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redemption 07

※ 도련님은 가출쟁이, 이것은 샤바케의 부제가 아니었더냐~!! Hunted 에피소드를 보고 절규.
어찌되었든 이것은 훈남, 꽃남 윈체스터 보이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취향이 아니다 싶으면 마우스를 움직여 윈도우를 닫는 당신의 멋진 센스를 보여주세요. ※


갑작스런 인기척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쇠붙이가 긁히는 금속성 소리와 같이 해서 술에 취한 것이 분명한 금발의 여자가 비틀 걸음으로 가게 뒷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흥분한 탓에 호흡이 엉망이다. 승리의 전리품일까, 빨간 매니큐어가 발려진 손으로 밑단에서부터 뭉텅 잘려져 나간 남성용 실크 넥타이를 꽉 쥐고 있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이 길거리에서 아무렇게나 파는 싸구려는 아닌 듯하다. 모르긴 몰라도 고가인 물건으로 보인다. 아니, 정확하게는「옛날엔 제법 비싼 물건이었을」넥타이였다. 아무래도 험한 가위질을 당한 후니 영광스런 시절은 과거형으로 말해주는게 옳을 것이다. 여자는 그걸 공처럼 둥글게 말더니 쓰레기통 쪽으로「슈웃~!」소리내어 던졌다.
『날 감히 물 먹이려 하다니. 주제에 양다리를 걸쳐? 엿이나 먹어라!』
그녀가 정말로 자르고 싶었던 건 넥타이가 아니라 아랫도리에 달린 그거겠거니 싶은 순간이었다.

『왜? 뭘 보냐, 자식아. 어디서 재미난 구경이라도 생겼어?』
어두운 골목 가장자리에서 홀로 서성이던 샘은 앙칼진 여자의 고함에 그저 난감할 뿐이었다.
저 혼자 멋대로 가버린 형이 원망스럽다.
사실 샘은 딘과 맨날 붙어서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덩치가 남산인데 아장아장 손 붙잡고 다딜 일 있느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성인이 된 만큼 맡은 일을 분담해서 각자 처리하자는게 그의 평소 주장이었다. 딘이 시체공시소를 뒤지면 샘은 문서보관소를 터는 거다. 그만큼 시간도 절약되고 능률도 올라간다. 새끼 오리도 아닌데 맨날 자기 뒷꽁무니만 따라오라고 종용하는 딘에게 얼마나 대들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따라 딘은 개인 플레이를 주장하며「넌 여기서 기다려」라고 말했다.
하필이면 이런 날, 이런 장소에서.
거시기에 바를 연고를 소화제로 오해해서 잘못 삼키기라도 했나,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야! 꺽다리야! 어딜 슬슬 피해! 내 말이 말 같지도 않냐?!』
그가 지은 죄라고는 정보를 얻으러 술집으로 들어간 딘을 얌전히 기다린 것밖엔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시비를 걸어온 취객을 만난게 두 번, 지나가는 여자에게 그렇고 그런 제안을 받은게 세 번, 괜찮은 정키 가진 거 있느냐 물어온 인간이 하나, 뜨뜻한 시선을 던져오는 중년의 남성을 피해 달아난게 두 번이다. 동네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자신이 이상한 건지 이젠 구분조차 되지 않았다.
이마 한 가운데로「저에게 대판 싸움을 걸어주시지 않겠어요?」라고 써붙인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전생에 지은 죄가 어찌나 많았으면 술에 취해 루이비통 핸드백을 도끼인양 휘둘러대는 아가씨까지 등장했다.
제발 살려주라.
불필요한 소동을 피해 더욱 으쓱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샘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동네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네가 괴짜라서 그런 거야, 샘.』
한참만에 용무를 마치고 자동차로 돌아온 딘은 그게 진실이라며 딱 잘라 선언했다.
그리고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무어라 항의하려던 동생을 향해 차가운 청량음료 캔을 던졌다.
『머리가 계속 지끈거리지? 넌 옛날부터 담배 연기를 무지 싫어했잖아.』
『에?』
『신선한 바깥 공기를 마시는 것도 좋지만 그걸 먹으면 아픈게 더 빨리 가라앉을 거야. 마셔.』
『잠깐, 잠깐만. 이거 밀크 소다수잖아!』
새파랗게 되기까지 얼린 청량음료 따윈 문제가 아니다. 샘은 인상을 구겼다. 가볍게 기침 몇 번 했다고 밖에다 줄창 세워두더니 이제는 엉뚱하게 밀크 소다수를 마시라 권하기까지 하고 있다.
평소 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X-레이로 그 뇌를 찍어서라도 들여다봤음 소원이 없겠다. 밑도 끝도 없이 분홍색으로 칠해진 소녀 취향의 깡통 음료수라니.
거기다 더 무서운 건 형이 어쩐지 부끄럽다는 듯이 머리를 만지며 시선을 피했다는 것이다.

손가락에 묻은 얼음 알갱이를 털어내며 샘은 짜증을 부렸다.
『날 생각해서 자판기에서 빼왔다는 말은 농담으로라도 제발 하지 말아줘. 혹시나 하고 꼬시던 아가씨에게서 선물로 얻은 거지? 내 말이 맞지?』
동생의 따지듯 캐묻는 말에 딘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냐. 돈 주고 사온 거야.』
『밀크 소다를?』
『옛날엔 좋아했잖아.』
『내가 지금 몇 살이게. 형이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정보는 신속히 업데이트가 될 필요가 있어.』
화낼 기운도 없어 물기 묻은 소다 캔을 뒷자석을 향해 던졌다.
그것이 호의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남의 감정을 배려하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었다. 술 취한 여자가 휘두른 핸드백에 얼굴을 맞은 건 어디까지나 샘이지 딘이 아니잖는가. 게다가 그 얻어맞은 까닭이 자신이 괴짜여서라고 못을 박기까지 했는데 농담으로라도「당신의 친절함에 감사드리며 맛있게 음료수를 먹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뭐 알아낸 건 있어?』
까칠하니 반응하는 스스로에게 환멸감을 느끼며 샘은 억지로 목소리를 바꿨다.
조금은 풀 죽은 것처럼 보이는 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어. 이번에도 허탕이야. 안에서 오마 릭스라는 친구를 붙잡고 물어봤는데 사흘 전부터 체스터 스테이플러를 못 봤대. 이거 좀처럼 안 나오네. 뭐라도 걸려야 하는데 다들 손만 휘젖고, 어휴.』

딘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라바의 집으로 네 명의 젊은이들이 들이닥친게 지난 12월 2일.
「그 친구, 솔직히 말해 맛이 갔어요.」
오마 릭스의 앞으로 가짜 경찰 배지를 들이밀고 알아낸 바에 의하면 체스터는 술을 한턱 쏘겠다고 거짓말을 해서 세 명의 단짝 친구를 불러내었다고 한다. 그리곤 여기가 술집이냐 항의하는 친구들을 끌고 대신 엉뚱한 아파트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단단히 미친 거예요. 링컨 대통령이 기저귀를 차고 있을 적에나 지어졌을 것 같은 괴상한 아파트로 우릴 데리고 갔다니까요. 멋지게 놀아보기 전에 엑스타시를 사려고 그랬으면 차라리 덜 밉죠. 형사님도 한 번 생각을 해보세요. 여자애도 없고 술 냄새도 안 나는 장소에서 깡 마른 욕쟁이 할멈을 세워놓곤, 죽은 자기 할아버지를 저승에서 불러주면 무려 200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하는데 그게 정상으로 보여요?」
「정상으로 안 보이지.」
딘은 그간의 경험을 살려 능숙하게 맞장구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발언이 걱정스러워졌던지 릭스는 말을 더듬었다. 아무리 봐도 딘은 거칠거칠한 구정물계 전문 형사로밖엔 안 보였다. 낡은 그의 가죽 재킷에서 짙은 수갑의 냄새가 풀풀 풍겨나왔다.《미란다 조항은 안 말해줘도 이미 알고 있지? 싸게 등 뒤로 손 돌려》라는 말을 듣기 싫어진 릭스는 뒤로 빼는 제스츄어를 취했다.
「무, 물론 그렇다고 엑스타시를 사는 걸 제가 정상이라 생각한다는 건 아니예요, 형사님.」
「걱정 말아. 그 부분은 못 들은 걸로 할테니. 나는 마약 단속반이 아니거든. 내가 궁금한 건 체스터 스테이플러가 12월 2일에 뭘 했고, 그 이후로 어디에 있느냐는 점이야.」

조수석에 앉아 형의 모험담을 얌전히 듣고 있던 샘은 가렵지도 않은 귀를 긁었다.
2일에 뭔 일이 있었는지는 이제 그들도 대략적으로 꿰고 있다.
「그 할아버지는 나도 알거든요. 뭐랄까, 비밀이 아아~주 많은 사람이었어요, 형사님.」
딘이 웃는 낯으로 긴장을 풀게끔 살살 유도하자 오마 릭스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 부근을 꾹꾹 찌르며 내키지 않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거기다 입도 무거워 강도가 쳐들어와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고 현금을 집구석 어디다 숨겨두었느냐 물어도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을 사람이었죠. 왜 그런 사람이 있잖아요. 전기 고문을 해도 소용이 없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릴 그런 분이었어요.」
체스터는 평소에도 할아버지가 숨긴 비밀을 어떻게든 알아내고 싶어 안달이었다고 한다.
「에... 그러니까... 녀석은 어릴 적에 입양되었거든요.」
릭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얼굴을 보면 이거다 하고 쨘~ 나오잖아요. 체스터의 진짜 엄마는 중국인인가 그렇대요. 그런데 아무도 진실을 안 가르쳐 주었죠. 입양 기관을 뒤져도 다들 알려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들었어요. 결국 남은 건 할아버지 뿐인데... 입을 안 열었죠. 놈은 할아버지가 자신의 친 엄마에 대한 걸 알고 있는데도 그걸 숨겼다고 굳게 믿었어요.」
그것이 체스터가 자신의 친한 친구 셋에게 미친 놈으로 취급을 받을 걸 뻔히 알면서도 같이 강신술 테이블에 앉아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한 이유였다.

『그런데 운이 안 따라주려니 강신술은 멋들어지게 실패했고...』
딘은 자동차에 키를 꽂으며 전방을 주시했다.
부르릉.
아유, 하여간 예뻐 죽겠다. 열쇠를 돌리자마자 들리는 엔진 소리가 어찌나 행복하던지 딘은 며칠간 축적된 피곤을 잠시 잊었다.
『할아버지를 불러내려고 했는데 그 망할 할아범을 제치고 생판 다른 것이 튀어나와 체스터에게 들러붙은 거지. 놀란 라바가 어떻게든 수습을 하려고 했지만 영매의 검은 테이블은 이미 뒤집힌 후였고, 능력부족 탓에 이후로 지금까지 엉망진창 쑥대밭이라는 말씀.』
가까스로 저승에서 뒤따라 나온 토마스 스테이플러는 일을 망친 라바에게 종주먹을 들이대고 있고, 체스터는 연락두절. 눈이 풀려 밖으로 나가버린 상황에서 말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져 이제는 그가 살아있는지조차 확신할 수가 없게 되었다.
종합 평가, 이보다 더 고약할 순 없다.

『슬슬 한계야. 죽은 사람에게 강제 빙의된 채 5일을 넘긴 사람은 아무도 없어. 대부분 발광하거나 심장마비를 일으키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은 같은 차원에서 공존하면 안 된다는게 일반적 자연 법칙 아니겠냐. 그걸 무시하려고 하면 누구라도 댓가를 치러야 하지.』
사이드 브레이크를 조절하다 말고 딘은 내뱉듯이 그렇게 말했다.
『시체공시소 쪽엔 체스터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이 없었어, 딘.』
덩달아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하면서 샘이 말했다. 그놈의 징그러운 5일째가 되기까지 앞으로 딱 22시간 남았다. 순간 딸각 하고 분침이 움직였다. 어쩐지 그 움직임이 사형 선고처럼 느껴져 질겁한 샘은 얼른 시계로부터 눈을 떼었다.
『아직은 없어도 이제 곧 들어올 거다.』
『그래서 앞으로 어쩌자고? 딘. 시체공시소 쪽에서 죽치고 기다리자고?』
『그렇게 하고 싶냐?』
샘은 두 손을 번쩍 들고 항복을 표현했다.
『아니. 농담으로라도 우리, 그런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다, 샘.』
그렇게 말하면서 딘은 지난 하루 반나절동안 들고 다녔던 체스터 스테이플러의 사진을 운전석 앞으로 아무렇게나 끼워 넣었다.

「나 지금 무지 삐졌거든요」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 속의 청년은「제대로 하는 반항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겠다며 바지춤에 손을 꽂고 있었다. 마음의 갈 곳을 잃어 땅에 있어도 땅에 속하지 못한 사람처럼 보인다. 슬픔과 분노가 범벅이 되어 혼란스러워하는 눈빛으로 정면을 쏘아보고 있는데 어쩐지 그게 제시카를 잃고 난 직후의 동생의 눈빛 같아서 딘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하는 수 없어 다시 손을 뻗어 사진을 거꾸로 뒤집었다. 하여간 다들 멋대로 고통받고 살고 있다.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이쪽도 슬슬 한계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적절히 수면을 취해야 한다.
가까운 모텔을 찾아 두리번거리면서 딘은 진작에 차가워진 발을 엑셀레이터 패달 위로 올려놓았다.
예쁜이 임팔라가 부릉 소리를 내면서 그런 딘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Posted by 미야

2007/01/13 20:46 2007/01/1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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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uri 2007/01/14 00:10 # M/D Reply Permalink

    요새 슈퍼내츄럴을 보느라 매일 새벽에 자고 있습니다... 큰일이에요.. 어쩌죠?ㅠ

    1. 미야 2007/01/14 13:07 # M/D Permalink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동영상 켜고 헤죽 웃는 단계까지 이르고 나야 진정한 지옥이 도래합니다. (끄덕끄덕)

  2. 크림베리 2008/12/26 17:54 # M/D Reply Permalink

    푸하하하하하!! 미야님 코멘트에 웃음터졌어요 ㅋㅋㅋ 꼭 무슨 상담소 같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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