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조사] 풀피리 40

제7장 나라카(地獄)

※ 오리캐 주인공 BL 호러물입니다. 의성조, 소년조 위주.
지명을 포함하여 잘 모르는 부분은 지어냅니다. 원작자의 팬픽 규정을 준수합니다.
마도조사 소설과 드라마 진정령의 타임라인이 틀린 관계로 여기서도 사건 흐름이 뒤틀려 있습니다.


사람은 의외로 튼튼한 구석이 있어 손가락뼈가 다섯 번 부러지는 정도로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
웅웅거리는 귀로 소리를 듣고, 침 흘리는 입으로 신음을 뱉으며 기절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상대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고통의 가감을 조율했다.
여기가 어디고, 나는 누구인지를 한참 헷갈리고 있는데 뺨을 여러 번 맞았다.
눈을 떠도 앞이 새카매서 제대로 반응을 못했더니 마지막에는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목구멍으로 빠진 어금니가 넘어가는 걸 느끼며 흐느꼈다. 어떻게든 편안해지고 싶어 차라리 더 세게 맞고 싶었다. 기절만 하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효성진 도장을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그동안 난 산속에 살인 곰이랑 같이 갇혀 있었다고.”
그동안 내가 떠들어댄 내용은 두서가 없었다. 아무튼 닥치는 대로 떠벌렸다. 배추 배달을 하면서 얻어먹던 엿기름 바른 누룽지 이야기에 밭에 거름을 뿌리던 진소 노인 이야기까지 다 했다. 약양의 의장에 숨었던 일, 내세에 부자가 되기를 기원하며 지전에 일억 원, 십억 원 금액을 적었던 것도 떠들어댔다. 송자침이 주먹밥 하나 보태어준 적 없으면서 나더러 덩치가 작다 흉봤던 것도 시시콜콜 일러바쳤다.
“이봐요... 듣고 있어?”
목이 타들어갔다. 그렇지만 물을 달라고 부탁하기가 겁이 났다.
고문이 취미생활인 저 자는 나에게 물을 먹인다면서 입이 아니라 콧구멍에 주전자 주둥이를 꽂고도 남았다. 앉은 의자의 기울어진 각도를 보아 물고문 코스는 여흥거리로 이미 준비가 되어있을 거였고, 내가 먼저 물을 달라고 하여 고통을 앞당기고 싶진 않았다.
“듣고 있냐고. 이 씨발 잡놈아. 5년 동안 아무 소식을 듣지 못했어. 효성진 도장이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는 나도 몰라. 알았음 내가 짐 싸들고 쳐들어갔을 거야.”

문득 효성진이 나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내용이 떠올랐다.
난릉 금씨와 고소 남씨는 한패다. 믿지 마라. 미안하다.
잘 살고 있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소식하진 않지. 나는 넋 나간 사람처럼 흐느끼며 웃었다.

“이제 음호부에 대해 말해봐라.”
“켈로그 콘푸로스트. 아침마다 호랑이 힘이 솟는다.”
“왜 이래. 아직 괜찮잖아? 재미 보는 중에 정신 나간 척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그가 맞아서 퉁퉁 부운 내 뺨을 꾹꾹 눌렀다. 눌릴 적마다 피부가 질척거렸다.
“정신 안 나갔어. 음호부가 뭔지는 나도 알아. 호랑이라고 들었어. 호랑이 호. 호랑이 조각.”
“그래, 음철로 만들어진 호랑이 조각이다. 효성진 도장이 빼돌렸지.”
“응? 음철? 뭘 빼돌려? 음호부? 뭔 미친 소리야. 그럴 리가 없는데?”
낄낄거리는 내 목소리가 DC 빌런 조커의 그것처럼 기괴해졌다. 감정이 조절이 되지 않았다.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폭소를 터뜨렸고, 막판에는 갈비뼈가 아려질 지경이 될 때까지 마구 웃었다.
“맙소사, 뭘 빼돌렸다는 거야. 못 찾았어. 팔관 저택 참상의 증거라고 송자침이랑 둘이서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설양 그 망할 새끼가 어디에 숨겼는지 결국 못 찾았다고. 그 덕에 고소 남씨는 뒤로 빠지고, 운몽 강씨는 이죽거렸고, 난릉 금씨는 과장된 헛소문으로 치부해버렸고, 청하 섭씨는 쫄딱 망했다! 하하하! 아, 그런데 아저씨, 설양이 누군지는 아세요? 하하하!”

웃다가 사례가 들려 잠시 꺽꺽거렸다.
“당신이 음호부가 뭔지 알아? 동네 깡패 같은 놈이 음호부를 만들었지. 설양 그 새끼가 음호부를 만들... 아니다. 이릉노조라고 했는데. 응? 아니다. 설영이 맞아. 그 자식이 음호부를. 그 자식, 새끼손가락이 없었어. 앗핫핫이히힛!”

요괴를 잡고 악신을 겁박하실 신묘하신 설 공자,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심지어 새끼손가락만 있어도 충분할 겁니다.
그런데 그에겐 새끼손가락이 없었다.
새끼손가락이 없으니 요괴를 잡고 악신을 겁박할 수 없다며 그가 화를 내며 말했다.
‘내 기분이 어떠했겠어, 걸람. 너도 짐작이 가지? 슬펐어. 화났어. 속상했어. 속에서 분이 올라왔어. 그러자 내 새끼손가락을 망가뜨린 인간에게 복수가 하고 싶어지더라. 당연하지! 복수를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야. 내가 상씨 집안 사람들 전부를 죽인 건 그래서야.’

웃음을 뚝 그치고 정색하며 질문했다.
“아저씨는 새끼손가락 있어요?”
대답 대신 긴 한숨이 날아왔다.
요즘 애들은 의지박약이니, 우리 때는 더 심신이 강인했다느니 식의 불평을 늘어놓으며 그가 내 콧구멍으로 금속의 기다란 관을 삽입했다.
그 다음부터는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뒤로 기대어 누운 상태에서 주는 물을 꼴깍꼴깍 받아 삼키며 아가미가 제거된 금붕어처럼 팔딱거렸다. 채 삼키지 못한 물이 기도로 넘어가 기침이 터져 나왔지만 물을 붓는 속도는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높으신 분의 술잔을 채워나간다는 식으로 얼마나 정성을 들이던지 물이 옆으로 새지도 않았다.
시원하게 한 잔 들이키면 좋았을 물이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었다.
머리에서 하얗게 불꽃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점멸했다.
차라리 기뻤다. 이제 드디어 기절이라는 걸 할 수 있었다. 꼬록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여자와 남자, 그리고 어린 남자아이.’
귀신이 보였다. 내 앞으로 허깨비처럼 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한 가족인 듯하다. 세 사람 모두 얼굴 부위가 새카맣게 지워진 상태여서 내가 알던 사람인지 알아볼 수는 없었다. 부부는 젊었다. 아이는 여섯 살 정도로 되어 보였다.
여자가 아이 손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어쩐지 화가 난 기색이고 말을 붙이기가 두려울 정도로 신경질적이었다. 부부싸움이라도 했는지 남자는 모자와 떨어져 덩그러니 혼자 서서 바닥만 쳐다보았다.

‘안 됩니다, 부인.’
‘무엇이 안 된다는 겁니까. 당신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해와 함께 공적을 빛내며, 해와 함께 장수하는 온씨 사람입니다!’
‘그러니 안 된다는 겁니다. 아니. 부인 말대로 못하겠습니다. 저는 못합니다.’
남자의 거절하는 말에 여자의 기세가 악귀처럼 흉흉해졌다.
‘이 우유부단하고 지질한 인간 같으니라고! 그저 작은 조각만 가져오면 된다고 했잖아! 손톱보다 작아도 됩니다. 정말 작은 조각이라도 괜찮아요. 그것조차 못한다는 겁니까! 당신 아들을 살리는 일인데?’
‘죽은 건 죽은 거요. 음철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은 포기하시오.’
‘싫어. 포기 못하겠다고! 우리 아염을 살릴 방도가 있는데 당신은 아비가 되어 포기하겠다는 겁니까!’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 남자의 등을 때렸다.
‘쌀알처럼 작아도 됩니다. 아염을 살리려면 그 조각이 필요해. 가져와, 가져오라고!’

어머니 옆에 선 키 작은 어린아이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이는 병색이 짙어 몸집이 왜소했다. 얼굴은 새카만 안개 같은 것으로 덮여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익숙했다.
“걸람?”
《내 이름은 온서염이다.》
아이가 나와 똑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그렇지 않다.
어떻게 해도 같을 수가 없었다. 지금의 나는 서른네 살의 회사원 안선준이었으니까.

나는 놀란 얼굴로 아직도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부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럼 저 두 사람은...”
《내 부모님이다.》
아... 그렇군. 알겠다. 이건 걸람의 기억이다. 이렇게 구분지어 말하는 건 모양새가 우습지만 여섯 살 이전의 걸람의 기억이 물고문으로 쇼트가 난 뇌에서 강제 재생이 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본명을 떠올렸으면서 왜 부모님 얼굴 부분이 진하게 먹칠이 되어 있는지 그 까닭을 모르겠다.

호기심이 생겨 세 사람에게로 가까이 접근했다.
그러자 싸움을 멈춘 부부가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똑바로 섰다.
걸람까지 합세하여 세 사람이 나란히 서자 마치 의류상가에 장식된 마네킹 장식 느낌이었다.
“이 사람이 내 아버지?”
펑퍼짐한 체격에 싸구려 바람막이 점퍼를 곧잘 입고 다녔던 그 사람이 내 아버지였다. 젊어서 상처하고 누나와 나를 힘들게 키워내셨다. 키가 크고 몸이 호리호리한 이 남자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다.
“어머니?”
어째서인지 여자를 봤을 적에 생리적으로 싫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그립다던가, 품에 안기고 싶다던가, 고운 살결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은 일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감정은 걸람의 것이 아니라 서른네 살 회사원 안선준의 것이다. 나와는 다르게 걸람... 아니, 온서염은 작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머니의 옷자락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한손으로 팥알처럼 생긴 금속조각을 목숨인양 쥐고 있었다.

《나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해.》
온서염이 말했다.
《그러니 너도 기억을 하지 못할 거야.》
온서염이 손바닥을 펼쳐 팥알처럼 생긴 그걸 나에게 보여주었다.

뭔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다이아몬드나 루비, 에메랄드라면 그만한 크기도 눈 튀어나오게 비쌌을 거다. 그런데 이건 그냥 쇳덩이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불순물 조각이었다. 검은 빛깔에 가까웠고 광택은 거의 없었다. 땅바닥에 떨어뜨리면 도로 찾을 수는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볼품이 없어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휴지통으로 버려도 그만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지.’
월석 같은 걸까? 아니면 운석? 부부가 다투면서 이걸 뭐라고 불렀더라...... 그래, 음철이었다.
‘운철이라 했는데 내가 잘못 들은 걸지도? 운철이면 그거잖아. 루팡3세 이시카와 고에몽의 검. 그런데 표면이 지저분한 걸로 보아 운철이 아닌 것도 같고... 뭐지? 이건.’
경계심을 드러내며 손톱으로만 조각을 살짝 건드려 보았다.
모르겠다. 아무 느낌도 없고 그냥 막연했다.
나는 뒷목을 긁으며 난처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너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구나.》
아이가 무감각한 어조로 말했다.
기억을 하지 못해 유감이라는 건지, 아니면 기억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어쨌거나 내가 기억하는 단편적인 조각은 어머니가 날 흙속에 묻었다는 거다. 어머니는 창과 칼을 든 병사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나는 흙에 파묻혀 죽어갔다.
《아니야.》
그 이전을 떠올려 보라며 걸람이 잔뜩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떠올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몸이 약했어. 어머니가 지극정성을 들였지만 죽어버렸지.》
소년은 검어 보이는 조각을 내게 내밀었다. 마치 가져가라고 종용하는 듯했다.

《이것이 바로 음철이다.》
걸람이 내 손바닥 위로 조각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허벅지까지 닿지도 않는 작은 어린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안개처럼 흐릿했지만 걸람의 뺨은 하도 울어 눈물범벅이었다. 거기다 눈물마저 검은색이었다.
모든 것이 검었다. 검은 재와 검은 먼지, 검댕이 사방에 있었다.
아이가 입을 벌렸다. 순간 아이의 입속으로부터 검은 철가루가 폭발하듯 비산했다.

Posted by 미야

2021/12/09 10:03 2021/12/0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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