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고 저녁이고 딘 윈체스터의 얼굴 사진을 보는 것으로 흐믓한 미소를 짓곤 한다. 완전히 갔다. 누나는 지금 끝까지 달리고 있는 중이시다... 라고 해도 원래 이런 캐릭터 설정에 여자들 마음은 녹아나는 법 아니겠어?
겨우 네 살 적에 엄마가 불가사의하게 죽었다. 아빠는 속된 말로「맛이 완전히 가버렸고」동생 샘은 기저귀 끼고 젖병을 물고 있다. 집은 풍비박살이 났고,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고 집을 지켜야 한다. 정신 똑바로 차려도 모자를 판국인데 아빠는 담벼락에 캔 세워두고 총질하는 거나 가르친다. 우아... 나라면 진작에 비뚤어졌다. 딘에게는 그게 좋은 추억이라고 해도 보통은 교육적으로 대단히 나쁜 거 아니야? 어린이에게 총을 쏘게 하다니.
머리통이 커진 동생은 아빠와 맨날 말싸움을 벌인다. 중간에서 이들을 뜯어 말리는게 딘의 일이다. 자기는 쫄쫄 굶어도 먹을 걸 부지런히 챙겨주기까지 했던 예쁜 동생은 반항의 계절을 맞이하여 아예 집을 나가버리기까지 한다. 대학에 진학한 동생은 단단히 삐졌는지 전화도 안 받는다. 썅 소리 나는 일이다. 그런데도 아빠는 형보단 동생을 더 걱정하는 눈치다. 대학에서 안전하게 잘 있는지 몰래 확인하고 돌아오기까지 한다. 형님은? 찬밥.
나라면 이딴 가족 안 가져~ 하고 화낼 것도 같은데 딘은 정 반대다. 그의 세계에서 소중하고 소중한 것, 아빠와 동생 새미다. 딘의 소원은 단촐하다. 아빠와 새미, 그리고 자기까지 셋이서 함께 가족으로 지내는 것이다.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그가 간혹가다 속내를 드러내는 걸 보면 눈물이 난다. 혼자는 싫어, 동생이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아빠와 새미가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 예전처럼 한 가족으로 지냈으면, 눈앞에서 말 없이 사라지는 일 없으면 좋겠어... 기타등등.
악마가 꼬브랑거린 말은 사실이다. 가족이 딘을 필요로 한 것이 아니고, 딘이 가족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샘이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을 적에 상처받았고, (당시 샘은 로스쿨에 진학하여 변호사가 되고 싶어했음. 가족을 위해 언제든 달려오겠지만 독립적으로 살 거라고 당당하게 선언) 시간이 흘러 샘이 계속 형님 옆에 있어주겠다고 했을 적에 정색하며 고마워한다.
아놔, 이런 남자에게 훨훨 안 탈 수 있어? 누군가를 사랑해주고 지켜주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남자를?
그러니까 새미. 형님한테 잘 하란 말이야. 살도 좀 빼고. 딘이 널「빅 베이비」로 귀여워해준다고 해도 자기 앞가림은 잘 해야지. 팔의 깁스도 빨리 풀고. 응?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