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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이야기다. 꿈에도 그리는 - 여기도 책, 저기도 책 - 그러나 불신지옥(웃음)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아슬아슬한 곳일지도 모른다.
"오늘 텔레비전에서 소개한 책인데 이리저리 움직이며 전화를 받다보니 제목을 잘 듣지 못 했어요" 라고 손님이 말하면 점원은 원하는 책을 제대로 찾아줄 수 있을까. 아, 식은 땀 난다.
페이지 첫 장부터 시작된다.


"그게. 제목도 쓴 사람도 모르겠어요."
"네에..."
"그리고 사실 어떤 내용인지도 잘 몰라요."
"네?"
자기도 모르게 "말도 안 돼" 라는 말이 나올 뻔했지만 손님을 상대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 대신에 한숨을 내쉬는 손님을 향해 달래는 말투로 부드럽게 말했다.
"제목을 모르신다고요."
"이렇게 책이 많으니 찾을 수가 없네요."
"출판사는 아세요?"
여자 손님은 누썹을 움찔 움직이고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알 리 없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표정이다. 도대체 근거가 아무 것도 없으니 검색기를 사용할 수도 없다.
"무슨 힌트 같은 거라도 없을까요? 어디선가 소개 기사를 읽으셨다던가. 평판을 들으셨다던가. 그 책은 손님이 읽으시려고 찾는 거죠?"
쿄고가 묻자 여자 손님은 "그래요"하면서 가슴을 힘껏 앞으로 쑥 내밀었다. 책을 읽으려는 당사자가 이 자리에 있다는 건 무척 도움이 된다. 상대의 반응을 보면서 책의 내용을 파악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불쌍한 이야기예요."
생각났다는 듯이 여자 손님이 중얼거린다.
"여자아이가 많이 나오고, 모두 다 가난해요."
이거야말로 힌트다.
"집에는 돌아갈 수 없고 병에 걸리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가 죽기도 하고 정말 못 견디게 가슴 아픈 이야기예요."
"저... 그건 누군가가 쓴 소설인가요? 아니면 논픽션. 그러니까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의 기록인가요?"
"소설이에요. 하지만 정말로 있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해서 썼어요. 환경이 좋지 않은 굉장히 바참한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고요. 옛날 일본에는 그런 일이 드물지 않았다고 해요, 엄머어빠가 보고 싶어서 얇은 이불 속에서 울고 그래요. 지금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에요."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아이들만 나오는 비참한 이야기-
돌연 책 제목 하나가 번뜩 떠올랐다.
"혹시 그거 <아아 들보리고개> 아닌가요?"
"앗, 그거 그거. 그거예요!"


맙소사. 책 찾아주는 사람도 엄청나고, 책 사겠다는 사람도 엄청나다.
이래서 서점 직원들은 추리력이 발달하는 걸까?
서점에게 도전하는 자, 서점 직원 덕분에 망하리라 - 본문에는 이런 글귀는 물론 없다 -  각종 미스테리한 일들을 해결하는 베테랑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코앞으로 보이는 듯한 서점의 묘사도 아주 재미있지만 서점에 얽히는 각종 사건(심지어 27년 전에 일어났던 살인 사건까지!)과 사람들을 풀어나가는 솜씨도 맛깔스럽다.

3권까지 발간. 1. 3권은 단편 모음이고 2권은 장편.

다만 묘사된 서점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한국은 인터넷 판매가 서점 판매량보다 압도적으로 많은데다가, 만화와 잡지가 대여점으로 유통되고 있고, 서점 자체가 참고서 판매 위주로 밥 벌어먹는 형국인데다, 결정적으로 독서 인구층의 폭이 좁다.

그리고 상관 없는 이야긴데 나도 교고쿠 나츠히코 님이 싸인해주면 정신이 나가 꽃밭이 눈에 보일 것 같아.

Posted by 미야

2010/03/13 13:59 2010/03/1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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