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fic] Brownie 20

※ 시무스 아저씨가 피리오넬 전하를 더 닮지 않았나요? ^^ ※


자신의 팬츠가 발목 아래까지 흘러내리기라도 한 것처럼 젠슨은 새파랗게 질렸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키득대는 소리에 숨이 턱 막혔다. 맙소사, 그 소리들은 너무나 심술궂었다.
제러드가 어쩌면 좋겠느냐며 시선으로 젠슨을 찾았다. 상대방이 각목을 머리 위로 들고 고함을 질렀을 적엔 곧바로 맞받아 치고 나갈 수 있지만 이런 식의 우연을 가장한 치사뽕짝 공격엔 입까지 얼어붙는 법이다. 그는 낯선 동네에서 길을 잃고 엄마와 떨어진 어린애처럼 보였다.「위기야! 대 위기라고! 형! 도와줘!」눈빛으로 애걸하며 뻣뻣하게 굳었다. 냉동실에서 꼬박 한 달의 시간을 보낸 등푸른 생선처럼 말이다.

안돼. 침착해야만 해. 가뜩이나 커다란 눈을 힘주어 부릅떴다. 제러드의 눈도 덩달아 커졌다.
「웃어, 파달렉키! 일단 웃으라고.」
「응?」
젠슨은 V자를 그리는 검지와 중지 손가락 두 개로 자신의 입꼬리를 위로 세게 끌어올렸다.
「넌 지금 제러드 파달렉키라는 남자를 연기하는 거다. 그러니까 할 수 있어. 웃어!」

아주 바보는 아니었다. 그가 해보인 제스츄어가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제러드는 겁 먹은 표정을 재빨리 집어던지고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이것도 연기다. 그러니까 속은 시커멓게 썩었어도 거짓부렁으로 얼마든지 즐거운 척할 수 있다.
『하하하. 내 바지가 터졌어요. 하하하, 내 엉덩이를 봐요. 끝내주지 않아요?』
감쪽 같이 넘어간 카메라맨이 깔깔거리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것은 전염력이 꽤나 강했다. 순식간에 세트장은 크릴 새우 난장하는 웃음 바다로 변했고, 일부는 눈물까지 찔끔거렸다. 박장대소하며 고개를 흔드는 사람,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웃는 사람, 배꼽을 쥐고 나 죽네 하소연 하는 사람... 제러드는 파란색 속옷이 훤히 보이는 엉덩이를 좌우로 들썩이며 일부러 포즈까지 취했다. 그러자 아이고 배야 데굴데굴 구르는 소리가 더 요란해졌다.

이 와중에 젠슨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투명 카메라를 들고 모두의 얼굴을 빠르게 훑었다. 하나하나 증거 사진을 찍는 거다. 화재 현장에서도 같은 목적으로 불구경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어둔다고 했다. 군중들 속에 방화범 있다. 젠슨은 머릿속에서 쉬지 않고 울려퍼지는 찰칵, 찰칵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땅바닥을 치며 웃고 있어도 눈빛만은 차갑게 하고 있을 범인이, 내지는 한 명이 아닌 범인이 저 속에 있다. 제러드의 바지를 망친 년놈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진을 찍어두자. 기억해 두자.
물론 유일하게 찡그린 얼굴을 한 킴은 예외다.
킴은 중요한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젠슨을 쏘아봤다.
까맣게 가라앉은 베테랑 연출가의 묵직한 시선은 어쩐지 드라마에 나오는 옐로우 아이즈 디몬의 것과 대단히 흡사해서 젠슨은 등으로 땀을 흘렀다.

『그것과 비슷한 청바지를 가져다 드릴테니 여기서 기다리세요.』
『고맙습니다. 정말 친절하시네요.』
『그게 제 할 일인데요, 뭘. 아참, 이 말을 꼭 하고 싶네요. 아까 보여주신 엉덩이 춤, 정말 귀여웠어요, 파달렉키 씨.』
『하하하! 기쁘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귀염둥이, 재간둥이, 제러드 파달렉키입니다.』

다목적 휴게실로 장소를 옮기고 나서도 제러드는 개구쟁이처럼 즐거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표면으로만 그런 거였다. 가서 새 바지를 가지고 오겠다던 사람이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곧바로 진심으로 돌아와 무섭게 폭발했다.
『씨발!』
난폭하게 입고 있던 바지를 벗어 발로 밟았다. 그리고 뻐엉 걷어찼다.
셔츠에 브리프 차림새로 진지한 표정을 지어봤자 하나도 심각하지 않을 거라는 말은 여기선 하지 말자. 제러드는 손바닥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가 끔찍한 맛의 싸구려 위스키를 연거푸 다섯 잔 들이킨 사람처럼 신음했다. 이건 잘 알지도 못하는 삼촌 장례식에서 억지로 울던 것보다 곱절로 힘들었다. 광대 노릇은 진짜지 아무나 못 한다.

허벅지 아래가 훤히 드러난 제러드의 모습에 깜짝 놀란 젠슨은 고개부터 돌렸다. 남자끼리라고 해도, 동료 배우끼리라고 해도 하반부만 속옷 차림새인 건 거북하다.
『저어... 제러드. 만약 내가 자리를 피해주기 원한다면 밖에서 기다릴게.』
『아뇨. 옆에 있어줘요. 1분이라도 좋으니까... 부탁할게요.』
『혼자 있고 싶진 않아?』
『그랬다간 미쳐버릴 거예요.』

젠슨은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미소를 지은 채 공처럼 뭉친 바지를 주워들었다. 가만 내버려둬도 되는데 순전히 버릇이다. 툭툭 먼지를 털고 반듯하게 개켰다.
『아무튼 넌 잘 해냈어, 제러드.』
『당연하죠. 나는 당신에게 돌아갈뻔한 샘 윈체스터의 역을 실력으로 빼앗은 남자라고요. 그러니 바지를 찢어먹고도 헤벌레 웃기부터 하는 파달렉키를 연기하는 건 식은죽 먹기예요.』
젠슨은 눈동자를 데굴 굴렸다.
『아아... 확실히 연기 하나는 일품이지.』
『칭찬 고마워요, 젠슨.』
『별 말씀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기분이 약간 풀렸다.
그래도 제러드는 좀처럼 얼굴 주름을 펴지 못했다.
『이거 진짜지 뭐냐고요. 으아앗?!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미네. 무진장 술에 취해서는 더럽게 못 생기고 성격도 나쁜 남자에게 실수로 내 백버진을 허락한 것 같아 입이 쓰다고욧!』
독창적인 비유로 자신의 기분이 최악이라는 걸 표현한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엉망으로 헝클어뜨렸다.

Posted by 미야

2007/11/24 00:50 2007/11/2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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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양 2007/11/24 02:30 # M/D Reply Permalink

    선리플.... 감상은 출근해서 할게욤 ㅠㅠ 졸려욤~

  2. 김양 2007/11/24 10:27 # M/D Reply Permalink

    후후후 파달이 대단해요.. 열받을 상황인데도 연기를 하다니 ㅋㅋ

  3. karina 2007/11/24 12:15 # M/D Reply Permalink

    그 순간 기지를 발휘한 젠수니도 대단해요!!파달이의 철면피도 대단하고요~ㅋㅋㅋ본받고 싶은걸요???ㅋㅋ

  4. 로렐라이 2008/02/21 14:11 # M/D Reply Permalink

    파달이와 젠순이~ 배우는 힘들구나~ 잘 보고 갑니다!

  5. 물꼬 2008/11/23 00:31 # M/D Reply Permalink

    옴마나... 원래 샘 역할을 젠슨과 제러드가 두고 다퉜었나보군요!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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