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fic] Brownie 32

※ 오랜만입니다. 이번 편은「내 돈! 내 밥! 내 계약서~!」의 슈퍼내츄럴 버전. ※


코가 매워 죽겠다던 표정을 짓던 안젤라가 마침내 치잇~ 소리를 내며 재채기를 터뜨렸다.
젠슨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다섯 걸음 떨어졌다. 그녀가 휴지를 끌어당겨 팽, 하고 코를 풀자 질겁하곤 열 걸음 또 떨어졌다. 댄디한 그가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할 수만 있다면 소독용 알콜을 사방팔방 뿌려대며 멀리 달아나고 싶어하는 눈치다.

『애클스 씨? 사람의 손바닥에 있는 세균 숫자가 얼마나 되게요.』
스테파니가 질문을 가장하여 그런 그의 잠잖치 않은 행동을 나무랐다.
『어... 몰라요.』
『10만에서 100만. 그러니 손바닥으로 얼굴을 쓰다듬는 걸로 이미 게임 오버가 되지요. 사람 무안하게 만들지 말고 이리 와서 의자에 앉아주시겠어요?』
당혹감에 얼굴이 빨갛게 된 배우는 찍 소리 못 하고 전기 의자에 앉아 사형을 집행당했다.

제발 감기에 걸린게 아니라고 해주세요, 제발 감기에 걸린게 아니라고 해주세요, 제발 감기에 걸린게 아니라고...

마이클은 덩달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야외 찰영 도중에 별을 감상하는 낭만이라. 어쩐지 경건한 기분이 되는 것도 같다. 오랜만에 해묵은 죄악을 털어버리고자 교회에 간 것처럼 말이다. 멀리서 아름다운 종소리가 들려왔다. 심호흡을 하며 허리로 손을 얹었다. 별똥별은 원래 초여름에 관찰하기 쉽다. 그치만 이렇게나 맑은 하늘에선 우연을 기대해도 괜찮으리라.

『대도시에선 이런 하늘 보기 어렵죠. 뉴욕은 꿈도 못 꿔요. 기껏해야 네온싸인과 비행기 불빛, 그리고 인공위성이 전부죠. 애클스 씨는 고향이 텍사스죠? 그곳은 어떤가요?』
『어... 그게...』
『와, 이렇게 많은 별은 오랜만이예요. 별똥별에 소원을 세 번 빌면 이루어진다던 옛날 말이 생각나네요. 그게 정말일까요? 그렇담 난 뭘 빌면 좋을까. 그걸로 할까. 융자금 없던 걸로 해주세요, 융자금 없던 걸로 해주세요, 융자금 없던 걸로...』
젠슨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마이클은 깔깔대며「농담이예요~」라고 얼른 덧붙였다. 그렇지만 내심 한 가닥 본심이 섞여 있었던지 떠나기에 앞서 다음처럼 사족을 길게 남겨 젠슨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빨간색 페라리, 보조석에 미녀가 앉아, 멋지구나 드라이브...』

우주는 넓다. 그러니 하찮은 인간의 마음에 담긴 번뇌를 자루로 하나 가득 뿌려대도 조금도 오염되지 않을 것이다. 바다에 빨간색 잉크 한 방울이 더해져봤자 바다는 늘 그랬던 것처럼 푸르르다.
죄책감을 뿌리치고 젠슨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고개를 두리번거려 좌우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이번에야말로 방해를 받지 않기를 기도하며.

제발 감기에 걸린게 아니라고 해주세요, 제발 감기에 걸린게 아니라고 해주세요, 제발 감기에 걸린게 아니라고...

『헤이~! 여기서 뭐 해요? 비행접시 안 날아가나 찾고 있어요?』
운이 도무지 안 따라주려니까 사탕을 입에 문 파달렉키가 좋다꾸나 끼어들었다.
『UFO라고 신고되는 거 다수가 헬리콥터라는 거 알아요?』
모른다, 임마.
젠슨은 얼굴을 구겼다.

『콜록... 나... 감기 걸렸어. 다 네 책임이야.』
다음날 아침, 젠슨이 우겨대는 말에 제러드는 그게 무슨 옥수수 쉬는 소리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게 된다.

Posted by 미야

2008/01/07 13:15 2008/01/0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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