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은행 앞을 지나는 길에 이상한 걸 목격했다. 60대 부부가 마이크를 붙잡고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던 것. 아니, 정확하게는 남편은 망연자실 땅만 보고 있고, 부인 혼자서 울부짓고 있었다.

대출 받았다가 망해서 은행에 항의하러 왔나.

인출기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 퍼포먼스는 도를 넘었다.

궁금해져서 구석에 숨어 잠시 그들 부부를 지켜봤다.



그게 아니었다.

건물 윗층으로 산부인과가 있는데 딸자식이 아이를 낳다 거기서 죽었댄다.

엄마는 내 딸 돌려줘 울고 있었던 거고 아버지는 넋이 나가 있었던 것.

21세기라고 해도 역시 출산은 목숨 걸고 해야 하는 건가 보다.

정상 근무가 불가능할 정도였어도 은행에서 직원이 밖으로 나와보지 않은 까닭이 저거였던가.

마이크를 붙잡고 억울하다 호소해도 죽은 딸은 돌아오지 않겠지만 참 안되어 보였다.

Posted by 미야

2008/03/07 18:55 2008/03/07 18:5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801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255 : 1256 : 1257 : 1258 : 1259 : 1260 : 1261 : 1262 : 1263 : ... 1974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9665
Today:
1371
Yesterday:
133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