 소리를 내어 불렀건만 리스는 핀치의 등장이 실제가 아니라 꿈의 연장이라고 착각한 것 같았다.
엷게 미소를 지으면서 리스가 속삭였다.
『손을 잡아줄래요. 부탁입니다.』
『존?』
『왜요. 안 되는 거예요?』
『존!』
『어.......... 음? 여기가 어디죠. 어.......... 핀치?』
핀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꼬대하는 전직 CIA 요원이라니.
『일상으로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미스터 리스. 커피가 필요해 보이는군요.』
설탕을 넣지 않은 진한 커피를 한 잔 이상 준비해야 할 시점이었다.

핀치는 자신이 악덕 고용주가 되어버린 이 비참한 현실을 유감으로 여겼다. 사흘 가까이 잠을 거의 자지 못한 고용인이 견디다 못해 신문지를 깔고 누워 비몽사몽 중에 헛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그지 똥갱이 같은 근무 조건을 지적하며 고소장을 제출하겠다고 해도 말릴 자격이 안 된다. 미안하다 사과할만한 입장은 더더욱 아니었으며...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벅벅 문질러 세수를 대신 하고 있는 리스를 곁눈질하던 핀치는 시커먼 빛깔의 위장을 쓰리게 만드는 사악한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내밀었다. 샤워도 못하고 면도도 하지 못한 리스는 이젠 살았다는 투로 뜨거운 커피를 벌컥거렸다. 맛과 향을 음미하는 행위와는 거리가 먼, 말 그대로 기계에 기름칠을 하는 동작이었다. 핀치는 측은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 속쓰림에 삼가 묵념을 - 또 다른 컵을 꺼내 슬그머니 그의 앞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고나서 한 3초? 이래도 과연 괜찮은 걸까 고민하는 눈치로 다른 컵 하나를 추가로 옆에 놓았다.

『커피로 아침 식사를 대신 하긴 싫어요.』
타박하는 말에 핀치는 자신의 과잉 서비스를 철회했다. 쉽게 말해 남은 커피 컵을 치웠다.
『새벽 무렵에나 귀가한 버터워스는 아침이 되자 학교로 일하러 갔어요, 핀치. 수업에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잠시 눈도 붙일 겸 림보로 돌아왔는데 생각보다 오래 잤군요.』
『그러지 말고 호텔에라도 가서 침대에 눕지 그랬어요. 불편하게 새우잠을 자면 피곤이 안 풀려요.』
『불편한 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잠을 자는 조건은 편안함 보다는 안전이니까요.』
뻐근한 목덜미를 주무르면서 리스가 말했다.
『그보다 뭐라도 알아냈습니까?』

만약에 핀치가 열 세 살 어린애였다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핀치는 이제 열 세 살의 어린이가 아니었기에 흐흐흐, 이러고 웃을 수는 없었다. 토끼눈이 되어버린 눈가를 문지르며 리스가 볼 수 있도록 모니터 각도를 조정해 주는게 전부.
『리스 씨가 버터워스 씨의 집에서 복사해온 개인 컴퓨터 자료를 분석해봤습니다. 삭제된 파일 몇 개를 복구했고요, 특히 암호화되어 숨김 속성으로 감춰져 있던 압축 파일이 제 관심을 끌더군요. 그래서... 풀어봤죠.』여기까지 말하고 핀치는 잠시 숨을 골랐다.『이게 폴더 내용입니다. 토기가 올라올 정도의 무척 흉측스런 것들이죠. 폴더의 제목을 먼저 보지 않았더라면 리스 씨에게 저 개새끼의 머리통을 산 채로 불살라 버리라고 요구했을 겁니다.』

리스는 두 가지 이유로 놀랐다.
첫째, 폭력을 혐오하는 핀치가「상대의 머리를 산채로 불태워 버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둘째, 핀치가「개새끼」라고 욕을 했다. 셋째, 핀치가 얼굴을 붉히며 삿대질을 했다. 가만 있자... 지금 두 가지가 훨씬 넘은 것 같은데.
화면 가득 벌거벗은 어린 아이들의 사진이 떠올랐다. 아이의 나이는 열 살이 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리스는 모니터를 외면하며 어금니를 뿌드득 깨물었다.

『아동 포르노인 겁니까.』
『악어 밥으로 던지고 싶어지지요. 하지만 악어 밥이 될 인간은 버터워스 씨가 아니라 따로 있습니다. 압축 폴더 제목이 뭐였는지 아세요.「증거물」이었습니다. 버터워스 씨가 개인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아동 포르노를 모은 건 아니라는 거지요. 것보다는 아동 포르노 수집자나 판매자를 개인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사조직을 꾸려서요. 앨런 싱어, 마이클 슬러셔, 브라이언 맥노거, 위노나 도든, 메히아스, 맥팔레인...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있습니다. 이들 전부가 아동 성범죄자 추방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 리더가 버터워스 씨로 추정되고요... 매우 오래전부터 비밀리에 이 일을 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리스는 팔짱을 낀 상태에서 셀로판 테이프로 벽에 부착된 수많은 사진들을 응시했다.
기계가 뽑아낸 사회보장 번호의 주인들이다.
누구에게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죽어버린.
그는 저 저주받은 판넬 위로 새로운 이름이 추가되는 걸 결코 바라지 않았다.
『아동 포르노 업자는 매우 위험한 사람들이죠. 지금까지는 행운이 뒤따랐다고 해도 조만간 생명이 위태롭게 될 겁니다.』
말을 끝마친 리스는 양복 상의를 움켜쥐었다.
공복의 위장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으나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Posted by 미야

2012/05/15 14:23 2012/05/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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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차라고 해서 "천(千) Tea? 뭐여 이건~" -  이러고 바보 흉내를 냈습니다.
센차는 일본식 녹차이고요, 증제차, 혹은 우리말 발음으로 전차(달일煎) 라고 합니다.
만드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는데요, 뜨거운 증기로 찝니다. 우리나라 녹차는 달구어진 커다란 솥에 잎을 넣고 차의 달인이 맨손으로 휙휙 저어서 만드는 덖음차가 많고 일본은 80%가 센차입니다.
상대적으로 떫은 맛이 강하고 저가품은 풀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낮은 온도(대략 70도)에서 1분 이상 오래 우려내어 마시는 종류입니다.
"고급" 이라기 보다는 "서민" 취향이지요.

그리고 한 숟가락의 설탕...
차를 좋아하는 분들의 블로그 및 사이트를 뒤져봤습니다.
"미친 거 아냐" 라는 격한 반응을...;;
흰색 설탕은 차의 맛을 변질시킨다고 설명하고 있더군요.
원래 달콤한 맛의 차가 따로 있습니다. 이 경우 꿀을 첨가하거나 갈색 설탕을 소량 넣는 일은 있다고 합니다.
센차에 설탕 한 스푼인데요 - 라고 했더니 다시 "미친 거 아냐" 라고 타박이...;;
심플한게 증제차의 특징인데 여기다 슈가를 넣으면 차를 제대로 마시는게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양키 센스가 다 그렇지 뭐."
.......... 실망했어요.

Posted by 미야

2012/05/14 21:15 2012/05/1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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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7)

「10년만 더 젊었으면...」
무심코 거기까지 생각하고 리스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게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정말로 죽어버릴 작정이었다. 술을 마셨고, 그것도 매우 심하게 마셨고, 잠을 자지 못했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심신이 망가져가는 상황에서 높은 곳에서의 투신을 고려하거나 질주하는 트럭 앞으로 몸을 던지는 계획을 세우곤 했다. 더 이상의 미련은 없어 - 임종을 앞둔 노인네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꿈뻑거리며 재활용 종이박스로 세운 길거리 임시 텐트에 몸을 눕히곤 했다. 그러면서 소원을 빌었다. 죽고 싶다, 빨리 죽고 싶다, 하루에 10년씩 시간이 흐르면 일주일 뒤엔 해골만 남을 터이니 누군가 태엽을 빨리 감아 날 끝장을 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은 약해진 체력을 원망하며 나이를 거꾸로 먹는 방법은 어디 없나 이러고 있으니 사람은 참으로 간사하다.

《리스 씨?》
『...타겟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근처에서 대기 중입니다.』
무선 통신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핀치의 목소리에 퍼득 정신을 차리고 망원렌즈 조작에 다시 집중했다. 오랜 시간 계속된 잠복 탓에 팔이며 다리며 안 아픈 곳이 없었으나 그와 교대를 해줄 다른 인원이 있는 것도 아니니 집중력을 잃는 일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13시간 내내 식사도 못하고 가랑비에 쫄딱 젖어가며 상대를 미행하는 건 악마 같은 모래 폭풍을 견뎌내며 시가전에 임했던 군 복무 시절과 비교하면 그나마 양반이라고 할 수 있었고...
『엣취!』
높은 장소에서 머리를 조준하고 있는 저격병의 존재 유무보다 혹시 감기에 걸린 건 아닌가를 신경 써야 한다니, 이 얼마나 나태하고 늘어진 팔자인가.

이번 번호의 주인은 기간제로 계약한 학교 선생님이었다.
나이는 마흔 일곱으로 미혼, 결혼 경력 없음. 이름은 조나단 버터워스, 보스턴 출신이고 가족으로는 결혼해서 LA로 이주한 누이 한 명이 있다. 전공은 영문학,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했고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시를 썼다. 1989년도부터 1992년에 걸쳐 쉴라 미러라는 여성 가명으로 통속소설 시리즈물을 다섯 편 썼다. 이쪽은 의외로 선전했는데 화성에서 온 미래 경찰과 섹시한 여대생 콤비의 활략을 그린 SF 액션물이라고 한다. 궁금한 마음에 리스는 핀치에게 읽어본 적 있느냐 물어보았다. 그러자 이도저도 아닌 김 빠진 콧소리만 돌아왔다. 그런 일반적 평가를 작가도 인식했는지 1992년 이후로는 소설을 쓰지 않았다.

《부모로 받은 유산이 제법 됩니다, 미스터 리스.》
양친은 비행기 사고로 사망. 거액의 보험금이 지급되었다.
《보험금과는 별도로 원래 양친이 중소규모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상속받은 재산 외에도 25만 달러의 신탁예금이 있습니다. 본인이 꾸준히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당장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일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치만... 허, 씀씀이가 크네요. 이번 달에도 거의 1만 달러를 인출했어요. 의무화된 CTR(현금거래보고)을 피하려고 뒷자리가 좀 빠졌지만요.》
계속되는 핀치의 설명에 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트라도 대여했답니까? 선생 주변에서 요트 같은 사치품은 못봤는데요.』
《협박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미스터 리스. 이런 식의 출금 기록이 1998년부터 여럿 됩니다. 문제는... 비정기적 패턴을 보인다는 거죠. 2002년에서 2004년까지는 단 한 번도 거액 인출을 하지 않았거든요. 반면 2008년에는 두 번 거액 출금이 있었고요.》
『협박범이 3년이나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요, 핀치.』
《글쎄요. 다른 사람을 협박해 돈을 받아본 적이 없어 모르겠습니다.》
그는 농담을 농담 같게 안 하는 습성이 있다. 덕분에 리스는 웃으면 될 포인트를 놓쳐버렸다.
『협박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 거예요. 혹시 누이 클레이에게 돈을 준 건 아닌가요?』
답변은 번개처럼 빠르게 돌아왔다.
《여동생 클레이의 계좌를 보고 있는데요, 이쪽엔 눈에 띄는 거액 입금 내역이 없어요.》
『그럼 선생이 그 돈으로 거액의 쇼핑을 즐겼다는 건가요. 아니면 도박?』
《그건 리스 씨가 알아내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흠.》

희미하게 이어진 하품 소리에 시계를 흘깃 보았다. 자정을 넘어 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핀치는 졸린 모양이었다. 평소 커피에 의지하지 않는 만큼 졸음을 이겨내는 무기는「의지력」하나밖에 없을 터, 리스는 슬슬 핀치를 쉬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제가 지키고 있을 겁니다. 핀치는 가서 눈을 붙이고 오세요.』
《괜찮습니다. 아직 조사할게 남았습니다.》
리스는 안경을 벗고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있을 그의 모습을 상상했다. 덕분의 핀치의 눈은 늘 빨갛다. 지금도 썩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닐 거다.
『무리를 하면 내일 움직이는데 지장이 생깁니다.』
《지금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보고 있습니다.》
『착하죠? 말 들어요... 핀치.』
피곤함 탓에 하품이 나오는 사정은 이쪽도 비슷했으나 리스는 고집을 부렸다.
『가서 쉬십시오.』

조나단 버터워스는 에너자이저였다. 직장인 학교에서 일찌감치 나와 집으로 가지 않고 이곳저곳을 계속 방문하며 움직였다. 가게 다섯 곳을 들러 친구가 아님이 분명한 사람을 여럿 만났고, 저녁에는 술집에 가서 1시간동안 앉아 있었다. 동석한 사람은 없었고 대화를 나눈 사람도 없었다. 상당히... 이상하다. 장소와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서 제각각 움직이는데 지금까지 접촉한 사람이 여자가 다섯 명, 남자가 두 명... 그들 모두 전화는 하지 않는다. 신발가게 앞에서 머리를 뒤로 묶은 여자가 그에게 쪽지를 건넸다. 버터워스는 읽지 않고 소매춤에 메모를 넣었다. 인사도 안 하고 여자가 총총 걸음으로 사라졌다. 이제 다시 버터워스는 방향을 돌려 세 블록 떨어진 곳의 4층 높이의 사무실 건물로 향했고, 정체 모를 서류봉투 하나를 들고는 두 시간 뒤에는 차를 몰고 다운타운 밖으로...
『그만 집으로 가라. 제발.』
따라다니던 리스가 체력 부족을 호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리스 씨? 버터워스가 만났다던 사람들 중 전송해준 사진으로 두 명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그의 고용주 또한 황소 고집이었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두 개의 자판을 동시에 두드리고 있었다.
《앨런 싱어... 마흔 두 살. 미들 이스트 고등학교에서 심리 상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자녀가 한 명 있네요. 언젠가 같이 일했던 적이 있는 동료인 걸까요? 마이클 슬러셔... 이쪽은 제빵 기술자... 학교에 납품하는 빵을 만드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성실한 납세자로 평범한 시민입니다. 일단 앨런 싱어의 음성 사서함을 해킹해 보겠습니다만... 솔직히 그들 모두가 어떤 관계로 묶여 있는지 추측하기가 어렵군요.》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부분으로만 판단해선 안된다.
앨런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스치듯 지나가는 사내에게 비밀스럽게 쪽지를 건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었다. 리스는 그게 썩 좋지 않은 종류라고 직감했다.
『버터워스가 차에 올라타 이동합니다. 따라가겠습니다.』
리스는 서둘러 어두운 골목에서 나와 세워두었던 자동차로 뛰어갔다.
『긴 밤이 될 것 같습니다, 핀치.』
《조심하세요.》
졸음을 억지로 삼킨 핀치가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Posted by 미야

2012/05/14 13:25 2012/05/1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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