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님은 = 엄마다.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어쩌면 어딘가의 창문이 열여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빠의 가르침이 워낙에 강경한지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문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대단히 적다는 가설은 그렇다 치자. 이가 딱딱 맞물릴 정도로 추웠다. 바닥에서부터 찬 바람이 올라와 파충류의 혓바닥인양 몸을 핥았다. 덕분에 서리를 맞은 잎사귀가 되어 누렇게 시들 지경이다.
그렇다고 해도 딘은 쉬이 깨어나지 않았다. 일단 잠들면 시체 - 누가 가까이 와서 어깨를 흔들지 않는 이상 그의 의식이「번개처럼 빨리 - 프리 패스」표를 끊고 현실로 재빨리 돌아오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감각이 둔하다고 존에게 핀잔을 듣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자물쇠가 돌아가는 달각 소리만 나도 긴장하여 깨어나는 막내와는 달리 존의 첫째 아들은 옆집에서 격렬한 부부싸움 끝에「불이야~!」소리를 질렀어도 눈을 뜨려 하지 않았다.
『딘... 딘.』
혹자는 건강의 징표라고도 한다. 한참 크는 성장기 어린이답게 여러 번 이름을 불러가며 재촉을 해야 어렵게 깨어났다.

『우.., 지금 몇 시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새미. 물 마시고 싶어서 그러니?』
눈꼽이 붙어 잘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동생을 쳐다봤다. 아직 한밤중이다. 주변이 새카맣다. 아침이 되려면 멀었다. 미키 마우스 캐릭터가 그려진 손목시계를 내려다보고 새벽 2시라는 걸 확인한 딘은 커다란 베개라는 소품을 품에 안고 나타난 어린 동생이 영 못마땅했다. 나를 이대로 내버려두면 안 되겠니, 형은 대단히 피곤하단다 - 라는 말이 목에 걸렸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놈의 자식이 혼자서는 냉장고도 못 여는 건가 싶어 미워졌다.

『아니. 목 마르지 않아.』
『그럼 거 뭐시다냐... 화장실 가고 싶어?』
샘은 특유의 뾰로통한 얼굴로 안절부절해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밖에 비 오냐? 천둥이라도 쳤어?』
『아니.』
『나쁜 꿈이라도 꾼 거야?』
『아니.』
『벽장에서 부기맨이 어흥, 해가며 튀어나왔어?』
샘은 대답을 회피하고 강아지 눈빛을 했다.

그 애원의 눈초리에 기가 막혔다. 1번도, 2번도, 3번도 아니라면 답은 하나다. 몸과 머리와의 회선 연결이 그럭저럭 정상화되자 딘은 나쁜 짓을 한 어린이는 꾸중받아야 마땅하다며 콘크리트 저리가라로 표정을 굳혔다.
『너도 이제 다 큰 어른이라고. 벌써 일곱 살이나 되었잖아. 남자답게 굴어. 네 침대로 당장 돌아가.』
『그치만... 춥고... 쓸쓸해. 같이 자면 안 돼?』
희망의 여부를 실터럭만큼도 남기지 않기 위해 칼 같이 잘랐다.
『안 돼.』
『그럼 딱 1시간만. 응? 딱 1시간만 같이 자.』
『지금 나랑 협상을 하자고? 10년은 빨라! 이것으로 얘기는 끝. 난 다시 잘란다.』

어리광을 계속 받아주면 버릇이 나빠진다. 어린 것이 불쌍하다 생각하는 마음에 지금처럼 한 없이 너그럽게 봐주다간 씩씩한 남동생이 아닌 머리에 리본을 묶은 여동생을 갖게 될 판국이다.
아무리 빌어도 양보는 할 수 없다. 그래서 딘은 뒤돌아 누워 넓지도 않은 등으로 거부의 오라를 발산했다.
보아라, 형의 빛나는 경광등을. 접근 금지.
『딘.』
『포기해.』
그러나 이 정도로 마음을 고쳐 먹고 물러날 동생이 아니라는 걸 딘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은 이기적이었고, 악당이었으며, 누구보다 고집이 강했다. 하여 샘을 자신의 잠자리로 돌려보내려면 방법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묵사발로 만들어 폭력으로 설득하거나, 하나는 자물쇠를 채워 방안에 가둬두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대단히 효과적일 거라 딘은 생각했다. 그리고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그는 자신이 두 가지 행동 모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가벼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것으로 무언의 허락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샘은 만족스런 신음 소리를 흘려가며 침대 위로 엉금엉금 기어올라왔다. 딘의 옆으로 몸을 뉘이고 꼼지락거리며 안겨왔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등에 닿자 피부가 간지러웠다. 딘은 울컥했다.
『야! 똥강아지!』
『춥단 말이야.』
정말로 차갑긴 했다. 지금 같아선 사람의 체온이 36.5℃라는게 거짓말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양배추 밭으로 서리가 하얗게 내리려 했다. 목덜미에 얼음 알갱이가 닿았다며 소스라치게 놀란 딘은 무의식중에 동생의 몸을 팔로 밀었다. 뭐랄까, 이건 꼭 죽은 사람의 피부처럼 꺼림직스럽다.

《추워요..........》

그래봤자 좁은 싱글용 침대에서 밀고 피하고 할 공간은 충분치 않았다. 옆으로 한 바퀴 구르면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아니, 정정하겠다. 반바퀴만 굴렀는데도 비탈진 낭떠러지에 엉덩이가 닿았다.
바닥으로의 수직 낙하가 달갑지 않은 관계로 몸에 힘을 빼고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 딘은 얼굴 각도는 그대로 둔 채 눈동자만 아래로 굴려 코알라처럼 착 달라붙은 못난이를 쏘아봤다.
『뭐야, 이 자식. 진짜로 고드름이잖아. 네 덕분에 나까지 얼어 죽겠다.』
『이대로 꼭 붙어 있으면 금방 따뜻해질 거야.』
『쳇! 맘에 안 들어. 아무튼 딱 1시간만이다. 1시간이 지나면 네 침대로 돌아가. 알았지?』
당연히 그렇게 요구할 줄 알았다며 샘은 밝은 목소리로 선뜻 대답했다.
『알았어. 그럼 1시간 뒤에 날 깨워.』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그 대답에 딘의 입술이 한 일자로 굳어졌다.
임마. 나는 잠들면 시체라니까. 아침에도 제 시간에 맞추어 잘 일어나지 못해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인간에게 정확히 1시간 뒤에 깨어나는 일이 가능할 것 같냐.......... 라고 해도 연장자의 체면상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고백할 수는 없고. 그럼 뭐야. 아침까지 내내 이 자세로 잠을 자라는 거야?!
극심한 피로와 절망감으로 맥이 빠져버렸다. 팔을 둘러 가슴을 껴안은 동생이 얄밉고 짜증스러웠다.

이대로 가단 단단히 미움을 받게 생겼다고 판단한 샘이 달콤한 말로 형을 구슬르기 시작했다.
『학교에 늦지 않게 아침에 내가 깨워줄게. 시리얼에 우유도 부어주고, 토스트도 만들어줄게.「공부 열심히 하고 오세요」하고 뽀뽀도 해주고. 응?』
『얼씨구? 텔레비전에서 또 이상한 드라마를 봤나 보구먼. 계집애 같은 자식. 뭐냐, 그게. 두꺼운 닭 껍질을 대패로 밀자는 거냐? 공부 열심히 하고 오세요? 뽀뽀? 너, 그러다 고추 없어진다.』

《고추라니오. 나는 여자 아이인데요.........》

동생의 대답이 가늘고 묘한 음색과 겹쳐져 불쾌한 불협화음을 만들었다는 건 미처 깨닫지 못했다. 문장의 뜻과 내용에 충격을 받은 딘은 - 고추가 없댄다 - 손을 아래로 내려 동생의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가랑이 사이가 허전하다. 이럴 수는 없다. 잠이 확 달아났다. 당황하여 속옷 속으로 직접 손을 넣어 재차 확인에 들어갔다. 어쩌면 좋아. 만져지는게 없다. 그의 안색이 누래졌다. 없어, 없어, 없어!

『으아악! 큰일이다! 샘! 네 거시기가 없어! 없다고~!!』
잠 자다 말고 개지랄하고 있네.
보일러가 꺼진 모텔 방이 얼마나 춥던지 개꿈을 꾸어가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던 중이었다. 하얗게 눈 내린 시베리아 들판에서 닥터 지바고가 썰매를 끌고 달려가는 꿈을 꾸었다. 이대로 있다간 설원에서 조난을 당해 죽게 생긴지라 샘은 SOS 신호를 달나라까지 쏘아보냈다. 나도 그 썰매에 태워달라 손을 흔들어댔다. 하지만 쌀쌀맞은 오먀 샤리프는 내 알 바 아니라며 쌩 소리를 내며 샘의 곁을 지나쳤다. 그 사실에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굴러대고 있는데 망할 놈의 형은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충격적인 찬물을 머리 위로 부어가며 그를 못 살게 굴었다.
『으악! 샘! 네 거시기~!』
시끄러워 죽겠다. 내 거시기가 뭐. 잘만 제 자리에 붙어 있구먼.
어렵게 잠들었는데 바로 깨어나게 되어 기분이 대단히 불쾌해졌다. 샘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베개에서 고개를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며 흥분하고 있는 딘이 다시금 비명을 질러댔다. 저게 돌았나, 아님 미쳤나. 벌떡 일어나 남의 귀한 주니어가 가방을 싸들고 가출을 했다며 울부짓기 시작했다.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 새미, 새미!』
샘은 잔뜩 쉰 목소리로 점잖치 못한 형을 나무랐다.
『어쩌긴. 진정하고 제발 자리에 도로 누워. 형이 멋대로 이상한 꿈을 꾸는 것까진 상관 않겠는데 사지 멀쩡한 사나이를 고자로 만들진 말아줘. 정말이지 민폐야.』
『내가 만졌다고! 만졌어! 그런데 거기가 맨질맨질했어! 다림질을 한 것처럼 맨질맨질했다고!』
『얼굴이 다 화끈거리네. 내가 못 살아... 제발~!! 그만 떠들고 잠 좀 자자!』
『아냐! 이대론 못 자. 확인을 해야 해. 이건 아주, 아주,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딘!』

잠에 취한 것이 분명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온 딘이 샘의 이불을 확 들췄다. 샘이 놀라 몸을 웅크리는 것과 동시였다. 확고한 의지를 품고 두 팔을 사용해 동생의 속옷을 힘 주어 아래로 끌어내렸다. 단 한 번의 동작으로 팬티가 무릎 아래까지 내려갔다.
천장을 기어가던 쥐가 실수로 발을 헛딛고 식탁 위의 스프 그릇 속으로 다이빙을 했어도 이보단 덜 놀랬을 거다. 100년에 걸쳐 펄쩍 뛰었을 것을 일시에 경험했다. 샘은 모든게 제 자리에 있어 대단히 안심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형의 얼굴과 차가운 공기 속에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난 자신의 사타구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음, 잘 붙어 있구나. 이 형은 안심했다.』
『지, 지... 지금 도, 도대체...!』
『큰일날 뻔했다, 새미. 난 네가 스스로 여자애라고 했을 적에 슬퍼져 울음이 나올 뻔했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를 깨닫기엔 다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자지러지는 비명과 같이하여「야! 이 미친 놈아! 잠꼬대를 무슨 그 따위로?!」적절한 반응을 보이기까진 1분 20초 정도가 걸렸다.

『이젠 한계야. 이혼해줘.』
『뭐?』
『이혼해 달라고!』
그의 형이 아침 식사용의 팬 케이크를 주문하자마자 샘은 정색하며 덤벼들었다. 커피를 서빙하기 위해 다가온 웨이츄리스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뜨든 말든 상관 안 했다. 그만큼 절실했다.
『위자료는 한 푼도 안 받을게. 그러니까 닥치고 나랑 이혼만 해줘.』
『목소리를 낮춰! 그리고 우리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다는 건 기억하고 있는 거니? 샘.』
단단히 화가 나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동생을 향해 눈총을 던졌다. 졸지에 아침 댓바람부터 사랑 싸움 중인 게이 커플로 오해를 받았다. 흥미진진한 표정을 하고 있는 웨이츄리스에게 멎적은 웃음을 팔고 - 우리들에게 관심을 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 아무래도 춥게 잔 탓에 감기에 걸린 모양이다. 음식물이 닿아 자극을 받은 목구멍이 따끔따끔했다. 역시 근성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나 보다. 얼굴을 찌푸리며 커피 잔에 각설탕을 하나 넣었다. 취향이 아니라는 건 그렇다치고 단 맛이 고통을 완화시켜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아, 하고 의미 불명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렸을 적에 네 똥 기저귀를 누가 갈아줬다고 생각하니. 바로 나야. 네 머리를 감겨주고, 목욕도 시켜줬다고. 그런 이 형이 잠결에 고추 좀 봤다고 그렇게 과민 반응을 보일 것까진 없잖니.』
『과민 반응이라고 말 했어?! 말 했느냐고! 내가 지금 네 살짜리 어린애면 말을 안 해! 거기다 더하기 스무 살이라는게 바로 내가 말하고 싶은 요점이라고.』
씩씩거리며 계란 후라이를 난도질하던 샘이 엄한 화풀이를 중지하고 승냥이 같은 눈빛을 치켜떴다. 소원 같아선 계란이 아니라 딘의 머리를 나이프로 찢어발기고 싶었다.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이건 너무나 추잡해서 입에 담을 수조차 없다. 세상에... 형이 내 팬티를 내리고 그걸 봤어! 쇼크를 받은 심장이 엇 박자로 뛰었다.

팬 케이크를 우물거리며 딘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쳇. 그 까짓 것,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수선은...』
『그래? 좋아. 그럼 나에게도 딘의 걸 보여줘.』
『뭐?』
『공평하게 하자. 화장실로 가서 바지를 내리는 거야. 그리고 나에게 딘의 걸 보여줘.』
『뭐?!』
『얼굴색이 왜 파랗게 변하는 건데? 테이블에 음식 흘리지 말고. 별 거 아니라며.』
쩍 벌어진 입에서 흘러내린 부스러기를 휴지로 닦아내면서 샘은 의기양양하게 선언했다.
자, 공명정대하게「남자」를 보여봐. 바지 내려.

Posted by 미야

2007/04/15 00:30 2007/04/1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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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ldlsl 2007/04/15 23:47 # M/D Reply Permalink

    푸하하하~딘이 너무 귀엽습니다~~과연 다음편에선 딘이 바지를 내리는 것일까요ㅋㅋ
    ㅋ꼬꼬마 일때도 참으로 사랑스런 윈체스터군요~저런 귀여운 형(?)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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