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fic] Brownie 04

※ 이번 에피 아직 안 봤어요. 어제는 하우스 봤긔. 이웃분들 올리신 글을 읽어보니 이건 뭐 알프스 꼭대기로 올라가 <여기가 아닌가부다> 외치는 꼬락서니고. 리플 및 정리는 퇴근 후에. ※


무거운 접이식 사다리를 들고 끙끙거리며 A-6 구역으로 이동하던 마이클은 잠시나마 자신의 시력을 의심했다.
「전자렌...지?」
미국에선 빨래비누만큼이나 흔하고 흔한 물건임은 틀림 없다. 파장이 좀 긴 전파의 일종인 마이크로파가 식품에 포함된 물 분자를 마구 흔들게 하는 것으로 - 참고로 비유하자면「토요일 밤의 열기」라는 영화에서 존 트라볼타가 추는 디스코보다도 훨씬 빠르다 - 냉동고에서 꽝꽝 얼었던 소고기마저 재빨리 끓게 만드는 이 문명의 발명품은 오늘날의 가정주부에겐 기쁜 복음이나 마찬가지다. 허기져 배고파 하는 식구들에게「딱 2분만 참아」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한 바로 그것! 냉동 인스턴트 식품과는 사촌 관계이자, 영양학자들에게는 흉악한 적 그리스도나 마찬가지인!

머뭇거리던 마이클은 들고 있던 사다리를 내려놓았다.
전자렌지 자체가 이상할 건 없다. 허나 이곳은 유령천국 슈퍼내츄럴 드라마의 촬영장이었고, 주변에는 폐품 타이어가 빼곡했고, 바로 옆으로는 특수 효과랍시고 멀잖아 확 불질러버릴 낡은 픽업 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이래선 호텔 수영장으로 민물낚시용 지렁이를 들고 나타난 강태공처럼 아구가 맞지 않았다.
「뭐지. 이것도 특수 효과용인가?」
마이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속이 빈 텔레비전처럼 생긴 물체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염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살아 있는 고양이는 그 속에 없었다. 잘려나간 사람의 목도 없었다. 에일리언의 알도 없었다. 식어빠진 피자가 올라가야 마땅한 회전판 위로는 생뚱맞게도 노랑색 연필 한 자루가 올라가 있었다.
- 누군가 연필을 군밤 대신 구워먹으려 했던 모양이다 -
입술을 한 일자로 다문 마이클은 탕 소리가 나게끔 전자렌지의 문을 도로 닫았다.

『환장하겠네. 이게 어디로 갔냐.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혹시 내 연필 못 봤어? 프리실라.』
『아뇨, 젠슨.』
만사가 완벽하다던 그 배우 젠슨 애클스가 무슨 까닭인지 하루종일 정신이 산만했다. 대본을 흘리고 다녔고, 바지 지퍼를 열고 돌아다녔고, 핸드폰을 떨어뜨렸으며, 물컵을 엎질렀다.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던지 이젠 아끼던 연필도 잃어버렸다. 프리실라는 대신 이걸 쓰라며 그에게 싸구려 볼펜을 내밀었고, 한숨을 섞어「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문제는 젠슨의 집에 숨겨둔 꿀단지가 아니라 톰 웰링이라고요」라고 충고했다.

『톰? 토미가 왜.』
『잘 들어요. 비유하자면 이런 거예요. 너무 좋아서 얼굴만 봐도 입을 헤 벌리게 되는 생물학 선생님이 있는데 그 숭배의 대상이 죽어라 공부해서 어떻게든 칭찬받고 싶어 안달인 멀더는 냅두고 똑 소리 나는 스컬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거예요. 그걸 본 멀더는 피가 거꾸로 돌아서 교과서를 던지고는「걍 비뚫어질테다!」를 외쳤고, 그때부터 삶이라는 것 자체가 외계인의 음모라는 걸 확신한 거죠. 이해가 되나요?』
『어... 멀더와 스컬리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었어? 그건 몰랐어.』
『제엔~슨.』
프리실라는 헤어 드라이어기의 전원을 올리고 젠슨의 콧잔등 위로 찬 바람을 불어넣었다.
갑작스런 바람에 코가 간질간질해졌고, 젠슨은 에취 재채기를 했다.

『우리 모두는 젠슨이 사생활을 매우 중요시 한다는 걸 잘 알아요. 당신이 이곳 뱅쿠버에 새 아파트를 샀다는 걸 아무에게 말하지 않았어도 다들 납득하죠. 아무도 당신 집에 간 적이 없고, 아무도 초대받지 않았고, 음... 섭섭하긴 해도 그런가 보다 넘어가요. 그런데 거기에 딱 한 명의 예외가 있단 말예요. 바로 톰 웰링이죠. 제러드는 그 점을 이해하기 힘들 거예요. 왜냐면 그는 머리가 살짝 나쁘니까.』
『오해야! 초대한게 아니야. 그는 자신이 쓰던 카우치 소파를 나에게 팔았어. 그는 직접 차를 몰고 와서 나에게 약속한 가구를 배달했다고.』
『어쨌거나.』
『젠장맞을. 정확하게는 내가 그 소파를 달라고 했어!』
『그래봤자.』
프리실라는 쯧쯧 혀를 찼다.
『이곳에 당신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고 싶어 안달인 남자가 있어요. 그는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어서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걸 참지 못하죠. 톰은 당신 집에 갔고, 제러드는 가지 못 했어요.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톰과 동점을 만들고자 발악할 거예요. 필요하다면 사립탐정을 고용하고 가택 침입도 할 걸요.』

젠슨은 심각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오케이, 프리실라. 그러니까 그가 나의 베스트 프렌드라는 걸 잘 설명하면 된다는 거지?』
『바로 그거예요. 잘 설명하면 되죠. 톰 웰링이 가구를 배달했다는 걸 인식시키라고요.』
『좋아! 나의 어휘력이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군. 두고 보라고, 프리실라.』

호언장담한 것과는 다르게 젠슨의 어휘력은 그리 썩 훌륭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음 날, 마이클은 전자렌지 옆으로 수상쩍은 카우치 소파가 하나 더 추가된 걸 목격한다.

Posted by 미야

2007/11/10 06:59 2007/11/1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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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수 2007/11/10 13:36 # M/D Reply Permalink

    하하하하하하... ^^ ;;

  2. 고고 2007/11/11 23:28 # M/D Reply Permalink

    끄하하하하하. 아. 이건 정말 웃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에피소드네요.
    난감한 어휘력...이라니.

  3. 로렐라이 2008/02/21 13:41 # M/D Reply Permalink

    아..큭큭큭 카우치 소파마저 추가된건가요~ 너무 재밌습니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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