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코마을 알바 실패

쨔라쟌쟌... 첫단추부터 왜 이러냐.
너굴 상점 배달 세 번째 미션으로 물뿌리개를 건네주러 갔건만.
이놈의 망할 오리가 케이크, 파티쉐 어쩌고 한바탕 우아한 척 떠들다가 하얀 코끼리 샐리에게 꾸사리 먹고 보라색 오라를 풀풀 풍겨겨대는 것이다. 말을 걸어도 우울하다며 도리질하고, 내가 맨날 수다 떤다고 항상 기분 좋은 건 아니라고 그러면서 온 동네를 휘젖고 돌아다니더라.

- 당신이 우울한 건 알겠어. 그래도 나완 상관 없으니까 배달 좀 받아~


안면 몰수한 채 졸졸 따라다녔더니 왜 미느냐며 화낸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적극적인 여자는 매력이 없다면서 마구 잔소리... 막판엔 머리에서 스팀까지 올라온다. 우와, 무섭다.

- 난 그냥 물뿌리개를 배달하러 온 것뿐이야!  배달 좀 받아~!!


이년이 절대로 안 받네.
결국 포기하고 1시간만에 어쩔 수 없이 새 마을로 다시 스타트. 덴당.
같은 이름의 토코마을인데 특산품은 복숭아에서 배로 바뀌었고, 다리가 세 개나 된다.
아하하. 낚시 천국이겠구려. 낚시대 구입했다.
아울러 초장부터 냉장고를 장만했다. <- 정말 나 답다는 반응들이다. 빚은 안 갚냐?


토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지하철 안에서 홀린 표정으로 연성물을 읽는 누님.
으응, 으응... 형이 그렇게 좋아? 아아, 더, 이런 글귀가 눈에 보이는데 순간 나는 내 시력을 의심했다. 흠칫해서 얼른 페이지를 좁혀 타인으로부터 시야를 차단하는 누님.

- 아줌마, 매너염!


그러나 웃음은 터졌고, 제어가 되지 않음에 나는 당황했다. 얼른 일어나 출구로 향했으나 킬킬거리고 웃는 건 여전했음... 미안해요, 누님. 그치만 강했어, 넘 강했어!
오늘 오전 8시 10분 무렵에 송내역 지나가며 난감한 일 당하신 분께 사과드립니다.

Posted by 미야

2007/12/08 09:27 2007/12/0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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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델리퀸 2007/12/08 09:42 # M/D Reply Permalink

    앗 연성물은 뭔가염; 물론 대사 보고 짐작은 되지만...; 정말 지하철에서 강한거(!) 읽는 분들 볼때마다 기분 묘해져요. 근데 그게 이미 제가 본 거면 더욱 민망해지고 막 흑흑... 전 지하철 *호선 ***역 근처에서 슈내 영문팬픽 읽는 분 옆에서 슬쩍 훔쳐봤는데 이미 제가 본거라서 제가 더 민망했던 적 있어염 흑흑~ 알고보니 네입어 이웃분이고 이러면 크흑...

  2. 미야 2007/12/08 10:29 # M/D Reply Permalink

    영문팬픽이면... 그래도 조금은 안정권이지 않을까염. ^^ 저 같은 까막눈은 <누님이 열공하고 계십니다> 라고 생각할테니까요.
    사실 저 책자에 시선이 갔던 건 보통의 출판물보다 글씨가 대단히 작아서였어요. 10년 전에 나온 구닥다리 책들도 11포인트는 잡는게 기본인데 누님이 읽던 책자는 그야말로 깨알로 보이더라고요. 이게 뭐가 이리 작아, 요즘 유행하는 미니 북인가, 이러면서 흘깃 쳐다봤다 단박에 대박난 거죠. ^^
    노골적으로 웃어서 좀 미안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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