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먼지야 안녕> 해볼 수 있을까

방 청소는 한 달에 두 번만 해도 제법 잘 하는 거다. 거기다 성격이 그지 발싸개라서 사방에 물건을 널어놓는 버릇이 있고, 침대 위와 아래 그리고 옆으로 항상 책과 만화책이 굴러다닌다. 옷장 위로는 굵은 먼지와 같이하여 비즈통이 벌려져 있고, 컴퓨터 책상 위로는 먹어치운 우유팩이 썩어가고 있다는...;;
닥터 하우스가 스파이를 보내면 <당장 환자에게 초강력 항생제를 처방하도록> 소리가 나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불결한 환경이라니.

A님의 글을 읽고 자극을 받아 <나도 청소라는 걸 해봐야지> 하고 결심했다.
그로부터 10분 뒤에 그 먼지 투성이 침대에 벌러덩 누워 잠들어 버렸다. 옆으로는 대여점에서 빌려온 헨타이 만화 한 권이, 베개 아래로는 손을 차갑게 하기 위한 백수정 문진이, 발 아래로는 벗어놓은 바지가 있었다. 나 도대체 왜 이러니.

아무튼 많이 지치는 작금이다.


* 여름에는 손바닥이 뜨거운게 무척 불쾌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손으로 팔뚝을 쓸어보면 단박에 얼굴이 찡그려질 지경. 땀이 난 팔은 서늘한데 손바닥은 불바닥이다.
그래서 옛날 귀부인들은 원석을 에그나 타원형 형태로 갈아서 손에 쥐고 있는 것으로 손바닥의 온도를 내리곤 했다고 한다. 손바닥이 뜨거우면 아무래도 거시기한 오해의 소지도 있을 것이고... (무슨 오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으려는 나름대로의 배려라고 한다.

문 : 그럼 정말로 수정 같은 걸 쥐고 있음 손바닥 온도가 내려갑니까?
답 : 거의 내려가지 않아요.


아쉽지만 그렇다. 인간은 항온 동물이고, 기를 쓰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분 좋게 서늘한 감촉은 곧 미적지근한 느낌으로 변질되고, 결국 손에 쥔 돌은 펄펄 끓기에 이른다. (36.5도의 체온으로 덥혀진 돌은 매우 뜨겁다) 최초 2분간은 기분이 좋고, 이후로는 돌을 도로 내려놓는게 낫다. 효과적으로 체온을 내리려면 얼음을 쥐고 있는게 가장 효과적이다.

어떤 소설에선 부인과 성관계를 하는데 뜨거운게 싫다고 얼음으로 목욕시키고 잠자리를 갖는 남편 이야기가 나온다. (꺅~ 뵨태~) 하지만 샤워 정도로는 사람 체온이 시원할 수는 없어서 결국 부인은 성적으로 늘 만족을 못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최후의 발악으로 여자는 몸에서 피를 뺀다. 남편은 부인의 몸이 서늘하다고 매우 좋아하고, 역사상 최강의 섹스를 즐긴다.
하여 다음날 그가 침대에서 발견한 건 정맥을 절개하여 서서히 피를 흘리며 죽어간 마누라였다.

시간에 대한 뉘앙스라 대단히 재수 없었던 책이었는데 당연히 제목, 작가는 잊어버렸다...;;
그치만 저게 이해가 가는 거다. 으, 내 손바닥... 기분 나쁘게 뜨거워.

Posted by 미야

2007/06/29 09:41 2007/06/2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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