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수를 시작했습니다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자수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으로 "프랑스 자수 패키지" 라는 걸 구해서 한 달 전부터 수를 놓고 있고요...
구석에 앉아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가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똥손이지만. 어때요 뭐, 나만 좋음 되는 거지.

돈은 좀 제법 깨지더군요. 시작할 적에 이것저것 많이 긁어놓고 맥시멈으로 중무장하여 덤비는 쪽이라...
실도 100가지 세트로 질렀구요, 독일제 원목 수틀도 샀어요. 한 20만원어치 질렀나봐요.
그런데 실제로 쓰고 있는 건 싸구려 중국산 플라스틱 수틀이라는 게 함정... 일단 가벼워서 좋음.

시간 낭비라는 느낌이 커요. 수를 놓는 시간에 한자 공부라도 하면 한석봉 될 거 같거든요.
그런데 감정 다스리는 일에는 이만한 게 없어요. 분노조절에 매우 훌륭한 수단임.
솔직히 저, 진짜 죽을 거 같았어요.
호르몬 영향인지, 코로나 탓인지, 정신차리고 보면 이를 빠드득 갈며 책상을 주먹으로 치고 있더라고요.
왜 화가 났느냐고 정신과 의사가 물어봐도 답이 없어요. 그냥 다 싫고, 전부 때려 죽이고 싶은 충동만 남아서 욕이 입에 붙었더라고요. 세상에... 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욕을 하지 않았던 내가 50줄 넘어 씨발 씨발 이러고 있다니.

그래서 바늘을 들고, 실을 꿰어서, 나뭇잎 모양을 빡빡하게 채워나갔죠.
음...... 어깨가 많이 아파요.

분노조절에 어느 정도 성과를 얻기는 했는데... 구입한 재료가 너무 많군요.
선인장 화분이 그려진 패키지를 명절 연휴 전부터 시작했는데 아직도 80% 정도밖에 못 했는데요.
그거 말고도 엄청 자료들을 구입해서 연말까지 매달려봤자 절반도 소화 못할 것 같아요.

이 열정으로 공원에 나가서 걷기를 했음 살이 10kg은 빠졌을텐데. (웃음)

Posted by 미야

2020/10/14 15:25 2020/10/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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