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무슨 냄시일까나

언젠가 버스에 머리카락 노란 외국인이 올라탄 적이 있는데 농담 안 하고 혼절한 적이 있다.
30년 썩힌 치즈에다 우유 비린내, 고기 비린내가 적절하게 혼합된 스멜이... 말로만 듣던 바로 그 냄새구나 이러고 손으로 콧구멍을 막아버렸다. 예의는 아니지만 일단 살고는 봐야 하니까.
나는 마늘 냄새도 아주 싫어하는데 그래서 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
김장철이 닥치면 사람들 등에서 마늘 냄새가 풍겨오는데 미루어 짐작해보자면 사람의 위는 가슴보다는 등에 더 가깝게 붙어 있다. 척추가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검시관들은 바디를 뒤집어놓고 절개를 하는게 편할지도.

각설하고.
일본식 번역의 여파로 누님들이 "체향" 이라는 걸 곧잘 쓰는데 나는 이게 그렇게 향기롭지는 않을 것 같다.
하루 입고 벗은 자기 속옷 냄새를 맡아보도록 하자. 그냥 꼬리꼬리하지 않던가. 그래서 비누와 코롱을 처발처발하는 것이고... 결국 "나의 냄새" 라고 착각하는 것은 즐겨 쓰는 샴푸와 화장품 냄새다. 특히 샴푸 향이다. 아울러 이쯤해서 살짝 귀띔하자면 자기 여자의 샴푸 냄새가 돌연 바뀌었을 적에 남성들이 품는 분노감은 상상 초월이란다.

뭐, 그래서 음란마귀에 빙의된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리스는 싸구려 비누로 머리를 감을 위인이고, 스티브 맥거렛 소령 주장으로는 해병대 스타일은 샤워가 5분을 넘지 않는다고 했고, 리스는 육군이고, 영원히 충성, 해군과 육군은 영원한 라이벌 관계인 고로 육군 또한 샤워 시간은 5분을 넘기지 않을 것이 확실하며, 말 그대로 후다닥 처리하고 물기도 털지 않은 채 욕실에서 나체로 (이게 중요) 튀어나올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게 어느날 고급 샴푸 향기로 바뀌어봐. 사장님 눈빛이 갑자기 이상해지는 거듸.
이걸 또 바꿔서. 사장님은 별 생각 없이 새 샴푸를 사서 머리를 감고 출근했는데 리스가 "먼젓번게 더 좋았다" 그러면서 불만을 표현하는 거시다.

결론 : 병맛 갓파가 서식하는 버라이어티 우물통 안에선 목덜미에 코를 파묻고 당신 냄새가 참 좋아여 헬룽 이러는 장면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는 거. 그러나 맛있게 맛있게 피부를 핥긴 해야지. 냄새보다는 촉각이니까.
어레. 그런데 나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던 거지.

Posted by 미야

2012/10/31 16:11 2012/10/3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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