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잘못된 기억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나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명동에서 전차를 탄 기억이다.

일곱 살 정도 되었을 무렵이고 - 하지만 시기상 그 당시에 종로의 전차는 모두 철거되었다. 서울시내 전차를 모두 뜯어낸 건 1968년으로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마주앉은 형식으로 배치된 나무의자를 기억한다.
그런데 이건 흑백과도 같은 기억이라 전차의 색이 붉었는지, 아님 초록이었는지 구분을 못 한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어렸을 적에 박물관 같은 곳에 갔다가 전시된 사진 자료를 보고 강렬하게 인상에 남아 착각을 한 것이라고 한다.
주변 풍경은 건물이 신세계백화점만 높고 나머지는 허허벌판이나 다를 바 없었다.

다른 하나는 1초 정도만 재생되는 장면인데
바닥은 아주 푸르고 내 발이 아닌 하얀 발이 풀밭을 배경으로 가지런히 보인다.
그 발의 모양새가 똑바로 서서 내려다보는 각도가 아니라서 그간 매우 의아하게 여겼는데
컨저링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깨달음이 왔다.
공중에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발을 보고 있는 거다. 아마도 목을 매달은 듯.
이 기억은 매우 짧은데다 총천연색이다. 죽기 직전이라면 다리가 흔들렸을 것 같은데 미동이 없다.
역시 이상한 기억.
발만 보이기 때문에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파악이 안 된다. 나와는 달리 가늘고 뼈마디가 도드라진 발이다.

일주일 전 먹은 저녁 반찬도 기억을 못 하면서 왜 이런 건 남는 건지?

Posted by 미야

2017/11/01 13:24 2017/11/0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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