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God's Grace

※ 드라마 뉴암스테르담을 연속 시청하고 상태 메롱이라능. 실험적으로 써봤습니다. 본편으로는 들어가지 않아요.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피곤을 풀기 위한 수면이 아니다. 생리적으로 자지 않으면 죽어버리니까 의무적으로 잠을 청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편안한 베개니, 아늑한 이불이니 하는 건 바라지 않는다. 소원하는 건 그저 꿈을 꾸지 않았으면 하는 것 하나 뿐...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불면은 필연적으로 악몽을 불러들였다. 붉고 붉은 이미지만 계속된다.「꿈」이란 단어는 그래서 더 이상 달콤하지 않다. 샘은 침대라는 사물을 증오하기에 이르렀다. 절망은 그의 유일한 벗이 되어주었다.

-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걸 기억해? 내가 가르쳐준 걸 기억하니?
어둠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 너는 계속해서 싸워나갈 수 있어.
살짝 떨리며 흐려지는 형의 목소리... 섬세한 체 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리는 것 같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은 고쳤다. 대신 딘의 유품이 되어버린 에뮬렛을 만지막대는 새 버릇이 생겼다.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는 것으로 지긋지긋한 모든 걸 끝장내고 싶어질 적마다 충동을 억누르며 에물렛을 만졌다.
- 포기하면 안 돼, 샘 윈체스터. 싸워야만 해.
이를 악물었다.
- 그것이 딘이 바라던 거야.
위안을 얻고자 손을 가슴으로 올렸다.

『후욱!』
만져지는게 아무것도 없자 샘은 침대에서 단숨에 몸을 일으켰다. 감겼던 눈이 번쩍 뜨였다. 목에 걸려 있어야 할 에뮬렛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딘을 매장하고 난 뒤로 한 번도 몸에서 떼어낸 적이 없는 물건이다. 그게 왜 없지, 언제 사라졌지, 어디다 떨어뜨렸나, 누가 훔쳐갔나, 비통함에 젖어 목을 잡아뜯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러다 구석으로 굴러다니는,「내 것이 아닌」더러운 양말을 발견했다.
안심한 나머지 다리가 풀려버렸다. 만약 이것이 꿈의 연속이라면, 다시는 깨어나고 싶지 않게끔 행복한 꿈이다. 주먹으로 눈두덩이를 누른 채 심호흡했다. 이제 그는 에뮬렛이 아닌 딘의 젖꼭지를 희롱하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바비는 말을 삼갔다. 단순히「오늘은 구름이 두꺼운게 비라도 내릴 것 같다」라고 혼잣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홀로 남은 어린 윈체스터가 무척이나 상처를 받을 것임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뭐라도 먹지 않으련?」묻지 않았다.「소파에 누워 눈을 붙이렴」권하지도 않았다. 울고 불고 난리라도 치면 차라리 손을 써볼 수 있었을 것을, 몰골이 참담한 청년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채 바닥에 쌓인 먼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시신은 곧 부패하기 시작했다. 발톱에 찢긴 틈새로 튀어나온 내장은 비참한 냄새를 풍겼다. 사방에서 파리가 앵앵거렸고 딘의 피부는 검푸른 빛깔로 변색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부풀었다.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 티끌로 돌아가기 위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여정이었다. 이제 딘은 더 이상 섹시하지도, 핸섬하지도 않았다. 송장의 코와 입으로 벌레가 부지런히 드나들었고 치명적이었던 상처 틈새로 하얗게 구더기가 꼈다. 벌레들은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살을 씹어댔다.

더 이상 흉한 꼴을 무시할 수 없었던 바비는 밖에서 네모난 판자를 주워왔다. 그리고 만성적 허리 통증에도 불구하고 반나절 내내 땅땅거리며 망치질을 했다. 그건 마치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는 소리처럼 웅장하게 울려퍼졌다.
『화장은 하지 않을 거예요, 바비.』
일주일만에야 입을 연 샘은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장작과 휘발유는 필요없어요.』
점수를 후하게 줘도 엉성한 궤짝이라고밖엔 표현할 수 없는 나무 관으로 시신을 옮기고자 기를 쓰던 바비는 동작을 잠시 멈췄다.
『그렇게 하자구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소금은 뿌려야겠구나, 얘야.』
조심스럽게 허락을 구하던 바비를 향해 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제가 가서 소금을 가져올게요.』
겨우 대화다운 걸 나눴다고 바비는 내심 안도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좋아진 것도 아니었다.
샘의 눈빛은 지독하리만치 공허해서 바닥이 없는 늪을 연상시켰다. 그 속으로 돌을 던지면 언제까지 가라앉을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극단적이고도 비합리적인 좌절감 속에서 샘의 영혼은 조각조각 부서지고 있었다.

- 나는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어요.
유품이 되어버린 딘의 에뮬렛을 자기 목에 걸면서 샘은 그렇게 잘라 말했다.
- 나는 그 누구의 도움을 받을 자격도 없어요.

걱정을 억누를 수 없었던 늙은 헌터는 반복해서 안부 메시지를 남겼다.
그것조차 싫었던 샘은 핸드폰 번호를 아예 바꿔버렸다.

난 싸워야만 해. 딘이 그렇게 하라고 했어.
허나 생각처럼 쉽진 않았다.
여전히 송장 냄새가 났다. 꿈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딘은 계속해서 썩어갔다. 부풀어 올라 검게 변한 그의 얼굴은 대단히 기괴하다. 아름다웠던 안구는 진작에 사라져 지금은 뻥 뚫린 두 개의 구멍에 불과하다. 얇은 종이처럼 변해버린 피부는 허물을 벗기 시작하고, 가스가 차오른 몸은 가끔씩 쿨렁 소리를 내며 요동친다. 걸죽한 액체로 변한 살덩이들은 중력에 의해 아래로 흘러내리고, 관절끼리의 연결은 느슨해진다. 딘 윈체스터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계속해서 부패하고, 또 부패한다. 사방에서 썩은내가 났다. 독한 보드카에서조차 썩은 냄새가 풀풀 풍겼다. 들녘에 핀 이름 모를 꽃으로 벌이 아닌 파리가 앉는다. 왜냐하면 꽃은 보기와는 달리 향기롭지 않았고, 그것 역시 매일매일 썩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다는 건 죽기보다 곱절로 어려운 일이었다.

떨림이 가라앉았다. 침착함을 되찾은 샘은 세수하는 동작으로 얼굴을 문지른 뒤 딘을 찾았다.
『형, 어딨어?』
화장실 불은 꺼져있었다. 눈살을 찌푸린 샘은 방안을 두리번거리다 커튼 틈새로 밖을 살폈다.
2초 뒤, 그는 복도로 통하는 문을 열고 어두운 계단을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신의 은총으로 지옥으로부터 벗어나 지상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지옥에서 뭔 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모르겠노라 했다.
하지만 악몽을 꾸었고, 술을 지나치게 마셨으며, 가끔씩 멍한 표정을 짓곤 했다.
특히 밤이 힘들었다. 때로 그는 잠드는 걸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늙은 나귀처럼 등을 구부리고 숨을 죽였다. 추적하여 쫓아오는 검은 그림자가 문 밖에 서기라도 한 것처럼 긴장했다. 그는 예전처럼 수다를 떨지 않았다. 깔깔 웃지도 않았다. 대신 이를 꽉 다물고 근육을 부풀렸다. 딘의 귀에는 팔 벌리고 선 재앙이라는 놈이 내는 발소리가 들리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여차하면 주먹을 날릴 기세로 앞을 주시하곤 했다.
역설적으로 말해 뒤돌아 도망치는게 불가능했기에 투쟁의 의욕은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딘 윈체스터가 입은 은혜의 실체다.

1층 주차장엔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팽팽하게 날이 선 공기가 주변을 에워쌌다. 그들은 뭔가의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샘의 판단으로는 단순히 잡담을 나누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실수로 당신 자동차 옆구리를 긁었소」이상의 심각함이 그 장소에 있었다.

훔쳐보는 샘의 존재를 알아차린 건 등 돌리고 선 카스티엘 쪽이 먼저였다.
『샘... 윈체스터.』
두 사람은, 아니. 한 인간과 한 천사는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피곤에 쩔은 천사라니.
피식 웃음이 나올 노릇이다. 과로사가 내일 모레라는 인상으로 눈밑의 다크서클이 장난이 아니다. 두 손을 공손이 깍지끼고 이쪽을 쳐다보는 시선엔 파워가 가득했지만 번개와도 비슷한 눈빛만 빼면 나머진 죄다「과장님, 이러다 나 쓰러져요」다. 유행에 뒤쳐지고 구김진 코트는 추레하기까지 해서 방금 전까지 격무에 시달린 말단 사무원처럼도 보였다.

『무슨 일이야? 형.』
딘은 제대로 짜증이 났다는 얼굴을 하고 구석으로 퉷, 침을 뱉었다.
이가 덜덜 떨리는 건 단순히 춥기 때문이다.
『카스티엘과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어?』
옷을 두껍게 입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소름이 돋는 것이다.

『별 거 아닐세, 샘.』
카스티엘은 어쩐지 난처해 하는 눈치다.
『뭐랄까... 좀 사소한 문제라네.』
『사소한?』
『내가 천사라고 해도 전자기적 문제엔 영 익숙하지가 않아서 말일세... 그래서 나 대신 경찰의 데이터 베이스에 접속해서 실종신고 한 건을 취소시켜 줬으면 해서.』
『예?』
『이 남자는 자신의 죽은 육신이 하느님의 일에 쓰임받는 것에 기꺼이 동의했지만 그 가족은 아니었나 봄세. 심장마비로 잡작스럽게 죽었다는 걸 모르고 그 고모되는 여인이 실종신고를 냈더군. 지난 9월에 미네소타 주로 출장갔다가 그대로 사라졌다고 하면서 말일세.』
코가 시렸던 샘은 보기 좋게 재채기를 터뜨렸다.

『젠장젠장젠장곱배기! 절대로 안 도와줄 거야.』
딘은 콧방귀를 뀌며 침착하지 못한 목소리로 떠들었다.
『날 뭘로 생각하는 거야. 내게는 남이 싼 똥을 치우는 취미는 없다고.』
그리고 자세를 삐딱하게 했다.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을 가족이 불쌍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
카스티엘은「불쌍하다」라는 단어를 입안에서 여러 번 반복하여 굴리며 인상을 썼다.
너무나도 거룩한 신의 사자에겐「지상 잡 것들의 감정」은 이해가 어려운 것이리라.
그것은 인간이 개의 감정을 쉽게 알지 못하는 것과 흡사했다.

셔츠를 훌렁 벗어던진 딘의 어깨로 손바닥 모양의 화상 자국이 드러났다.
카스티엘이 남긴 흔적이다.
이 몸은 하느님의 소유다, 선언이라도 하는 것처럼 모양새가 뚜렷했다.
『딘, 날씨가 추워.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셔츠를 도로 입도록 해.』
노트북을 열고「불법으로」경찰 데이터 베이스에 접속하던 샘은 잠시 잔소리했다.
『난 감기따윈 안 걸려, 새미.』
『하긴... 속설에 의하면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린다고 하지.』
『누구더러 바보라는 거냣!』
베개가 슝 하고 날아들었다.
그걸로 머리통을 얻어맞은 샘은「내가 그렇다고 했어? 속설이라고 했잖아, 속설」푸념했다.

Posted by 미야

2008/11/18 15:37 2008/11/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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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비 2008/11/18 20:26 # M/D Reply Permalink

    어쩜 좋아요.. 최고입니다..ㅠㅠ
    딘이 받은 은혜의 실체라는 말이 콕 박히네요..

  2. 테리온 2008/11/19 00:56 # M/D Reply Permalink

    아..정말 너무 좋아요. 정말 지옥에서 돌아온 딘의 변화가 눈물나네요.
    전 무리 봐도 딘은 완전히 구원받지 못한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뒷부분에서 완전...'ㅂ')b 다른남자의 흔적을 보고 잔소리하는 샘 좋아요~

  3. 나마리에 2008/11/19 13:31 # M/D Reply Permalink

    에뮬렛을 형한테 돌려준 걸 잠시 잊고 애통해하는 샘 너무 애절해요! ㅜㅜ

    [지상 잡 것들] ㅎㅎㅎㅎㅎ 아아, 카스티엘 어쩌면 좋아요~ ㅎㅎㅎ

  4. 라르 2008/11/19 23:31 # M/D Reply Permalink

    뉴암스테르담 소재는 좋은거 같은데 일찍 끝나서 안타까워요.
    좀더 길게 보고 싶었는데말이죠. 아직 끝까지 보지도 못했어요.

    1. 미야 2008/11/20 08:59 # M/D Permalink

      소재는 참 좋았는데 그게 한계인 것도 같더라고요.
      하여간 할아버지가 젊은이더러 <아버지>라고 부르니까 느낌이 무지 신선하더구먼요.

  5. 라르 2008/11/21 22:08 # M/D Reply Permalink

    할아버지가 아들인거 알고 깜놀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전 처음에 사정 알고 도와주는 이웃(?)인줄 알았다는 .. 자식도 생긴단 말이냐.. 그럼 여자마다 있다면 몇명? 하며 혼자 벌벌 떨었던 기억이...그러고보니 하이랜더랑 비슷하군요.

  6. 슈뇌 2008/11/28 21:20 # M/D Reply Permalink

    글쓰는 실력이 진짜 좋으시네요 시즌4 에피1에서 부족한 먼가를 미야님이

    다 채워 주시는것 같아요 슈내에 홀릭해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다가

    여길 발견했는데 정말 보물 창고가 따로 없네요

  7. 바자소녀 2009/02/28 04:41 # M/D Reply Permalink

    다시살아난 딘은 여전히 고생길 위에서 살고 있죠~은혜의 실체라는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그래도 딘이 살아돌아와 샘의 인생은 지옥에서 빠져나왔으니 그거하난 잘된 일이죠^^;;

    아무튼 내사랑(<-언제부터??ㅎㅎ) 카스티엘 아저씨(??)의 등장에 급 반가웠습니다^^아무튼 카스티엘 완전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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