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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0 [S☆N-fanfic] Orion 08 by 미야 (2)

[S☆N-fanfic] Orion 08

※ 수성 페인트로 현관과 부엌 벽을 칠했어요. 아직 다 칠하진 못하고 팔과 다리가 아파 도중에 뻗었는데 괜한 짓을 시작했다 싶더라고요. ※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도서관에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허나 샘에겐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시청한다거나, 양치질을 하면서 동시에 머리를 감는다거나, 세탁기를 돌리면서 식탁을 정리하는 건 무척 어려웠다. 어느 한쪽으로도 집중이 되질 않아 결국 두 가지 일을 망쳤다. 매사에 요령이 부족한 샘은 그래서 하던 일을 꼼꼼하게 마무리한 뒤에야 다른 일에 눈을 돌렸다.
그의 학업 성적이 좋은 까닭은 여기에 있다. 동시에 아버지와 사이가 나쁜 원인도 이것에 있다. 풀을 뽑으면서 X와 Y의 답을 구할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샘에겐 불가능했고, 어쩔 수 없이 우거진 뒤뜰의 잡초는 어른 키 높이가 되도록 내버려두었다. 덕분에 매년 여름이라는 계절이 돌아올 적마다 존은 마당 꼬락서니가 아마존 정글처럼 되었다고 푸념을 늘어놓기 일수였다. 하나뿐인 아들이 힘든 일에 농땡이를 부린다고 오해하며 화도 냈다. 한 마디로 햇볕 뜨거운 로렌스에선 풀이 자라는 속도가 학교 숙제를 끝마치는 것보다 더 빨랐다는게 비극이었다.

「진정하자. 싫든 좋든 나중에라도 아버지와 입을 맞춰둬야 해. 사슴 사냥을 나갔다는 양반이 알고 보니 미국전지역농민대회에 참석 중이었다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귀청 따가운 록 음악을 들으면서 앞으로의 일을 궁리하는 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사냥 중엔 외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제시카에게 미리 언질을 두기 잘했어. 아버지가 전화기에 대고 퉁명스런 목소리로 사냥은 뭐고 농민대회는 뭐냐 반문하는 날엔 모두 망하게 되니까... 마무리가 되는대로 로렌스에 들려야겠어. 나중을 위해 현금 영수증이나 모텔 숙박기록 같은 것도 챙겨둬야 해. 제리코가 아닌, 로렌스로 향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니까.」

일을 망치지 않으려면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야 한다.
고맙게도 딘이 파리한 이쪽의 안색을 살피며 음악의 볼륨을 낮춰주었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아까보단 훨씬 나았다. 샘은 팔짱을 낀 자세로 계속해서 에이미와 그 썩어가는 육신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지문을 남겨선 안돼. 사전에 장갑을 껴야 할 거야. 핀셋이 있음 더 좋고...」
슈퍼마켓에서 파는 냉동 닭만 보고 자란 동급생과는 달리 샘에겐 죽은 동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죽은 너구리나 다람쥐를 땅에 묻어준 적도 있다. 요리에 사용할 오리의 멱을 뜯어본 적도 있다. 그렇다고 죽음에 익숙한 건 아니다. 이제 곧 시체를 만져야 한다고 생각하자 몸서리가 쳐질 정도다. 에이미의 턱을 잡고, 그 입을 벌려...
「내가 죽인게 아니니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앞으로 그가 할 일이 과연 용서받을 수 있는 행동인지를 근심하다 곧 그 생각마저 접었다.
음악이 시끄럽다.
아니, 테이프는 진작에 꺼지고 지금은 잔잔한 심야 라디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신 샘의 두뇌회전을 방해하는 건 딘의 성가신 입방정이다.

『만약에 말이야. 경찰이 너보다 빨리 에이미를 발견하면 어쩔래?』
핀셋으로 여자의 목구멍에서 찢어진 옷가지를 끄집어내는 상상은 중지되었다.
샘은 화가 치밀었다.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툭툭 내던진 질문이었지만 그런 걸 묻는 딘의 의중은 그를 살살 약올리려는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제시카를 속이고,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에 대해 타개책을 궁리하고, 알리바이를 공작하고... 성실한 샘 윈체스터 만세.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면서 손발이 차가워졌다.
눈빛을 다르게 하고 얼굴을 빳빳하게 세운 샘을 향해 딘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만약에 내가 그 여자를 안 죽였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불확실한 가정과, 수많은 가설들이 머리 꼭대기에서 춤을 추었다.
『만약에 에이미가 아닌 다른 여자가 죽어있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일련의 질문들에 대해 샘은 성실하게 대답했다.
그가 자동차 핸들을 잡고 있다는 걸 잊고 주먹으로 딘의 얼굴을 후려친 것이다.
『이해를 못 하겠어. 뭐가 목적이지?!』
타이어가 찢어지는 굉음을 내며 육중한 차체가 미끌어졌다.
『그저 단순히 날 놀리고 싶었던 거야?!』
위험하게도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이 벌어졌다.
『도대체 내가 뭘 해주길 바라?!』
그 와중에 짝 소리가 나게끔 뺨을 맞았다.
『오냐! 그냥 너 죽고 나 죽자!』

모든게 엉망진창이었다.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동시에 허탈하게 웃고 싶기도 했다. 딘의 뺨을 강하게 부여잡고 입술을 맞부딪치며 이 틈새로 으르렁 소리를 흘려보냈다. 이 남자를 증오한다. 이 남자를 진심으로 증오한다. 피가 나도록 이로 물어뜯으며 빨아당겼다.
마찬가지로 딘도 샘의 입을 가르고 뜨거운 혀를 안으로 집어넣었다. 멱살을 붙잡고, 흔들면서, 새파랗게 멍이 들만치 이마를 찧고, 거칠 것 없이 서로를 미워했다.
『내가 뭘 원하느냐고?』
싸늘하게 죄어드는 목소리로 딘이 으르렁거렸다. 날렵하게 생긴 눈초리가 지금만큼은 괴이하게 일그러졌다. 두 손으로 목이 졸리게 된 형국에 미소가 나올 리 만무하지만 - 혼란과 동요로 가득차 그 또한 샘의 목을 세게 눌렀다.
『나도 몰라!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른다고!』
악귀처럼 변한 얼굴이 보라색으로 변해간다. 어쩌면 붉은 것도 같다.
불쾌감이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밀착된 신체에 부적합한 열기가 몰려들었다. 어이없게도 입맞춤의 농도는 더욱 깊어졌다. 샘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 딘의 허리를 더듬었다. 셔츠 위로 뜨거운 손바닥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했다. 어쩌면 권총과 같은 무기를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딘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청바지 앞섶이 문질렀을 적엔 제법 뜨끔했지만 그런 의미에선 이쪽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딘은 샘의 셔츠 단추를 이미 세 개까지 뜯어 날렸다. 체중을 실어 찍어 누르며 배꼽에서부터 가슴까지 단숨에 쓰다듬었다.

『오호라, 칼을 갖고 있군, 샘.』
『아무렴 내가 빈손으로 나왔을까봐?』
『그래봤자 애들 장난감이잖아. 더 그럴 듯한 건 가지고 있지 않았던 거야?』
호신용으로 가져왔던 등산용 나이프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딘의 손은 샘의 허리와 엉덩이를 집요하게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그런 걸로는 생선도 못 다듬는다고.』
『알아. 나도 쪽팔린다는 생각은 했어. 하지만 제다이의 광선검은 마트에서 안 팔더라고.』
『하! 광선검!』
반쯤 발기된 샘의 성기를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며 조소했다.
『다 큰 어른이 장난감 막대기 같은 거에 너무 집착하면 못 써요, 새미.』
『말도 안돼. 집착하는 건 내가 아니라 그쪽이잖아! 그리고 지금 딘이 잡아당기고 있는 건 절대로「장난감 막대기 같은 거」가 아니란 말이얏!』
노여움 속에 성욕과 비슷한 감정이 섞여있다.
그게 두려워서, 당혹스러워서 호흡이 더욱 흐트러졌다.
『그만 눌러, 딘.』
『너야말로 그만 비키시지.』
『무거워.』
『내가 할 소리다. 내 다리를 누르고 있는 건 바로 너라고.』
비슷하게 욕설을 주고받으면서도 두 사람은 악착같이 서로에게 달라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눈을 부릅뜨고 계속해서 딘을 노려보았다.
바지의 지퍼를 열고 그 속으로 손을 넣은 딘은 뚫어져라 쏘아보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샘의 발기된 성기를 정성껏 주물렀다. 정확하게 어디를 어떻게 만지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고 그렇게 한다는게 문제였다. 샘은 입술을 깨물었다. 옷 위로 스치는 것뿐인데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끔찍스러울 정도로 오싹하다. 덕분에 미간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하앗, 하앗 내뱉는 숨소리가 스스로가 듣기에도 민망하게 컸다. 쾌감이 달려 허리가 들썩거리려 했다.

사랑하기에 애무하는 것도 아닌데.
느낀다. 느껴버린다.
밉다.

『당신은 내가 알고 있던 세계를 파괴했어!』
옳고 그름이 명확한 세계였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곤란에 처한 사람을 도우며,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사랑이 충만했으며, 믿음이 있었고, 신뢰가 있었다. 바르게 살면 칭찬을 듣고, 나쁜 일을 저지르면 벌을 받았다.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렸다고!』
짐승이 사는 세계로 똑바로 추락해버렸다.
그 추악한 세상에선 선과 악이 명확하지도 않을뿐더러 착한 사람이 악한에게 뼈 채로 씹어 먹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데 이젠 나라는 인간마저 파괴하려는 거야?! 대답해!』
딘은 이렇다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대신 속옷 위를 왕복하는 움직임이 더욱 빠르게 했다. 손톱으로 긁자 둥근 모양새의 젖은 얼룩이 한층 더 선명해졌다.
『아앗, 아앗!』
참지 못하고 교성을 질러댔다.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스스로 바지를 속옷과 같이하여 아래로 끌어내렸다.
『역시 넌 절조가 없어.』
그것은 무척이나 기뻐하는 목소리였다.
애액을 흠뻑 흘리고 있는 성기를 향해 살짝 혀를 가져가면서 굵어진 혈관을 따라 핥아 올렸다.
강렬한 자극에 몸이 오그라질 지경이다. 딘이 양손으로 사타구니를 누르면서 뾰족하게 혀를 세워 선단을 간질이자 어렵게 참았던 비명이 터져 나오려 했다.
『아아앗... 아앗?!』
한계를 느꼈는지 신음소리는 흐느낌을 닮아갔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딘이 전부를 집어 삼키려는 듯 입술을 벌려 샘을 입에 가득 담았다.
이젠 어쩔 수 없다. 모르도르의 암흑의 계곡에서 추악한 괴물 골룸과 나란히 추락한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자신의 어리석음과 유약함을 책망하지만 바로 이것을 너무나 원했음을 거짓으로라도 부정할 수가 없다. 제일 정직한 곳에서 신호를 보내왔고, 거친 숨소리와 같이해서 딘의 입안에 전부 뿜어내면서 괴로움에 눈을 감았다.
흘러나온 탁액을 전부 삼키고 나서야 딘은 입을 떼어냈다.
가볍게 기침을 터뜨린 그는 별 거 아니라는 느긋한 자세로 여전히 조금씩 흘러나오는 샘의 정액을 손가락으로 마저 닦아냈다.

Posted by 미야

2009/04/20 00:18 2009/04/2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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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J 2009/04/20 09:14 # M/D Reply Permalink

    오오-역시 어김없이 올라와 있군요-좁은 임팔라 안에서, 거친 행위는 뭔가 더 섹시하게 느껴져요...헐....감정이 극에 다다르면 본의가 드러나게 마련이죠-고민하고 숨겨도 자신에게만은 숨길 수 없었던 '정말 원하던 것'앞에 샘은 무너질까요?-하.하.하. 이 소설 안에서의 샘딘은 감정선이 너무 팽팽해서 늘 긴장하고 읽게 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2. 노랑괭이 2009/05/06 06:22 # M/D Reply Permalink

    씬이 좋기는 하지만 둘다 한덩치 하는지라 몸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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