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글을 썼다 지웠다 하면서 횡설수설해 했습니다만.
가만히 있어도 괴롭고, 떠들어도 괴롭다면 후자가 차라리 낫겠다 싶어 입을 엽니다.
힘든 작업이라는 걸 잘 압니다. 아무나 못 하는 일입니다. 그게 보통 정성입니까. 아울러 팬의 입장에서「그렇게 할 이유가 있다」라는 점에 동감합니다.
그치만 제 닉네임이나 본명, 또는 (제것도 아니고 오빠의 것이었던) 하이텔 아이디가 팬픽션 제목들과 같이 하여 타인이 쓴 책에 기록되어,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판매가 된다는 점에서 기분이 안 좋습니다.
슬레이어즈에 대해 잘 아는 소수의 사람이 책을 사는 거니까 괜찮지 않겠느냐 하는데요, 오히려 잘 아는 사람이 구입을 한다는 점에서 오도도 하고 몸이 떨리는 겁니다.
저에게 있어서 목록은 단순한 제목들의 나열이 아닙니다. 많이 좋아해주던 사람들, 자신의 환상을 깨버렸다며 핀잔과 욕설을 퍼붓던 특정 캐릭터 친위대 사람들, 남의 글을 베껴가서 자기 것인양 위장했던 뻔뻔한 인간들, 삭제를 요구했더니 오히려 경고를 주던 시삽들, 아는 사람도 없는 린젤에다 내가 제명을 요구했다면서 누명을 씌워 난리를 피우던 모 작가... 아니, 내가 뭔 짓을 했다고?
상상 안 가실 걸요. 진짜 상상 안 가실 거요. 목록들은 이 모든 것들의 아우라입니다.
좋았던 기억보다 나빴던 기억이 곱절로 더 많고, 남들이 저지른 찌질이짓과 제가 저지른 찌질이짓이 카오스풍 만도라고라 스프의 향기를 풍겨대고 있음입니다.
예, 죽을 맛입니다... 감정의 찌꺼기 탓에 이가 다 저릿저릿 합니다.
온라인으로 공개된 적 있으니 팬픽션 리스트라는 건 공공 장소에서 주운 커피 컵에서 수집한 개인의 DNA 샘플이나 마찬가지일까요. 수백 명에 이를지도 모르는 관계자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할 상황이 아니니 이 단계를 생략했습니다, 라는 설명으로 마무리가 되는 걸까요.
뭐, 개인적인 푸념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전 그 책에서 제 이름 및 닉네임, 하이텔 아이디, 제가 작업한 글들의 모든 제목이 삭제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다른 작가분들도 많고, 글들도 많으니까 나 하나쯤 없애주면 안 되겠니 - 그런 심정입니다.
별 것 아닌 걸 가지고 오버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죄송합니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