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fic] Brownie 21

※ 이 여자는 리플에 답도 없네 - 에너지 고갈 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원망은 마시고... 체력이 형편없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겠지 체념해주세요. ^^ ※


얼떨결에 마음에도 없는 남자에게 백버진을 허락한 기분이라.
그거... 도대체 어떤 기분인 거지. 지금 이거랑 비슷한 건가.

우거지상이 되어 신발에서 도로 발을 천천히 빼냈다. 차갑고 물컹거리는 - 게다가 소름끼치게도 새빨간 색이다 - 곤죽이 된 덩어리가 고스란히 발바닥에 묻어나왔다. 젠슨은 자신의 부주의함을 저주하며 신발 속에 몰래 감춰져 있던 정체불명의 xyz를 매섭게 노려봤다.
『아침으로 토마토를 먹은 사람이 범인이겠군.』
젠슨은 휴지를 집어들어 뭉개진 토마토를 치웠고, 한숨과 함께 축축해진 신발 속으로 도로 발을 들이밀었다. 촬영은 코앞이었고, 담당자의 허가 없이 멋대로 딘 윈체스터의 아웃도어 슈즈를 바꿔신을 수는 없었다. 각각의 장면마다 정해진 의상, 정해진 신발, 정해진 악세사리가 있다. 그걸 어기면 장면이 꼬인다. 자동차에서 내려 가게 안으로 들어갈 적에는 짙은 갈색, 그 입구 안쪽에서부터는 그보다 밝은 베이지색 신발을 신고 있어선 아무래도 곤란하지 않겠는가.
배우들 얼굴 보느라 아무도 그런 사소한 것엔 신경을 안 쓸테니 애교로 넘어가자고?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세상에선 그런 건 안 통한다.「틀림 그림 찾기 - 멍청한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TV 방영 1시간 뒤로 곧장 게시물이 올라로는데 거기에 리플 달리는 건 결코 농담이 아니라는 말씀.
하는 수 없다. 이대로 가는 수밖에.
오늘 저녁에 신고 있던 양말을 벗으면 거기서 나는 발냄새는 살인적이겠다.
『휴우... 제러드는 괜찮으려나.』
샘의 신발 속으로 날카로운 압정이 들어가면 어쩌나 순간적으로 걱정이 치밀었다.

『장면 128번입니다. 스타트.』
늦은 아침을 해결하러 들린 가게로 헌터 B와 C가 들이닥친다. 한 명은 편안한 작업용 점퍼 차림새, 나머지 하나는 간단한 코트를 걸쳤다. 이들은 사흘 전에 있었던 흉가에서의 헌팅에서 살짝 엇갈린 적이 있다. 딘은 그들이 동업자지만 시체에서 금반지나 들치기하는 악당이라는 것과, 상당히 거친 종류의 사내들이라는 걸 앨런의 귀띰으로 이미 알고 있는 상태다.
『여, 이게 누구신가. 딘 윈체스터 아닌가.』
때마침 샘은 신문을 사러 자리를 비운 상태이고, 딘은 능청맞은 태도로 일관한다. 연필로 종이 냅킨에 적은 웨이츄리스의 전화번호를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사.
『이게 누구더라. 빌 숀펠드... 맞지? 급전이 필요하다면서 나한테 50달러 빌려갔었지.』
『어. 우린 돈 빌린 적 없는데.』
『미안하네, 금액을 착각해서. 네 녀석이 빌려간 건 500달러였어.』
『그게 무슨 소리야?! 자네에게 돈 빌린 적 없다니까!』
『흥! 돈 갚으려는 것도 아닌데 아침부터 나타나 남의 멀쩡한 이름을 부르고 지랄이야. 뭐야, 무슨 용건이야. 나는 바쁜 몸이라고.』

헌터 B와 C는 양해도 구하지 않고 자리에 합석한다. 그들은 먼젓번 흉가에서의 사냥에서 윈체스터 형제들이 참견한 일을 두고 감정이 상해있다. 따라서 헌터 C의 태도는 대단히 불량스럽다. 통에서 이쑤시개를 꺼내 보란 듯이 이를 쑤시고는 그걸 딘의 커피잔으로 풍덩 빠뜨린다.
딘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그가 알기로 이런 류의 행동은 싸움을 거는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매덜린드 사건에선 손 떼시지. 그건 이미 우리가 맏고 있거든.』
『지금 시비 거는 거야?』
『충고하는 거야, 예쁜이.』
남자들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낮아진다.
『우린 방해받는게 가장 싫거든? 그러니 네 별종 남동생과 같이 썩 꺼져버리라고.』
『방해하는 건 아닐텐데? 숀펠드. 저번에도 내 동생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치는 꽤나 곤란한 상황이 되었을 걸. 유령이 뒷통수를 치는데도 눈치도 못채고 그 못 생긴 엉덩이를 하늘로 들어올리고는 텅 빈 금고나 뒤지고 앉았고...』
『이봐. 흉한 꼴 당하고 싶은 거야? 아님 말귀가 어두운 건가. 어디 한 번 말해보게, 딘 윈체스터. 어두운 골목길을 지날 적에 자네 동생의 머리 위로 곤봉이 떨어지길 원해?』
헌터 B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어깨 근육을 부풀렸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딘은 씨익 웃으며 농을 치게끔 되어 있다.
그런데 젠슨의 연기는 약간 달랐다.
연필을 들더니 그걸로 테이블을 쾅 찍었다. 그 무시무시한 기백에 헌터 C는 움찔하고 뒤로 물러섰다.「이건 대본에 없었다고!」살기등등한 눈빛을 한 딘이 좌중을 훑었다.
『기어오르지 마. 그런 종류의 협박에 굴할 우리가 아냐.』
그는 화가 난 사람처럼 연기했다. 아니, 화가 난게 맞다. 상당히 신경질적이었고, 불안했다.
『곤봉으로 그 녀석의 머리를 때리면 나는 네놈의 등짝을 몽둥이로 후드려 팰 거야. 평생 어두운 골목길은 가까이 하지도 못하게 만들어버릴 거라고. 어디 한 번 해봐. 집적거려 보라고. 이 고자야!』

헌터 B는 속눈썹을 깜빡였고, NG인 것 같은데 왜 안 자르는 거지 - 이마를 찡그렸다.
대본에 의하면 젠슨은「아저씨들, 진정하세요. 그러다 틀니 빠지겠어요.」라고 말해야 한다.
어쨌든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그는 한 박자 쉬고 적당히 다음 대사를 지어냈다.
『알겠네. 그럼 흉한 꼴을 당하고 싶다는 걸로 해두지.』
『흥! 미친 것들.』
딘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헌터 B와 C를 향해 마지막까지 눈을 야렸다.

팟, 하고 조명이 꺼졌다.
『오케이. 이 장면은 이걸로 가지. 모두 잘 해줬어. 그리고 젠슨은 거기 잠시 남도록 해.』
모두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가부좌를 틀고 있는 킴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였다.

Posted by 미야

2007/11/24 20:00 2007/1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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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rina 2007/11/24 22:52 # M/D Reply Permalink

    따단!!!젠슨은 킴에게 혼나는건가요?ㅠㅡㅜ칭찬 받는 것일 까요?ㅋㅋㅋ

  2. 김양 2007/11/25 00:07 # M/D Reply Permalink

    칭찬 받았으면 좋겠어욤.... 완소딘~

  3. 모모야 2007/11/25 01:51 # M/D Reply Permalink

    오우 실제로 파달 내려칠까 그러는구나..ㅋㅋㅋㅋ
    그나저나 정말 마음에도없는 남자에게 백버진을 허락한 기분이라..ㅋㅋㅋㅋ

  4. 고고 2007/11/25 12:16 # M/D Reply Permalink

    아핫~ 너무 궁금합니이당.

  5. 로렐라이 2008/02/21 14:13 # M/D Reply Permalink

    젠슨~ 감정이입을 해버렸구나! 이런이런~ 혼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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