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술회전과 백귀야행의 설정을 대충 가져와서 붙인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 주술회전은 애니 초반부만 감상한 상황이라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합니다. 자가발전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만화책이라도 사다 읽어야하나 고민 중인데 등장인물이 갈려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증발하는 수준이라고 들어 당혹스럽군요.


그들은 벌칙수행 중이었다.
정정한다. 고죠 사토루는 벌칙수행 중이었다.
동행한 게토 스구루는 상층부의 요청에 따라 일종의 도련님 감시자 역할로 따라붙었을 뿐으로 귀찮다는 내색을 감추지도 않은 채 설설거렸다.
『으아, 사방에 음식물 쓰레기가... 너도 와서 도와, 스구루.』
『싫거든.』
『친구 사이에 그러기냐. 너와 나의 우정은 그렇게 얄팍하지 않잖아.』
『얇아. 계란 부침보다 못한 두께지.』
육교 아래로 좋지 않은 것들이 썩은 표주박처럼 주렁주렁 맺혔어도 게토 스구루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주술고전에 입학에서 고죠 사토루와 통성명을 마친 게 얼마 전이다. 살갑게 친구타령을 하기엔 아직 빠른 거 아닌가, 그는 생각했다. 부러 거리를 둘 마음도 없지만 먼저 다가가 가깝게 지내고 싶은 것도 아니다. 게토 스구루는 제법 낯을 가리는 편이다. 그런 서툰 부분을 도련님은 오히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지만.
『평가가 너무 야박한 거 아냐? 스구루. 우리의 우정은 최소한 비프 스테이크 두께라고. 이~ 정도쯤?』
『역시 좋은 집에서 자란 도련님이네. 그만큼 두꺼운 고기도 썰고.』
손가락으로 이 정도 두께라고 어림짐작해 보이는 고죠 사토루를 향해 피식 웃어 보이는 게토였다.

예전부터 실수를 저지른 주술사에게 페널티를 부과할 필요가 생기면 뱀신 마을로 보내 제대로 골탕을 먹이는 게 관행이다.
파충류를 좋아하고 취미로 도마뱀을 기르는 부류라면 페널티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당한 정신적 부담을 지게 된다. 사방에서 뱀이 솟구치는 – 여기에도 뱀, 저기에도 뱀 – 정작 퇴치해야 할 주령은 4급에서 5급 피라미들이라서 상대할 가치도 없는 것들이고, 대신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들은 반세기 전부터 부해(腐賌)하여 결국 거름이 되어버린, 과거 신으로 모셔지던 것의 잔해다.
『반성한다고, 젠장! 영혼을 다해 반성한다고~!!』
장소 불문하고 주룩 흘러내리는 검정의 찌꺼기, 그것도 뱀의 형상을 한 무더기의 부해가 지뢰밭처럼 널려있는 걸 보고 있자면 「내가 왜 그때 결계가 완성되는 걸 기다리지도 않고 주령의 모가지를 똑 따버렸을까. 1초만 참았더라면. 과거의 나, 반성해라!」극심한 후회에 빠질 수밖에 없다.
머리 위로 상한 토사물을 닮은 역겨운 것이 후드득 쏟아지는 느낌에 질색했다.
무하한이라는 술식이 있어 직접적으로 닿는 일은 결코 없지만, 아무튼 썩은 미역줄기를 뒤집어쓰는 건 충분히 기분 나빴다.

『확실히 기분 좋은 광경은 아니긴 한데...』
어깨에 묻은 부해를 고양이 털인양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내며 게토 스구루가 말했다.
『숫자가 어마어마해서 그렇지 크게 해롭지도 않은 종류래. 여기 뱀신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익숙해져서 이런 거에 닿는다고 앓는 법도 없다고 하더라. 야가 선생님도 삼나무 꽃가루 취급하면 된다고 하셨어.』
『뭐가 삼나무 꽃가루야! 삼나무 꽃가루는 주술사가 나서서 일부러 치우는 법 없잖아!』
『가짜로 우는 척하지 마, 고죠. 1급 주술사가 부해 정도로 죽는 소리나 하고 앉았고... 모자란 너님 인격수양에 큰 도움이 될 거라던 담임 쌤 말씀을 떠올려.』
『음식물 쓰레기 앞에서 인격수양이 뭔 말이야! 빌어먹을 야가 선생! 나를 썩은 뱀 마을로 보내놓고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했겠다! 농담이 아니야. 이러다간 밧줄만 봐도 뱀이다 고함치게 생겼다고!』

토지신이 타락하면 특급의 주령이 된다.
그러면 주술사들이 나서 조복(調伏)을 한다.

『마무리가 엉성하면 나중에까지 이렇게 개지랄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군.』
담장에서 전봇대까지 엄청난 량의 부해가 왁자지껄하게 엉켜 붙어 있다.
5년에서 6년 터울로 주기적으로 주술사가 방문하여 부해를 걷어내고 있음에도 여전히 이 정도의 양이라면 과거에는 어떠했을지 짐작조차 안 갔다.
『주술사들에게도 빨간 종이(징집영장)가 떨어졌던 시대에 벌어진 일이라고, 스구루. 젊은 실력자들은 전쟁터에서 구르고, 어쩔 수 없이 관짝 입성 하루 전날의 영감님들이 요통을 호소하며 어여차 했는데 상대가 특A급이다 보니 쉽지 않았던 모양이야. 요행으로 조복에 성공은 했는데 딱 거기까지였던 거지. 듣자하니 비술사 주술사 가리지 않고 사망자도 제법 나왔다고 하더라.』
『나는 비술사 집안 출신이라 그런 이야긴 몰라, 고죠.』
『주술사 집안이라고 다 아는 것도 아니야. 젠인 가문에서도 이곳 뱀신 마을 이야기에 대해 꿰고 있는 사람은 없을 걸? 기록 불가에 함구령까진 떨어진 사건이라고. 고죠라서 그나마 정보가 있던 거고... 뭐,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니야. 잘난 척하는 영감님들이 바지춤도 못 내리고 똥을 지렸는데 얼마나 부끄러웠겠어.』
꿈틀거리는 부해를 손으로 잡아 쥐어 터뜨리던 고죠 사토루가 대놓고 이죽거렸다.
『줏대도 없고, 능력도 없고, 콧대만 높아서,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똥이나 싸는 것들.』
진짜지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일이 없었다.

『저는 중학교 1학년이라고요! 제 키는 평균이고, 코가 땅바닥에 닿는 일은 없다고!』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 일이라곤 요만큼도 없었다.
이쪽을 봐도 뱀, 저쪽을 봐도 뱀.
성가시게 코딱지까지 뱀을 달고 나타났다.
『그만해, 고죠! 여기서 주력 꺼내지 마. 비술사... 아니, 일반인이잖아. 게다가 중학생이고.』
저게 어딜 봐서 일반인이야. 고죠 사토루는 대놓고 투덜거렸다.

짜리몽땅이 발목에 감고 있는 뱀은 지금까지 보아온 부해와는 모습이 달랐다.
덜 썩었고, 훨씬 실재감이 강했다. 문드러진 곤약 젤리가 아니라 뱀 머리형태가 선명했다. 심지어 비늘도 달렸다. 눈이 좋은 고죠 사토루는 비늘에 난 소용돌이 문양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부해는 썩어 사라지는 게 아니었나?
이쪽에서 일부러 약간의 주력을 흘려보내자 반응을 보였다. 아주 약간이었지만 색이 검게 짙어졌다.
『한여름도 아닌데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니까 보이는 게 없지!』
정작 그 뱀을 달고 있는 코딱지는 일절 반응이 없다는 게 신기했다.

주력은 주술사와 비술사 모두가 가지고 있는 힘이다. 많고 적음이 다르고, 본인의 의지로 그걸 다룰 수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주령만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도 주력에 반응한다.
실수로 가발 벗겨진 교장 선생님 앞에 선 기분 – 게토 스구루는 그런 비유를 쓰기도 했다. 그게 정확히 그게 무슨 기분인지 일반인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는 고죠 사토루 입장에선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식은땀이 나고 모골이 송연해진다.
「선천적으로 둔감한 체질인가.」
저 중학생은 어디를 봐도 가발 벗겨진 교장 선생님 앞에 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의 교복을 입은, 키가 더 큰 쪽은 그와 반대로 얼굴 표정이 대단했다.
기회를 보고 여차하면 달아날 태세지만 아직까지 걸음아 나 살려라 하지 않는 건 그가 흘려보낸 주력에 반응해 몸이 굳어서이고, 더하여 의리 없게 땅딸보를 버리고 갈 수 없다는 내적 갈등 탓인 듯했다.

재밌어하며 고죠는 흘려보내던 주력을 조금 더 늘렸다.
사람이 기절하지 않을 정도로 컨트롤하는 건 물론 잊지 않았다.
『히이익! 포, 포장해 드릴게요! 말씀하신 꿀빵 다 드리겠습니다! 딸기크림, 조림 사과, 바나나 화이트치즈, 맞죠? 금방 준비하겠습니닷!』꿀빵 가게 점원이 주력에 반응했다.
『와, 도련님 인성 보소.』게토 스구루가 뒷목을 잡았다.
『중생의 의미는 중간에 생기다 말았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다!』
여중생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뽐내며 같지도 않은 코를 세웠다.

오른발을 내밀어 팡 소리가 나도록 발을 굴렀다.
주력을 실은 간단한 동작에 발목을 감고 있던 뱀이 풍선처럼 부풀다 못해 갈기갈기 찢어졌다.

허겁지겁 꿀빵을 포장지에 담던 가게 종업원이 어, 소리를 내며 귀를 막았다.
그리고는 곧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내가 왜 귀를 막았지? 것보다 방금 뭐였어? 어디서 가스통이 터졌나? 그런데 소리가 들리긴 했나?
반사적으로 텔레비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곧 미야기현 지진특보가 흘러나올 거라 생각해서였다.
동시에 아랫배를 부여잡은 이이지마 하나에가 돼지 멱따는 웨엑 소리를 내며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Posted by 미야

2021/03/13 19:46 2021/03/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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