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혼백, 망령, 그리고 엉망진창
※ 오리캐×설양(그럴 리가!) BL 호러물입니다. 지명을 포함하여 잘 모르는 부분은 지어냅니다. 원작자의 팬픽 규정을 준수합니다. 드라마와 소설의 사건 흐름이 다른 관계로 이 글의 동선 또한 꼬여 있습니다.
머리에 박힌 은침 때문이다. 과거와 현실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이면서 나는 일종의 정신착란을 일으켰다.
이곳은 내가 살던 원룸이고, 여기는 영화 속 한 장면이다. 내 이름은 비렁뱅이라는 뜻의 걸람이고, 배추를 배달하던 고아 소년이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셔서 다섯 살 터울 위의 누나가 거의 날 키우다시피 했다. 사진 속 어머니와 누나는 친자매처럼 닮아 있었다. 아버지는 ‘너도 네 엄마를 닮았으면 좋았으련만. 못생긴 날 닮아 인기가 없겠구나.’ 한탄하셨다. 그래도 코는 엄마를 닮았다. 사진으로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그 사실에 만족했다.
어머니 품에 안겨 본 기억은 없다. 그럼 이 어머니는 누구일까. 창과 칼을 든 사병에게 쫓기던 어머니는 날 보호하기 위해 기혈을 눌러 반 가사상태에 빠진 나를 흙속에 나를 파묻었다. 한 시진이 지나면 경직은 저절로 풀릴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전에 돌아와 흙에서 다시 꺼내줄 거라고도 하셨다. 거짓말이었다. 나는 숨이 막혀 거의 죽을 뻔했고, 어쩌면 죽었던 것도 같다. 가까스로 밖으로 나왔을 적에 코와 입속에서 흙이 쏟아졌다. 눈물을 닦고 주변을 둘러보자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움직이는 건 나 혼자 뿐이었다.
‘예전 거래처로 물건을 전부 보내면 어쩌자는 거야!’ 화가 잔뜩 난 부장님이 호통을 쳤다.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아 죄송하다 연거푸 말하는 중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이틀 전부터 몸살 증상을 보이더니 갑자기 열이 치솟았다. ‘환자분, 제 말 들리세요?’ 증상 발현 후 정확히 사흘 뒤 의식이 흐려졌다. 증세가 빠르게 악화되어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어렵게 문병을 온 누나도 못 알아보았다. 지금도 이렇게 숨 막혀 하는 건 산소호흡기를 주렁주렁 달고 있어서다.
아니다. 여기는 내가 입원해 있던 병원이 아니다. 정신 차려. 나는 땅속에 파묻혔다. 어머니가 날 흙속에 숨겼다. 어머니, 그럼 누나는? 제발 그 지긋지긋한 담배 좀 끊으라고 잔소리하던 우리 누나는? 누나가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숨이 끊어진 내 몸뚱이는 무조건 화장된다. 흙에 묻을 육신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럼 땅에 파묻힌 내 작은 몸은 누구의 것이지?
누군가 내 뺨을 세게 쳤다. 신음하며 눈을 뜨자 나는 가로로 동강난 장명등에 체중을 기대어 앉아 있었다. 치미는 불쾌감에 피 섞인 침부터 뱉자 입속 틈새에 껴있던 붉은 살덩이가 같이 빨려 나왔다. 글쎄다. 볼 안쪽을 강하게 깨물어 떨어져 나간 조각 같았다. 아니면 내가 물어뜯은 다른 사람의 살덩이라는 얘긴데 전자이든 후자이든 어느 쪽이든 불쾌하긴 마찬가지라 차라리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설양.” “어랍쇼. 아직 말을 할 수 있나... 그래.” “어째서 이 난리를 친 거야.” 커다란 대궐 같은 집이 쥐새끼 한 마리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이만한 크기의 저택이면 가솔들 숫자도 상당했을 텐데 한 명도 남김없이 전부 죽은 모양이다. 불빛이 전부 꺼진 집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이걸 그저 재미로 몰살시켰다고?
그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예전에 네가 말했지. 요괴를 잡고 악신을 겁박하실 신묘하신 설 공자,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심지어 새끼손가락만 있어도 충분할 겁니다... 그런데 아걸, 나는 새끼손가락이 없어.” 그렇게 말한 설양이 왼손을 활짝 펴보았다. 아뿔싸, 진짜로 그의 왼손은 새끼손가락이 없어 손가락이 네 개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내게 새끼손가락이 없으니 요괴를 잡고 악신을 겁박할 수 없겠구나. 내 재주가 신묘하지 않은 건 전부 새끼손가락이 없는 탓이구나... 내가 못난 건 새끼손가락이 없어서구나.” 평소 눈여겨본 적이 없어 몰랐다. 그의 새끼손가락은 밑동부터 떨어져 나가 애초에 존재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내 손가락 이런 거 처음 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우리 아걸은 전혀 몰랐던 것 같네.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이 없고, 사람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이 없고... 우리 아걸은 배추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지.” 설양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지워졌다. “그래. 난 새끼손가락 하나가 없어. 그렇게 생각하니 굉장히 억울해지더군. 분해서 잠이 오지 않았어. 맹렬한 원망이 들끓었어.” 설양은 짐짓 우는 시늉을 해보였다. 누가 봐도 속지 않을 거짓 울음이었다. “내 기분이 어떠했겠어, 아걸. 너도 짐작이 가지? 슬펐어. 화났어. 속상했어. 속에서 분이 올라왔어. 그러자 내 새끼손가락을 망가뜨린 인간에게 복수가 하고 싶어지더라. 당연하지! 복수를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야. 이 사람들 전부를 죽인 건 그래서야.”
그가 흑흑 울음 소리를 지어냈다. 그런데 내 귀에는 킬킬 웃는 소리로 들렸다. “아걸, 아걸... 전부 네 탓이야. 네가 날 비웃어서 그런 거야. 신묘하신 설 공자님은 새끼손가락만으로도 요괴를 혼쭐낼 수 있다고? 어? 어?”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잡아당기던 설양이 몸이 망가져 기력을 잃은 날 힘 주어 팽개쳤다. “이젠 고개도 못 드나. 허리는 부러지고, 팔은 빠지고, 다리는 잘렸네. 음호부로도 이젠 조정이 불가능한 것 같군. 그래... 여기까지인가 보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대로 무너졌다.
갈기갈기 찢겨 뻘 속에 가라앉은 의식이 다시 돌아온 건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였다. 내 몸은 뚜껑 없는 초라한 관 속에 뉘여져 있었고, 머리와 발 끝자락에 부적을 붙여놓은 상태였다. 반쯤 떴던 눈을 다시 감고 발가락과 손가락을 까딱 움직여 보았다. 찢어지고, 베어지고, 뭉개져 떨어져 나간 신체부위는 어찌된 노릇인지 거짓말처럼 잘 돌아와 붙어 있었다. 주변은 매우 소란스러웠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럴 수는 없어!” “나리. 고정하시옵소서!” “지금 고정이라 하였느냐?!! 야렵을 나간 사이 식솔들이 전부 죽임을 당했는데 어떻게 나더러 고정하라는 말을 할 수가 있어!” “고정하셔야 합니다, 가주님. 귀에서 피가 나고 있습니다. 여봐라. 어서 와 가주님을 뫼셔라. 그리고 가서 의원을 불러와. 서둘러라.” “에잇, 놓아라. 놓으라 하지 않았느냐!” “가주님, 정신 차리세요! 뭣들 해. 어서 의원을 불러오라 하지 않았느냐!”
짐승처럼 울부짖는 가주의 기척이 멀어지고, 대신 몸가짐이 단정하지 않은 발자국 소리는 더욱 부산스러워졌다. 예닐곱 수의 사람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그래. 살아있는 사람은. 찾았느냐.” “없습니다. 혹시나 싶어 법보를 보관하는 비밀창고까지 다 열어봤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수색을 계속해. 우물 속까지 뒤져라.” “틀렸어요! 함아 할멈과 한 살짜리 손주까지 전부 죽었습니다! 임신한 정이도 죽었구요! 얼마 뒷면 출산이었는데 담즙을 토하고 죽었습니다! 악신도 이, 이럴 수는!” “도망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냐! 변소 똥물에라도 숨은 사람이 없다고?!” “찾아낸 시신이 일흔두 구입니다. 저택에서 살아나간 사람은 없어요. 야렵으로 자리를 비운 사람을 제외하고 전부 죽었습니다.” 가슴을 치며 가느다랗게 흐느끼는 소리가 이어졌다.
목이 메인 목소리로 누군가 의문을 드러냈다. “잠시만. 일흔둘? 일흔하나가 아니라?” “피를 토하고 죽은 시체가 한 구 더 있었습니다, 부사 어르신. 어린애인데 모르는 얼굴입니다. 옷차림으로 보아 집 안 사람은 절대 아닌데... 맨발에 겉옷도 없고 상처 자국이 많더군요. 길을 떠돌다 허기가 져 저희 가문에 밥 동냥을 하러 왔다 변을 당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허!” “수소문을 하면 아이를 알아보고 장례를 치루겠다는 자가 나올지도 몰라 일단 가관(假棺)에 넣어두었는데요, 부사 어르신. 직접 보시겠습니까.” “되었다. 지금 그게 급한 게 아니다. 저택을 보호하는 진법에 깨진 흔적이 있다는데 그것부터 조사해!” 서둘러 말한 사내는 다른 사람을 독촉하며 자리를 떴다.
내가 누운 관 주변으로 아무도 없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가만히 팔을 들어 머리로 가져갔다. 얼마나 난리를 쳤음 설양이 끝까지 박아 넣어둔 은침의 머리 부분이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망설이기를 두어 번 하고 난 뒤, 눈을 질끈 감은 채 힘껏 잡아당겼다. 붙었던 뼈와 뇌가 덕분에 도로 망가졌지만, 괜찮다.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다. 아파 죽을 것 같으면서 눈물도 안 나오니 참 편리한 몸이다.
이제 이걸 어쩐다. 노인에, 한 살짜리 어린아이와, 임산부까지 죽었단다. 그 사람들을 헤친 기억은 없지만 전부 내 탓이다. 나는 절망했다. “하는 수 없지. 이대로 죽어야지...” 증오해 마지않는 은침을 관 밖으로 내던지고 두 손을 가슴으로 가지런히 모았다. 호흡도 없고, 심장의 박동도 멈춘 몸뚱이다. 장례를 치러주면 다행이고, 그렇지 못해도 괜찮았다. 땅에 묻어도 상관없고, 불에 태워도 그만이었다.
만 하루 정도 지나자 사람들이 내 몸을 가관에서 꺼내 큰 자루에 넣었다. “의장으로 옮겨라. 신분도 확실하지 않은 시체를 여기에 계속 둘 수 없다.” “예, 부사 어르신. 그런데 시변하여 뛰어다니면 곤란하니 미리 다리를 잘라둘까요. 이 거지는 참변을 당한지라 시변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부사라고 불리던 자는 잠시 고민한 뒤, 피곤에 찌든 목소리로 ‘잘라라.’ 명령했다.
하인 둘이 묶었던 자루의 매듭을 풀고 내 다리를 꺼냈다. 수행을 하지 않은 일반인의 힘으로는 뼈까지 전부 끊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하인은 요령을 피워 힘줄만 베어냈다.
제2장 혼백, 망령, 그리고 엉망진창, 끝
Posted by 미야
2021/10/30 16:55
2021/10/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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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혼백, 망령, 그리고 엉망진창
※ 오리캐×설양(그럴 리가!) BL 호러물입니다. 잔혹한 묘사 있습니다. 지명을 포함하여 잘 모르는 부분은 지어냅니다. 원작자의 팬픽 규정을 준수합니다.
나는 불을 끈 방안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있었다. 옆에는 커다란 쿠션, 감자 맛 과자봉지가 굴러다녔고, 냉장고에서 꺼내온 차가운 캔 맥주는 테이블에 올라가 있었다. 이미 캔 하나를 해치운 직후라 배가 살짝 거북했다. 그 더부룩한 느낌에 맥주가 아니라 탄산음료를 마실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출근을 제대로 하려면 몇 시에 잠자리에 들면 좋을지를 생각하며 리모컨 버튼을 만지작댔다. 보고 있는 텔레비전 영화가 너무 재미가 없었다. 특수효과에 정성을 들여 난무하는 피보라가 어색하진 않았다만, 어리고 약해보이는 여자가 녹색을 띈 검은 즙을 토하고 쓰러지는 모습엔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엑스트라 쟤 지금 뭘 토한 거야? 설마, 녹즙이야? 빨간 물감도 아니고 녹즙? 저건 진짜 에바쎄바잖아.
카메라가 현란하게 움직이며 쓰러진 여인을 클로즈업하여 잡아냈다. 배우의 얼굴은 희고 창백했다. 강남 미용센터에서 비용을 들여 점을 전부 빼버린 듯한 하얀색이었다. 자고로 피부가 고우면 인물이 사는 법이다. 코가 조금만 더 오뚝하면 이름도 없는 엑스트라가 아니라 조연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망쳐요, 도망치라고요! 빨리 달아나!’ 쓰러진 여자 뒤에서 허리 부분에 넓은 요대를 두른 한 장 차림새의 남자가 악을 써댔다. 남자는 부러진 검을 들고 있었다. 보고 있는 영화가 아무래도 중국 무협물인 모양이다. 그가 잇, 잇, 기합 소리를 내며 엑스 자 방향으로 부러진 검을 휘둘렀다. 동작이 힘든지 피가 쏠린 얼굴이 새빨갰다.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감자 맛 과자를 집어 입에 털어 넣었다. 재미없다. 얼굴이 잘 알려진 유명 배우는 보이지도 않고 전부 엑스트라다. 얇게 기름에 튀겨진 감자가 경쾌한 파삭 소리를 내며 입안에서 부스러졌다.
‘내보내줘, 여기서 내보내줘~!!’ 수십의 사람들이 한곳으로 몰려가 대문을 손으로 두드렸다. 그런데 음향효과 감독이 그 장면에서 모든 소음을 소거했다. 두드리는 동작에 쾅쾅 소리가 빠지니 소금 간이 빠진 맹탕 국이었다. 쯧, 혀를 차고 다른 드라마를 보기 위해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어라. 안 되잖아. 건전지가 다 되었나.” 반복해서 눌러도 채널이 바뀌지를 않았다. 일어나서 직접 텔레비전을 조작해야 하나.., 귀찮은데. 먹통인 리모컨을 소파 위로 던져버리고 쿠션에 머리를 괴고 비스듬히 누웠다.
장면이 바뀌어 피눈물을 흘리는 괴물이 등장했다. 보자마자 헛웃음이 나왔다. 분장 담당자는 배우의 눈가에 붉은 물감을 바르는 것만으로는 인상적인 장면 연출이 어렵다고 여겼던지 코와 입가에도 붉게 칠을 했다. 없느니만 못했다. 코피가 주룩 흘러내리는데 무섭다는 느낌 이전에 바보처럼 보인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싸움 중 코피가 터지면 패배자라는 인식이 있어서다. “제대로 좀 해라, 귀장군.” 누군가 타박을 했고, 분장한 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런데 괴물이라고 단정 짓기엔 체구가 너무 왜소했다. 바짝 말라 어린애처럼 보였다. 기껏해야 10대 초반 정도나 될까, 감독 취향 정말 고약하다. 제대로 된 악당 캐릭터를 구축하려면 덩치가 큰 근육질의 배우를 썼어야지. 그런 면에서 배트맨에 나온 톰 하디는 최고야.
하품을 참고 있는데 롱 테이크 기법으로 10분 이상 살육의 장면이 이어졌다. ‘줄거리를 영 모르겠군. 누가 악당이고 누가 착한 사람이지? 아예 내 편, 네 편이 없는 거야?’ 화면 속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어린 괴물이 잡혔다. 괴물의 어깨를 잡은 건 하얀 특수렌즈를 낀 엑스트라였다. 좀비? 중국 무협 영화인데 좀비? 여하간 도끼날 번쩍였고 아이의 목덜미와 어깨가 두 번 찍혔다. 충격을 받고 괴물이 쓰러졌다. 목덜미면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야 하는데 제작진이 검열에 걸리는 걸 염려했는지 입고 있는 옷이 피로 흠뻑 젖어가는 모습으로 대체되었다. 그렇다고 환호하는 사람도 없다. 사람들은 그저 겁에 질려 구르고, 뛰고, 담벼락에 매달렸다. ‘제발 그만해! 그만하라고!’ 애원하는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하얀 특수렌즈의 엑스트라가 소년의 이마 한 가운데를 향해 다시 도끼질했다.
뇌수가 튀면서 소년이 풀썩 쓰러졌다. 그러자 담벼락에 매달려 있던 남자도 같이 풀썩 넘어갔다. 아니, 왜? 머리가 깨진 건 저쪽인데? 끈 떨어진 인형처럼 쓰러진 남자의 얼굴이 한쪽으로 툭 돌아갔다. 슬며시 벌어진 입술 틈새로 아까처럼 짙은 색의 녹즙이 줄줄 샜다. 설마, 녹즙 회사가 스폰서로 붙어서 그런 거야? 질감과 색채 묘사에 질겁했다.
‘□□□ □□□□□!’ 어. 이 대사는 못 알아들었다.
‘당연히 못 알아듣지. 저건 중국어잖아. 그런데 왜 자막이 없어?’ 고개를 갸웃하며 맥주를 한 모금 입안에 담았다. ‘응? 잠깐만... 방금 전까지 대사 다 알아들었는데?’ 내가 언제 중국어를 할 줄 알았던가? 놀라워하며 입안에 물고 있던 맥주를 꿀꺽 삼켰다.
‘이릉노조야! 이릉노조가 분명해! 이릉노조가 부활했다!’ 이 영화 메인 빌런 이름이 이릉노조인가? 녹즙 토하며 쓰러지는 사람들이 저마다 이릉노조의 이름을 외쳤다.
“정말 이릉노조를 몰라?” 누군가 나에게 질문했다. “이릉 난장강에서 사마외도로 이름을 드높인 그 자를 모른다고?” “내가 어떻게 알아. 난 이릉에 가본 적도 없다고. 그리고 소산은 작은 동네야.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소식이 전달되기까지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 “기산 온씨는 알고? 사일지정 진짜 몰라?” “모른다니까. 배추를 배달하던 애가 뭘 알아. 세상 어지러운 건 일부러 나서서 알고 싶지도 않고, 마을 어귀에 방이 붙어도 글자를 읽을 줄 모르거든. 한문 싫어. 한문 몰라. 나라말쏘아미 듕귁에달아 문쪼아와로 서르 소아모앗디 아니호알쏘아이.” “까막눈이었어? 종이를 보면 매번 열심히 들여다봐서 글을 아는 줄 알았는데.”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 그 정도는 알지.” “그래선 전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지... 까막눈 맞네.”
그런데 댁은 뉘슈. 내가 지금 누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대화 내용도 이상하다. 소산? 배추 배달? 우리 회사에서 포장용기가 아니라 채소를 취급했다고? 언제부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래도 업무 과중에 의한 스트레스가 컸었나 보다. 피식 웃으며 벽에 걸린 시계로 고개를 돌렸다. 일요일이라고 늦게까지 뒹굴고 놀면 월요일 아침이 지옥이 되어버린다. 발주 신청서 검토도 해야 하니 씻고 일찍 잠자리에... 어라, 시계 어딨어.
본가에서 대학생 시절부터 쓰던 벽시계가 없어졌다. 벽지에는 둥근 모양새로 변색된 얼룩이 남아 있었는데 걸려 있던 시계만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도둑이 든 건 아닐 테다. 싸구려였고, 디자인도 촌스러웠다. 그렇다고 해도 직접 재활용장에 버린 기억은 없으니 남의 손을 탔다는 느낌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람, 중얼거리며 무릎을 세워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다 풀썩 쓰러졌다. ‘응?’ 무릎 아래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예리한 날에 잘린 뼈가 제대로 힘을 낼 리가 없었다.
나는 머리를 산발한 채 바닥을 엉금엉금 기고 있었다. 미역줄기처럼 흔들거리는 머리를 들었을 적에 공포에 질린 여자의 창백할 얼굴이 보였다. “귀신아!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야!” 여자가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다. 실례잖아. 나는 귀신이 아니다. 직장인이다. 월요일 아침이 되면 만석 광역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는 직장인이다.
손가락이 죄다 잘려나가 엄지와 중지만 겨우 남은 손을 뻗어 여자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러자 씩씩하고 후끈거리는 건강한 기운이 여자의 몸에서 빠져나와 내 몸으로 흡수되었다. “으아악~!!! 저것이 혼백을 먹었어! 혼백을 먹었다고!” 먹어? 혼백을? 그게 뭔 소리야.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건 편의점에서 산 파울라너야. 넌 맥주도 못 먹어 봤냐. “도로 뱉어내! 뱉어내라고!” 끝이 갈라진 쇠고랑으로 남자가 내 몸통을 찍었다. 무쇠로 만든 쇠고랑은 크고 무거워 물리의 힘으로 내 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찢었다. 나는 이게 저예산 스플래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이상하리만치 현실감이 없었다. 왜냐면 고통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픔은 찌른 쪽에서 느낀 것 같았다. 사내의 눈이 확 벌어졌다. 그리고 헐떡이며 자기 가슴을 눌렀다. 또다. 이번에도 따뜻한 기운이 남자로부터 나에게로 흘러들어왔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남자의 입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검은 색조의 녹즙을 그저 보고만 있어야 했다. 사내는 숨이 곧 끊어졌고, 컬커덩 소리를 내며 쇠고랑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Posted by 미야
2021/10/29 11:25
2021/10/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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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혼백, 망령, 그리고 엉망진창
※ 오리캐×설양(아님!) BL 호러물입니다. 잔혹한 묘사 있습니다. 묵향동후 작가의 표절 논란, 드라마 진정령의 동북공정 논란은 일단 접어둡니다. 어쨌거나 포스타입에는 못 올리겠군. 지명을 포함하여 잘 모르는 부분은 지어냅니다. 원작자의 팬픽 규정을 준수합니다. 남망기가 ‘위영!’ 이름 부르는 걸 너무 많이 들은 탓에 설양의 이름이 설영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설양이 꺼내든 은침은 길이가 무려 한 뼘이 넘었고 굵기는 짧은 젓가락 정도 되었다. 은색의 몸체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고, 설양의 손바닥 위가 아니라 방물장수 손바닥 위에 있었으면 여인의 머리꽂이 장식이라 해도 그런가보다 싶을 정도의 크기였다. 그런데 내가 저걸 왜 머리장식이 아닌 은침으로 알아봤느냐 하면... 침의 끝자락에 검붉은 얼룩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저게 핏자국이라는 데 내가 일만 금을 건다.
“금란대에서 다섯 개 정도는 챙겨왔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하나밖에 안 보이지 뭐야. 한참을 뒤엎어도 이거 하나밖에 안 나오더라. 이게 불행인지 행운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 벌벌 떨고 있는 내게 그가 은침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눈 크게 뜨고 잘 보라는 의미였다.
“궁금해? 궁금하겠지. 이건 어떻게 쓰는 물건이냐 하면...” 설양의 손에 영력이 실리면서 희게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영력을 띄운 손에 힘을 주더니 내 오른쪽 귀 바로 윗부분 지점으로 깊게 찔러 넣었다. “이렇게 하는 물건이란다.” 찌르는 척이 아니라 진짜로 끝까지 박아 넣었다.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뇌의 깊은 안쪽까지 닿은 다음에야 누르는 걸 멈췄다. 흡혈귀를 죽이기 위해 정수리에 정은으로 만든 대못을 박는다더니 더도 말고 딱 그거였다.
“아냐, 아냐. 안 죽어. 그러니 그런 얼굴 하지 마. 이건 의식을 제어하는 도구야.” 부르르 경련하며 주저앉으려는 나를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우면서 설양이 말했다. “게다가 원래는 세 개를 사용해야 하는 물건인데 하나밖에 쓰질 않아 그냥 숙취처럼 느껴질 거야. 워, 그만 침 흘리고... 찡그리지 말라니까.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이 더 개구리처럼 되어버리잖아. 익숙해지면 괜찮아. 진짜야. 속이는 거 아니라니까. 금린대에서 은침을 더 가져와 여기랑 여기, 추가로 박아주면 아픈 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이 안 날 거야. 지금은... 음. 약간 불편할 수는 있겠다.”
이게 불편하다고 말할 수준이겠냐. 머리에 젓가락이 들어갔는데! 소주를 앉은 자리에서 안주도 없이 퍼 마신 것 같았다. 냄비뚜껑이 심벌즈처럼 쾅쾅 쳤고, 땅바닥이 물결쳤고, 눈앞이 빙빙 돌았다. 독이 온몸에 퍼지며 쥐어짜는 고통이 엄습했다. 이번에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울음을 참을 수 없어 입으로 엉엉 소리를 내며 설양의 바짓단을 붙잡고 매달렸다. 머리에 박은 침을 빼달라고, 제발 용서해달라고, 앞으로 발가락도 핥겠다며 애걸했다. 주인님이라고 부르겠다고, 앞으로 걸레가 되겠다고 맹세도 했다. 간이고 쓸개고 다 줄 테니 이 고통을 멈춰달라고 빌었다. 뇌가 이물질에 눌려 찌그러지고 있었다.
“아걸. 나는 기회는 한 번 뿐이라고 말했어.” 설양이 휘파람을 불자 주시가 몸종처럼 빠르게 달려 나왔다. 나는 초점이 엇나가는 눈으로 그들이 하는 짓을 지켜보았다. 주시들은 벌레 먹은 염복을 입고 있었는데 옷깃에 나무 부스러기가 잔뜩 붙어 있었다. 아무래도 나무로 만든 관을 부수고 나온 듯했다. 나와는 달리 죽은 지 오래되었던지 움직임이 뻣뻣했다. 환자 부축이라도 하는 모양새로 내 양팔을 단단히 잡았을 적에 높이가 맞지 않아 내 두 다리가 허공에 둥둥 떴다.
“벌 받을 시간이야.” 그렇게 말한 설양은 다시 풀피리를 입에 물었다. 쇠가 긁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고, 주변을 에워싼 주시들이 출동을 명받은 군졸들처럼 일제히 방향을 틀었다.
옛날 옛적, 배가 고픈 한 어린아이가 있었어요. 그 소년에게 어느 귀한 집 나리가 손짓했어요. 아이야, 아이야. 맛있는 간식이 먹고 싶지 않니? 내 말을 들어주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단다. 배고픈 아이가 달려가 ‘시키는 대로 할 게요, 나리’ 씩씩하게 외쳤어요. 그럼 이 편지를 건너편 주점에 배달을 해다오. 아주 쉬운 일이지.
편지를 건네받은 술집 주인이 아이의 뺨을 때렸어요. 이런 경거망동을 보았나. 욕설을 적어 내게 읽으라 하다니. 입술이 터진 아이는 깜짝 놀라 외쳤어요. 편지의 내용은 난 몰라요. 글을 몰라요. 약속한 사탕은요? 술집 주인이 사탕보다 더 좋은 걸 맛보게 해주겠다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어요. 머리를 때려라, 어깨를 짓눌러라, 배를 후려쳐라, 다리를 꺾어라. 밟아라, 밟아. 어떠냐, 어떠하냐. 맛이 근사하지? 아주 맛있을 게다.
설양이 흥얼거리는 제멋대로의 곡조에 맞춰 주시들이 쿵쿵 뛰었다. 주시들의 뒤로는 녹색으로 빛나는 귀혼불이 병풍처럼 둥둥 떠서 공중을 배회했다. 귀혼불은 다시 요괴를 불러냈고, 형체가 불명확한 잡귀들은 눈더미처럼 굴러 저마다 크기를 키워갔다. 머리를 산발한 처녀귀신, 피부가 파란 청귀, 머리에 뿔이 돋은 사영귀, 십악불사의 여귀사신이 소란을 떨며 돌아다니는 백귀야행이었다. 그 행렬의 맨 앞줄에 양팔을 붙잡혀 둥실둥실 끌려가는 내가 있었고, 악신들이 키득키득 소리 내며 뒤를 따랐다. “어디로... 지금. 설 공자. 가는 겁니까.”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설양은 은침이 박힌 머리부위를 꾹꾹 눌렀다. 그것도 화분에 식물을 옮겨 심고 흙을 다지는 식으로 야무지게 눌렀다. “어디라고 말해준들, 정신이 흐릿할 텐데 기억이나 할 수 있겠어?” “새... 풀어... 끼. 야. 그만. 말할 때.” “응? 지금 뭐라고?” 좋게 말할 때 풀라고. 입 밖으로 제대로 된 문장이 나오지 않아 유감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 내 몸뚱이는 대궐 같은 집 청당 한복판에 내던져졌다. 편돌에 뺨을 대고 자빠진 상태로 올려다보니 커다란 마당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들어 있었다. 그들 중 다섯은 차고 있던 검집에서 이미 검을 뽑아든 상태였다. 밖이 소란스러워 상황을 살피러 나왔다가 떼를 지어 몰려온 악신잡기를 보고 혼비백산한 눈치였다. 검을 들었어도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않은 자들이었다. 뿌옇게 흐려진 옹이눈으로 보기에도 자세가 초보 티를 벗지 못했다. 검법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고 평소 구색만 겨우 갖추고 창고지기나 했을 사람들이었다. “가, 가까이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말라고!” 그러니 저런 말을 하며 주춤거려도 다 이해를 해줘야만 했다.
“웬 놈이냐!” 그들 중 가장 풍채가 좋아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지붕 기왓장 꼭대기에 올라탄 설양을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평소 장부를 정리하고 주판만 만지던 사람이었는지 이 자의 손에는 검이 쥐어져 있지 않았다. “당장 내려와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를 부리는 거냐. 여기가 약양 상씨 가문의 저택임을 모르는 거냐?!” “잘 알고 찾아온 거니 걱정 붙들어 매쇼.” “이런 시건방진! 어느 가문의 수행자인데 이리도 무례하게 구는가!” “미안, 미안. 내가 고아로 자란 잡놈이라 예의가 없어.”
뒷짐을 지고 자세를 달리한 설양이 돌연 팔을 길게 뻗어 날벌레를 잡아채는 동작을 해보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시각, 그 장소에서 설양이 파리를 잡을 리가 없었다. 지척에서 무거운 솥뚜껑이 뜨거운 열을 이기지 못하고 갈라지는 식의 굉음이 났고, 순간 풍채가 좋아 보이던 사내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겨, 결계를... 가문을 보호하는 진법을 부수다니. 네 놈 지금 무슨 짓을!” 눈을 뜰 수 없는 심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온 집안의 문과 창문이 모두 활짝 열렸다. 자물쇠로 단단히 걸어 잠갔던 창고의 문도, 내당의 창문도, 하나도 빠짐없이 비명을 지르며 젖혀졌다. 청당에 모여 있던 가솔들이 에구머니 비명을 지르며 눈 감은 채 도망쳤다. 그 모습을 비웃던 설양이 이번에는 잡았던 날벌레를 도로 놓아주는 동작을 했다. 그러자 큰 바위가 땅에 떨어지는 진동이 울려 퍼지면서 함께 일시에 모든 창과 문이 굳게 닫혔다.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던 가솔들도 저마다 움직임을 멈췄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 챌 수 있었다.
“일어나라, 내 귀장군.” 설양의 명령에 엎드려 누운 자세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명령이다. 저들을 전부 죽여.” “......안.” “그거 참 고집스럽네.”
범상치 않은 검은색 아지랑이가 발 아래자락서부터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니, 안개라고 하기엔 미세한 벌레 같다는 느낌이었다. 크기가 아주 작아 현미경으로 보아야 그 모양새가 드러나는 흉측한 벌레... 본능적으로 꺼려졌고, 소름끼쳤고, 그렇기에 익숙한... 익숙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방금 ‘익숙하다’ 는 생각을 했나? 수상한 검은 안개가 허리를 타고 올라와 가슴 근처까지 닿았다. 벌레? 왜 나는 이것을 벌레라고 여기는 거지? 수십, 수천만의 더듬이가 갈작갈작 움직이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봉지에 들어간 과자 부스러기가 내는 소음과 흡사한... 고개를 흔들었다. 머리에 박힌 은침 때문에 제대로 이미지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흙속에 내가 있다. 땅속에 누워있다. 나는 정말 작은 아이다. ‘음철! 음철을 찾아!!’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검들이 충돌하며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죽여라~!! 전부 죽여!’ 피투성이가 된 검을 휘두르며 그들이 외쳤다.
음철. 검은 쇠. 어둠 속에서 제멋대로 흔들리며 쉬익, 쉬익 뱀처럼 구는 것. 절대로 들키면 안 돼. 숨어야 해. 어머니가 나를 살리고자 흙속에 파묻었다. 소매 붉은 자들이 나를 죽이고자 흙속에서 파내었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입을 헤 벌렸다. 나는 누구지. 여긴 어디지. 저들은 뭘 원하는 거지. 이건 모두 꿈인가. 그거 참 빌어먹을 꿈이네.
시야가 좁아지며 곧바로 제어력을 잃었다.
Posted by 미야
2021/10/28 14:20
2021/10/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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