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fic] Brownie 14

※ 심타운의 3D 변신이 바로 심시티 소사이어티라오. 심시티가 아니라 심즈빌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어야 옳지 않을까 싶군요. 게임 자체는 무지하게 초딩스럽지만 제가 워낙에 이런 류를 좋아해서요, <작은 마을>시나리오로 해서 방금 전에 읍장 타이틀 하나 거머쥐었음. ※



소변을 누고 화장실에서 나온 시무스의 눈은 왕방울처럼 벌어졌다. 흥얼흥얼 콧노래가 뚝 그쳤다. 기껏해야 10분 정도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테러를 당하고 사람이 쓰러졌다. 손수건을 꺼내 젖은 손을 닦아낼 생각도 못하고 그는 외쳤다.「이 시무스 아저씨는 누구의 머리로 유황불이 떨어질 건지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다들 꼼짝 말고 거기 얌전히들 붙어 있으쇼!」
총알이 빗발치는 헤즈볼라의 거점기대를 통과하는 종군기자처럼 전방과 후방을 모두 살핀 뒤, 만약을 위해 오른쪽 허리춤에 찬 권총집으로 손을 가져갔다. 허리를 낮춘 자세로 달려오는 그의 모습은 1975년 베이루트, 아님 1991년 바그다드의 화약 연무 자욱한 역사의 현장을 연상시켰다. 보았느냐, 방금 전 폭격을 받고 활주로에 서있던 비행기 한 대가 폭발했다.


『무슨 일입니까.』

얼마 안 남은 시무스의 머리카락이 곤두선 걸 쳐다본 젠슨이 덩달아 바짝 긴장하여 대답했다.

『그가 넘어졌어요!』

『오, 이런. 제러드 파달렉키 씨... 내가 진작에 그만 뛰라고 말렸어야 했는데. 1시간 가까이 주차장 주변을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 했으니 피가 아래로 몰려 현기증을 일으킬 법도 하죠. 어때요, 이 사람. 의식은 있습니까?』

『네? 달리기요? 무슨 달리기?』

까닭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젠슨의 반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무스는 재빨리 제러드의 호흡 상태를 눈여겨보며 그가 죽기 일보 직전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하고 보았다. 고작 넘어진 걸로 숨 넘어갈 사람은 없겠지만서도... 그래도 그의 임무는 사람을 위기에 처한 구하는 거다. 영리하고도 신중한 눈빛으로 발부터 등까지를 일시에 훑었다.


「나는 무사해요」라고 설명이라도 하듯 바로 그 순간 제러드의 엉덩이가 움찔거렸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파달렉키 씨.』

제러드는 눈꺼풀을 깜빡이며 시무스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고, 눈물을 글썽였고, 이것만이 목숨을 구해줄 유일한 지푸라기라는 식으로 젠슨을 꼬옥 붙들었다.

『좋아요. 움직일 수 있군요. 억지로는 말고 천천히 일어나보세요. 제가 도와드리죠.』

『그럼 어서 제러드를 병원으로...』

『아뇨. 병원은 여기서 상당히 멀어요, 애클스 씨. 그러지 말고 먼저 제 사무실로 가는게 낫겠군요. 거기에 있는 의료 키트로 상처를 소독할 수 있을 겁니다. 무전기로 제 동료 앤서니를 부르죠. 그는 정식으로 응급 구조 훈련을 받았으니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는 것 정도는 식은죽 먹기일 거예요. 그러고 나서 파달렉키 씨를 모시고 병원으로 가도 늦진 않아요. 아! 그리고...』

시무스는 그제서야 알아봤다는 식으로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의 사내에게 시선을 던졌다.

『이제부터는 제 책임입니다. 선생님은 그만 가보셔도 좋습니다.』


회색 옷의 사내가 순간적으로 긴장하여 목을 움추렸다. 젠슨은 그가 이를 꽉 다무는 걸 보았다.

『어. 그러니까 나는...』

『아뇨. 이 사람은...』

그러다 젠슨은 도중에 입을 다물었다.

범죄를 저질렀어요 - 회색 옷의 사내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시무스와 젠슨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얼마나 새파랗던지 TV 만화 영화에 나오는 스머프 같았다. 웃기는 일이지만 그는 자신이 뭔 짓을 저질렀는지 방금 전에나 깨달은 듯했다.「당신은 2급 폭행죄로 체포되어 경찰서에 수감될 것입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입할 권리가 있으며, 변호사를 부를 비용을 마련할 수 없다면 무료 국선 변호사가 당신을 도울 겁니다. 블라블라... 그 전에 당신은 젊은 남자 배우를 뒤에서 껴안았다는 사실로 보아 자신의 성 정체성이 어떤지를 진지하게 의심해봐야 할 겁니다, 블라블라...」그는 대단히 불행해 보이는 낯빛을 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쓰레기통을 뒤지다 된통 걸린 개처럼 말이다.


남자는 마음을 결정짓지 못한 채로 잠시 머뭇거리다가 심란한 표정으로 두 손을 깍지꼈다.

그게 꼭 수갑을 채워달라고 그러는 것 같아서 젠슨은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저기 말입니다. 실은 내가...』

에라이 썅. 젠슨은 채 듣지 않고 그로부터 시선을 돌려버렸다.

『제러드? 네가 애용하는 텍사스 가죽 벨트의 이름을 걸고 그만 짜. 사내답게 좀 굴어. 정신 차리고 얼른 가서 네 상처를 소독하자. 응?』

『나, 나는...』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사람은 우리가 잘 보살필테니까요.』

용서한 건 아니다. 용서할 마음도 없다.

그래도 젠슨은 귀찮은 날파리는 빨리 사라지라는 의미로 손을 훠이훠이 휘둘러댔다.

Posted by 미야

2007/11/18 22:47 2007/11/1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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