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체스터 좀비 (젠장!)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아앗, 진짜지 애쉬까지 죽게 만들면 어쩌라는 거야~!! ※


이 경우엔 총은 그다지 소용이 없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넘어선 강력한 그 무엇이 이미 머리를 지배하고 있음이다. 짐승의 배를 갈라 방금 끄집어낸 내장을 코앞에서 흔들어봤자 겁을 먹을 리 없다. 눈이 뒤집힌 상황에선 그런 건 수퍼마켓에서 파는 훈제 소시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흥분한 나머지 피 냄새를 맡기는커녕 그게 무슨 색인지조차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손톱을 세우고 덤벼들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딘이 오히려 안전권 뒤로 물러서야 했다.
눈이 붉게 충혈된 여자는 엉뚱하게도 그걸「덤벼라!」신호로 오해했다.
 『어쩔 수 없었어! 아이를 보호해야 했어!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날 보호했던 것처럼!』
『말도 안 돼. 이게 보호하는 거라고?』
『네놈들이 뭘 알아! 내 자식이 괴물이 되지 않게 하려면 이 방법밖엔 없었어! 우리 엄마가, 아빠가 가르쳐준 방법으로!』
『괴물?』
『그래! 괴물! 사악한 짐승이 되어 제 어미를 피 흘리고 죽게 만들 괴물! 괴물이야!』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그렇다고 해도 딘은 핸드폰을 꾸셔넣은 바지 주머니를 내려다볼 짬이 없었다. 제기랄이었다. 이런 절묘한 타이밍으로 바비 아저씨가 안부 전화를 걸어올 리는 없을 것이고...
재니스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딘은 전화벨이 그냥 울리게 냅둔 채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가 핸드폰을 받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차린 걸까. 이번에는 집안에 있는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더하여 달각달각 소리를 내며 창틀이 흔들렸다.
재앙을 담은 대접이 거꾸로 뒤집어졌다. 양의 피가 문설주에 발라지지 않은 집으로 호곡소리가 울려퍼질 시간이 되었다. 이제 곧 장자들은 모조리 죽어나갈 것이다. 아니, 성읍에 거하는 모든 백성과 땅에 난 것들이 다 엎어져 죽임을 당할 것이다. 하늘로 재앙의 별이 떠올랐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공포의 대왕이다. 소돔과 고모라로 재를 태우는 유황불이 내려올 것이다.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재니스가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제발 그만하라 외쳤다.
『조용히 해! 시끄럽단 말이다! 닥쳐! 새미, 그만둬!』
새파랗던 샘의 얼굴색이 한층 더 창백해졌다. 이제 그는 스머프의 사촌이 되었다.
맙소사. 하필이면 아이의 이름이 새미였다.
딘은 속으로 식은 땀을 흘렸다. 덩달아 아명이 똑같은 그의 동생은 총 맞은 비둘기처럼 굴었다.
그걸 재니스가 놓칠 리가 없었다. 40kg의 여자가 자신보다 두 배의 몸무게를 가진 남자를 두 팔로 밀쳐 쓰러뜨렸다. 결과로만 보자면 요코즈나 등급의 스모 선수의 괴력이었다. 딴 곳에 정신을 팔고 있던 샘은 트럭에 치었다며 벌러덩 드러누웠다.
평소라면 그 꼴사나움을 마음껏 비웃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혼이 절반은 증발해버린 듯한 샘의 모습이 영 심상치 않았다. 지금의 그는 끔찍이도 싫어하는 광대에게 손을 붙잡힌 다섯 살짜리 어린애였다. 강제로 싫어하는 놀이기구에 앉혀져 지구를 일곱바퀴 반이나 돌게 생겼다. 울먹거리던 동생이 팔꿈치를 세워 일어나려 애쓰며 짧은 단어를 입안으로 굴렸다. 그게 자신의 이름이라는 걸 알아차린 딘은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동생 곁으로 가고자 했다.
하지만 왼발을 드는 순간 새카맣게 생긴 덩어리가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소스라치게 놀란 딘은 순전히 반사적으로 머리를 숙였다. 간발의 차이로 네모난 물건이 관자놀이를 스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를 공격한 것은 다름 아닌 가정용 유선 전화기였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딘은 장총을 들고 있다. 샘은 바닥에 넘어져 있다. 재니스는 그들 형제를 위협하며 마룻바닥에 네 발로 서있다.
그럼 전화기는 누가 던졌나? 집안엔 그들 세명 외엔 아무도 없다.

딘의 뺨에서 핏기가 가셨다. 코드가 뽑혀진 채 전화기가 정상 작동했다. 탱크가 밟고 지나갔음에도 통화가 가능했다는 유명 제조사의 전화기보다 훨씬 굉장하다. 최대치로 하여 벨소리가 때릉때릉 울렸다. 뿐만 아니다. 징그러운 플라스틱 덩어리는 아무래도 자체적으로 생명을 얻은 것이 분명했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음에도 달각 소리를 내고 녹음된 음성 메시지를 자동으로 토해냈다.
《여보? 나요. 캐빈이오. 오늘은 늦을 것 같소. 저녁은 먹고 들어갈 터이니...》
삐익 신호음과 같이하여 전부 재생되지 않은 메시지가 일괄 삭제되었다.
《엄마... 엄마... 엄마...》
본체에서 흘러내린 수화기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온 건 그것과 거의 동시였다.

『망할!』
온몸을 칭칭 감은 투명한 밧줄을 떨어낸 건 세 사람 중 딘이 맨 처음이었다.
어디를 봐도 비정상적인 것이 분명한 전화기를 발로 걷어찬 뒤, 그는 여전히 뻣뻣하게 굳어있는 동생에게 단호한 투로 명령했다.
『샘! 이 멍청한 자식아! 자빠져 있지만 말고 움직여!』
『으, 으응...』
『움직여!』
품속에 넣어둔 소금통을 꺼내들었다. 그것이 과연 도움이 될련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빈손인 것보단 나았다.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 이 집에 놓인 전화기가 모두 몇 개인련지 알 길이 없었다. 다만 일반적으로 한 가정에 전화기는 두 대 이상이다. 친구들과의 잡담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끝내는 말썽쟁이 청소년 자녀가 있는 경우엔 다섯 대도 가능하다 - 샘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형! 위험해!』
샘이 경고하는 것과 동시에 재니스가 원숭이처럼 펄쩍 뛰어올라 딘의 등으로 달라붙었다. 동시에 살이 씹히는 고통이 등줄기를 꿰뚫었다. 엄마야, 생으로 물어뜯긴다. 당혹감과 아픔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제정신이 아닌 여자를 떼어놓기 위해 팔을 휘둘렀다. 그래봤자 생살이 고스란히 씹히는 와드득 소리는 멈출 줄을 몰랐다. 바깥으로 번개가 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시야가 번쩍 빛났다. 이러단 살가죽이 뿌리채 떨어져 나가겠다.
「재앙이구먼. 십중팔구 병원에서 광견병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할 거야. 그치만 이빨 자국이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걸 무어라 변명을 해야 하는 거지?」
목덜미가 타는 듯이 아파왔다. 견딜 수 없어 붙박이 책장쪽으로 뒷걸음질쳤다.
재니스의 몸이 야구와 축구에 관한 서적들과 정면 충돌하면서 산더미 같은 책들이 앞으로 쏟아졌다. 그의 목을 감싼 팔의 힘이 느슨해졌다. 이때다 싶었다. 쐐기를 박기 위해 쿵 소리가 나도록 책장으로 몸을 다시 한 번 더 찍었다. 그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다. 선반 부분이 정확하게 재니스의 옆구리를 치면서 그녀를 일시적인 호흡곤란 상태로 몰아넣었다. 신음을 토해낸 재니스는 집안의 각종 열쇠 꾸러미를 넣어둔 사각 접시와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몸을 둥굴게 웅크린 채 기절이라도 한 모양이다. 누운 그대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열쇠.
목덜미로 뜨뜻한 피가 흐른다는 것도 잊고 열쇠 꾸러미를 챙겼다.
아이를 가둬둔 방의 열쇠가 그중에 섞여있기를 간절히 빌면서 일단 주머니 속에 넣었다.

『어딘가에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을 거야. 그걸 찾아야 해, 샘!』
『맙소사...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 아무래도 남편이 돌아온 것 같아.』
『아무래도 좋아! 들어오고 싶으면 맘대로 들어오라고 그래! 우린 이걸 마무리 짓는다.』
성큼 걸음으로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입사귀가 누렇게 뜬 스파티필름 화분이 놓여진 화탁을 지나쳐 집안을 두리번거렸다.
왼편으로는 주방 겸 식당이 펼쳐졌다. 오른편으로는 데스크탑 컴퓨터가 놓여진 남편의 서재, 부부의 드레스룸, 그리고 화장실로 짐작되는 문이 나란히 있었다.
이중에서 지하의 비밀 방으로 연결된 장소는 과연 어디일까. 초록색 눈이 사방을 훑었다.
재빨리 머리를 굴려봤다. 욕실은 일착으로 제외해도 무방할 것이고... 신문과 잡지, 플라스틱 책꽂이가 놓여진 무미건조한 방도 빼버렸다. 남편은 일벌레다. 그리고 평범했다. 아내 재니스의 비밀을 같이 공유하는 것 같지 않았다. 설사 안다고 해도 자신과는 관계 없다고 무시할 타입이다.

서재를 지나쳐 드레스룸을 벌컥 열어젖혔다.
『영화를 보면 비밀의 통로를 이쯤에다 만들어 두던데. 어디 보자...』
계절에 맞지 않아 치워둔 남편의 양복더미를 옆으로 밀고 손전등을 높게 들었다. 옷가지들을 넣어둔 상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져 남는 공간이 거의 없었음에도 딘은 이곳저곳을 손바닥으로 탁탁 쳐가며 확인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일까? 아니다. 울림이 둔탁하다. 그렇다면 반대편은? 원피스와 여성용 여름 재킷이 걸린 옷걸이 틈새로 주먹을 넣고 벽을 두드려댔다. 조사에 방해가 된다 싶자 자선 단체에서도 기부 받기를 거절할 것 같은 낡은 옷가지 몇을 끄집어선 공처럼 둘둘 말아 뒤로 던졌다.
물어뜯긴 목덜미가 욱씬거리고 아파왔다. 마르지 않은 피가 셔츠 깃을 적시고 있다는 걸 느끼며 작업을 계속했다.

『형! 남편이 왔다니까!』
『신경 꺼.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야.』
『신경을 안 쓰게 생겼어?! 부인은 기절해 거실에 누워있고, 사방으로 물건이 어지럽혀 있는데! 남편이 경찰을 부를 거야.』
『어쩌면.』
『틀려. 이 경우엔「어쩌면」이 아니라「확실히」라고.』
『쟁알거리지 말고 손전등으로 여길 비춰봐. 아무래도 내가 제대로 찾아낸 것 같다.』
『뭐?』
『여기 이 부분! 나무로 마감한 벽면이 헐거워. 충분히 떼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이 경우엔 옆으로 미는 건가. 기다려. 작은 구멍이 있어. 이거, 잘 만들었는데. 음, 열쇠 구멍인가. 좋아, 좋아... 열려라, 열려라. 착하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사이즈가 맞을 것 같은 열쇠들을 하나하나 꽂아보았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열쇠를 꽂았다 돌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단번에 맞는 열쇠를 찾아 문을 여는 행운까진 바라지 않았다. 그래도 이건 너무나 성가시다. 짜증이 치솟아 막판엔 열쇠 구멍으로 쇠붙이를 들쑤시는 형상이 되고 말았다. 최악의 경우엔 가지고 있는 모든 열쇠가 맞지 않는다는... 아! 돌아간다!

샘의 눈이 휘둥글 벌어졌다.
드륵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이하여 성인 어른이 허리를 굽히고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나타났다. 여닫이 문 저편으로 드러난 수상쩍은 어둠을 쏘아보던 딘은「약속 시간에 늦었다고 발을 동동 굴러대는 토끼도 없는데 굴속에 들어가게 생겼어」라고 푸념했다.

『모르긴 몰라도 저 안은 위험할 거야.』
암염탄을 챙기면서 딘이 경고했다.
『내 뒤로 바짝 붙어 따라와. 정신 단단히 차려야 한다, 샘.』
그리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쓸데없는 잔소리 하나를 덧붙였다.
『저 아줌마가 말하는「새미」는 네가 아니야. 넌 나.의.「새미」이고, 손이 무진장 많이 가는 말썽쟁이 동생이지. 넌 그 점을 헷갈려서도, 잊어서도 안 돼.』
『......』

너는 괴물이 아니고, 괴물도 되지 않을 거야.
네가 뭘 생각하는지 다 안다며 딘이 손을 뻗어 동생의 머리카락을 아프지 않게 쥐었다.
『그 사실을 결코 잊지 마. 새미.』
얼굴을 잔뜩 찌푸린 샘이 무어라 반박하려 했다. 그러나 입안에서만 빙글빙글 도는 단어들은 적절한 문장을 만들지 못했다. 한참을 노력해봤으나 피곤함만 곱절이 되었다.
그래서 기껏 한다는 대답이 이거였다.
『형... 있잖아. 나, 어제 저녁에 머리 안 감았어.』
애정을 가득 담아 샘의 머리카락을 쥐고 있던 딘의 입술이 일직선으로 굳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미야

2007/05/12 22:22 2007/05/1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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