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3시즌 스포를 접하고는 드라마 시청 자체를 포기하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짜게 식었습니다만, 주살(呪殺)을 희망한 CW 관계자에게 심각한 설사병 저주를 내리는 것으로 충격을 극복하고자 나름대로 애쓰고 있습니다. ※


목숨이 경각에 걸린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사람을 아예 망쳐버린다. 덕분에 야성에 가깝다는 시베리아 벌목꾼들이 꼬리를 내리고 도망갈 정도로 대다수의 헌터들은 성격이 아주 거칠다. (존 윈체스터가 그랬다) 순전히 제멋대로라서 남들 배려하는 일엔 꽝이다. (딘이 그렇다) 고집도 무척 강하고, (샘이 그 대표격이다) 폐쇄적인 교우 관계로 주변으로부터 별종 취급을 받기도 한다. (바비의 오두막은 아무리 점수를 후하게 줘도 폭탄 테러범 유나바머의 은신처다) 물불 안 가리고 만사를 폭력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뱀파이어 헌터 고든) 특정 무기류 - 이를테면 칼 같은 물건에 눈이 뒤집혀 탐닉하기도 한다. (조)
따라서 딘은 상대가 어떠한 돌출 행동을 보여도「저 사람은 헌터니까」이 한 마디로 모든 걸 납득하곤 했다. 물구나무를 서서 밥을 삼켜도 그러려니 넘어갔다.
그치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충격과 당혹스러움이 밀물이 되어 무릎 높이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바위는 바닷물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아니, 가라앉는 것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은 대륙 아틀란티스다.

『항상 하던대로 해, 항상 하던대로. 휴가를 즐겨도 괜찮고, 하와이나 알라스카로 헌팅을 나가도 상관 없어. 다만 두 사람이 멀리 떨어져 각자 행동하는 일만 없도록 해. 자동차를 훔쳐도 꼭 둘이서 같이 훔치고, 행여나 일이 잘못되어 유치장에 들어가게 되도 팔짱을 끼고 부부처럼 나란히 입장하는 거다. 내 말이 무슨 소린지 알겠지?』
말이 되는 소릴 해요!
『난 지금부터 따로 조사에 들어갈테니 그리 알아. 뱀파이어 루더의 생존한 가족들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볼게. 아울러 그들의 현재 위치도 추적할 거야. 아참, 비용은 하루에 400달러고 오로지 현금만 받는다.』
그건 또 뭔 소리랴. 돈을 받겠다고?! 딘은 눈을 부릅뜨고 상대를 죽일 기세로 노려봤다.

『어머? 왜 이러시나. 난 흙을 파먹고 살진 않아. 대신 빵과 와인, 그리고 최고급 스테이크를 먹으며 살지. 열심히 일을 하면서 그 노동의 댓가를 요구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 설마, 전문가의 도움을 날로 먹자는 건 아니겠지?』
모르겠다.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건 딘이나 샘은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적이 결코 없다는 거였다. 존도 그 점에 대해선 마찬가지였고, 옆에서 오랫동안 그런 모습을 지켜봤던 딘은 헌터라면 으레 그렇게 하는 거라 생각해왔다. 그런데 뭐? 돈?
샘도 마찬가지로 넋이 나간 눈치다. 하루에 400달러?! 경악스럽다. 일주일이면 가뿐하게 2,800달러가 된다. 여기서 다시 일주일이 지나면 5,600달러로 껑충 뛴다. 그만한 액수의 현금이 형제들 수중에 있을 리 없다. 여차하면 노트북을 팔아야 한다. 내 노트북! 샘의 안색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정 뭐하면 20년 할부로 갚아도 괜찮아. 머리에 모가지가 제대로 붙어만 있으면 돈은 언제든지 갚아나갈 수 있지. 그러니 이참에 적금을 깨야 하나 걱정하진 말아. 하하하!』
속으로 아라비아 숫자를 정신없이 헤아리는 샘을 바보 취급하면서 그녀는 웃었다.
그것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어린애처럼 해맑은 미소 덕분에 구분이 가질 않았다.
하지만 원래 사람들은 마누라의 처진 젖가슴을 두고 우스개 소리를 즐겨도 돈 문제로는 농담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어쩌다 웃자고 말을 꺼내도 우울증에 걸린 왕자 햄릿의 독백이다. 황금은 친어머니마저 원수로 만들고도 남는다. 돈이라는 건 어금니 사이에 물린 위험한 유리 조각이나 마찬가지다.

『저어, 진짜로 20년... 할부?』
걱정하며 재차 묻는 샘을 향해 리는 다시금 빙긋 웃었다.
맙소사. 비행기를 타고 가다 갑자기 난기류를 만났다. 땅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비행기 속에서 샘은 험난했던 인생을 비관하며 눈을 감았다. 날개가 와지끈 부러지고 엔진이 꺼졌다. 동체가 빨래처럼 뒤틀렸다. 갈기갈기 찢어진 쇠붙이 사이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비행기라면 질색인 딘이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척 보면 모르냐?! 우리에게 뭔 돈이 있다는 거야아~!! 이건 갈취야, 갈취!》

가난뱅이의 아우성엔 관심 없다며 핸드백을 고쳐취며 시계를 확인했다.
『슬슬 가볼게. 연락은 항상 내쪽에서 먼저 할테니 염려는 말아. 지옥에서라도 전화한다. 그러니 내 핸드폰 번호가 뭐냐고 묻지 말도록.』
그런 법이 어딨어. 이제 딘은 발을 밟힌 개처럼 굴었다.
『말도 안 돼! 막대한 위기가 닥쳤을 시 SOS 신호는 어떻게 보내라는 겨. 초능력으로?』
『초능력까진 필요 없지. 간단해. 해변가에서 모닥불을 피워. 저번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니까 외딴 섬에서 조난당한 사자도 그렇게 하더라.』
『우리더러 마다가스카 흉내를 내라고?!』
『뉴욕 동물원 출신 사자가 할 수 있으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충분히 할 수 있어. 뭐가 어렵다고 그렇게 울상이야? 쉬워. 야자 나무를 묶어 글자를 만들어. HELP. 그리고 불을 붙여.』
진짜지 말이 되는 소릴 해요.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지르면서 샘은 신음했다.

『으아. 애시당초 애쉬에게 부탁한게 실수였던 거야.』
딘 또한 최악의 경우 임팔라를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운전을 하는 내내 불타는 석탄을 배에 품었다며 저리도 괴로워하는 것이리라.
핸들을 불규칙적으로 똑똑 치다 말고 옆으로 흘끔 시선을 던졌다.
『있잖아, 샘...』
임팔라를 못 팔면 노트북도 못 파는 거다. 샘은 재빨리 허리를 틀어 먹잇감을 노리는 흉폭한 눈빛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런 동생의 발 빠른 행동에 딘은 마음 깊숙이 상처를 입었다.

『이 자식! 내가 무슨 날강도라도 되냐?! 태도가 그게 뭐야.』
『난 잊지 않았어. 형은 예전에 내 전자 사전도 맘대로 팔아치웠잖아.』
『얼씨구? 그걸로 네 한 달치 급식비를 냈다는 건 까먹었냐.』
『차라리 밥을 굶으면 굶었어.』
『이 바보야! 해골처럼 말라서 갈비뼈로 기타를 연주하는 꼴은 난 못 봐. 넌 먹어야 했어.』
『전자 사전을 팔아서?』
『전자 사전이 없었다면 내 몸이라도 팔았어.』
회전하는 선풍기 날개 틈새로 발가락을 들이밀었어도 이보단 덜 아찔했을 거다. 단단한 쇠몽둥이로 뒷통수를 강타당한 듯한 충격이 샘의 등줄기를 훑었다. 덕분에 말이 더듬더듬 튀어나왔다.
『마, 말도 안돼. 아, 아빠가 아셨으면... 혀, 형을 죽이려 했을 거야.』
딘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응. 실제로도 죽이려 하셨어.』
샘은 움찔해서 그 즉시 입을 다물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집들과 상점들이 뒤로 미끌어져갔다. 고개를 들어 콘베어벨트에 묶여 빠르게 이동하는 건물들을 쳐다봤다. 그러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엄지손가락 사이로 얼른 시선을 내렸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의 가식된 표정을 짓기 위해 정말로 노력했다. 그치만 그건 너무나 힘들었고, 샘은 자신이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 직전이라는 걸 마지 못해 인정해야만 했다.

혀로 입술을 축인 딘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자식아, 얼굴 당장 펴. 그건 농담이었어.』
『응.』
『농담이었대도, 새미.』
『알아.』
『그럼 시커먼 구정물 속에서 헤엄친 사람처럼 굴지 마. 거머리가 거기에 붙었냐?』
『미안...』
『얼씨구? 농담한 건 난데 왜 네가 사과하는 거야.』
조수석에 앉은 샘을 흘끔 쳐다보는 딘의 눈매는 나무토막처럼 뻣뻣했다.
『닥치고 여기에 뭐가 들었는지 꺼내봐, 줄리엣. 떠나기 전에 리가 나에게 주고 간 거야. 썩은 짐승 가죽을 태우는 것보단 뱀파이어의 코를 속이는데 효과가 있을 거라고 하더구나. 만드는 방법이라던가 재료들을 조목조목 알려줬어. 글씨가 적혀진 종이가 있을테니 찾아봐. 이걸 다 쓰면 다음부턴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할 거래.』
그렇게 말하고 쇼핑용 비닐 백을 동생의 무릎 위로 던졌다.

비닐 백을 열자 휴대용 샴푸통처럼 생긴 플라스틱 병이 나왔다.
이게 뭔가 싶어 좌우로 힘을 주어 흔들어봤다. 액체가 움직이는 찰랑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보다는 바디 로션처럼 보였다. 제법 걸죽한 반 투명한 놈이 절반 정도 담겨져 있다.
뚜껑을 비틀어 열고 그 속에 든 내용물을 한쪽 눈으로 들여다 보았다. 얼핏 보기엔 제시카가 밤마다 얼굴에 바르던 것과 아주 흡사하게 생겼다. 화장품인가? 그래도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인지라 킁킁거리고 냄새부터 맡아보았다.
『어때? 샘.』
『잘 모르겠어.』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자극적인 악취는 나지 않았다.

동봉되어 있던 메모지를 팔랑거리며 거기에 적힌 내용을 소리내어 읽었다.
『올바른 사용법, 세안 후 일정량을 덜어 하루에 한 번 목멀미에 발라줍니다.』
진짜로 화장품인가 보다. 샘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메모지와 병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주의사항, 능력치가 높은 뱀파이어는 속지 않습니다. 효능을 맹신하진 마십시오. 이것은 완벽하게 당신을 커버해주진 않을 겁니다.』
그 즉시 비밀스러운 걸 묻기라도 할 것처럼 딘이 조용히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
『자외선 차단 효과는 됐어. 보습 효과는 어떻다든.』
『그 이야긴 안 적혀져 있어, 형. 대신 이런 문구가 있어. 붉은 반점 및 가려움이 느껴지면 그 즉시 사용을 중지하십시오...』
『어쩜, 친절하기도 하지.』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십시오.』
『맙소사.』
『유아의 손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슬슬 지겨워지려 하고 있다. 오른손 두 손가락을 위로 들어올리며 딱 소리를 냈다.
『오케이, 새미. 다 읽고 신호만 해줘. 언제 웃으면 되는 거지? 지금? 아니면 1분 더 있다가?』
『글세. 내 생각엔 지금 웃어도 될 것 같아.』
『하.하.하. 대단히 재밌구나.』
하지만 입으로 뱉은 말과는 달리 딘은 그렇게 썩 재밌어 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위장에 가스가 가득 차서 괴롭다는 식으로 고개를 흔들어댔다.

어쨌든 샘은 용기를 내어 크림 약간을 손가락으로 덜었다. 약간은 미끌거린다. 면도할 적에 쓰는 비누 거품처럼 말이다. 그리고 처음 느낌대로 그렇게 희지도 않았다.
『후우...』
그걸 딘의 목덜미에 대고 - 정확히 맥박 치는 부분에 대고 가만히 문질렀다.
임팔라가 끼익 소리를 내고 옆으로 굴러가 가로수를 들이받으려 했다.
S자 곡예 운전을 마치고 가까스로 제 차선으로 돌아온 딘은 발을 난폭하게 굴러대며 화를 냈다.
『샘! 이 미친 자식!』
『왜 그래. 난 여기에 적혀진 그대로 했을 뿐이야.』
『그럼 내 목이 아니라 네 목에다 발랐어야지! 까무라치는 줄 알았어. 놀랐잖아!』
『그치만 어쩐지 꺼림직스러워서...』

샘은 말꼬리를 흐릴 수밖에 없었다.
크림의 제조법과 그 재료에 눈길을 돌리자 식은땀이 나려 했음이다.
꿀과 버터, 말린 장미꽃. 마조람(허브의 일종)의 잎사귀. 회향의 줄기.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서른 두 번째 줄에 적혀진 재료 목록에 이르면 그 누구라도 안색이 돌변할 것이다.
고양이 똥.
여기서 다시 마흔 일곱 번째. 여자의 머리에서 떨어진 비듬.
쐐기를 박는 쉰 여섯 번째. 개구리의 생식기. 괄호하고 수컷.
자신이 그의 목에 무엇을 묻혔는지를 깨닫자 머리가 핑글 돌려고 했다.
깨끗한 손수건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샘은 정신 없이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딘? 솔직히 난 이 여자를 못 믿겠어. 그냥 예전처럼 우리끼리 해결할 수도 있잖아. 정 뭐하면 바비 아저씨의 도움을 얻을 수도 있어. 난... 그러니까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
딘은 대답을 회피하고 핸들을 오른편으로 돌렸다.
『우리 둘이서 할 수 있다고. 우리 둘이서... 응?』
애원하다시피 해가며 눈꼬리를 내렸다.
아무리 그래봤자 딘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대신 라디오를 틀고 오늘의 날씨를 체크하면서「오후엔 제법 덥겠구나」라고 의미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Posted by 미야

2007/06/15 10:22 2007/06/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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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즈 2007/06/15 11:34 # M/D Reply Permalink

    으하하~~이 형제들 정말 귀엽습니다...ㅋㅋㅋ
    근데 무슨 크림의 재료가 그리 많이 들어간건지...정말 그게 다 들어간걸까요??ㅋㅋ
    그걸 또 형의 목에다 발라보는 샘이라니...으하하...오늘 와서 미야님 덕분에 잘 웃다가 갑니다...재밌어요...^^a
    그러고 보니 감상을 남기는건 처음이군요..ㅡ_ㅡ; 죄송해요..ㅠ_ㅠ;;
    다음편도 기대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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