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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낙서

※ 아놔, 이러다 재미 들리겄네. ※


말이 그렇지 하루에 열 다섯시간이다. 그동안 드라마를 촬영한게 아니라 접시를 닦고, 햄버거를 구웠다고 생각하면 뒤로 그냥 넘어갈 거다. 실제로 젠슨은 욱 소리를 내며 토기를 일으켰고, 대본에 적혀진 그대로 미친 듯이 소시지 빵을 먹어대는 씬을 찍은 것은 겨우 2시간 전이었다.
『내가 못 살아. 이래선 노동법 위반이라고. 노동법 위반!』
이 씨발 것들아 - 모두가 다 듣게끔 버럭 고함이라도 질러대고 싶지만 다행히도 그는 출중한 신사다. 현장에서 움직이고 있을 숙녀들이 귀로 듣고 곤란해 할 종류의 욕을 퍼붓기 전에 그는 트레일러에 설치된 개인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덤으로 학대받은 위장을 달래어줄 소화제를 두 알 먹기로 결심했다.

다행스럽게도 앞으로 몇 시간 동안은 자유다. 칫솔을 손에 쥐고 그는 진심으로 행복해 했다. 장면은 딘과 떨어진 샘 윈체스터가 단독으로 악마에게 씌인 인간을 찾아 사거리 술집으로 들어가는 내용으로 접어들었고, 샘 역의 제러드 파달렉키는 액션 감독의 지시에 따라 의자를 던지고 테이블을 뒤집어야 했다. 그리고 머리도 홀라당 깨먹어야 했다. 정리하자면 딘이 출연하지 않는 장면의 촬영은 지금부터 4시간가량 진행될 터였다. 별다른 NG 없이 일사천리로 일정이 흘러갔을 경우에 말이다.

젠슨은 진심이 되어 만세, 만세, 만만세를 합창했다. 특수 분장용 가짜 피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찍어댈 제러드가 살짝 가엾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눈가가 시커멓게 가라앉은 피곤에 쩔은 남자가 거울 저편에서「침대! 이불! 안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잠!」을 노래하고 있었다. 젠슨은 어깨를 누그러뜨렸고 이미 절반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나랑 같이 촬영장에 있어주면 안 되요? 젠슨.』
파달렉키 어쩌고는 자신의 머리를 강타할 예정인 나무 의자를 어루만지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의자는 이미 관계자에 의해 산산조각난 뒤에 접착제로 다시 조립되어 살짝 모양만 유지하고 있을 뿐으로 그에게 그리 심각할 데미지를 줄 무기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제러드는「믿어져요? 이걸로 내 머리를 때릴 거래요. 설마 날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요. 저기요, 제가 쥐덫을 마이클에게 던진 건 심했다고 생각해요. 반성하고 있어요. 그러니 젠슨, 부탁이니 날 살해하진 말아달라고 꼭 전해줘요. 엥엥. 당신은 나의 수호천사잖아요. 제발요.」엄살이 심했다.

『뭘 그러고 있냐. 넌 죽여도 안 죽을 놈이잖아.』
젠슨은 촬영장에 같이 있어달라는 그의 부탁을 거절했다. 잠으로의 유혹은 너무 커서 파달렉키 어쩌고가 자신이 먹을 1년치 사탕을 전부 다 주겠다고 애원했음에도 귀가 솔깃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캔디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고, 덤으로 약속한 닌텐도 DSL도 반갑지 않았다. 휴대용 게임기를 갖고 놀 짬이 있으면 차라리 그 시간에 대본을 한 번이라도 더 읽겠다 - 고지식한 성격의 젠슨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제러드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네가 팬티를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촬영장 한 바퀴를 돌겠다면 고려해볼게, 두드.』
『어, 정말요? 그거야 쉽지. 입고 있는 팬티를 벗어줘봐요. 당장 해보일테니.』
쉽게 승낙하는 그를 보고 피부 온도가 5도는 떨어졌다.
『농...담이다.』
『뭐예요, 진짜! 남자가 이랬다 저랬다!』
파달렉키 어쩌고는 화를 냈고, 조금은 울상을 지었다. 마지막까지 그는 자신의 뒷통수를 가격하게 될 의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이렇게나 애원하는데 옆에서 지켜봐주면 어디가 덧나나」이러고 젠슨을 향해 눈을 흘겼다.

침대로 기어올라가 두 다리를 쭉 뻗고 보니 아주 미안하지 않은 건 아니라서 한숨이 나왔다. 누구는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고, 누구는 다섯 명의 술주정뱅이와 싸우는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인생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입장이 거꾸로였다면 젠슨도 남산 만큼 입을 내밀고 하느님과 에립 크립키를 향해 불평을 퍼부어댔을 것이다.
『촐싹거리다 다치진 말아야 할텐데...』
의식의 끈을 놓기 전까지 젠슨은 동생 역의 제러드를 걱정했다.

앞서의 촬영은 꼬박 5시간이 걸렸다. 젠슨은 푹 잤다. 제러드는 이마가 깨졌고, 주먹을 휘둘러댔고, 가짜 피가 사방에 흘렀고, 남성 호르몬이 폭발했고, 카메라맨이 Go, Go! 를 외쳤으며, 악마에게 빙의당한 역할의 배우가 실수로 바닥을 굴러다니던 술병을 밟고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
『그거 큰일이었겠군. 괜찮았대?』
메이크업을 받으러 나온 젠슨은 스테파니에게 자질구레한 촬영장 일을 물었다.

『발목을 접질렀지만 심하진 않아요. 그래도 샌더슨은 병원에 갔어요.』
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탓에 그의 눈두덩이가 제법 부었다. 스테파니는 부기를 감출 화장품들을 먼저 챙겼고, 그러한 그녀의 마술 용품 가운데에는 쨘, 얼음 팩도 들어가 있었다.
『저런! 그렇게 많이 부었어?』
개구리처럼 튕튕 부어선 카메라맨이 좋은 소리를 할 리가 없다. 젠슨은 걱정이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까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어요, 미스터 애클스. 그러니까 그렇게 울상지을 것 없어요. 제가 마술을 걸어줄게요. 하지만 신경쓰이는 건 그게 아니라 다른 거라...』
『뭐가?』
스테파니는 병적으로 표정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젠슨은 늘 그녀가 두려웠다.
『뺨에 32라는 숫자가 볼펜으로 적혀져 있거든요.』
『What?』
『32요.』
『아니, 내가 묻고자 하는 건 그게 아니라...』

그때 트레일러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제러드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거 지우지 마요. 우리 잠꾸러기 젠슨이 쿨쿨 자고 있을 적에 주근깨 숫자가 어떻게 되나 세다가 시간이 없어 거기까지밖에 못 세었거든요. 나중에 다시 할 거니까 절대로 지우지 마요. 알았죠? 서른 둘이예요.』
다시 트레일러 문이 콰당 닫겼다.

전기 면도기와 대용량 헤어젤 병이 왜 하늘을 날았느냐는 다른 사람들의 궁금증 어린 질문에「표정이 없는 프로 메이크업 담담자」스테파니는 가볍게 어깨만 으쓱였다.

Posted by 미야

2007/11/02 20:47 2007/11/0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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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수 2007/11/02 23:53 # M/D Reply Permalink

    ㅋㅋㅋ 실제로 딘이랑 새미는 이러고 놀듯...^^;;굳세어라 딘~~~

  2. 나는물고기 2008/11/17 15:35 # M/D Reply Permalink

    으아악 너무 사랑스러워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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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낙서... 할로윈

할로윈이 어른들끼리 사탕을 주고받는 날인가를 곰곰이 생각한다. 그건 아닌 것도 같은데.
하지만 제러드는 그리 상관하지 않는 눈치다. 어쩌면 그는 할로윈이 뭐 하는 날인지조차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과자와 사탕, 그것 말고 다른 의미가 있단 말이야? 천진난만한 얼굴로 거꾸로 반문을 할 것 같아 젠슨은 일찌감치 입을 다물었다.

사탕을 안 주면 골려줄테다. 파달렉키 어쩌고 대형 개는 코를 킁킁대며 달콤한 냄새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바빴다. 그리고 그의 잔인한, 아울러 늘 배고파 하는 습성을 줄줄이 꿰고 있는 스텝들은 위험한 신을 진정시키고자 제물을 미리 마련한 상태였다. 덕분에 사탕과 과자로 가득찬 바구니는 아침 일찍부터 트레일러의 정 중앙에 자리를 잡고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분홍 리본까지 달려서.

게중에서 사탕 하나를 집어든 젠슨은 짧게 탄식했다.
마이클, 죠, 리사, 앤디... 포장지 겉면으로 이름까지 써있다. 그것도 굵은 싸인펜으로.
얼마 전엔가 쥐덫의 공격을 받았던 마이클은 그때의 경험에 진저리가 났던지 꼼꼼하게 메모지까지 첨부했다. 이번에 그가 가져다 바친 공물은 생강 과자였다. 메시지는 이거 먹고 나를 그냥 내버려두세요. 눈물이 나려 한다. 제러드의 안내를 받고 뿡뿡 소리가 나는 방석에 앉아 모두로부터 불쾌한 오해를 받았던 리사는 특대형 포장의 캔디를 사왔다. 억 소리가 날 정도로 크다. 대단한 물량 공세다. 앞으로 10년동안 절대로 나를 건드리면 안 됩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 보는 사람이 다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그러고보니 리사는 제러드가 낄낄대며 웃었을 적에 고개를 숙이고 훌쩍훌쩍 울려고 했던 것도 같다. 원래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그런 식의 장난이 질색인 법이다. 마찬가지로 장난이 질색인 젠슨은 동병상련에 마음이 쨘해졌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전설의 서스콰치는 오늘도 행복하다.
『헤이! 젠슨.』
『헤이.』
『과자를 안 주면 골려줄테다.』
젠슨은 읽고 있던 대본에서 잠시 눈을 떼었다. 뭐? 나를 골려? 저놈이 돌은게지.
『살찐다, 이눔아. 그리고 나이가 얼마인데 아직까지 과자 타령이냐.』
『그래서 뭐요. 없어요?』
『없는데.』
『어... 그렇단 말이지.』

파달섬띵 어쩌고는 그 즉시 젠슨의 겨드랑이로 손을 넣었다. 흠칫해서「간지럽잖아!」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이번엔 시야가 역전되어 바닥이 하늘이 되고, 다시 하늘은 바닥이 되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성인 남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번쩍 들어올리는 괴력도 놀랍거니와, 그 성인 남자에게 다짜고짜 레슬링 기술을 거는 그 무대포 정신도 놀라워 죽을 지경이다. 젠슨은 파랗게 질렸고, 짓누르는 악력에 숨이 막혀 끙끙거렸다. 참을 수가 없어져 항복의 의미로 손바닥으로 트레일러를 세 번 쳤다. 그래봤자 파달섬띵 어쩌고는 낄낄거리면서 큰 대자로 엎어진 젠슨의 엉덩이 위로 주저앉아 어린애처럼「골려줄테다~♡」를 외치고 있었다.

죽기는 무서워서 주머니를 뒤져 껌을 주었다.
『고마워요, 젠슨. 아껴두었다가 내일 씹어야지.』
마침내 젠슨을 풀어준 제러드는 만족한 얼굴로 트레일러를 쿵쾅거리며 뛰.어.서. 나갔다.
『아참.』
뭐 하나 빠뜨렸다며 재빨리 고개만 뒤로 돌리고 윙크했다.
『해피 할로윈. 내가 젠슨을 엄청 사랑하는 거 알죠?』
『누가 누굴 사랑하냐. 사랑한다면서 사람을 자빠뜨려 그냥 다리를 꺽냐!』
제러드는 장난스럽게 에베- 혀를 쏙 내밀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Posted by 미야

2007/10/31 16:09 2007/10/3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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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eal 2007/10/31 16:27 # M/D Reply Permalink

    불쌍한 스탭들인거지요orz 미야님의 파다클스는 처음이에요! 아싸! 해피 할로윈!

  2. 미야 2007/10/31 16:35 # M/D Reply Permalink

    한참 내려가면 <Heart> 에피소드 관련으로 하나 더 있어요. 그치만 분류가 뭔지는 잘 모르겠네요. ^^ (작성일은 2007년 1월 28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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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고 싶은 월말

할로윈 같은 건 신경 못 쓴다. 월말이다. 월말이란 말이다! (책상 덜컹덜컹덜컹덜컹~)
날씨도 추워지는데 마음은 더더욱 심란하다.
따끈한 미떼라도 한 잔 마시면서 다시 업무로 돌아가야... 젠장. 돌려줘, 점심시간!

딘은 죽었습니다. 샘은 미쳤습니다. 리는 달아났습니다. 끝. 이러면 나는 살해당하는 거지.
우엥. 쫓기는 건 싫어.
크리미널 마인드도 아직 못 봤고, 나의 완소 드라마 라이프도 아직 못 봤다.
어제는 판타지-라이브러리 시리즈 중에서 <타락천사> 편을 구입해서 읽어봤다.

그냥 단테의 실락원이나 에녹서를 정독하는게 나을 것도 같은데 가볍게 정리해서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는 종류로는 딱 적당한 것 같다. 고전, 그것도 장편 - 차라리 날 죽여 - 절대로 못 읽긔. 난 아직 죄와 벌, 전쟁과 평화 같은 류의 고전은 잡아본 적이 없다. (공부를 못했던 까닭이 다 있는 거다) 음식만 편식하는게 아니라 책도 편식하는데 당연히 내 취향은 환상문학 내지는 추리소설이다. 이런 내가 침대에 엎드려 실락원에 신곡을 읽으면 껍질을 뒤집어쓴 외계인 설이 나오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건 다이제스트로 만족하자.

암튼 의아했던 것 한 가지.
바포메트가 마호메트라던 신주사마 교고쿠도의 주장은 맞는겨, 틀린겨?

Posted by 미야

2007/10/31 12:45 2007/10/3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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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수 2007/10/31 13:06 # M/D Reply Permalink

    ㅎㅎㅎ 저도 월말은 싫어요.. 항상 모든 일들이 와르르..쏟아져 내려서 켁!! 압사한답니다... ㅠㅠ 그래도 슈네보고 참아내고 있는걸요.. 아아..이틀이나 참으려니.. 환상이..^^;; 헉.. 안되여...('')딘은 죽으면..에엥..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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