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식구는 고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맛있고 부드러운 고기는 가격이 비싸죠.
가격이 부담스러워 한우는 냄새도 맡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수입산 고기가 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잘못 고르면 무지 질기거나 누린내가 나지요.
주말에 구워먹은 고기는 무척 질기더군요.
저야 뭐 고기라면 육식괴정령 보탄 입맛으로 고기고기고기고기 이러고 흡입하는 편이니까 불평은 없는데요. (<- 심지어 일주일 전부터 치과 치료중이라는 건 까마득히 잊어버림)
이게 나중엔 질겅질겅 씹히니까 삼키는게 곤란하더라고요.
그런들 어떠하리 뱃속에선 모두 녹는다 에라 모르겠다 꿀꺽 했다가.
목에 걸렸어요.
엄마는 이 마당에 교회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고.
오빠는 젓가락으로 반찬을 꾹꾹 찌르고 있고.
저는 호흡이 마비된 상태에서 싱크대로 달려가 필사적으로 우억거리며 발버둥치고.
그렇게 10초가 지나니까 머리에 빨간불이 들어옵디다.
하임리히 구조법인지 뭔지 그건 누군가 내 명치를 눌러줘야 하잖아요.
고개를 올렸다간 아슬하게 걸린 이물질이 그대로 식도를 타고 넘어갈 것이고.
살려달라 외치고 싶은데 숨은 이미 막혔고.
야속하게도 엄마는 여전히 통화중.
다시 10초가 지나가는데 이젠 눈에 튀어나올 지경.
식구들 아무도 신경 안 쓰고.
간절히 토하려고 해도 마개처럼 걸린게 나오나요.
안 되겠다 싶어 목구멍으로 손가락을 넣어봤더니 걸린 음식물의 끄트머리가 건드려지더군요.
하지만 급하면 잘 안 됩니다. 잡아보려고 해도 너무 안쪽입니다.
다시 5초 경과.
손톱이 점막을 할퀴는게 느껴지는데 다 무시하고 손가락을 더 깊숙이 넣어봤습니다.
겨우 잡아서 뽑아냈지요.
애들만 사탕을 잘못 삼키는게 아니더라고요.
92년인가 93년도에도 오징어 덮밥 먹다 죽을 뻔한 적이 있는데 밥 먹다 죽으면 정말 아니잖아요.
이렇게 꼴사나운 이유로 죽는 건 싫어 - 죽게 되었다는 것보다 그게 더 간절히 생각나더군요.
실제로 떡을 먹다 숨이 막혀 죽거나 낙지 먹다 죽으면 신문에 나오잖아효/// <- 비참 그 자체.
오늘의 교훈.
밥은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자.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