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All Wet 01

※ 골쪽방의 모토는「혼자서도 잘 놀아요」입니다. 감상이나 안부글을 남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과 및 방석은 각자 알아서 지참, 리플을 남겨도 극악의 겔름뱅이 주인장이 제대로 답변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니 엉뚱하게 오해하지 말고 공지글 먼저 읽어주긔. 플리즈. ※
※ 슈뇌가 조기 종영 된다네요. 이 일을 어쩌죠. 피켓 들고 1인 시위라도 해야 하나... 끙.
줄거리는 전편에서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주제, 같은 상황이라 먼저 이야기를 읽지 않으면 내용이 뭔지 짐작하실 수 없습니다. 샘희 갈구기 프로젝트,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리에겐 형제가 없다. 그래서 막내가 깽판친다는게 어떤 건지를 전혀 몰랐다.
지금은 그게 어떤 거라는 걸 너무나 잘 안다.
비유하자면 장난감을 사달라 고래고래 악을 쓰며 가게 바닥에 등을 대고 드러눕는 것이다.
텅빈 지갑을 움켜쥔 채 당황하여 어쩔줄 몰라하는 가엾은 어머니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다리를 버둥거리며 간질 발작을 흉내낸다. 원하는 장난감을 손에 쥐어주기 전까지 마른 걸레질로 바닥을 닦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졸지에 새카만 걸레가 되어버린 바지와 셔츠를 세탁하는 건 어차피 보호자인 어머니의 몫이다. 그래서 아이는 울부짖고, 고함을 지르고, 어떻게든 달래보고자 기를 쓰는 가게 여직원의 목덜미를 손톱으로 할퀴고 본다.
「인형! 곰인형 사줘! 당장 사달란 말이야~!!」
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어미된 여자가 그게 무슨 짓이냐 눈을 부라리든 말든, 주먹으로 한대 치고 싶을 뿐이다.

『샘!』
눈을 부릅뜬 그녀는 화가 치밀어 종주먹을 치켜올렸다.
『얼굴 껍질을 송두리째 벗겨버릴 작정이냐? 세상에, 퉁퉁 부었잖아. 당장 그만둬!』
미친 놈의 자식이 면도를 한 시간째 하고 있다. 독이 올라 시뻘겋게 성이 났고, 한계 이상으로 혹사당한 피부에선 선홍색의 피가 베어나왔다. 그런데도 샘은 입술을 꾸욱 다물고 날을 똑바로 세워 뺨과 턱을 또 긁으려 했다.
『귀가 먹었냐?! 야!』
강제로 면도기를 뺏어들었다. 뒷 목덜미를 움켜쥐자마자 욕실 밖으로 덩치를 내던졌다.
쿵 소리를 내고 샘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산 채로 각을 뜬다는게 어떤 건지 그렇게 궁금해? 그냥 내가 시범을 보여줘?』
손바닥을 탁탁 털면서 낮게 으르렁댔다.
『내가 괜히 털구멍 이야기를 꺼내가지고... 으이그!』
알겠느냐. 막내가 깽판친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이다.

『내 말 들어봐, 샘. 딘이 단순히 털구멍 때문에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말한게 아니야.』
『그러니까 음. 딘은... 그래, 휴식이 필요한 것뿐이야.』
『왜 있잖아. 몸에서 열이 나고 아프면 만사가 귀찮아지는 거. 지독한 감기에 걸렸을 적에 누가 와서 말을 걸면 짜증이 막 나고 그러잖니. 그거랑 많이 비슷한 거야.』
설득하고, 어르고, 흔들어댔다.
그래봤자 샘은 입을 꾸욱 다문 조가비가 되어 마음에 들지 않는 만사에 전력으로 반항했다.
식은땀이 난다. 서점에 가서「엉덩이에 뿔난 송아지, 제대로 구워 삶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을 구해봐야 할 것 같다. 외동딸로 자라난 리는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러니까 요리도 잘 하고, 세탁도 잘 하고, 살림 끝내줘, 골칫덩이 아이들 비위도 잘 맞추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조언 말이다.

『망설이지 말고 방망이로 두둘겨 패.』
여기 육아 경력 20여년의 전문가 조언이시다.
『말로는 못 이겨. 난 한 번도 녀석을 말로 이겨본 적이 없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마음 놓고 이탈한 리의 입술이 바닥을 굴렀다.
이거 뭐야.「엉덩이에 뿔난 송아지, 제대로 구워 삶는 법」책은 육아 코너가 아니라 요리 코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비프 스테이크 조리법이 아니라고~!!
눈꺼풀을 깜빡이며 난색을 표했다.
『폭력으로 설득하라고? 이봐! 상대는 네 동생이야. 나더러 손찌검을 하라고 말하는 거야?』
『정 싫으면 의자에 앉혀놓고 차근차근 알아듣게 설명을 하던지.』
『어느 세월에!』
『한 100년 걸리겠지. 그러니까 적당히 손봐주는게 최고라니까.』
그래봤자 주먹을 보인다고 협박에 굴할 녀석이 아니라는게 문제지만 - 샘의 고집이 남다르다는 걸 잘 아는 딘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한 없이 착해빠진 인상과는 다르게 쇠심지 하나는 징그러운 놈이다. 존이 펄펄 뛰며 반대를 하든 말든 기어코 동네 어린이 축구단에 들어가 공을 찼을 정도다. 내일 당장 이사를 가야 한다고 윽박질러도 들은 척도 안 했다. 기어코 집으로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고 난 다음에야 샘은「알았어요, 아버지. 축구는 관둘게요」라고 대꾸했다. 운동화를 신고 밤낮으로 운동장을 누빈지 이미 여섯 달이나 지난 뒤였다.

『저어... 딘?』
그런 고집쟁이에겐 설득이란게 아예 불가능하다. 차도르 대용으로 이불을 머리 꼭대기서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쓰고 나타난 샘에게 설득이 뭐냐고 물어보자. 아마도「설탕 가득」의 줄인말이라고 당당히 대답하지 않을까.
『나, 지금 얼굴 가렸거든? 그러니까 가까이 가도 괜찮겠지?』
앞을 전혀 볼 수 없었던 샘은 더듬거리며 조금씩 앞으로 걸어왔다.
『아윽!』
그러다 이불 끝자락을 밟고 요란하게 뒹굴었다.
딘은「네가 지금 다섯 살짜리 애냐?! 애냐고!」외침을 삼킨 채 천장만 쳐다봤다.
넘어진 채 한참동안 부들부들 떨던 샘은 딘이 대꾸도 하지 않자 네 발로 기어 방을 나갔다.

짜증이 치솟은 리는 허리에 손을 얹었다.
『맘대로 해, 이것들아. 나는 뱀퍼지 맨하탄 초고층 빌딩에 사무실을 차린 심리 상담사가 아니라고. 이런 건 딱 질색이니까 빠질테다. 유치뽕짝으로 싸우는 건 너희들끼리 알아서 하셔.』
『어... 싸우는 거 아닌데.』
『지금 무어라 떠들었나. 안 싸우는 거 좋아하네! 장담하거니와 두 분이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거 맞네요. 그것도 영양가 하나 없는~! 그거 아냐? 이혼하겠다고 서로 으르렁대는 부부들도 이런 식으론 하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은가. 아무리 남편이 죽도록 밉다고 해도 노트북을 열고「못된 놈, 못된 놈, 못된 놈, 못된 놈... 우라질나게 못된 놈」을 연속해서 타자를 치지는 않는다. 등을 구부정히 하고 앉아 엉뚱한 기계에 대고 화풀이를 하는 모양새도 우습거니와, 오타 없이 1분에 200타를 친다고 위자료가 한 푼이라도 올라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이혼 전문 변호사를 불러 누가 한정판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을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하는게...

『이혼 전문 변호사이신가요.』
『뭐요?! 내 어디를 봐서 변호사라는 추측이 가능한 겁니까.』
정중하게 물어온 샘의 말에 신부는 기겁했다. 버릇처럼 로만 칼라를 만지작대던 그는 덕분에 의자에 앉겠다던 생각도 까마득히 잊었다. 약간 살집이 있는 신부는 곧 얼굴이 푸르딩딩해졌다.
『차라리 운동 기구 세일즈맨으로 오해를 해주시구랴. 하필이면 변호사가 뭡니까. 그 사람들, 천국에선 영 보기 힘든 종류의 사람들이잖소.』
『어... 직업이 변호사인 분이 들으면 한바탕 난리가 나겠는데요.』
『흥! 내 교구민들 중엔 직업이 변호사인 사람은 없으니 괜찮소.』
냉정하게 잘라 말하는 신부를 쳐다보며 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인식이 무지하게 나쁘다는 것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지금까지 이 방으로 들어온 신부들은 모두 하나같이 샘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 탁상이나 옷걸이, 텔레비전 같은 일종의 가구처럼 여겼다. 샘에게 이름이 뭐냐 물어보지도 않았고, 악수를 청하지도 않았다. 시선을 주는 일도 없었다. 하나같이 무뚝뚝했고, 콘크리트 벽 같았고, 공동 묘지에 내려앉은 까마귀인양 분위기가 무거웠다. 그래서 샘은 그들이 자신에게 무어라 말을 걸어오지 않는게 차라리 고마웠을 정도다.
하지만 이 통통한 외모의 신부는 처음부터 색달랐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샘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통통 튀는 발걸음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래서 샘은「이 나쁜 놈아, 이 나쁜 놈아, 이 나쁜 놈아, 딘 윈체스터 나쁜 놈아...」죽어라 타이핑을 하던 걸 잠시 멈춰야만 했다.

『저에게 무슨 용건이라도?』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가정이 구원을 얻으리라.』
『윽!』
『라고 말할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신부는 당혹스러워하는 샘을 보며 샐샐 웃었다. 걸렸다, 걸렸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게 분명했다. 눈동자 속에서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게 남의 신발 속에 젖은 휴지를 잔뜩 집어넣곤 좋아라 하는 딘을 빼닮았다. 남을 골탕 먹이는게 그렇게 좋냐. 샘은 지쳤다.
『아님 고해성사를 하지 않은게 얼마나 되었느냐 물어볼 것 같소이까?』
『저어... 신부님.』
『어지럽진 않소? 머리에 낙옆이 붙은 것도 아니니 그렇게 흔들 것 없소이다. 어쨌거나 그 두 가지는 꼭 빼놓겠다고 약조할테니 둘이서 잠시 얘기를 나누면 안 될까요.』

무슨 이야기? 이마를 잔뜩 찌푸린 샘은 쭈삣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종교에 대해서? 아님 신에 대해서?
하지만 신부는 포교 행위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정말로 그를 끌고 성당에 가고 싶어했다면「예수님과 고해성사 두 가지는 빼고」란 단서 조항을 먼저 붙이진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무엇에 관해서? 세상의 종말과 악마에 대해서? 아님 존 던의 홀리 소네트에 대해서?
싫은 사람에게 붙잡혀 억지로 추수감사절 칠면조 요리를 권유받는 심정이었다.
어쩐지 샘은 이 대화를 거절해야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으샤.』
그러나 이쪽에서 싫다고 말하기도 전에 신부는 덥썩 의자에 앉기부터 했다. 그리 길지 않은 침묵을 제멋대로 긍정의 방향으로 해석한 신부는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아무래도 홍역, 수두, 볼거리 내지는 전염성 감기처럼 이 대화를 피할 방법은 없는 듯했다. 이웃에게 옮았으니 끙끙 앓는 단계만 남았다. 접시를 가득 채운 칠면조 고기를 눈앞에 두고 샘은 어깨를 늘어뜨렸다.

『목이 컬컬한데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오? 나가서 커피라도 마시면 어떨까요.』
『안되요. 형을 두고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가차 없는 거절의 말에 신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이쪽을 응시했다.
『혹시 뱀파이어가 떼를 지어 공격해올까봐 그러오? 댁의 형님은 리디아님이 직접 보호하고 있으니 큰 문제 없을 것 같소이다만. 커피 정도는 괜찮지 않소? 가게는 그리 멀지도 않아요.』

샘은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치고 나왔다.
『뱀파이어는 그다지... 이젠 대항할 방법도 알고 있고... 제가 염려하는 건 다른 겁니다.』
『음?』
『이 말은 꼭 해둬야 할 것 같네요. 혹시라도 형에게 손을 댈 생각이라면 포기하세요. 전력으로 싸울테니 각오하시고요. 맹세하지만 절대로 가만 있지 않을 거예요.』
『에?』
『딘이 괴물로 변했다고 해도 그를 데려갈 수 없어요. 아무도 못 데려가요. 어제의 딘과 다르니 나더러 형제를 포기하라고 말씀하셔도 듣지 않을 거예요. 그리 아세요.』
『엉?』
『그리 아시라고요.』

마침내 신부는 배를 뒤집어대며 호탕하게 웃었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한참을 헐떡였다.
『아이고, 배야~!』
『제기랄. 기분 나쁘네. 뭐가 그렇게 웃겨요?!』
『아니, 그 뭐랄까... 말하는게 동부 출신 아가씨 같아서.』
『뭐요?!』
『그러니까 입술 좀 삐죽 내밀지 마시오. 정말 아가씨 같다니까. 입이 걸걸한 뱀퍼들만 상대하다가 댁 같은 사람을 만나니 세상이 완전히 틀리게 보입니다. 아, 신난다. 그러지 말고 밖으로 나갑시다. 멀리 가지 않겠다고 해도 좋소. 오늘은 날씨가 꽤 좋아요. 햇살을 쬐면서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합시다. 괜찮죠? 괜찮다고 해요. 맹세하는데 혈압이 높아지지도, 총에 맞을 일도 없을 거요. 일어나요! 맑은 공기를 마시러 나갑시다. 어서!』
그러면서 신부는 뒷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닭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시늉을 해보였다.

Posted by 미야

2008/01/06 17:09 2008/01/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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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맛만쥬야 2008/01/06 18:37 # M/D Reply Permalink

    슈내때문에 핵폭탄 맞은 기분 풀어주시네요!! 새미가 불쌍하면서도 왜 이리 귀여운지 모르겠네요~ 다음편도 너무 기대되요!!

  2. 이즈 2008/01/06 21:42 # M/D Reply Permalink

    정말 슈내소식에 왕창 우울한 마음을 글을 읽으며 달래봅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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