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2 : 3 : 4 : 5 : 6 : 7 : ... 14 : Next »

낙서-일상생활47

※ 낙서 식으로 짧게 이어가고 있는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번호는 작성 순서를 의미할 뿐으로 연속되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


택시기사는 패닉에 빠졌다.
눈 멀쩡히 뜨고 차를 가로등에 처박기 전에 그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운전 중인 사람을 총으로 위협해봤자 좋을 거 없습니다. 그가 의식을 잃으면...』
핀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말라붙은 입술에 침을 발랐다. 여기서《총알로 만약 그의 머리를 날려버린다면》이러고 과격한 표현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라미시는 핸들에서 손을 떼고 성난 벌떼를 내쫓는 시늉을 하며 비명을 질러댈 거다. 그러니 보다 완곡한 어법으로 에둘러 표현하는게 좋을 것이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으면 뒷좌석에 앉은 우리도 크게 다칩니다. 그건 그쪽 입장에서도 그다지 환영할 일이 아닌 듯한데요. 그러니 흥분하지 말고 총구를 보다 아래로 내리는게 어떻겠습니까. 아니면 차라리 절 위협하는게 어때요. 네?』

한손으로는 가방을 꽉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운전석을 권총으로 겨누던 불청객이「이것 좀 봐라?」이러며 핀치의 제안에 흥미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흥분한 것처럼 보여?』
순간 핀치의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솔직히 말해볼까?
전혀.
신호대기 중인 택시에 능숙하게 올라타 승객과 운전자를 총으로 위협하며 이대로 똑바로 직진하라 을러대고 있다. 강도인가 보다 짐작하고 돈을 가져가라 했더니 푼돈엔 관심 없댄다. 대신 사내는 따라오는 차량이 없는지 계속해서 주변을 힐끔거리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는데 이게 또 정신없이 허둥거리는 모양새라고 하기 어려웠다. 총을 든 자세는 안정되어 있고, 무엇보다 손 떨림이 없었다. 초짜 강도, 탈주 중인 수배범 등등의 가설을 하나 둘 접으며 핀치는 이 사내의 분위기가 리스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폭력에 익숙하고 스트레스에 강하다. 흥분하면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심장이 빠르게 뛰며 숨이 차오르는 법인데 이 자는 헐떡거리며 호흡하고 있지 않다.
그러고 나서 깨달았다. 남자는 짧게 끊었다가 잠시 후 길게 내뱉는 식으로 숨을 조절하고 있다.
이런 남자가 아드레날린 과다분비로 고통 받고 있을 것 같은가.

『택시 기사는 흥분한 상태입니다.』
방향을 다르게 해서 다시 접근해봤다. 그러니까 설득이다. 설득을 해보자.
『이봐요. 나는 다른 걸 원하는게 아녜요. 우리 모두 안전하길 원해요. 이 상태가 계속되면 저 사람은 기절을 할 거고, 그러면 십중팔구 사고가 날 겁니다. 그러니 제발 총을 치우고 그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자고요. 어... 그러니까 기사분 성함이?』
『라미시 바르하이야.』
『라미시 바르하이야 씨가 긴장을 풀고 운전에 집중하게 해주자고요.』
남몰래 연결되어 있던 리스가 핀치를 칭찬했다.
《잘 했어요, 핀치. 라미시 바르하이야가 운전하는 택시 번호를 조회했어요. 현재 위치가 브룩클린에서 퀸즈 경계이군요. GPS 정보를 따라갈테니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상대를 너무 자극하지 말아요. 총구를 나에게 겨눠 - 이딴 거 하지 말고요.》
그래봤자 어차피 그들의 돌발 동승자는 핀치의 제안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눈치다. 운전석을 겨누는 총구의 방향은 변함이 없었고 압력은 아까보다 더 낮아지지도, 높아지지도 않았다.
그 상태에서 남자가 곁눈질로 뒤쪽을 관찰했다. 핀치의 관심도 뒤편으로 쏠렸다.
『누가 따라오고 있는 겁니까.』
《핀치, 제발. 자극하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듣고 있던 리스가 야단을 쳤다. 하지만 핀치는 약간의 정보를 캐내고자 위험부담을 기꺼이 감수했다.
『혹시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건가요.』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남자는 코웃음만 쳤다.
『당신, 지나치게 관심이 많군. 그래서 다음엔 내 이름이 뭐냐 질문할 거야?』
순간 주먹이 날아올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닌게 아니라 팔을 들어 입을 때리려고 했다. 핀치는 각오를 단단히 한 채 질끈 눈을 감았다.
못 견디고 애원한 건 라미시 쪽이었다.
『학교 선생님이라서 그런 거예요. 당신도 알잖아요. 선생님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러니 화내지 말아요, 화내지 말라고요! 얌전히 입 다물게요. 협조한다고요!』
남자는 시늉만 했을 뿐으로 핀치에게 직접적인 손찌검은 하지 않았다.

키는 큰 편이다. 그런 부분이 역시 리스를 떠올리게 했다.
입고 있는 점퍼는 평범했고 워커 부츠를 신었다. 나이는 30대 중반이거나 후반.
말투나 행색으로는 추측할 꺼리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꽉 쥐고 놓으려 하지 않는 가방에는 아마도 많은 돈이 들어가 있는 듯하다.
이때 라미시가 우는 소리를 냈다.
『이봐요. 또 직진해요? 신호 대기가 길어질 것 같아요. 차가 많아졌어요.』
『그럼 우회전.』
『어디로 가고 싶다는 목적지는 없어요?』
『말해주면 미터기를 꺾을텐가.』
『미터기는 이미 꺾인 상태인뎁쇼. 저어... 그러고 보니 요금이.』
핀치는 신음했다. 타인의 강요에 의해 뉴욕을 가로지르면서 돈까지 지불해야 하다니. 비록 그가 천문학적인 갑부라고 해도 이런 무의미한 지출은 억울하다.

『저어, 있잖아요!』
택시기사는 핀치가 요금을 내지 않겠다고 우길까봐 걱정이 된 모양이다.
핀치는 될 대로 되라 식의 기분이었다.
『라미시, 돈 걱정은 나중에 합시다.』
『돈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걸 봐요! 보라고요!』
전방으로 오토바이가 한 대 나타났다.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바짝 긴장했다.
생김새로 보아 경찰은 아니고.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토바이다. 어... 아니다.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흔한 오토바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했다. 눈을 시리게 하는 은빛 몸체를 보고 라미시가 짧게 비명을 질러댔다. 아니, 크게 소리를 지르려 했는데 뱃속에 공기가 부족해 도중에 잘려나갔다는 느낌이었다. 오토바이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그들을 향하여 곧장 달려오고 있었다. 충돌을 피하고자 라미시가 중앙선이 아닌 인도 방향으로 바짝 붙으려 하자 오토바이도 택시의 움직임을 따라했다.
『미친!』
술에 취했거나 제정신이 아닌 거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속도가 줄지 않은 상태에서 오토바이가 넘어졌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일부러 넘어진 것처럼 보였다. 최소한 라미시가 보기에는 그랬다. 여기서「부드럽게」라는 표현을 써먹는게 안 어울린다는 걸 잘 알지만 커다란 철제 몸체가 부드럽게 측면으로 15도 각도로 뒤틀리며 쓰러졌다. 오토바이 운전자 역시 쓰러져 관성의 법칙에 의해 쭉 미끌어졌다. 오토바이 또한 지면을 맹렬하게 긁으며 택시를 향해 돌진해왔다.
이건 뭐 흡사 미사일이다. 그것도 불꽃을 튕기는 미사일이었다.
『씨발!』
라미시는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고, 상체가 앞으로 휙 소리를 내며 쏠렸다. 머리통을 겨누고 있는 권총은 순간 잊었다. 이대로 낮은 자세로 돌진해오는 오토바이와 정면으로 충돌하면 쇳덩이는 자동차의 본네트만 찌그러뜨리는게 아니라 허공으로 붕 솟구쳐 앞 유리창을 덮치게 된다. 그러면 어떨 것 같은가. 야구방망이에 이마를 얻어맞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질 터,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세 사람 전부 그들이 처한 위험을 깨달았다.

『숙여!』
총을 들고 있던 남자가 비행기 추락에 대비하는 요령을 시전하며 몸을 낮췄다.
핀치만 곤란해졌다. 허리가 아파 상체를 구부릴 수가 없었으니까.
『당신도!』
얼어붙은 그의 목덜미로 차가운 손바닥이 닿았다. 허리를 굽힐 수 없다면 목이라도 숙이라는 의미인가 보다.
「그래봤자 전혀 도움이 되어줄 것 같지는 않은데... 리스 씨! 이건 너무 과격하다고요!」
속으로 비명을 질러대며 아무거나 붙잡고 보았다.
쾅 하고 충격이 왔다.

Posted by 미야

2012/12/26 12:37 2012/12/26 12:37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798

Leave a comment

솔로대첩... 눙물이 나네

남자는 여자와 정신구조나 신체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하니까...
그런데 언론을 통해서 보면 어떻게든 공짜로 떡을 치고 싶어 정신이 나간 사람들 같아 불쌍하다.
우르르 나가 "저기여... 같이 놀아여" 이러면 애인이 만들어질 것 같냐. 환상을 깨. 정 되지 않음 머리를 깨!
짐승떡도 떡 나름이라서 1천명이나 나와봤자 아무도 돌아다 보지 않아!
운집한 인원의 90%가 남자라는데 냄새날 것 같다. 이런 개그 다신 없겠지.

Posted by 미야

2012/12/24 17:11 2012/12/24 17:11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797

Leave a comment

낙서-일상생활46

초원을 불살랐던 화마는 마침내 그 기세가 꺾였고, 오랜만에 일어난 핀치는 외출복을 걸쳤다.
차렷 자세로 선 상태로 손을 각각 배꼽과 그 건너편 허리로 가져갔다. 그 상태에서 자신의 자세를 점검해봤다. 물리치료가 효과가 있어 엉덩이를 뒤로 내민, 속칭 오리 궁댕이 포즈라고 불리우는 디스크 환자의 전형적인 굴욕의 자세까지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은 나쁜 징조를 걱정하는 점술가의 카드처럼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오만상을 찡그리며 척추 보호대를 챙겼다. 이른바 영감님 코르셋이라 부르는 종류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과거, 날씬한 허리를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 여성들이 착용했던 속옷과는 그 기능이 다르면서도 방식은 비슷하다 하겠다. 나이 탓에 어쩔 수 없이 늘어진 아랫배를 이리저리 끌어 모은 뒤, 탄력감 제로의 플라스틱 안에 꾸겨 넣고 모두 여섯 개나 되는 벨크로로 단단히 조였다. 헐렁하면 효과가 없다. 의사는 밭은 호흡이 나올 정도로 잡아당기라 조언했다.
끙끙거리며 작업을 마치고 거울을 보니 피가 머리로 몰려 얼굴이 시뻘겋게 되었다.
핀치는 다시 양손을 배꼽과 그 건너편 허리로 가져갔다. 상당히... 꼴불견이었다.

지팡이를 두고 나온 노인네처럼 힘겹게 걷다 택시를 발견했다.
손을 흔들어 신호를 보냈다.
뉴욕시 택시는 승객이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승차거부를 하면 라이센스를 박탈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택시기사는 재수가 없다는 미신을 들어 장애인을 잘 태우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라미시는 달랐다. 그의 생각에 맹인이나 불구자는 영업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역겨운 체취가 나는 마약중독자나 바닥에 토하는 술주정뱅이가 더 싫고 무서웠다. 지지난 밤에도 토사물이 묻은 시트를 닦아내느라 엄청 고생을 했다. 게다가 역한 냄새는 아무리 걸레로 문질러도 잘 빠지지 않았다.
뒷좌석에 올라탄 승객이 몸을 움찔 떠는게 보였다. 특유의 시큼한 냄새를 맡은 것이리라. 라미시는 이번 차례가 끝나면 적당한 장소에 차를 세우고 시트를 걸레로 다시 닦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다만 2시간 전에도 같은 내용을 떠올렸다는게 함정 - 가게에 들려 시트러스 향이 나는 방향제를 사야겠다며 투덜거리며 핸들 위로 올려놓은 손가락을 툭툭 움직였다.

『어디로 모실까요.』
핀치는 20분 거리에 있는 공원 이름을 댔다. 림보에서 두 블럭 떨어진 곳이다.
『좀 늦으셨네요.』
백미러를 뒤편을 흘끔거리던 라미시의 말에 다시 한 번 몸을 움찔 떨었다.
『실례지만... 지금 뭐라고요?』
『늦으셨다고요.』
이 업계의 사람들 다수가 그러하듯 라미시는 수다가 많은 편이다.
『어린이 바자회 때문에 거기로 가는 거죠? 오전에 학부모 한 명을 태워서 알아요. 행사는 오후 2시부터인데 지금 출발하면 늦으신 거죠. 하지만...』
그가 핀치의 허리 보호대를 알아차렸다.
『흐음, 선생님이 늦어도 다들 이해를 해주실 겁니다. 허리는 어쩌다 다치셨어요? 무거운 걸 들다가? 아님 학교에서 넘어지신 건가요? 요즘 애들은 많이 거칠어서 큰일이겠어요.』
핀치는 자신이 교사로 오해받았음을 깨달았다. 돗자리만 펴지 않았을 뿐, 남의 관상도 볼 줄 안다던 택시 운전자들은 종종 그를 교사나 도서관 사서로 오인하곤 한다. 두꺼운 안경 탓인가? 아니면 손에 들고 다니는 책 때문일까? 누군들 알까. 라미시가 백미러로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음을 깨닫자 핀치는 애매한 미소를 띄운 채 적당히 박자를 맞췄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게 뼈아픈 실수였다. 라미시는 신이 났다.
『그렇구 말고요. 저도 자녀가 있지만 이건 뭐 걸어 다니는 폭탄 수준이라니까요. 저번에는 친구와 싸우고 돌아와서는 엉뚱하게 제 애미에게 화풀이를 하지 뭡니까. 네 태도가 그게 뭐냐 야단을 쳤습지요. 그랬더니 요 밤톨만한 자식이 자기 방에 대화 거부 - 부시는 사탄이었다, 라고 적혀진 스티커를 붙여놓고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지 뭡니까. 제가 어렸을 적엔 상상도 못 했던...』
핀치의 안색이 서서히 납빛으로 변해갔다. 라미시의 수다는 이제 전반적인 교육 불신으로 주제가 옮겨가「바자회랍시고 코흘리개 애들에게 장사를 시키다니오. 나는 반댈세!」가 되었다.
『어떤 학교에서는 지각을 하지 않고 수업에 꼬박꼬박 참석을 하면 현찰로 돈을 준다면서요? 완전 미친 짓이예요.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우리 아들은 생각이 달라요. 돈이 정의이고, 돈이 곧 만능이고, 돈이 권력이고... 뭔가 기본부터 잘못되었어요.』
나는 사실 선생님이 아닙니다 고백할 타이밍을 놓친 핀치는 음, 이러고 미소를 지었다.
리스는 그런 억지 웃음을 짓는 걸 대단히 싫어했는데 라미시는 반대로 좋아하는 눈치다.
『역시 선생님은 대화가 통하는군요!』
우리가 언제 대화를 했다고? 자기 혼자서 다 말해놓고 - 핀치는 이번에도 웃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라미시의 수다가 교육에서 갑자기 낙태 금지나 동성 결혼 문제로 건너뛰었다는 얘기는 아니고.
신호를 기다리며 서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시커멓게 생긴 사람이 허겁지겁 올라탔다.
《어라... 리스 씨?》
그럴 리 없었다. 목이 불편한 핀치는 최대한 고개를 돌려 동석자의 얼굴을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핀치의 시야로는 콧잔등 일부만 보였을 뿐이고 대신 제법 묵직해 보이는 검은색 가방과 왼손으로 쥐고 있었던 권총 한 자루는 보기 싫어도 눈에 잘 들어왔다. 무기에 반응, 그는 두 팔을 엉성하게 들어올렸다.
『헤이! 이보쇼! 뭐하는 짓입니까. 합승은 안 돼요. 그러니 도로 내리는게 좋...』
『잔말 말고 출발해. 어서!』
이제 라미시도 권총을 보았다. 수다쟁이 운전기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쏘, 쏘지 말아요. 제발 쏘지 마세요!』
『출발하라니까.』
불청객은 안전장치를 풀고 라미시의 머리를 겨눴다.
핀치의 눈이 가늘어졌다. 총을 쥐고 있는 남자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비상 단추를 누를 생각은 하지 마. 양손을 계속 핸들 위에 올려놓고 직진하도록.』
『돈이 필요한 겁니까? 그럼 다 가져가세요! 다 드릴게요! 그, 그러니 제발!』
『머리가 날아가기 싫으면 입 다물어.』
『예, 예예!!』
『속도를 더 내. 하지만 과속은 안 돼. 눈치보지 마. 계속 직진한다.』
택시 기사를 겁준 사내는 다시 핀치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신! 고개를 숙여.』
곤란하다. 하라는 대로 하고 싶지만 신체는 협조를 거부했다.
『그게...』
『뭐야, 교통사고 환자냐.』
네, 아니오 대답을 생략한 핀치는 최대한 몸을 숙이려고 노력하며 남자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예기치 않은 동석자는 그가 보인 신체 언어를 제대로 읽어낸게 분명했다.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 하지만 제대로 협조하면 다치는 일은 생기지 않아.』

슬프게도 리스는 그제야 연락을 취해왔다.
《핀치? 지금 어딥니까. 번호가 나왔습니다.》
거기에 차분히 대답할 수가 없다는게 아쉽다.
그래도 이번 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리스가 핀치의 응답 없음에 의아함을 표현하며 다시 이름을 불러왔다.
《핀치?》

핀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우린 어디로 가는 거죠.』
『조용히 해.』
『무슨 일인가요. 왜 이러는 건가요.』
『질문을 하지 말라고 했잖아!』
권총을 쥔 동석자가 짜증이 난다며 고함을 질러댔다.
이 정도면 리스의 귀에도 충분히 들렸을 터, 실제로 리스가 흡, 이러고 놀란 소리를 냈다.
《금방 갈게요.》
소리를 낼 수 없었던 핀치는 눈동자만 옆으로 조용히 굴렸다.

Posted by 미야

2012/12/24 11:03 2012/12/24 11:03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795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2 : 3 : 4 : 5 : 6 : 7 : ... 14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3235
Today:
261
Yesterday:
37

Calendar

«   2012/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