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redemption 04

※ 이 글엔 사실과 허구가 칵테일 짬뽕이 되어 있으니「말도 안돼~!」말씀은 말아주세요. (웃음) 부산에도 못 가봤는데 라스베가스로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갔겠수, 사진을 봤겠수. 좋아서 쓰는 판타지라고요. 이래서 현대물은 쥐약인데... 끙. 시간대는 시즌2에 맞추어 2006년 겨울입니다. ※


하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퉁퉁 부어터진 딘은「이제부터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할란다」이러면서 일곱 살 어린애의 심통을 부리기 시작했다. 엉뚱한 조수석에 앉더니「김기사? 어서 운전해」라며 팔짱을 꼈다. 백만 개의 의문부호로 얼굴을 도배한 동생이 키를 꽂고 시동을 걸자 이렇게 딱 한 마디를 던졌다.
『딩딩은 아직 어리거든요.』
그리고는 길게 기른 머리를 짧게 자르기 위해 미용실로 강제 연행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시트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딘? 나는 마담 라바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전혀 몰라. 알고 있는 사람은 형이잖아.』
『뭐가 문제람. 넌 초능력 소년이잖아. 눈을 감고 집중해. 그러면 주소가 보일 거다.』
『말도 안돼. 지금 나더러 눈을 감고 아브라 카다브라 주문을 외우라는 거야? 그랬다간 필연적으로 전봇대를 들이박게 된다고.』
『어허라, 그건 안되지. 내 차를 박살내면 알지?』
『그러니까 그놈의 망할「카지노에서 딜러와 붙어 이기는 법」책에서 눈을 떼라니까!』

샘이 악을 쓰는 말든, 딘은 손가락에 침을 발라 침착한 자세로 페이지를 넘겼다. 제 48쪽 2번째 줄.
『게임 중에 사용된 X와 @로 분류하여 몇장씩 나왔는지 체크를 하였다면 슈 안에 X가 몇장이 남아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사용된 X가 3장이라면 슈 안에는 틀림없이 13장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평균 X가 나올 확률이 30.7%이지만 이 상황에서는 46.4%로 높아진다. 따라서 X카드가 많이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딜러보다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또한 배팅 금액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외계인이 지랄하며 스트립쇼를 벌이는 소리가 따로 없군. 뭐가 이리 어렵담. 샘? 넌 이게 뭔 소리인지 이해가 가니?』
『지금 카드 카운팅*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맙소사, 딘!』
『왜? 라스베가스잖아. 밤새 슬롯 머신만 잡아당기는 건 처량맞다고.』
『우리가 지금 도박하러 가는게 아니니까 하는 소리야.』
『뭐? 지금 우리가 대박을 꿈꾸며 주사위를 던지러 가는게 아니란 말이야?』

어떻게 거기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을 할 수 있는 거냐. 차라리 말을 말자.
샘은 축 처진 표정으로 기어를 조작하며 임팔라의 속도를 올렸다. 여행은 초반부터 대단히 끔찍해지고 있었고, 짐작이 맞다면 아마 마지막까지 끔찍할 거다. 간단히 요기를 채우기 위해 잠시 레스토랑에 들려 호밀 빵에 칠면조를 끼운 버거를 주문했을 적에도 그의 형은 바지춤에 손을 넣은 채 케첩 소스 병과 후추통을 데리고 병정 놀이에 열중했다. 커피를 서빙하던 웨이츄리스의 잔뜩 찡그린 눈썹도 있겠다, 어쩐지 대단히 부끄러워져서 어흠 헛기침을 했더니 딘은「네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난 다 알고 있어」라는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딩딩은 아직 어리거든요.』
『알았어요, 아들. 그러니 닥치고 감자 튀김을 입에 넣도록 해요.』
만장하신 가운데 커다란 사내의 머리를 쥐어박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여 샘은 한껏 근엄한 표정을 짓고 딘을 혼내켰다.

기온은 섭씨 13도 가량.
웃지 말자. 이것이 라스베가스의 겨울이다. 추운 북부의 도시, 그러니까 얼어 죽을 것 같은 뉴욕 같은 곳에서 살던 사람들은「어쩜 그럴 수가 있니」해가며 놀란 빛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애시당초 사막에서 눈보라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이쪽 기준으로는 이것도 제법 추운 날씨다.
시그널 뮤직과 같이 해서 라디오에서 간단한 일기 예보가 흘러나왔다. 10밀리미터 안팍의 비가 내릴 거라며 밝은 목소리의 여자는 미용실에서 애써 만든 헐리우드식 머리 스타일을 망치기 싫다면 데이트를 하러 가면서 우산을 준비하라고 했다.
음, 네바다 주에서 눈은 기대할 수 없지만 비는 기대해도 된다니. 자연은 진정 위대하다.

『사막에도 비는 오는구나.』
『바다에도 비는 내리니까.』
어쩐지 말도 안되는 대답이었다. 그래도 샘은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숫자와 확률 나열에 질린 나머지「카지노에서 딜러와 붙어 이기는 법」책을 진작에 쓰레기통에 집어던진 딘은 반쯤은 감긴 눈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그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여 샘은 벼락에라도 맞은 것처럼 가슴이 욱씬거렸다. 왜 그걸 몰랐을까. 6년 전에도... 아빠가 차를 운전하고 딘은 조수석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존은 대화를 길게 하는 편이 아니니까 웃고 떠드는 분위기는 아마 아니었을 터. 그 옆에서 딘은 묵묵히 이정표의 글자를 확인하거나, 지도에 그려진 고속도로 라인을 손가락으로 따라가곤 했을 것이다. 어쩌다「다음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빠져나가야 해요」라고 말하는게 부자 사이로 오고 간 대화의 전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루함이라는 걸 전혀 몰랐으리라.

딘이 리듬을 실어 톡톡 하고 손등으로 유리창을 가볍게 건들였다.
살짝 깨문 입술이 신경쓰였다. 아까는 그렇게도 산만하더니, 지금은 도에 지나친 과묵함에 빠져 혀를 고양이에게 빼앗긴 사람처럼 굴고 있다.
샘은 어떻게 해서라도 형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잠시 서서 저녁 해지는 걸 보고 갈래?』
『웬 청승?』
남의 마음도 몰라주고 딘은 동생의 의견을 가차 없이 묵살했다.
『코요테와 품바야 합창이라도 하고 싶어? 난 싫어. 그런 건 짜증나.』
그리고는 라디오를 만져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곳으로 채널을 비틀었다.
안 되겠다.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이럴 적엔 그냥 직업적 이야기를 하는게 오히려 낫겠다. 샘은 어딘지 모르게 시무룩해 보이는 형을 곁눈질하며 일부러 목소리를 밝게 꾸몄다.

『저기, 있잖아. 마담 라바가 악령에 빙의된 거라면 어떻게 처리하는게 좋을지 생각해봤어?』
『어떻게 하긴. 중세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적 방법을 써야겠지. 수은을 가득 채워넣은 목욕통에 벌거벗은 할머니를 집어넣고 철 쑤세미로 온몸을 벅벅 밀어버리는 거야.*』
『에엑?! 그거 농담이지?』
『왜 그렇게 놀라는 건데, 샘. 천 년 전에는 십자가를 목에 건 성직자들이 귀신을 쫓는답시고 다들 그렇게 했다고.』
『지금은 2006년이지 1006년이 아니니까 하는 말이야.』
『뭐시라! 올해가 1006년이 아니라는 거야?! 이거 놀랍군!』
『눈동자 굴리면서 너스레 떨긴. 재미 없어, 그 농담.』
『쳇, 아빠는 좋아했는데...』
딘은 혀를 차며 바닥으로 몸을 더욱 낮추었다.
덕분에 샘은 바늘 방석에 올라가 가부좌를 틀고 앉기라도 한 것처럼 표정이 굳었다.
이젠 틀렸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음악이나 듣는 것밖엔 없겠다. 정면을 똑바로 응시한 채 샘은 시리지도 않은 눈을 반복하여 깜빡거렸다.

지금 딘 옆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건 동생인 샘 윈체스터.
그렇지만 딘과 같이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 건 이미 죽고 없는 아버지 존 윈체스터이다.
6년 전과 마찬가지로 샘은 고향 집에 덩그마니 홀로 남겨졌다.
외로움에 갑자기 가슴이 뻐근해졌다.

그제서야 딘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펄쩍 뛰며 스프링처럼 튕겨 올랐다.
『샘?! 네 눈에 먼지가 들어갔어!』
딘 윈체스터 식의,「왜 눈시울을 붉히는 거야, 임마!」라는 소리다.
『아아. 별 거 아냐. 피곤해서 그래.』
『휴지 줄까. 아님 사탕 줄까. 내가 눈치가 없어서...』
정신 못 차리고 횡설수설해 하는 걸 재빨리 말꼬리를 잡아챘다.
『그것보단 슬슬 교대해줘. 다리가 저려 죽을 것 같아. 6시간 내내 나 혼자 운전했다는 거 알아?』
나오는 콧물을 도로 목구멍으로 삼킨 샘은 죽을 힘을 다하여 밝게 웃었다.

아쉽게도 마담 라바의 집은 상점가나 호텔이 몰려있는 번화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화려한 네온싸인을 보고 와아 좋아했던 것도 잠시, 동생과 교대한 딘은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멀건 아파트 단지가 있는 쪽으로 한참을 더 올라갔다. 여기가 24시간 잠들지 않는다던 전설의 라스베가스인가 싶을 정도로 어두컴컴한 동네였다.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들고 정신 없이 몰려다니는 도심과는 다르게 냉기가 감돌았다. 해가 진지 좀 되었다 싶었음에도 불이 꺼진 집들도 보였다. 수퍼마켓과 편의점의 간판 몇이 환하게 빛나 생기가 돌았을 뿐, 길가엔 사람이 좀처럼 다니질 않았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하다고들 말 하지만.
하필이면 나쁜 쪽으로만 비슷하니 진짜 살 맛 안 난다.

딘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샘을 향해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지금의 샘은 백화점에서 본 산타클로스가 사실은 분장한 아르바이트생이라는 걸 깨달은 어린애처럼 보였다. 수염을 세게 잡아당기면 반질반질하게 면도한 맨 뺨이 드러난다. 당황한 아르바이트생은 어색한 오호호 웃음을 지어가며「여기 대단히 수상한 사람이 있어요」라고 소리를 질러대는 아이를 뒤로 떠민다. 마침내 아이는 부모에게 달려가 울상을 짓는다.
『반짝이는 전구로 뒤덮힌 파라다이스가 아니라서 실망했어? 새미.』
『조금.』
『이 세상에는 어디를 가든지 절대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는데, 하나는 가난이고, 하나는 깡패, 다른 하나는 시궁창이야. 대통령이 사는 워싱턴 DC에도 이런 동네가 널렸는데 라스베가스라고 해서 뭐가 다르겠니. 자, 그만 내려. 차는 이곳에 세워두고 조금 걷자. 라바가 사는 곳에선 주차를 할 수 없어. 세워둔지 3분이면 양쪽 타이어가, 15분이면 본네트가 찌그러지거든. 우리 베이비가 그런 험악한 꼴을 당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잖니. 그러니까 총부터 챙겨. 사람용 하나, 귀신용 하나다.』

얼핏 듣기론 대단히 위험한 동네인 듯했다. 샘은 꿀꺽 소리를 내며 마른 침을 삼켰다.
『그런 곳을 걸어가도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곰은 안 나오니까.』
샘의 표정이 한층 더 가관으로 변했다. 그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발언이었다. 곰이라니. 라스베가스 주택가에서 곰?! 대인용 총알이 채워진 탄창을 주워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차라리 프렌치 코트를 입고 기관총을 든 갱스터들이 거리에 쫙 갈렸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앞좌석을 단단히 걸어 잠구면서 딘이 웃었다.
『왜. 지나가는 깡패가 시비라도 걸까봐 무서운 거니?』
『귀신보다 사람이 훨씬 더 무섭다는 건 형도 인정하는 거잖아.』
『치킨.(겁쟁이)』
『내가 왜 닭이야! 겁이 많은게 아니라 신중한 거야!』
『신중한 거 좋아하시네. 몸이 둔해져 혹시라도 놈들에게 당할까봐 그게 창피한 거면서.』
『형이 틀렸어. 정말로 몸이 둔해졌는지 시험해볼래?』
『아서라, 지금 달밤에 체조하자는 거냐. 사양할란다.』
권투하듯 주먹을 쥔 팔로 방어 자세를 취하는 동생의 엉덩이를 퍽 소리나게 때린 뒤, 딘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6년이라는 시간은 제법 많은 걸 바꿔놓았다. 하아, 하고 숨쉬면서 언덕진 길을 올라갔다.
도로 이름이 아니었으면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갈피를 못 잡았겠다. 부근으로 싸구려 이동 주택들이 늘었다. 그때는 쓰레기가 쌓인 공터였는데 콘크리트를 부어 농구장으로 바꿔놓았다. 바닥으로 스프레이 페인트로 휘갈긴 욕설이 어지럽다. 갈보에 화냥년, 섹스를 하고 싶다, 기타등등. 설치된 조명은 진작에 돌멩이에 맞아 무용지물이 되었다. 너무 어두컴컴해서 지나가는 여자가 강간 당하기 딱이다. 순간 어디선가 겁에 질린 똥개가 컹컹 하고 짖었다.
폐차장에 가야 할 자동차가 서넛 늘어서 있다. 훔쳐서 범죄에 써먹고 버려두고 간 것이 분명하다. 그 앞을 지나가면서 흘깃 쳐다보니 모양만 자동차고 실상은 고철 쇳덩이다. 카 스테레오는 기본이고 핸들까지 뽑아갔다. 먼지를 소복히 뒤집어쓴 앞좌석엔 최소한 2년은 썩었을 햄버거 포장지가 굴러다녔다.

『이런 곳에서 손금을 보고, 미래를 예언하고,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준다고? 그 할머니, 장사가 되나?』
칠이 벗겨져 흉물스럽게 변한 5층짜리 아파트를 올려다 보며 샘이 궁금해 했다.
『장사 잘 되지. 미래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지하려고 하는 법이니까.』
작동할 것 같지 않은 초인종을 누르면서 딘은 그렇게 대답했다.


세상에나, 이제야 본편 진입입니다.
PS : 내가 수퍼내츄럴 팬픽을 쓰는 이유. 영어가 안되서. 차려놓은 밥상을 맛있게 먹고 싶어도 그게 밥인지, 나물인지 구분조차 못하니 어쩔 수 없다. 5,000편에 이르는 광대한 데이터 베이스에서 나를 허우적거려 죽게 하라~!! (털썩) 슬레이어즈에 버닝하던 시절엔 일어가 되지 않아 날 반 미치광이로 만들더니 이젠 영어가 되지 않아 미친다. 자기만족을 위한 자급자족은 나에게 주어진 숙명이란 말인가! 과거로 돌아가 바벨탑을 복구시키는 거다! 우어어어~!! (눈물)

Posted by 미야

2007/01/02 12:18 2007/01/0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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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림베리 2008/12/26 17:03 # M/D Reply Permalink

    ㅋㅋㅋ 샘이 너무 귀여워요~ 딘의 반응에 따라 울고 웃고 ㅋㅋㅋㅋ 완전 bitch네요 ㅋㅋㅋㅋ
    전 자급자족도 안되는 사람이에요 ㅠㅠ 그나마 미야님 덕분에 은혜를 받고있습니다~ 미야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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