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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34

※ 둘이 연애하게 해주세요 - 라고 불평하셔도 방법이 없어요. 뒤에서 빤히 쳐다본다고요. 여기는 직장. 나는 월급도둑. 연말정산이 기가 막혀. 전산 작업은 언제 하지. 아놔. ※


힘이여 솟아라.
종달새처럼 밝게 재잘거리는 동생의 목소리는 종합 비타민 이상으로 느낌이 좋았다. 겨우내 찬바람에 꽁꽁 얼었던 몸이 일시에 녹아내렸다. 뻣뻣한 관절에서 푸른 새싹이 돋아나는 것 같았다. 쑤시고 아프던게 언제인가 싶었다.
《엄마가 아빠에게 빨간색 요가 매트를 선물했어. 오빠는 이걸 어떻게 생각해? 아빠 허리가 좋지 않다는 일종의 우회성 메시지일까?》
『그, 글쎄다... 프리티. 아버진 뭐라고 하셨어?』
《아무 말씀 안 하시고 그 위에서 팔굽혀 펴기를 서른 번 하셨어. 엄마는 옆에서 박수를 치고.》
『음... 나는 잘 모르겠다만, 그럼 다 좋게 끝난 거 아니야?』
《뭐가 좋게 되었다는 거야. 엄마가 가져온 건 평범한 컵받침이 아니라 요가 매트라고! 이래서 진짜지 우리집 남자들은 문제야. 섬세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
메켄지의 투덜거림에 젠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껏 요가 매트에 어째서 나까지 싸잡아 공격을 당하는 거지. 거추장스러우면 돌돌 말아 빈 화병에 아무렇게나 꽂아두면 된다. 색깔이 예쁘면 장식으로 마당에 펼쳐놓을 수도 있고... 미스터 애클스처럼 팔굽혀 펴기나 윗몸 일으키기를 할 적에 요긴히 써먹을 수도 있다. 그럼 되잖아. 더 이상 뭐가 필요해.

《됐어. 난 지쳤어. 이젠 더 이상 말 안 할래. 그나저나 부탁할게 하나 있는데.》
동생의 목소리가 살짝 바뀌었다. 이상한 예감에 젠슨은 긴장했다. 설마, 결혼하고 싶다거나...
《오빠? 나에게 제러드 파달렉키 씨의 개인 핸드폰 번호를 알려줄 수 있어?》
『엇. 그건 왜.』
《그건 묻지 말고... 안돼?》
『안돼.』
《와, 무섭다. 내가 나쁜 짓을 하려는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단칼에 거절이네.》
『물론 나는 널 믿어, 프리티.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런 건 좋지 않아. 폐가 된다고. 제러드는 착한 녀석이라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겠지만 속으로는 불편하게 여길 거야. 그래서야 쓰겠니. 이해하렴.』
《오~케이. 그런 거였군. 어지간히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나 보네. 잘 알았음!》
그런데 이상하다. 젠슨의 걱정과는 달리 메켄지는 사탕을 한 꾸러미나 받았다며 밝게 대꾸했다.
이거 뭐지. 함정인가. 몰래 카메라... 내지는 몰래 핸드폰? 혹시 내가 무어라 대답할지 시험해본 거야? 어느 쪽이야. 뭘 잘 알았다는 거지. 어리둥절해 하는 가운데 동생은 다시 주제를 바꿔 토마토 주스와 키위 다이어트에 대해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했다. 뭔가 놓친 부분이 분명 있는데... 열심히 맞장구를 쳐주다보니 어느새 잊어버렸다.

『우엑, 맛이 이게 뭐냐, 제러드. 시큼하잖아. 커피에 식초 탔냐.』
또 시작이다. 주변에 선 사람들의 시선이 종이처럼 얇아졌다.
바리스타가 명품으로 만든 것도 아니오, 기계에서 대충 뽑아낸 커피다. 어제도 그 맛, 오늘도 그 맛, 내일도 그 맛일게 분명한 인스턴트다. 그걸 가지고 시큼해, 싱거워, 텁텁해, 냄새가 별로야, 색이 수상해, 가지가지 핑계를 대가며 타박이다. 일부러 심술부리는 것치곤 진짜지 좀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러드는 자기 몫의 커피에 코를 박고 냄새를 킁킁 맡았다.
시큼하다고? 식초가 들어갔느냐고?
『그러고보니 그런 것도 같네요. 다시 가져올게요.』
방금 뭐라고 그랬어, 다시 가져오겠다고? 다시?! - 주변 표정이 우스광스럽게 일그러졌다.

『설탕 넣지 마.』
『알았음.』
『크림도 싫어.』
『명심할게요.』
『너무 뜨거운 거 싫어.』
『내게 맡겨요.』
황당하게도 제러드는 가엾다고 쳐다보는 남의 시선은 신경도 안 쓰는 눈치였다.

한참을 주저하던 마이클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치명적인 약점을 잡혔다고 해도 어엿한 배우가 이렇게 남의 종살이를 할 수는 없는 거다. 게다가 최근의 그를 대하는 젠슨의 태도는 누가 봐도 지나쳤다. 아무 것도 없는 벽을 흘깃거리고 쳐다보던 마이클이 헛기침을 터뜨렸다.
『어, 어흠. 괜찮아요? 제러드.』
『뭐가요.』
『알잖아요. 뭐랄까, 그 커피... 매번 같은 커피 포트에서 뽑아가는데 언제는 좋고, 언제는 나쁘다고 하는 건 비정상이잖아요. 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건지는 몰라도 은근히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요즘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 있는 거예요? 혹시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라도...』

제러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목덜미를 긁었다.
『다들 오해하는구나. 사실은 말예요. 저도 처음엔 제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나 걱정했는데요... 그게 아니예요. 지금 그 사람, 저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거예요.』
지금 무어라.
『에?』
『어.리.광.』
『그, 그렇게 음절을 끊어 강조하지 않아도 되요. 어리광이 뭔지는 저도 아니까.』
『그죠?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요, 젠슨이 어린애처럼 심술을 부리는 건 외롭고 힘드니까 자기에게 관심 좀 가져달라는 뜻이래요. 어렸을 적에도 이불이 무거워, 전화벨이 시끄러, 오렌지 주스가 상했어, 우유가 미지근해, 난리도 아니었대요. 애클스 가의 남정네들은 그런 식으로 꽝인 구석이 있으니까 나더러 이해하라고 메켄지가...』
그러면서 제러드는 이런 것쯤이야~ 라는 자세로 네 번째로 가져갈 커피를 종이컵에 담았다.

Posted by 미야

2008/01/09 13:21 2008/01/0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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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모사 2008/01/10 10:35 # M/D Reply Permalink

    '둘이 사랑하게 해주세요~!'
    ㅋㅋㅋ 앞으로 이 슬로건 걸고 댓글 달겁니다->될때 까지~ 푸하하핫~~!!( JJ 맺어주기 추진 위원회)
    젠슨의 신경질이 극에 달했군요. ㅋㅋㅋㅋ 맞아요 남자들 은근히 심술부릴때는 애를 방불케 한다구요( 유경험자)ㅡ..ㅡ;; 딱한 우리 파닥이.. 하지만 어쩌 겠어요. 반한놈이 죄라(?)고 알아서 기어야지요.ㅋㅋㅋㅋ 그래도 울 파닥이 겉으로는 철딱서니 없어 보여도 은근 세심하고 부드러운 남자니깐 젠슨을 잘 다독거릴수 있을거예요. ㅋㅋ 요즘 미야님이 다시 달려 주셔서 무척 기쁘 답니다~~>..<!!

    또 다시...한줄더..

    '둘이 사랑하게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로렐라이 2008/02/21 14:42 # M/D Reply Permalink

    저도 윗님에 힘입어 소심하게 외쳐봅니다..
    '........둘이 사랑하게 해주세요..'
    하하하^^;

  3. 뒤잔봉 2008/07/12 18:22 # M/D Reply Permalink

    이미 사랑하고 있지않나여^^..S2

  4. 로지 2009/07/31 22:55 # M/D Reply Permalink

    미야님의 애클스들 이보다 사랑스러울 순 없어요 ㅜㅜ '프리티 사수'라고 쓴 단체티를 나눠입고 왠지 상기되어 있는 한무리의 바보남자들이랄까... + 식어잇는 미세스 애클스와 매기 ㅋㅋ
    아우 정말 파달! 너밖에 없다~ 싶네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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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33

※ 여동생 양의 이름을 알 재주가 없네요. ※


벨이 울리기에 전화를 받으니 손바닥으로 입가를 막은 색색 숨소리만 들려왔다.
변태다, 그렇게 직감한 애클스 양은 눈을 부릅뜨고 징그러운 핸드폰을 양변기를 향해 던지려고 했다.
『꺄악! 바퀴벌레다!』
《헤이~! 진정하라고!》
바로 그때, 잔뜩 숨 죽인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박살나려는 타인의 핸드폰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나예요. 세상에서 프리티를 두 번째로 사랑하는 남자! 모르겠어요?》

그녀의 입술이 한 일자로 굳었다. 낯설지 않았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목소리다.
『음. 가만 있자. 그러니까... 제러드 씨?』
《응! 응! 맞췄어.》
맙소사. 뺨이 더욱 굳었다. 어째서 이 사람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걸 이따구로 하는 거지.《안녕, 나는 제러드 파달렉키야. 너의 오빠와 같이 일하는 배우. 언젠가 만난 적도 있잖아. 기억하지?》이러면 끔찍한 엘리뇨가 북반구를 한바탕 휩쓸기라도 하나, 아님 남극 빙산이 전부 녹아버리기를 하나.

살짝 벌려진 이 틈새로 휘우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사실 짐작이 아주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비슷한 방식으로 전화하는 남자를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다.

- 안녕, 프리티. 내가 누구게. 세상에서 널 가장 사랑하는 남자야.
- 그냥 평범하게《네 둘째 오빠다.》라고 하면 안 되겠어?
- 어.

손바닥으로 이마를 덮은 귀찮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하여간 남자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린애처럼 구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다. 사랑한다고 말해주니 고맙기 그지 없지만, 이제 당장 결혼을 해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인 만큼 그런 식의 닭살 대사는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나 써먹어줬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가뜩이나 최근 사귀기 시작한 보이 프렌드는 의외로 질투가 심해서 행여라도 귓동냥으로 저 소리를 들었다간 울고 불고 난리가 날 거다. 그리고 이게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집에는《멋대로 순위를 조작하지 마라. 우리 숙녀님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건 바로 나다!》라고 주장하는 아버지와,《아냐! 그건 나야!》발을 동동 굴러대며 고집을 꺾지 않는 큰 오빠가 있다. 그들 앞에서 사랑에 순위 없고, 그 형태나 무게, 모양은 계측되지 않는다는 말을 해보라지. 다 커다란 남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섭섭하다, 이럴 순 없다, 우리 귀염둥이는 너무 쌀쌀맞다 푸념을 읊어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토라진다.

아무래도 그들의 눈에는 그녀가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꼬꼬마로 보이는 모양이다. 행여라도 넘어질까 오냐오냐 하는 모양새만 봐도 악몽 같다.
그런데 이젠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거인족 출신의 남자 배우로부터도 꼬꼬마 취급을 받아야 한다 이거지. 덤벼! 가라데로 배운 발차기라는 걸 보여주지!
그런데 잠깐. 전화상으로는 발차기가 불가능하잖아, 제기랄.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숙녀답게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파달렉키 씨. 그런데 무슨 일로 저에게 전화를... 혹시 오빠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예요? 이런 식의 전화를 직접 받는 건 처음이라 좀 그렇네요.』
《아냐, 아냐. 젠슨은 괜찮아요. 집에서 걱정할 나쁜 일은 없어요.》
『그러면... 음. 어떻게 제 전화번호를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해요, 프리티. 화도 나고, 당황도 했을 거예요. 콜록. 사실 프리티의 전화번호, 전 몰라요. 오빠 핸드폰에 저장된 단축 키를 몰래 눌렀어요. 무례한 행동이예요. 사과할게요. 하지만 급히 물어볼게 있어서요. 나중에 야단치면 얌전히 두 손 들고 반성실에 들어갈게요. 약속해요. 그런데 정말 급하거든요. 저어... 듣고 있어요? 프리티?》
프리티, 프리티 하지 좀 마! 내 이름이 프리티냐!
그리고 눈을 감고 하나 둘 숫자를 세던 그녀의 머리 꼭대기로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젠슨이... 그러니까... 오빠가 외계인을 많이 좋아하나요?》

그건 또 뭔 소리랴. 입이 쩍 벌어졌다.
『에?』
《젠슨이 ET나 멀더 스컬리 광팬이냐고요.》
『그, 글쎄요. 엑스 파일은 틈틈이 녹화를 해두고 보긴 했지만... 오빠가 외계인을 많이 좋아하는지까지는... 그런데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네요. 뜬금없이 갑자기 외계인이라뇨?』
《예, 예! 저번에 제가 별똥별을 구경하고 있는 젠슨 앞에서 UFO의 다수가 헬리콥터로 판명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이후로 저에게 무지하게 화를 내요. 무설탕 커피를 가져가면 싱겁다고 타박이고, 크림을 넣어서 가져가면 느끼하다고 야단쳐요. 그래서 이것저것 죄다 들고 갔더니 자기가 카페인 중독자로 보이느냐고 펄펄 뛰고요, 꿀밤을 막 때려요. 트레일러에 과자 부스러기 떨어졌다고 얼마나 절 혼내키는지 몰라요. 내일 모레면 화장실 청소를 시킬 지도 몰라요. 그래서 말인데요, 프리티. 오빠가 화가 났을 적에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살짝 저에게 조언을... 아! 깜짝이야! 젠슨?》

순간 화들짝 놀란 제러드가 얼른 멀어지는 기척이 들렸다.
그리고 거기서 뭐 하고 있느냐 의심조로 말하는 작은 오빠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아뇨, 아뇨! 젠슨의 핸드폰 기종이 바뀐 것 같아서 보고 있었어요. 노키아였던 걸 모토로라로 바꾼 건가 싶어서... 아뇨, 아뇨! 청소 하고 있는 거 맞아요. 그, 그럼요! 이 빗자루를 봐요. 정말이예요!》
그리고 어느새 전화는 뚝 하고 끊겨 있었다.

Posted by 미야

2008/01/08 10:05 2008/01/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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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모사 2008/01/08 17:06 # M/D Reply Permalink

    흠.. 젠슨의 여동생 이름은 아마도 멕켄지 일껄요?
    제뢋의 여동생 이름은 모간 이고(메간 이던가??)
    ㅋㅋㅋ 아놔 그나저나 날이 갈수록 귀여워 지는 제러드(....제눈에만..ㅡ.ㅡ;;) 어쩐 답니까? 갈길이 멀아요.ㅋㅋㅋㅋ (그냥 둘이 사랑하게 해주세요~~->아니 이게 뜬금없이 무슨소린지;;)

  2. 미야 2008/01/08 18:20 # M/D Reply Permalink

    아, 그렇군요! 제러드 여동생은 매건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젠슨 여동생은 사진만 봐서 난감했어요. ^^

  3. oka25 2008/01/09 00:24 # M/D Reply Permalink

    감사히 잘 봤습니다~~젠슨은 뿔이났을까요 쩔쩔매는 제러드 너무 귀어워요~~
    젠슨이랑 재러드 JJ 여동생들도 MM ㅋㅋ

  4. 로렐라이 2008/02/21 14:40 # M/D Reply Permalink

    오! 정말 JJ MM이네요~ 이게 웬 우연의 일치? ㅎㅎ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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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32

※ 오랜만입니다. 이번 편은「내 돈! 내 밥! 내 계약서~!」의 슈퍼내츄럴 버전. ※


코가 매워 죽겠다던 표정을 짓던 안젤라가 마침내 치잇~ 소리를 내며 재채기를 터뜨렸다.
젠슨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다섯 걸음 떨어졌다. 그녀가 휴지를 끌어당겨 팽, 하고 코를 풀자 질겁하곤 열 걸음 또 떨어졌다. 댄디한 그가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할 수만 있다면 소독용 알콜을 사방팔방 뿌려대며 멀리 달아나고 싶어하는 눈치다.

『애클스 씨? 사람의 손바닥에 있는 세균 숫자가 얼마나 되게요.』
스테파니가 질문을 가장하여 그런 그의 잠잖치 않은 행동을 나무랐다.
『어... 몰라요.』
『10만에서 100만. 그러니 손바닥으로 얼굴을 쓰다듬는 걸로 이미 게임 오버가 되지요. 사람 무안하게 만들지 말고 이리 와서 의자에 앉아주시겠어요?』
당혹감에 얼굴이 빨갛게 된 배우는 찍 소리 못 하고 전기 의자에 앉아 사형을 집행당했다.

제발 감기에 걸린게 아니라고 해주세요, 제발 감기에 걸린게 아니라고 해주세요, 제발 감기에 걸린게 아니라고...

마이클은 덩달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야외 찰영 도중에 별을 감상하는 낭만이라. 어쩐지 경건한 기분이 되는 것도 같다. 오랜만에 해묵은 죄악을 털어버리고자 교회에 간 것처럼 말이다. 멀리서 아름다운 종소리가 들려왔다. 심호흡을 하며 허리로 손을 얹었다. 별똥별은 원래 초여름에 관찰하기 쉽다. 그치만 이렇게나 맑은 하늘에선 우연을 기대해도 괜찮으리라.

『대도시에선 이런 하늘 보기 어렵죠. 뉴욕은 꿈도 못 꿔요. 기껏해야 네온싸인과 비행기 불빛, 그리고 인공위성이 전부죠. 애클스 씨는 고향이 텍사스죠? 그곳은 어떤가요?』
『어... 그게...』
『와, 이렇게 많은 별은 오랜만이예요. 별똥별에 소원을 세 번 빌면 이루어진다던 옛날 말이 생각나네요. 그게 정말일까요? 그렇담 난 뭘 빌면 좋을까. 그걸로 할까. 융자금 없던 걸로 해주세요, 융자금 없던 걸로 해주세요, 융자금 없던 걸로...』
젠슨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마이클은 깔깔대며「농담이예요~」라고 얼른 덧붙였다. 그렇지만 내심 한 가닥 본심이 섞여 있었던지 떠나기에 앞서 다음처럼 사족을 길게 남겨 젠슨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빨간색 페라리, 보조석에 미녀가 앉아, 멋지구나 드라이브...』

우주는 넓다. 그러니 하찮은 인간의 마음에 담긴 번뇌를 자루로 하나 가득 뿌려대도 조금도 오염되지 않을 것이다. 바다에 빨간색 잉크 한 방울이 더해져봤자 바다는 늘 그랬던 것처럼 푸르르다.
죄책감을 뿌리치고 젠슨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고개를 두리번거려 좌우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이번에야말로 방해를 받지 않기를 기도하며.

제발 감기에 걸린게 아니라고 해주세요, 제발 감기에 걸린게 아니라고 해주세요, 제발 감기에 걸린게 아니라고...

『헤이~! 여기서 뭐 해요? 비행접시 안 날아가나 찾고 있어요?』
운이 도무지 안 따라주려니까 사탕을 입에 문 파달렉키가 좋다꾸나 끼어들었다.
『UFO라고 신고되는 거 다수가 헬리콥터라는 거 알아요?』
모른다, 임마.
젠슨은 얼굴을 구겼다.

『콜록... 나... 감기 걸렸어. 다 네 책임이야.』
다음날 아침, 젠슨이 우겨대는 말에 제러드는 그게 무슨 옥수수 쉬는 소리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게 된다.

Posted by 미야

2008/01/07 13:15 2008/01/0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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