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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서 케빈 채프만을 검색해 보았어효.
영화 미스틱 리버는 보지 않았는데요. 사진이 분위기 있게 잘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체중을 줄이고 수염 기르면 멋질지도... 그래도 후스코와 리스를 나란히 세워두는 건 반댈세. 죄송해요.

Posted by 미야

2012/05/17 19:32 2012/05/1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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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10)

『자살이라는 건 말이죠, 미스터 리스. 권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는 방법만 있는게 아닙니다. 때로 어떤 이들은 타인의 손을 빌려 교묘하게 자신의 죽음을 초래하지요.』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핀치가 말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종교에선 자살이 죄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국 열쇠를 가진 베드로를 속이려면 약간의 사기를 쳐야만 하는 것이죠.』

- 그 천국 열쇠라는게 예수 그리스도 호주머니에 들어가 있는게 아니었단 말인가.
장례식이 아닌 이상 교회에 들어간 적이 없는 리스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종교와 신학에 무지했던 그는 궁금함을 해소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는 대신 얌전히 입을 다무는 편을 선택했고, 따라서 핀치는「이번에도 고용인에게 무시당함」에 이마를 찡그려야 했다.

물론 그의 얼굴이 구겨진 건 읽고 있는 책의 내용 탓도 있었다.
망할 컷-업-테크닉. 약에 취한 윌리엄 버로스의 독특한 저술 기술은 이야기를 꼬고, 비틀고, 두드렸다가 독자가 토기를 느낄 즈음에 도로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그나마 가끔은 원 위치로 안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타자기가 바퀴벌레로 변신하는 기괴한 환상에 동조하고픈 생각 자체가 없지만 이야기의 줄거리 정도는 기승전결에 따라 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게 핀치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하아, 이것 모두가 미친 바퀴벌레가 우주 안테나로 인간에게 선포한, 평화로운 항문 운동을 위한 주체 선언문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제목을「벌거벗은 점심」이라고 하지 말고 신 자유주의 바퀴벌레 선언문이라고 고쳐야...

무심결에 내뱉은 핀치의 한숨을 다른 방향으로 오해한 리스는 청소 중인 베레타가 핀치의 시야에 안 들어가도록 비스듬히 몸을 돌렸다.
그의 고용주는 총을 대단히 싫어한다. 도서관 서가의 빈 장소로 여벌의 무기를 숨겨두는 것도 혐오한다. 그러나 그들의 일이라는게 무기 없이 맨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기에 리스는 시간이 허락될 적마다 총기류를 점검하고 꼼꼼하게 정리해뒀다. 특히 자주 사용하는 종류는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닦고 기름칠했다. 일련번호가 지워진 낡은 베레타 92F는 리스가 가장 아끼는 것으로 이것을 손질하는 것만으로 기분 전환에 큰 도움이 되었다. 뭐랄까, 비유하자면 유리창을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청소했을 적의 쾌감을 닮았달까.

『그런데 베드로가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갈까요. 그는 성인(聖人)이잖습니까.』
『기본적으로 속지 않겠죠, 미스터 리스. 하지만 성인이니까 전후 사정을 다 꿰뚫어보곤 눈을 감아줄 겁니다. 그러니까...』핀치가 책에서 짐짓 얼굴을 들었다.
『그러니까 제이크는 남의 손을 빌어 자살한 것이고, 리스 씨는 그 일에 대한 죄책감을 가질 까닭이 없습니다 - 라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덧붙여 천국이라는 곳이 그렇게 완벽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군요. 서류상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우리들도 이승에서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천국에도 그런 류의 빈틈이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여동생을 아끼고 사랑한 제이크를 위한 그런 빈틈 말입니다.』

그야 하느님 나라 컴퓨터를 해킹해서 천국 명부를 조작하는게 가능하다면야...
그 이전에 여러 가지 이유로 당혹스러웠다.
리스는 쥐고 있던 총기 청소용 브러쉬를 내려놓고 차렷 자세를 취했다.
『핀치는 천국의 존재를 믿어요?』
그게 무슨 뚱딴지 소리냐며 핀치 또한 정색했다.
『믿지 않습니다. 그건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진 인류 신화이잖습니까.』
리스의 눈이 더 커졌다.
『천국이 신화라고요?』
『정확히는 - 글쎄요.』
핀치는 귀찮아 죽겠다는 투로 손바닥을 좌우로 팔락였다.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은 기쁜 것이다, 이 정도로 끝내죠. 리스 씨에게 신앙이 없는 것처럼 저에게도 종교는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보단 슬슬 배가 고픈데요... 나가서 같이 식사라도 할까요. 저번에 먹었던 인도 요리는 어떻습니까.』
리스에게 의견을 묻는 것과 동시에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핀치로서는 약간 후회스러운 점은 있었다.
언제 기분이 우울했느냐는 식으로 리스가 눈을 반짝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겉옷을 챙기기가 무섭게「산타클로스가 세상에 없다는 걸 몇 살 때 깨달았느냐」질문이 튀어나왔다.
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여전히 유효한 탓에 핀치는 눈살을 찌푸리고 리스의 질문에 솔직히 대답해야만 했다.
『다섯 살때요.』
『정말요?』
제이크를 쏘아 죽인 후 처음으로 리스가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Posted by 미야

2012/05/17 13:28 2012/05/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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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9)

각 이야기는 매우 짧으며,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순서 따위는 무시해도 상관이 없으니 앞에서 뒤로, 혹은 뒤에서 앞으로 읽어도 됩니다.

「면회 사절」이라고 적혀진 팻말을 무시하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 안녕, 엘리스. 이곳은 과연 하트의 여왕이 다스리는 이상한 나라이군.
오랜 시간동안 침대에 묶여있던 그녀의 몸은 어린아이처럼 왜소해 보였다. 어떻게 작동되는 건지 짐작도 가지 않는 의료 기구들이 여윈 몸과 연결되어 숫자와 그래프, 규칙적으로 점멸되는 작은 불빛을 토해냈다. 튜브와 전선이 덩굴 줄기처럼 뻗어나가면서 침대에 뿌리를 내렸다. 조만간 석화되어 떼어낼 수 없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엘리스.』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였겠으나 리스는 그것들이 그녀를 색깔 없는 물건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한 줌의 고깃덩이...

『안녕, 내 이름은 존이라고 한단다.』
엘리스의 무색 투명한 눈동자가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으며 리스에게로 향했다. 흰색의 의사 가운이 아닌, 검은 양복 차림새의 낯선 사내를 향하여 그녀는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어떠한 두려움도, 생전 처음 보는 이에 대한 호기심도 없었다. 텅 비어 있었다.

『좋지 않은 소식이야. 제이크가 죽었단다.』
그녀가 단 한 방울의 눈물만 흘렸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는... 음. 네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어. 그리고...』리스는 가슴이 답답해졌다.『사랑하고 있다, 이 말을 누이인 너에게 전해달라고 부탁받았다.』

엘리스는 혈육의 죽음을 무슨 일기 예보처럼 받아들였다.「내일 오전 무렵 한때 소나기가 쏟아지겠습니다」- 그래봤자 병실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그녀에겐 우산이 필요 없었다. 비는 내릴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때서? 사지 마비 환자인 그녀는 바람 한줌 느낄 수 없고 따뜻한 햇살 아래서 풀냄새를 맡을 일도 없다. 모든게 헛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엘리스는 제이크의 죽음에 반응하지 않았다. 천둥이 치고 거센 폭풍우가 몰려와도 더 이상 엘리스에겐 닿지 않는다.

『그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궁금하지 않니? 엘리스.』
『그다지.』
『그럼 안 돼. 제이크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너는 자세한 전말을 모두 알아야 할 이유가 있어. 그가 어디를 어떻게 얻어맞았는지, 어디가 멍들고 부러졌는지, 너는 자세히 알아야만 해. 그가 총에 맞고 얼마나 아파하고, 괴로워했는지... 내 눈을 보렴, 엘리스.』리스의 목소리는 나지막하면서 차가웠다.『이 모든 걸 네가 원했잖니. 네가 그에게 말했잖아. 복수를 하라고, 네 몸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를 원한다고... 엘리스.』

인형처럼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그녀가 눈꺼풀을 깜빡였다.
『틀려, 아저씨.』
찰나와 같이 소녀의 푸른 눈동자 속으로 섬광이 번득였다.
『제이크에게「오빠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라고 말했을 뿐이야. 그게 전부야.』

그녀의 목소리는 잔뜩 쉬었고 갈라져 있었다.
『2년 전 자동차 사고로 목과 등을 다쳤어. 운이 나빠 전신 마비가 왔고 손가락도 마음대로 못 움직여. 웃긴 건 운전대를 잡은 제이크는 경상이었고 조수석에 앉은 나는 중상이었다는 거지. 하, 그럴 수밖에 없었던게 나는 안전밸트를 매지 않았거든.』
하지만 이 모든 건 안전밸트 탓이 아니다. 엘리스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렇고말고. 상대 차량의 부주의가 참상을 불러왔다. 엘리스는 차선을 넘어 그들에게로 똑바로 달겨들던 은색 스포츠카의 모습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의 놀란 표정과, 비명을 지르던 입술의 둥근 모양까지 기억했다.
『오빠는 친구들과 맥주를 마셨어. 음악을 크게 틀어놓았고, 나는 오빠에게 화를 내고 있었어. 제이크가 내 게임 CD를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았거든. 방을 어질러 놓았다고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은 것도 있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어. 그래서 짜증을 내면서 오빠의 등이랑 옆구리를 주먹으로 때렸어. 제이크는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날 꼬집으려 했고... 그가 앞을 잘 보지 않은 건 나 때문이기도 해.』

말을 길게 하는 건 힘들었다. 엘리스는 금방 숨이 차 헐떡거렸다.
『하지만 사고는 우리 탓이 아니야.』
은색 스포츠카를 운전하던 남자는 핸드폰을 들고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 남자가 실수로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어.』
상체를 숙여 그걸 다시 주우려고 했던게 화근이었다.
『그가 우리 차를 덮쳤어. 우리가 아니라... 그가.』

상대는 부유한 사업가의 외동 아들이었다.
제이크는 음주운전을 했고, 그들의 변호사는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은색 스포츠카를 운전한 남자는 보석으로 곧 풀려났다.

리스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엘리스의 눈이 그런 그의 동작을 따라왔다.
『제이크가 그를 죽이려고 했어.』
『그런 것 같네.』
『그는 비무장의 남자를 향해 총을 겨누었어. 나는 그를 막아야만 했어, 엘리스. 그게 내 일이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크는 무기를 버리려 하지 않았어. 결코 버리려 하지 않았어. 필사적이었어. 왜냐하면 그건 제이크의 의지가 아니라 엘리스, 너의 의지였기 때문이야. 그는 여동생을 너무나 사랑해서,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동생의 말에 깊이 상처를 받았고, 네 용서를 구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노라 믿고 절망해버린 거야. 그래서, 엘리스...』
보이지 않는 끈으로 결박당한 소녀를 노려보며  리스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런 식으로 제이크를 구석으로 몰아버린 네게 나는 너무 화가 나.』

Posted by 미야

2012/05/16 14:43 2012/05/1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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