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의 비뚫어진 삼각관계

엄마가 좋아, 아님 아빠가 좋아 - 라는 대답에는 정답이 없다.
있다면 그건 아마 이런 종류일 거다. <아빠가 좋아. 얼마만큼인가 하면 딱 엄마만큼!>
그러나 우리는 안다. 저 깊은 어딘가에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을.

존은 확실히 막내 편애다. 어려서 어미를 잃은 자식이라 그게 더 가여워 품에 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정확하게는 품에 끼고 싶은데 새미가 징그럽다 손사레를 치며 달아나는 거지만.
일단 한 장소에 모였다 싶으면 고함도 질러대고 읏샤읏샤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가만 보면 아들에게 지고 있다! 그 파파존이 지고 있다! 애정 표현은 꽝인 이 남자, 언성을 높이면서도 묘하게 안절부절이다. 냄비 두드리는 소리만 크지 새미에겐 영향력 제로라는 점에 좌절.

딘은 아빠도 좋아, 새미도 좋아이지만 누군가의 의견을 따라야할 상황에선 파파존의 손을 들어준다는 점에선 새미 완패다. 오냐오냐 우리 공주님 모드로 사랑한다, 어리광은 다 받아준다, 뼛속까지 다 긁어준다, 일절 소용 없다. 막판 중대한 상황이 닥치면 홱 돌아서는 거다. 당해본 사람은 알지. 저게 사람 미치게 만든다는 거.
다만, 존이 샘을 해칠 거라는 확신이 들면 <자칭 효자> 딘도 망설이지 않고 쿠데타를 일으킬 거라는 점엔 의심이 없다. 존이 술에 취해 새미를 때리려고 한다? 딘은 총으로 아버지를 쏴버릴 것이다. 이런 면에서 존이 새미를 사랑하고, 보호하려 기를 쓰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로 여기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샘은 딘 완소 모드다. 얘는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물어보면 my big brother 라고 확고히 대답할 놈이다. 언젠가 언급했지만 나는 욘석이 아빠를 완전히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 계기가 <아빠가 딘을 대신해서 죽어줬을 때> 라고 생각한다. 눈치는 백단인데 콜트가 사라지고, 죽어가던 딘이 말짱하게 깨어나고, 아빠가 쓰러져 죽었다고 해보자. 뭔가 얽혔다는 걸 알았음에도 새미는 형을 살리려고 아빠가 죽은 거라고 비난 한 마디 안 한다. 오히려 <아빠, 정말 고마워 - 나에게 소중한 딘을 돌려줬어> 표정을 하고 있다. 무섭다. 뼛속까지 무섭다. 보통은 저렇게 못 한다.
딘이 황달이에게 빙의된 존을 향해 <넌 울 아빠 아냐~!!> 라고 했을 적에도 딘 옆에 가서 착 붙더라. 그때 딘이 보인 미묘한 표정, 진짜 걸작이었지.

이 애정의 삼각 관계는 존이 성불하여 이미 깨어졌고...
얘들아, 침대 사러 가자. 응? 침대침대침대침대~

Posted by 미야

2007/12/01 10:57 2007/12/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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