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술회전과 백귀야행의 설정을 대충 가져왔고 등장인물 또한 오리지널 캐릭터가 거의 전부입니다. 주술회전은 애니 초반부만 감상한 상황이라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합니다.
성을 내며 울었더니 고릴라처럼 울부짖지 말라고 어머니에게 꾸짖음을 당했다.
『몰라! 고릴라는 고릴 고릴!』
어린애 같은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스가와라 미즈키는 침대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평생에 단 한 번뿐인 중학교 데뷔를 설사병으로 망치다니.
창피해서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한다.
『별 일이지. 가족 네 명이서 똑같이 조개 관자구이를 먹었는데 혼자서 노로 바이러스 당첨이라니.』
이런 걸 두고 악운의 별 아래서 태어난 운명이라고 하던가, 만사 느긋한 성격의 어머니가 손바닥으로 뺨을 괴고 딸의 연속된 불운 당첨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계단에서 굴러 발목뼈에 실금이 갔다.
걷는 법을 모르고 뛰는 법만 아는 아이라서 언젠가 단단히 다칠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미즈키는 누가 발목을 확 잡아채는 느낌이었다고 병원에서 처치를 받는 내내 항변했지만 수수께끼의 그 뭔가가 발목을 잡아채기 전에 이미 왈가닥처럼 계단을 두 칸씩 한꺼번에 뛰어 내려갔다는 점에서 변명할 거리가 없었다.
뭐, 여기까지는 본인 실수라고 치고.
의사도 생전 처음 보는 경우라며 신기해했다.
노로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매우 높아 구성원 전체가 한꺼번에 감염되는 경우가 다수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이 맛이나 냄새, 색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라서 사전에 이를 감지하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식사를 한 사람뿐만 아니라 식자재를 다룬 사람까지 전부 휩쓸고 초토화시키다보니 딱 한 명만 골라 바이러스에 노출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라는 거였다.
그런데 외할아버지, 어머니, 미즈키와 두 살터울 남동생 네 명이서 함께 식사를 했는데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복통과 구역질, 설사 콤보가 터진 건 어이없게도 미즈키 한 명 뿐이었다.
『조개 관자구이가 원인이 아니라 뭔가를 숨기고 혼자 먹었던 거 아니야? 미즈키는 먹보 돼지잖아.』
『엄마.』
『얼마 전에도 데숑크라상 한정판 쇼트케이크라면서 책상에 올려놓고 절하고 있었잖니. 엄마는 봤어. 본인이 딸기 쇼트케이크의 신실한 신자라면서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맛보는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엎드려 절하고 있었어.』
『아니거든요?!』
『어머나, 아닌 척하며 부끄러워하긴.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미즈시마 히로 브로마이드 사진을 걸어두고 절을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어쨌거나 피똥을 하도 싸서 탈수증상이 왔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
다행히 현대의학의 자비로움으로 증상은 곧 호전되었지만 전염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2주간 등교를 하지 말라고 권고 받았다.
안녕하세요. 교우난 초등학교 출신인 스가와라 미즈키입니다. 디저트 먹는 걸 좋아하고 장마철 눅눅한 날씨랑 우롱차를 싫어합니다. 새로운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어요.
『망했네.』
발목뼈에 금이 가 입학식 불참.
곧바로 설사병이 터져 2주간 가정학습.
자기소개 과정 없이 도중에 교실에 끼어든 1학년 신입생은 아무래도 시작부터 겉돌기 딱이다.
울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왕따 확정이네」중얼거린 건 그래서 예감이라고 부를 종류도 아니었다.
『이 녀석, 스가와라, 시작부터 등교거부인 건가 싶었다.』
1학년 2반 담임은 후덕한 인상의 50대 역사 과목 선생님이었다.
배가 나왔고 머리가 벗겨졌다. 열이 많은 체질인지 그저 옆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후끈후끈 열기가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도 속마음까지 따끈따끈한 군밤 같은 사람은 아니어서 툭툭 뱉는 말투가 영 매너 없었다.
『어, 음. 그러니까 확실히 하고 가자. 등교거부는 아닌 거지? 등교거부면 선생님이 곤란해.』
많이 아팠느냐, 이제는 다 나았느냐 식상한 멘트는 아예 생략.
학생의 신상정보가 적힌 개인노트를 곁눈질하더니, 어색함에 쭈뼛거리고 선 미즈키를 위아래로 샅샅이 훑어봤다. 불량, 문제아, 반항, 10대의 질풍노도, 이런 걸 매의 눈으로 찾으려는 것처럼 말이다.
『학생의 본분은 어디까지나 학업충실이다. 비뚤어져선 안 되지.』
여기서 생략된 단어는 부모님의 이혼이다.
스가와라 미즈키의 부모님은 성격차이를 이유로 재작년에 완만하게 합의의혼을 했다.
『선생님도 알아. 부모님 일로 고민이 많겠지. 하지만 지금은 밀린 수업진도를 따라가는 일에 집중하자. 머리가 복잡하다고 공부를 나중으로 미루면 결국 너만 손해야. 알겠지?』
등 뒤에서 안보이게 검지와 중지손가락을 꼬며 미즈키는 밝고 씩씩하게 네, 라고 대답했다.
같잖은 설교가 길어지는 건 짜증났기 때문이었다.
『기합이 단단히 들어간 것 같아 보기 좋구나. 그래, 이대로만 쭉 가자. 궁금한 건 반장에게 물어보고.』
선생님은 바쁘니까 여기까지 하자, 귀찮은 일은 전부 반장에게 떠민 주제에 뭐가 그리도 만족스러웠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방과 후 클럽활동 결정을 해줘.』
미즈키가 껄끄러웠던 건지 반장 또한 이렇다 설명도 없이 프린트 물을 내밀고 사인을 종용했다.
『잘 모르겠음 게시판을 읽어.』
『어... 음.』
『맞다. 체육 선생님이 병원 소견서 가지고 왔음 제출하래. 스가와라, 당분간 운동 금지라며.』
세상에. 어쩌다 발목을 다친 건지 물어봐주지도 않는 겁니꽈.
『견학만 하는 거라도 체육복은 준비해놔야 할 거야. 히무라 선생님, 제법 엄격하거든.』
반장은 숨도 안 쉬고 말했다. 덕분에 미즈키는 머리가 꼬여 제대로 대답도 못했다.
『음악이랑 미술은 이동학습이니까 미리 위치를 알아둬.』
거기가 어딘데.
『우리학교 매점에서 파는 피자빵 진짜 맛없으니 참고하고.』
얘가 진짜... 나는 매점 위치도 모른다고.
『클럽 입부서 제출은 다음 주 화요일까지야. 그럼.』
화장실 거울 앞에서 서서 자신의 뺨을 주물거리던 미즈키는 그래서 「내가 그렇게 못 생겼나」 진지하게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쌍꺼풀이 없어 눈매가 날카로워 보인다는 말은 곧잘 들었다. 배가 고프면 잔뜩 찌푸린 표정이 되어 인상이 더 나빠진다. 그렇다고 일부러 말 걸기가 곤란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손가락으로 눈꼬리를 아래로 쭉쭉 밀었다.
「어쩌면 촌스러워 보이는 건지도.」
연한 빛깔의 립글로스를 바르는 건 초등학교 시절해도 해봤다. 여자아이들은 뷰티에 민감하다.
「그래. 예쁘게 꾸미면 애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줄 거야.」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고 나온 학생이 아랫입술을 까뒤집고 있는 미즈키를 발견하곤 움찔거렸다.
괜찮아요, 해치치 않아요. 뒷걸음치지 않아도 되요.
큰맘 먹고 립글로스를 바르고 등교를 했다.
튀김 한 접시를 혼자서 다 먹고 온 것처럼 요란하게 번들거려 무척 웃기게 보였음에도 당사자가 멋쩍어 화장을 지울 정도로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이 없었다.
깔깔 웃으며 손가락질이라도 했음 차라리 기뻤을텐데.
최후의 용기를 모두 쥐어짜 반장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이, 이, 있, 있잖아! 반장은 어느 클럽에 가입했어?』
『해리 포터 원서 독해부.』
『재밌어?』
『미안. 인원이 꽉 찼어.』
『겍. 인원 제한이 있어?!』
『수십 명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부실이 없으니까.』
거기서 대화가 뚝 끊겼고, 하교시간이 될 때까지 미즈키는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었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